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7화
제237장 태양, 폭풍 太陽, 暴風
“자네가…… 스물넷이라고?”
“푸하하! 네! 보기보다 많지요?”
아니, 적다.
심하게 말이다.
앤서는 자신의 물음에 엉뚱하게 대답하는 구양적을 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작 스물넷의 사내가 자신을 긴장케 했다고?
파사국 제일의 창기사라 불리는 자신을?
믿기지 않는 사실에 앤서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앤서의 모습에 가만히 지켜보던 키예프가 나섰다.
“그래서, 무슨 일인가?”
자신들을 찾은 연유.
그것을 키예프가 묻자 구양적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척!
정중하게 포권을 취하더니 이내.
“가르침을 청합니다!”
우렁찬 목소리로 가르침을 청하였다.
그런 구양적의 부탁에.
“그러지.”
키예프가 아닌, 정신을 똑바로 차린 앤서가 받아들였다.
‘자존심 상했나 보군.’
어린 청년에게 움찔한 스스로에게 화가 났는지 기다렸다는 듯이 수락하는 앤서를 보며 키예프는 한 걸음 물러섰다.
굳이 이 상황에서 앤서를 말릴 필요는 없었으니 말이다.
“하하, 모두 잠깐 진정하시고. 이곳은 천마궁입니다.”
그렇게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 서로를 바라보는 구양적과 앤서를 향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은 중년 사내가 다가와 그들을 말렸다.
“사장로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구양적과 앤서를 막아선 사내.
바로, 천마신교 최고 술법사, 환마였다.
그의 등장에 구양적이 미소를 지었고, 앤서는 묘한 표정으로 환마를 바라보았다.
환마의 몸속에 잠들어 있는 기운.
그 기운이 마치 안개처럼 뿌옇게 가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자신을 파악하려는 듯한 앤서의 시선에, 환마는 보란 듯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고는 듣기 좋은 음성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이곳은 본교의 신성한 성지입니다. 그러니 지마궁으로 가시지요.”
천마궁에 위치한 천마대전의 앞.
천마신교의 성지와도 같은 이곳을 언급하며 환마가 말하자 키예프와 앤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환마는 고개를 돌려 구양적을 바라보았다.
“너는, 교주님에게 허락 맡았다고 아주 마음대로 들락거리는구나?”
오장로인 혈화도 들어서지 못한 화경의 경지.
비록 반 정도 걸친 격이지만 그래도 화경의 경지에 오른 구양적이었기에 천마는 그에게 큰 포상을 내렸다.
바로 천마궁 출입 자유를 말이다.
천마의 일족도 받기 힘든 그 자유가 장로도 아닌, 오대마가의 소가주에게 주어진다는 것은 역사상 없었던 일.
그렇기에 권마를 포함한 모든 장로들이 반대를 했지만 천마는 장로들의 반대를 힘으로 눌러 버렸다.
그에 장로들은 입을 다물었고 말이다.
그런 천마의 결정으로 구양적은 매일같이 천마궁을 드나들게 되었다.
여기서 장로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바로, 이 상이 천소화의 권유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사실, 천마는 구양적을 따로 불러 화경에 오르지 못한 오 장로 혈화, 그녀의 직위를 주려고 했지만, 구양적은 장로 내에 권마가 두 명이 있을 수 없다며 거절했다. 그에 옆에 있던 천소화가 천마궁의 입궁 권한을 이야기했고, 그에 구양적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깊게 숙였다.
그래 준다면 너무나도 감사하다고 말이다.
그에 천마는 구양적이 유화를 보기 위해 저러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내심 그의 순정 純情 에 감탄하며 천소화의 말을 들어주었던 것이다.
아무튼 그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는 환마가 못 말리겠다는 듯 핀잔을 주자.
“푸하하!”
구양적이 소리 내 웃으며 대답을 대신했다.
그에 환마는 피식 미소를 지었고, 이내 자신과 함께 나온 다른 장로들을 바라보았다.
“함께 가실…… 거군요.”
함께 가자고 권유하기 위해 입을 열었던 환마는 호기심 어린 눈빛과 호승심 어린 눈빛을 하고 있는 다른 장로들의 모습에 곧 말을 수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자! 가십시다!”
