제239화
제239장 소교주의 귀환 歸還 (2)
‘이 무슨!’
두 개의 다른 기운을 융합하여 자신을 몰아붙인 어린 기사, 아니 거대한 덩치를 지닌 무인.
구양적의 훌륭한 일격에 감탄한 앤서는 그에 호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여 일격을 날렸다.
최선을 다한 나머지, 그의 주황색 권강이 깨졌을 때 구양적이 크게 다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아차 했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고, 그에 앤서는 흥분한 자신을 탓했다.
흥분한 자신으로 인해 어린 무인이 다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후회를 하며 스스로를 탓하던 것도 잠시, 생각지 못한 제삼의 사내가 갑자기 등장하여 자신의 창을 막아섰다.
그것도 한 손으로 가볍게 말이다.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았던 앤서.
그가 부릅뜬 두 눈으로 사내를 바라보자 시선을 받은 사내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여유롭게 웃으며 자신에게 인사까지 건네었다.
그에 경악한 앤서가 너무나도 놀라 굳어 버린 상태로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자 창을 막아선 사내, 두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잘생긴 미남자가 입을 열었다.
“우선 이 창은 거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미남자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앤서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는 미남자의 뒤.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연무장에 주저앉아 힘없이 웃고 있는 구양적을 발견한 앤서는 황급히 창을 거두어들였다.
그러고는 뒤로 세 걸음 물러난 후, 다시 멍한 얼굴로 미남자를 바라보았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젊은 미남자.
그 미남자가 자신의 일격을 막아 내었다.
최선을 다한 일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젊은 미남자는 가벼운 동작으로 자신의 창을 막아 내었다.
한 손으로 말이다.
그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던 앤서.
그가 계속해서 멍한 표정으로 미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러한 앤서의 끈덕진 시선을 뒤로하고 미남자는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퍽!
“안 일어나?”
“푸하하!”
주저앉아 있는 구양적의 다리를 가볍게 차며 신경질을 내었다.
그런 미남자, 위극신의 행동에 구양적은 소리 내 웃음을 지었고, 곧.
“죄송합니다. 못 일어나겠습니다! 푸하하!”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듯 두 손을 들어 보이며 당당하게 대답했다.
“하아…… 이 자식이, 뭘 잘했다고 웃어?”
“푸하하! 사내라면 패배하여도 웃는 것입니다!”
“지X할래?”
“푸하하!”
위극신의 짜증 섞인 말에 구양적은 그저 웃어 보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여기서 한마디 더 하면 진짜 제대로 맞을 것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그런 구양적의 웃음에 한숨을 내쉰 위극신은 고개를 돌려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마천과 야율민, 그리고 충격받은 표정을 짓고 있는 단진을 바라보았다.
“너희들, 어서 정신 차리고, 이 자식 부축해.”
“아…… 알겠습니다.”
위극신의 말에 그나마 제일 멀쩡한 사마천이 퍼뜩 정신을 차렸고, 야율민과 단진의 어깨를 치고는 황급히 달려와 구양적을 부축했다.
그렇게 다리에 힘이 풀린 구양적이 아이들과 함께 물러나고.
“소교주님을 뵙습니다!”
연무장의 상황을 지켜보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던 장로들과 마뇌가 정신을 차렸는지 위극신을 향해 정중히 예를 갖추었다.
* * *
“오랜만이네요들.”
나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으며 정중히 예를 갖추는 장로들.
진정으로 내가 반가웠기 때문일까?
아니면, 날 잡고 장로들과 한번 투닥거리며 어린 시절의 복수를 했기 때문일까?
나를 향한 그들의 예는 정중하기 그지없었다.
그런 장로들을 보며 나는 상큼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고, 다시 고개를 돌려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앤서, 그리고 어느새 다가와 앤서의 옆을 자리하고 있는 또 다른 노인, 단진이 넌지시 이야기해 주었던 키예프를 바라보았다.
“반갑습니다. 본교의 소교주. 위극신입니다.”
“아…… 파사국의 창기사, 앤서 하르켄입니다.”
“파사국의 기사, 키예프 스워드입니다.”
한 배분이 차이 남에도 불구하고 장로들의 정중한 예를 보았기 때문일까?
앤서와 키예프가 정중히 예를 갖추었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거 참, 제 수하가 실수를 했나 봅니다.”
사마천의 부축으로 가까스로 서 있는 구양적.
그런 녀석을 살짝 보며 내가 말하자 앤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제법 즐거운 대련이었습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고맙군요.”
“사실입니다.”
“좋군요.”
진심이라는 듯 확답을 하는 앤서를 보며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마뇌를 바라보았다.
“마뇌.”
“네, 소교주님.”
“연회 준비는 잘되고 있나요?”
“네.”
“그거 좋군요. 바로 귀빈들을 연회장으로 모시세요. 아, 긴 걸음을 하셨으니 먼저 쉬시는 게 좋을까요?”
마뇌를 향해 연회장으로 안내하라는 명령을 하던 것도 잠시.
나는 먼 길을 온 키예프와 앤서를 보며 물었다.
그에 두 명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저희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공주님은 따로 무술을 수련하지 않아 피곤하신 상태일 것입니다.”
“공주……?”
앤서의 입에서 나온 말.
공주라는 단어에 내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에.
“이번 파사국 대표로 파사국의 왕녀, 아스나 사파비 공주가 왔습니다.”
“!!”
어느새 다가온 마뇌의 자세한 설명에 두 눈을 부릅떴다.
