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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236화 (236/275)

제236화

제236장 동안? 노안 童顔, 老顔

작은 실수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성공적으로 천마와의 만남을 잘 끝낸 아스나.

긴장이 풀어진 그녀는 천마대전을 나서는 순간 차가운 바깥공기를 마시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내쉬려고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공주님. 대부인을 모시고 있는 시녀입니다.”

하지만 나서자마자 들려오는 목소리에 내쉬려던 숨을 다시 들이켰다.

잘 끝났다는 안도감에 정신이 팔려 주변을 살피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아스나의 반응에 스스로를 시녀라고 소개한 여인이 고개를 들었다.

“와아…….”

그러자 보였다.

새하얀 피부와 검은 흑발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차가운 인상의 미녀가 말이다.

생각지도 못한 아름다운 외모에 아스나가 감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인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아스나를 바라보았다.

“놀라게 만들었다면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죄송합니다.”

괜찮다는 아스나의 말에도 불구하고 여인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아주 깊게 말이다.

그런 여인의 사과에 괜히 머쓱해진 아스나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서둘러 입을 열었다.

“대부인이시면, 교주님의 안사람 되시는 분인가요?”

“그렇습니다.”

아직은 한어가 서툴렀던 아스나.

그녀의 물음에 여인, 유화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런 유화의 대답에 아스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분께서 전할 말이 있는 건가요?”

“시간 괜찮으시면 함께 차 한잔하며, 대화를 나누고 싶다 하였습니다.”

“저랑요?”

“네.”

아스나의 놀란 물음에 유화가 대답했다.

그에 아스나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고.

“가도 돼요?”

곧 자신의 양옆에 서 있는 키예프와 앤서를 바라보며 물었다.

흥미가 가득 담긴 아스나의 물음에 질문을 받은 둘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이곳이 자신들과 호의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곳이라지만, 어쨌든 타 세력권이다.

그런 곳에 다음 왕위권자인 공주를 혼자 다니게 한다?

기사로서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키예프와 앤서의 마음을 알았을까?

가만히 대답을 기다리고 있던 유화가 입을 열었다.

“대부인께서는 이곳, 천마궁에 위치하고 계십니다. 천마궁은 교주님의 허락을 받은 자 이외에는 출입이 불가능한 곳으로, 모두 교주님의 영향력에 속해 있으니 안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만약 걱정이 되신다면, 교주님을 봐서라도 안심해 주십시오.”

“…….”

키예프의 말을 유화가 천마를 언급하며 사전에 막아 버렸다.

그런 유화의 말에 키예프가 입을 다물었다.

여기서 더 이야기하게 된다면 이곳의 주인인 천마를 믿지 못하는 것으로 보일 테니 말이다.

그렇게 키예프와 앤서의 말을 사전에 차단한 유화가 다시 조금은 나긋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책임지고 공주님을 모시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자네…… 강하군.”

책임진다는 유화의 말에 못 미더운 눈빛을 보내던 것도 잠시, 곧 키예프가 유화를 바라보며 눈을 반짝였다.

아직 젊어 보이는 유화.

아름다운 외모 때문에 그녀의 기운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였다.

그녀의 몸 안을 자연스럽게 휘감고 있는 차가운 기운. 그 기운을 간직하고 있는 유화를 보며 키예프가 감탄하자 유화가 겸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교주님이 오실 때까지 시간을 벌 정도입니다.”

“알겠네. 공주님께서는 가고 싶은 것입니까?”

“네!”

고개를 끄덕인 키예프.

그가 고개를 돌려 아스나를 바라보았다.

두 눈을 마주하며 묻는 키예프의 행동, 그 행동에 아스나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에 키예프와 앤서는 서로를 바라보며 살짝 웃었고, 결국.

“잘 부탁하네.”

“네.”

유화에게 아스나를 부탁하였다.

그에 유화는 다시 한번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아스나를 바라보았다.

“모시겠습니다.”

“네!”

유화의 정중한 어조에 아스나가 특유의 활발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러고는 앞장서는 유화의 뒤를 따르며 뒤로 몸을 돌려 키예프와 앤서에게 손을 흔들었다.

공주의 기품이라고는 일도 없는 아스나의 모습에 키예프와 앤서는 그저, 허허롭게 웃을 뿐이었다.

“푸하하! 안녕하시오!”

그렇게 아스나가 물러가고.

키예프와 앤서는 뒤에서 들려오는 우렁찬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괴상한 웃음소리와 거대한 덩치를 지니고 있는 사내.

“크군…….”

동쪽의 사람들에 비해 월등히 큰 체격을 지닌 자신들보다도 더 큰 사내의 모습에 둘은 놀란 어조로 중얼거렸다.

파사국의 평균 체격인 앤서와 달리 키예프는 파사국의 기사들 중에서도 한 덩치 하는 기사로 유명하다.

평균 체격인 앤서와 상당한 체격의 차이가 날 정도로 키예프는 우람한 체격을 지니고 있었다.