그에 환마는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앞장섰고, 그렇게 장로들과 키예프, 앤서, 그리고 구양적은 천마궁을 벗어나 지마궁에 들어섰다.
“좋군.”
지마궁에 위치한 장로각의 연무장.
그곳에 들어선 앤서는 주변을 둘러보며 살짝 감탄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대의 작품입니까?”
연무장 바닥 바닥에 적혀 있는 괴상한 문자.
그 문자에서 영문을 알 수 없는 묘한 힘이 흘러나오는 것을 느낀 앤서가 환마를 보며 물었다.
그 문자의 기운이 환마의 몸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기운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런 앤서의 물음에 답하듯, 환마가 쑥스럽다는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고는 어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예, 뭐 그렇습니다. 보잘것없지만…… 바닥을 강화시키고. 내공이 보다 자연스럽게 순환이 될 수 있도록 자연의 기운을 조금 활성화시켰지요.”
“……?”
“그게 가능하단 말이오?”
환마의 대답에 앤서는 경악 어린 표정을, 키예프는 놀란 음성으로 물었다.
그에 환마가 코를 살짝 훔쳤다.
“되더라고요.”
“허어…….”
“허…….”
별거 아니라는 듯 가볍게 대답하는 환마를 보며 키예프와 앤서는 탄식을 내뱉었다.
환마의 설명대로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자신들의 몸을 휘감고 있는 차크라가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가족을 만난 것처럼 반가워하듯 빠르고 힘차게 말이다.
만약 본국에 이러한 술식이 있다?
모든 기사들이 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것이다.
이곳에서 수련을 하기 위해서 말이다.
전혀 생각지 못한 새로운 힘에 키예프와 앤서가 두 눈을 반짝이자 환마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나중에 제 제자가 올 것입니다.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오게 된다면 한번 이야기해 보시지요.”
“제자와 말입니까?”
“네, 저보다 더 천재입니다.”
“허어!”
환마 본인과 대화할 수 없다는 것에 실망했던 것도 잠시, 앤서는 이어진 환마의 설명에 탄식을 내뱉었다.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술식만 해도 경악스러운데 환마보다 더한 천재라고?
도저히 얼마나 대단할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때.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거지?”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검마가 입을 열었다.
차갑기 그지없는 검마의 음성.
그 음성에 환마로 인해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식어 버렸다.
그에 환마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검마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대가 검마군.”
그런 검마의 당당한 행동에 키예프가 앞으로 나서며 검마에게 말했다.
그에 검마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들었다. 그 녀석에게 쓸데없는 기술들을 가르쳐 주었다지?”
“본래 지니고 있던 기술들보다 더 즐겁게 사용하더군.”
“…….”
“…….”
검마의 빈정거림을 피하지 않고 받아친 키예프.
그런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기운을 끌어 올렸다.
우웅!
파지직!
주변의 대기를 일렁이는 두 고수의 기운.
한 치도 물러섬이 없는 그런 둘의 기운에.
콰앙!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구양적이 앞으로 나서서 주먹으로 바닥을 내려찍었다.
구양적의 강력한 주먹으로 인해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지만 환마의 술식으로 강화가 되어 있던 연무장의 바닥은 제 모습을 유지하였다.
강력한 주먹으로 바닥을 때린 구양적의 행동으로 인해 검마와 키예프가 시선을 돌렸고, 그런 둘의 시선을 마주한 구양적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우선, 제가 먼저이니 지켜봐 주십시오. 푸하하!”
자신이 먼저 온 것을 언급하며 그만 물러나라는 구양적의 말.
그 말에 검마와 키예프가 인상을 찌푸렸다.
솔직히 구양적의 행동은 상당히 무례했다.
자신들은 구양적보다 한 세대 위이며, 존중받을 실력을 지닌 존재.
아무리 훌륭한 후배라 하더라도 지금의 행동은 상당히 무례한 것이었다.
“푸하하. 자네 조금만 기다려 주게.”
그런 검마의 마음을 눈치챘을까?
권마가 구양적과 같은 웃음소리를 내며 검마에게 말했다.
그에 검마는 구양적을 한번 노려보고는 뒤로 물러섰다.
구양적의 행동이 건방지기는 했지만 굳이 일을 키우지는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런 검마의 행동에 키예프 또한 뒤로 물러났다.
자신은 이곳을 방문한 손님.