설마…… 파사국의 공주가 이곳에 왔다니!
이 망할 천마는 왜 나에게 미리 알려 주지 않았단 말인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놀란 것도 잠시.
나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려 서은설을 바라보았고, 서은설은 그런 나의 시선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나의 시선을 따라 앤서와 키예프 또한 고개를 돌렸고, 곧.
“!!”
자신들의 공주인 아스나와 똑같이 생긴.
머리칼의 색과 눈 색만이 다른 서은설을 발견하고는 두 눈을 부릅떴다.
아무래도 X 된 것 같았다.
* * *
“!!”
유화의 안내로 천소화의 방 안에 들어선 아스나.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에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아…… 미안해요, 어서 와요.”
그런 아스나의 표정에서 스스로의 행동을 자각한 여인.
천마신교의 대부인 천소화는 표정을 고치며 아스나에게 사과를 건넨 후 빈 의자를 가리키며 자리를 권하였다.
“아 네, 반갑습니다. 아스나입니다.”
천소화가 권한 의자에 앉으며 어색한 표정을 지은 아스나. 그녀가 표정을 풀며 활달한 어조로 자신을 소개하였다.
그에 천소화가 빙긋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천소화라고 합니다.”
“네 대부인! 정말 아름다우세요!”
천소화의 매력적인 눈웃음과 기품 어린 목소리.
그 분위기에서 동양의 아름다움을 느낀 아스나가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에 천소화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고 인사를 한 후, 차를 들어 그녀의 잔에 따라 주었다.
“향이 좋네요.”
파사국에 비해 차 문화가 상당히 발달된 명 제국.
찻물을 따르자 방 안 가득히 퍼지는 차 향기에 아스나가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감탄했다.
그에 천소화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그녀의 잔을 앞으로 밀어 주었다.
“들어요.”
“감사합니다.”
천소화의 권유에 아스나는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인 다음 찻잔을 들었다.
그러고는 향을 한번 음미하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은 다음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와.”
역시 향만큼이나 깊고 좋은 맛을 가진 차였다.
혀를 감도는 은은한 향에 아스나는 감탄을 했고 꾸밈 없는 아스나의 모습에 천소화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자신 또한 차를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렇게 차의 여운을 잠시 느끼고.
잔을 내려놓은 천소화가 입을 열었다.
“갑자기 불렀는데도 불구하고 응해 줘서 고마워요.”
“아니에요! 저야말로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죠!”
천소화의 감사에 아스나가 격하게 부정하며 오히려 먼저 감사 인사를 표하였다.
그에 천소화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활발하네요.”
정말 한 나라의 공주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활발한 여인이었다.
그런 천소화의 말에 아스나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거 때문에 많이 혼나고 있어요……. 헤헤.”
혀를 살짝 내밀며 웃는 아스나를 보며 천소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오히려 너무 보기 좋은걸요.”
천소화의 입에서 나온 부드러운 어조.
그 어조 속에서 진심을 느낀 아스나가 언제 어색했냐는 듯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오는 길은 많이 힘들지 않았나요?”
“저야 뭐 마차를 타고 움직였는걸요. 저를 호위해 준 기사들이 고생이었죠.”
“공주가 그 노고를 알아주니 기사분들이 아주 좋아하겠어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아스나와 합이 잘 맞았기 때문일까?
천소화는 자신의 아들과 같은 나이인 아스나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말이다.
그것은 아스나 또한 마찬가지.
두 여인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었고.
“곧 연회 시간입니다. 공주님도 연회 준비를 해야 하니 다음을 기약하시는 것이 어떠십니까?”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시녀, 유화가 안으로 들어와 끊이지 않을 것만 같았던 대화를 임의로 끊어 내었다.
그런 유화의 말에 그제야 많은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깨달은 천소화와 아스나.
두 여인이 서로를 바라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연회 준비를 하셔야 할 테니 다음을 기약해야겠네요.”
“그러게요, 너무 아쉬워요.”
천소화의 말에 아스나가 아쉬운 어조로 말했다.
그에 천소화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오래 있을 예정이죠?”
“네, 지금 아니면 이곳에 언제 올지 몰라 이번 기회에 최대한 둘러보고 가려고요.”
“좋네요, 그 기간 동안 자주 대화를 나누어요.”
“좋아요!”
천소화의 말에 아스나가 밝은 어조로 대답했다.
그에 천소화 또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천소화와 아스나.
“대부인,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녀들은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행동을 멈추었다.
“들어오세요.”
막 일어나려던 자세를 풀며 다시 자리에 앉은 천소화, 그녀의 행동에 아스나 또한 눈치를 살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자리에 앉은 천소화의 허락에 문이 열리고.
“무슨 일이신가요?”
소화각을 지키는 무인, 광마대의 조장급 무인을 보며 천소화가 살짝 긴장하며 물었다.
천마의 부인이자, 소교주의 어미인 천소화.
그녀의 처소로 잘 찾아오지 않는 그가 직접 이곳을 방문했으니 가벼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 천소화의 걱정과 달리, 무인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소교주님께서 귀환하셨습니다.”
“극신이가요?”
“네, 오대마가의 소가주들과, 소교주님의 약혼녀분과 함께 도착하셨습니다.”
무인의 보고에 환한 미소를 지은 것도 잠시.
그의 입에서 나온 약혼녀라는 말에 천소화가 순간 얼굴을 굳혔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아스나를 바라보았고.
“……?”
그녀의 시선에 아스나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