헌데 이 괴상한 사내는 그런 키예프와 비견되는, 아니 키예프보다 더 큰 체격을 지니고 있었다.

설마, 자신보다, 그리고 키예프보다 큰 덩치를 지닌 동양 사내를 만나게 될 것이라 생각지 못했던 키예프와 앤서가 놀란 표정으로 얼어붙자.

“푸하하! 제가 큽니다! 덩치만이 아니라 손도 다리도…… 뭐 다 큽니다! 푸하하!”

다가온 사내가 경박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에 키예프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의 귀청을 때리는 사내의 큰 웃음소리와 목소리가 불편했던 것이다.

그런 키예프의 짜증을 느낀 친우, 앤서가 키예프를 대신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자네는 누구인가?”

천마신교의 수뇌가 모두 모였던 천마대전에서 보지 못했던 사내.

그런 사내를 보며 앤서가 묻자 사내가 웃음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앤서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흠칫!

“……?”

사내와 두 눈이 마주친 순간.

그 짧은 순간 앤서는 흠칫하고는 서둘러 자신의 등 뒤에 위치하고 있는 장창을 쥐었다.

그렇게 빠르게 경계 태세를 갖춘 것도 잠시. 곧 앤서는 스스로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부릅떴다.

파사국 제일의 창기사인 자신.

더 이상 적수가 없을 정도로 자신은 강했다.

수많은 후배들이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고 있었지만 아직 자신을 넘어서기에는 일렀다.

하여 은퇴를 한 지 십 년이 다 되어 감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파사국 제일의 창기사라고 불린다.

헌데 그런 자신이 긴장을 한다고?

그것도 저 젊은 사내에게?

믿기지가 않았다.

그 사실에 앤서가 두 눈을 부릅뜨자, 사내가 다시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푸하하! 구양적이라 합니다!”

사내, 아니 구양적의 소개에 키예프와 앤서가 묘한 표정으로 구양적을 바라보았다.

“자네, 나이가 어떻게 되는가?”

보아하니 이립(서른)을 조금 넘은 듯했다.

헌데 벌써부터 자신을 긴장케 한다?

믿기지가 않았던 앤서가 물었다.

‘그래, 분명 동안 童顔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납득할 수가 없었다.

본국과 달리 동양의 사람들은 똑같은 세월이 흐름에도 불구하고 젊은 시절의 외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주름이 지고, 세월에 따라 이목구비가 변하는 본국의 사람들과 달리 동양의 사람들은 이목구비의 변화가 크게 없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앤서는 구양적이 이립을 갓 넘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불혹(사십)을 넘은 중년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키예프와 앤서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푸하하! 스물네 살입니다!”

구양적은 동안이 아닌, 심각한 노안이라는 것을 말이다.

* * *

“언니는 이름이 뭐예요?”

유화의 뒤를 따르며 길을 걷던 것도 잠시.

아무런 말 없이 걸음만 옮기는 유화의 행동에 심심함을 느낀 아스나가 그녀의 옆으로 다가와 물었다.

그에 유화가 입을 열었다.

“유화입니다, 공주님.”

“편하게 아스나라고 불러도 돼요!”

유화의 표정만큼이나 차가운 대답에 그녀와 친해지고 싶었던 아스나가 친근한 어조로 말했다.

그에 유화가 단호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안 됩니다. 저는 본교의 시녀. 공주님에게 감히 무례를 범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제 부탁을 단호하게 거절하는 건 무례 아니에요?”

“…….”

“그러니 아스나라고 불러 주세요!”

아스나의 물음에 말문이 막혔던 것도 잠시.

유화는 배시시 웃으며 자신에게 다시 말을 거는 아스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짜증 나네.’

초면부터 자신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아스나.

솔직하게 자신과는 상성이 맞지 않았다.

그에 유화가 그녀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하자 그 시선을 느낀 아스나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지금 속으로 짜증 난다고 생각했죠?”

눈가를 찡긋거리면서까지 친근한 어조로 훅 들어오는 아스나의 물음.

그 물음에 유화가 잠깐 멈칫했다.

마치 자신의 마음을 읽은 듯한 유화의 물음이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그렇게 차가운 표정을 고수하던 유화가 순간 멈칫하자 아스나가 진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알겠어요! 그러면 나중에 편할 때 아스나라고 불러 주세요.”

“……알겠습니다.”

“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자신의 실책을 깨닫고 서둘러 표정을 바로 한 유화가 공손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에 아스나는 다시 친근한 어조로 웃으며 말을 했다.

그러고는.

“와아! 꽃향기가 벌써부터 나요!”

천마신교의 대부인, 천소화가 기거하고 있는 소화각에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꽃 내음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에 유화는 가만히 폴짝거리는 아스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종잡을 수가 없네.’

정말 종잡을 수 없는 여인이었다.

일국의 공주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활발하고 소탈해 보이는 아스나.