구양적과 같이 무례하게 행동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검마와 키예프가 물러나고, 눈치를 보던 환마까지 뒤로 물러나자 드디어 구양적은 앤서와 마주할 수 있었다.
“자네, 야율민과 아는 사이인가?”
“푸하하! 벗입니다!”
등 뒤에 메어져 있던 긴 창.
그것을 뽑아 든 앤서가 가볍게 휘두르며 묻자 얇은 철 수투를 착용한 구양적이 소리 내 웃으며 대답했다.
그에 앤서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혹, 자네가 곰탱이인가?”
“야룡이가 그럽니까?”
앤서의 물음에 구양적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친근하게 야룡이라 칭하며 묻는 구양적의 모습에 앤서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군.”
“푸하하! 맞습니다!”
웃음 섞인 앤서의 대답에 구양적이 머쓱한 표정을 지은 것도 잠시, 다시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며 긍정했다.
그에 앤서가 다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자신들 중에서 곰탱이가 가장 약하다고 했는데…… 잘못되었군.”
“푸하하! 맞습니다! 제가 제일 강합니다!”
“하지만…… 아직 완숙하지는 않아.”
구양적의 기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구양적의 불안정한 상태를 파악한 앤서.
정곡을 찌르는 그의 말에 구양적이 웃음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스윽.
자세를 낮추었다.
“혹, 서역의 무공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무례를 범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괴상한 웃음소리로 속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조금 전과 달리 진지하기 이를 데 없는 구양적의 사과.
그 사과에 앤서가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것이 진정한 기사이지.”
“그럼 가겠습니다.”
“오게나.”
자세를 낮춘 구양적의 경고 어린 말.
그 말에 앤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타앗!
앤서가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구양적은 두 발에 내공을 강하게 응축, 폭발시키며 빠른 속도로 앤서에게 달려들었다.
우웅!
주먹을 들어 올림과 동시에 구양적의 주먹을 휘감는 노란색의 권강.
그 권강을 보며 앤서는 몸속에 잠들어 있던.
서역의 힘, 차크라를 활성화시켰다.
그러자.
차차착!
앤서의 몸에서 푸른색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크윽!”
거대한 폭풍과도 같은 앤서의 푸른 기운에 잠깐 멈칫한 구양적.
그런 구양적을 향해 앤서는 빠르게 창을 앞으로 내질렀다.
콰앙!
자신의 미간을 향해 찔러 들어오는 날카로운 창.
그것을 주먹으로 막아 비껴낸 구양적은 서둘러 나머지 주먹을 들었다.
하지만.
“헙!”
스윽!
비껴 나간 창이 귀신처럼 몸을 움직이며 구양적의 빈틈을 향해 찔러 들어왔다.
그에 기함한 구양적은 황급히 몸을 틀었고. 다행히도 기습적인 창을 피할 수가 있었다.
“이 무슨…….”
살아 있는 뱀처럼 휘어졌던 창대.
그 기묘한 기술에 구양적이 놀란 표정을 짓자 앤서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나의 기술일세. 야율민 그 녀석도 이 기술을 사용하지.”
“…….”
“자네만 성장한 것은 아닐세.”
씨익.
앤서의 말에 얼굴을 굳힌 것도 잠시.
뒤이어진 그의 말에 구양적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맞았다.
자신이 기연을 얻어 태양의 무공을 배운 만큼 그 녀석들도 수련을 해 왔을 것이다.
무림의 무공과는 전혀 다른 관점의 신비한 기술, 바로 서역의 무공을 말이다.
자신만큼이나 그 녀석들도 성장을 해 왔을 터.
화경의 경지에 올라 내심 자만하고 있던 구양적.
그는 앤서의 말에 격하게 동의하게 다시 내공을 끌어 올렸다.
콰카캉!
그러자 노란색의 기운이 주먹을 넘어 구양적의 온몸을 뒤덮었고.
콰앙!
곧이어, 앤서의 푸른 기운 또한 창을 넘어 앤서의 전신을 뒤덮었다.
노란색과 푸른 기운.
뜨겁고 매서운 기운을 내뿜는 두 개의 기운은 곧 폭풍처럼 서로를 몰아붙였고.
콰콰쾅!
뜨거운 태양 아래, 난폭하기 그지없는 폭풍이 휘몰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