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233화 (233/275)

제233화

제233장 퇴물 退物

성주의 집무실 내부, 책장 뒤에 숨겨진 문을 지나 나와 스승님은 넓은 공간에 들어섰다.

한쪽에는 각종 무기가 가지런히 놓아져 있었으며, 또 다른 한쪽에는 무거운 철환이 무게별로 놓여 있었다.

또, 각 벽면마다 보호 술식과 진을 새겨 놓아 내공을 운공하여 무공을 수련해도 끄떡없을 정도로 훌륭한 공간.

바로 사황성주만을 위한 수련실이었다.

오랜만에, 아니 이번 생에서는 처음으로 수련실에 들어선 나는 감회가 새로운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전생에서의 나는 소성주가 되기 전, 제자가 되자마자 바로 이곳에서 수련을 해 왔었다.

스승님의 독문무공인 패천권의 투로를 일일이 보여 주시고 하나하나 설명해 주며 가르쳐 주셨던 것부터 시간이 흐르며 처음 스승님의 몸에 일격을 가하고 기뻤던 것과, 그런 나를 보며 그 누구보다 즐거워했던 스승님의 모습까지.

많은 추억이 담겨 있는 수련실을 둘러보며 전생에 있었던 일을 투영하던 것도 잠시.

“준비되었는가?”

옆에서 스승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새 수투를 착용하여 어깨를 돌리고 있는 스승님.

그런 스승님을 보며 나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네.”

“검은?”

“여기 있습니다.”

그런 나의 대답에 스승님이 물었고, 나는 허리춤에 걸려 있던 검을 뽑아 들며 대답했다.

검신 전체가 묵색인 검.

천마신교의 소교주를 상징하는 소천마검 小天魔劍이었다.

아마, 처음일 것이다.

내가 중원으로 나와 이 검을 뽑아 든 것이 말이다.

아닌가? 아무튼.

뽑아든 검이 마음에 들었을까?

스승님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사악.

왼발을 뒤로 빼며 자세를 낮추었다.

‘패천권의 기수 자세군.’

스승님만큼이나 패천권에 대해 훤히 알고 있는 나는 그런 스승님의 기수식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스윽.

나 또한 자세를 낮추었다.

마음 같아서는 주먹으로 패천권을 사용하며 스승님과 어울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현생에서의 나는 천마신교의 소교주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패천권의 기수식과 천마신공의 기수식으로 서로 대치하던 것도 잠시.

내가 검을 강하게 쥐었고, 그것을 계기로.

타앗!

스승님이 엄청난 속도로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스승님의 발이 위치했던 자리가 깊게 파였을 정도로 엄청난 힘과 그 힘의 추진력으로 순식간에 나의 앞에 나타난 스승님.

오른쪽 주먹을 날리기 위해 어깨를 뒤로 크게 뺀 스승님의 모습을 보며 나는 검을 들었다.

그러고는.

콰앙!

나머지 왼 손바닥으로 검날을 받치며 스승님의 일권을 막아 내었다.

주먹과 검이 부딪쳤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폭음이 일어났고, 그 힘의 여파로 인해 뿌옇게 일어난 먼지 사이로 미소를 짓고 있는 스승님을 보며 나 또한 미소를 지었다.

콰앙!

나의 미소와 동시에 나의 몸에서 폭발적인 기운과 함께 칠흑색의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정순하기 그지없는 마기의 폭발적인 힘에 스승님은 순간 뒤로 물러났다.

그렇게 거리를 벌리고 대치하기를 잠시.

콰앙!

나와 비슷한 모습으로 강력한 기운과 동시에 주황식의 강기가 스승님의 몸을 휘감았다.

“기대하겠네.”

강력한 기운에 의해 긴 머리칼이 하늘로 솟구친 스승님.

그가 흥분 어린 어조로 나를 향해 말했고, 그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실망하실 것입니다.”

“응?”

나의 대답이 뜻밖이었을까?

스승님이 맥 빠진 소리를 내었다.

그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스스로의 약함에 말입니다.”

씨익.

이어진 나의 말에 도발이라는 것을 깨달은 스승님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타앗!

콰앙!

다시 나에게 달려들었고, 이번에도 나는 조금 전과 같이 스승님의 주먹을 막아섰다.

콰쾅!

이번에는 일권이 아닌 삼권.

