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8화
제238장 소교주의 귀환 歸還 (1)
“뭐지?”
“교의 본전에서 느껴집니다.”
신강의 입구를 넘어 천산에 들어선 나는 저 멀리서 느껴지는 기운에 걸음을 멈추었고, 나와 마찬가지로 그 기운을 느낀 단진이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본교의 본전이 위치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장로들끼리 붙는 건가?”
“그런 것 같습니다, 최소 초절정의 고수로 보이는 강력한 기파입니다.”
“왜 붙는 거지?”
단진의 대답에 나는 가만히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장로씩이나 되는 인물들이 저렇게 강력한 기운을 내뿜으며 서로 붙는 일은 흔하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그들이 맡고 있는 직책이 너무나도 컸으니 말이다.
그렇게 의문을 가진 것도 잠시, 나는 멈칫하며 눈가를 살짝 찌푸렸다.
‘마기가 아니야.’
본전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기운, 그것들에게서 마공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마공의 뿌리인 천마신공을 익히고 있는 나였기에 느껴졌다.
저 강력한 기운의 근간이 마공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그에 내가 흥미로운 표정을 짓자.
“왜 그래?”
옆에서 나와 나란히 걸음을 옮기던 서은설이 의문 어린 음성으로 물었다.
그에 나는 서은설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어 준 다음 고개를 돌려 마독을 바라보았다.
“독아, 누구인 것 같냐?”
“서역에서 온 손님인 거 같은데요?”
나의 물음에 마독이 가벼운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짓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유는?”
“무공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내공과는 다른 기운이에요. 같은 자연의 기운이지만 다른……. 아마, 서역에서 사용한다는 차크라인가 뭔가 하는 힘 아닐까요?”
“맞다.”
마독의 대답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어린 시절, 포달랍궁의 승려들이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지.”
“아?”
“그러고 보니 비슷한 것 같습니다!”
나의 말에 가만히 기운을 느끼고 있던 단진과 사마천, 그리고 야율민이 놀란 표정으로 나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고, 다시 고개를 돌려 마독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쓸 만해졌구나.”
“헤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의 칭찬에 뒷머리를 긁적인 마독.
녀석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고,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반대로 고개를 돌려 사마천을 바라보았다.
“본교에 파사국의 손님들이 찾아온다는 이야기가 있었나?”
“아…… 아직 연락받은 것은 없습니다.”
“그래?”
“네, 이 산만 내려가면 사마세가가 위치하고 있는 뇌진현입니다. 그곳에 들른 후 정보를 확인하시지요.”
“음…….”
벌써 사마세가의 권역이었던가?
몰랐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빠른 걸음으로 신강에 들어섰기에 자세한 위치를 알지 못했던 나는 사마천의 제안에 턱을 쓰다듬었다.
그런 나의 행동에.
“바로 신교로 가자. 어머니께서 기다리실 거야.”
서은설이 나를 향해 의견을 내었다.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지, 어차피 본교에 가면 다 알게 될 테니.”
“알겠습니다.”
서은설의 제안으로 인한 나의 결정.
그 결정에 일행 모두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렇게 우리는 의문을 잠시 접어 두고는 본전을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호오?”
본전의 입구이자, 인마궁의 입구에 도착한 우리는 하늘 위를 뒤덮은 노란 태양과 푸른 뇌전을 머금은 회색의 먹구름을 볼 수 있었다.
묘하게 익숙한 노란색의 기운과, 처음 보는 기운인 푸른색의 폭풍.
그것을 보며 내가 흥미로운 표정을 짓자 야율민이 나의 옆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파사국 제일의 창기사, 앤서 경이 온 것 같습니다.”
“아 너에게 창술을 가르쳐 주었다던?”
“……그렇습니다.”
나의 물음에 멈칫한 것도 잠시.
야율민이 순순히 인정했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네 스승이 왔나 보네.”
“스승이 아닙니다.”