상성이 안 맞아 짜증이 났던 것도 잠시, 곧 계속해서 친근하게 들어오는 아스나를 보며 유화는 속으로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두터운 유화의 벽을 조금 허문 아스나는 문 앞을 지키고 있는 두 명의 무인을 바라보았다.

“저 들어가도 되나요?”

“유화 님. 이분이……?”

아스나의 물음에 고참으로 보이는 무인이 유화에게 물었다.

그에 유화가 입을 열었다.

“파사국의 왕녀, 아스나 사파비 공주님이십니다.”

“아…… 처음 뵙겠습니다. 본교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유화의 소개에 고참의 무인과, 옆에 있던 무인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에 아스나 또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반가워요, 아스나입니다! 환영해 주셔서 감사해요.”

무인을 향해 정중히 인사를 하며 감사를 표하는 아스나.

그런 아스나의 행동에 무인들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들어가시지요.”

고참으로 보이는 무인이 직접 문을 열어 주며 아스나를 안으로 안내했다.

그에 아스나는 치마를 잡으며 고개를 살짝 숙여 보였고, 이내 안으로 들어섰다.

그에 유화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아스나는 모를 것이다.

천마의 명으로 인해 소화각을 지키고 있는 무인들은 천마신교 최정예이자 성격이 괴팍하기로 유명한 광랑대 소속의 무인이라는 것을 말이다.

성격 더럽기로 유명한 광랑대원들의 마음을 한 번에 휘어잡은 긍정적인 분위기의 아스나.

그런 아스나를 보며 유화는 살짝 미소를 지은 것도 잠시, 다시 원래의 무표정으로 돌아와 아스나의 뒤를 따랐다.

* * *

“폐하…….”

황제의 침실.

그곳에 거의 유폐되다시피 갇혀 버린 주윤문을 찾은 방효유가 송구스럽다는 듯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 방효유의 인사에 의자에 힘없이 몸을 기대고 있던 주윤문이 입을 열었다.

“어머니와 동생들은?”

“무탈하시옵니다.”

“그렇군.”

방효유의 대답에 주윤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방효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신하 된 자로서 자신의 주인인 주윤문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아야 하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도 한스러웠고, 또 송구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런 방효유의 마음을 알았을까?

“나가 보도록.”

주윤문이 그를 향해 축객령을 내렸다.

그에 방효유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힘없는 얼굴을 하고 있는 주윤문을 바라보았다.

“폐하께서 힘을 내셔야 합니다.”

“…….”

방효유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주윤문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에 방효유는 안타까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폐하…….”

진정으로 주윤문이 안타깝다는 듯 탄식을 내뱉는 방효유.

그런 방효유의 모습에 주윤문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방효유의 두 눈을 마주하며 입을 열었다.

“그대는 믿을 수 있나?”

“폐하…….”

“나는 평생을 믿어 온 스승, 신하, 벗에게 배신당했다. 헌데 그런 내가 어찌 힘을 낸단 말이냐?”

“폐하…….”

암울하기 그지없는 주윤문의 말.

마치 삶을 포기한 듯한 주윤문의 말에 방효유는 탄식을 하며 주윤문을 불렀다.

하지만.

“나가라.”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축객령뿐이었다.

그에 방효유는 고개를 숙였다.

“저는 언제나 폐하의 신하입니다.”

“나가라고 했다.”

“예, 폐하.”

짜증까지 섞인 주윤문의 명에 방효유가 고개를 깊게 숙이며 뒤로 물러났다.

그렇게 방효유는 주윤문의 침실을 나섰다.

그러고는 걸음을 옮겨 황궁 밖에 위치한 자신의 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황궁 앞에 대기하고 있던 자신의 가마를 타고 움직이기를 잠시.

집에 도착한 방효유는 침울한 표정으로 방 안에 들어섰다.

탁.

그렇게 방문을 닫자.

“…….”

방효유의 얼굴이 언제 침울했냐는 듯 매서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주변은?”

“아무도 없소.”

자신의 방 안에 앉아 있는 사내.

주윤문의 그림자였던 혈영을 향해 물었고, 혈영이 짧게 대답했다.

그에 방효유는 고개를 끄덕였고, 곧 혈영에게 서신을 내밀었다.

“폐하께서 몰래 보낸 서신일세.”

“그 망할 놈들이 침실까지 지켜보고 있었습니까?”

“그러니 이렇게 몰래 서신을 전하였겠지.”

서신을 받아 든 혈영이 살기 어린 어조로 중얼거리자 방효유 또한 무서운 표정으로 동의하듯 대답했다.

그에 혈영이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우선 진정하게. 폐하의 참된 신하는 우리뿐. 조심 또 조심해야 하네.”

깨무는 것을 넘어 살기까지 일으키려는 혈영을 진정시키기 위해 방효유가 황급히 말했다.

그에 혈영은 심호흡을 한 번 하며 기운을 가라앉혔다.

그러고는 방효유가 건넨 서신을 펼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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