본교의 교도로서 파사국의 인물을 스승으로 둔다는 것이 거북했는지 야율민이 단호한 표정으로 부정했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난 괜찮아. 그러니 인정해. 그게 너에게 가르침을 준 그 에게도 예의 일 테니.”
“…….”
생각지 못한 말이었을까?
웃음기 어린 나의 말에 야율민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에 나는 피식 한 번 웃고는 고개를 돌려 단진과 사마천을 바라보았다.
“너희들도 마찬가지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진심이라는 듯, 힘이 담긴 나의 짧은 말.
그 말에 야율민을 포함 한 세 명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짜식들, 역시 개념 있는 아이들이다.
나의 눈치를 보며 부정했지만 내심으로는 그들을 스승으로 인식하고 있었나 보다.
그런 녀석들이 괜히 기특했던 나는 다시 한번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충! 소교주님을 뵙습니다!”
“충! 소교주님을 뵙습니다!”
한쪽 무릎을 꿇으며 나에게 예를 갖추는 무인들을 뒤로하고 당당한 걸음으로 본전에 들어섰다.
* * *
“오호라?”
무인들의 인사를 받으며 지마궁에 들어선 나는 익숙한 덩치의 구양적과, 그 녀석의 주먹을 뒤덮고 있는 권강을 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저 미친 곰탱이.
무재가 뛰어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벌써 화경의 경지에 오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아니네, 애매하네.’
녀석의 뛰어난 발전에 놀란 것도 잠시.
나는 불안정한 녀석의 기운에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어디서 주워 온 무공인지 모르겠지만 무공 특성상 반 단계의 경지를 미리 올려 주는 것.
실제로 구양적의 경지는 초절정이라고 볼 수 있다.
초절정의 고수가 강기를 쓴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무림인들의 기본 지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저 녀석…… 혼나야겠네.”
본교의 무인이면서, 구양권가의 소가주, 차기 권마의 자리를 노리는 구양적.
그런 녀석이 독문무공을 버리고 다른 무공을 선택하다니.
외지인을 스승으로 두는 것은 괜찮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무공을 사용하는 것은 좋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문의 무공을 버리는 것은 상당히 잘못되었다.
구양권가의 무공 대신, 괴상한 노란 무공을 주로 사용하는 구양적.
그런 녀석을 노려보며 분노하던 것도 잠시.
“호오?”
나는 곧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 이유는 바로.
우우웅!
“제법.”
구양권가의 무공인 혈천권 血天拳.
그것과 처음 보는 노란 무공을 융합하여 하나의 무공을 재창조한 녀석이 보였기 때문이다.
오른 주먹에는 붉은색, 그리고 왼손에는 노란색.
서로 다른 기운을 머금은 주먹이 구양적의 머리 위, 정중앙에서 합쳐지더니 곧.
화르륵!
주황색의 거대한 권강이 되었다.
그 권강은 금방이라도 푸른 눈의 노인을 불태워 버릴 듯 강력했고.
우웅!
구양적은 그런 노인을 찍어 눌러 버리려는 듯 양 주먹을 포갠 채 기운을 더욱 끌어 올렸다.
우웅!
화르륵!
그러자 주황색의 권강은 주먹을 뒤덮은 것도 모자라 덩치를 계속 부풀려 하나의 작은 태양을 만들어 내었고.
콰앙!
그 작은 태양은 푸른 눈의 노인을 그대로 덮쳐 버렸다.
“크윽!”
“크으윽!”
그 강력한 기파와 바람으로 인해 서은설과 사마천, 그리고 야율민이 신음을 흘리며 서둘러 내공을 끌어 올렸다.
그에 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내공을 일으켜 보호막을 세웠다.
물론 우리 은설이에게만 말이다.
다른 녀석들은 좀 강하게 커야 했다.
그래야 내 수하가 될 자격이 있지.
아무튼, 그렇게 구양적의 강력한 일격이 끝이 나고.
사아아.
잠시 후, 연무장을 뒤덮은 먼지가 바람에 의해 날아가자 보였다.
“제법.”
멀쩡한 모습으로 창대를 가볍게 돌리고 있는 푸른 두 눈의 노인이 말이다.
“제법이네.”
그런 노인을 보며 나는 눈을 반짝였다.
중원 무림의 십대고수에 버금가는 기운을 지니고 있는 노인.
만약 실제로 부딪쳐 보면 삼황에 버금가는 전력을 지녔을 것이라 추측되는 노인을 보며 나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은 것도 잠시.
“저 노인이냐?”
반짝거리는 눈으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야율민을 보며 물었다.
“맞습니다. 앤서 경이라고 합니다.”
“경이라…….”
파사국에서 무인과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기사.
그 기사들에게는 꼭 경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였다.
그에 나는 그 호칭을 굳이 사용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그래, 경.”
존중해 주면 좋은 거지 뭐.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녀석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다시 앤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보였다.
콰콰쾅!
거대한 폭풍 같은 기세를 마음껏 뿜어내는 푸른 기운이 말이다.
“허 참.”
그런 앤서의 모습에 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도저히 통제가 불가능한 강력한 폭풍.
그 폭풍을 일으키는 앤서의 모습을 보니.
“이 새X들이, 서양 물 먹었더니 우리의 것을 버렸구먼?”
태진과 맞서 싸우던 야율민의 모습이 떠올랐다.
창마의 무공, 야율창가의 무공이 아닌 앤서의 기술과 비슷해 보였던 야율민의 창.
그것을 언급하며 내가 불편한 어조로 말하자 야율민이 송구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야율창가의 무공과 비슷했으며 마기를 사용했기에 잘 몰랐는데 지금 앤서의 창술을 보니 확실해졌다.
이 녀석, 그냥 야율창가의 무공을 근간으로 앤서의 기술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주객이 전도된 것처럼 말이다.
“넌 나중에 나 찾아와라.”
아무래도 이 자식, 정신 교육 한번 받아 봐야 할 것 같았다.
우리의 것이 좋은 것인데 말이다.
“예.”
그런 나의 말에 야율민은 시무룩한 어조로 대답했고, 나는 그런 녀석을 보며 혀를 한 번 차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콰앙!
그와 동시에 앤서라는 노인은 폭풍 같은 기세를 마구 내뿜으며 구양적에게 달려들었고, 구양적은 그런 앤서의 창을 정면에서 막기 위해 더욱더 강력하게 기운을 내뿜었다.
호전적인 구양권가의 무인답게 구양적의 모습은 흔들림 없을 정도로 든든해 보였지만.
“병X.”
상대가 나빴다.
무식하게 정면 승부를 택한 구양적을 보며 나는 혀를 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면으로 승부를 보는 것도 어느 정도 수준이 비슷해야 비벼 볼 만했다.
하지만, 아직 구양적이 앤서에게 정면 승부를 택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상태.
콰콰쾅!
강력한 폭풍과 함께 거대해진 창이 하늘에서 내려와 구양적을 그대로 내려찍었다.
콰가강!
구양적의 주황색 권강이 그 창을 막아 내던 것도 잠시.
챙그랑!
곧 초라한 소리를 내며 구양적의 기운이 흩어졌고, 앤서의 거대한 창은 그 틈을 더욱더 집요하게 파고들어 구양적을 덮쳐 들어갔다.
아무리 구양적이 훌륭한 경지에 올랐다 하더라도 아직은 경험이 부족한 어린 청년.
수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노기사, 앤서에게는 절대적으로 무리였다.
이미 두 사람의 수준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던 나는 구양적이 감당하기 힘든 기운에 발걸음을 움직였고.
“안녕하세요?”
검을 뽑아 들어 앤서의 창을 막은 후, 놀란 그의 두 눈을 응시하며 반가운 어조로 인사를 건네었다.
아주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