그 세 번의 주먹을 나는 가볍게 막아섰다.

‘훌륭하군.’

하늘을 깨트린다는 광오한 이름을 지닌 패천권.

그 패천권을 막아 내는 검을 보며 나는 내심 만족감을 느꼈다.

제대로 사용해 본 적이 없었기에 내구성이 얼마나 되는지 몰랐었던 것이다.

스승님의 주먹을 충분히 견디는 녀석으로 보며 만족했던 것도 잠시.

쾅!

나는 검을 들어 올리며 빈틈을 만들어 냈고, 그런 다음 바로 강하게 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한 나의 발길질에 스승님은 양팔을 교차하며 나의 발을 막았다.

그렇게 스승님은 나의 발로 인해 뒤로 물러섰고, 그렇게 거리를 확보한 나는 다시 검을 들었다.

이제는 나의 차례였다.

콰앙!

나의 검에서 폭발적인 칠흑색의 강기가 뿜어져 나왔고.

콰카캉!

그에 지지 않겠다는 듯 주황색의 폭발적인 기운이 스승님의 몸을 둘러쌌다.

꽈악.

그에 나는 검을 강하게 쥐었고, 스승님 또한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그렇게 우리 둘은.

콰앙!

곧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폭발적인 기세로 나를 옭아매려는 주황색의 기운과, 가소로운 듯 스승님의 기운을 어린아이 응석 받아 주듯 받아 주며 천천히 잠식해 들어가는 칠흑색의 기운.

그 두 개의 기운이 계속해서 어울렸고, 그 거대한 기운의 사이로.

콰쾅!

채챙!

쾅!

스승님의 주먹과 나의 검이 빠른 속도로 부딪쳤다.

일반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속도.

씨익.

솔직히 내 눈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직감적으로 느낄 뿐.

그것은 스승님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콰앙!

아래로 내려찍어지는 나의 검을 하나의 손목으로 막고 흘려 버린 후 그와 동시에 나머지 주먹을 나에게 내밀었다.

그에 나는 검을 비스듬히 세워 검 손잡이로 스승님의 주먹을 흘렸다.

그러고는.

타앗!

자세를 기울임과 동시에 왼발로 스승님의 턱을 노렸고, 스승님은 손을 뻗어 나의 발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콰앙!

나는 응축된 마기를 발끝으로 내몰아 한 번에 터뜨렸고, 응축된 마기가 스승님의 손바닥에서 폭발하자 스승님이 움찔하며 뒤로 반걸음 물러섰다.

한 걸음도 아닌, 반걸음.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말 그대로 눈 한 번 깜빡할 시간이었지만 절대의 경지에 들어선 나와 스승님의 관점에서는 그 짧은 시간이 승패를 좌우할 긴 시간이었다.

나는 그 찰나의 순간이 만들어 낸 빈틈을 향해 검을 내질렀고, 스승님은 이를 악물며 몸을 격하게 비틀었다.

그러한 스승님의 행동에 나의 검은 허공을 찔렀고, 스승님이 다시 주먹을 들었다.

하지만.

콰앙!

나의 등 뒤에 생성된 칠흑색의 마기.

그 마기가 스승님의 패기 覇氣를 제압하고는 어느새 우리의 전투에 끼어들어 나를 보호하고 있었다.

스승님의 강력한 주먹은 허무하게 나의 기운에 막혀 더 나아가지 못했다.

나의 기운을 뚫지 못해 팔을 부르르 떨고 있는 스승님의 모습.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섬과 동시에 마기를 거두어들였다.

그러고는 충격받은 모습으로 가만히 자신의 주먹을 내려다보고 있는 스승님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끝을 내야겠군요.”

더 이상했다가는 이 수련실이 무너질 것 같았다.

사황성은 물론, 당대의 유명했던 술법사들이 수 대를 거쳐 보완해 오며 설치한 술식과 진들.

벽면마다 새겨진 그 술식들이 비명을 토하듯 떨려 오자 내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러한 나의 말에 허탈한 표정으로 자신의 주먹을 내려다보던 스승님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너…… 전력을 다한 것이 아니었나?”

소교주로서, 또 무림의 절대고수로서 예를 갖추었던 스승님.

그가 예를 갖추는 것도 잊을 만큼 놀란 표정으로 나를 향해 물었다.

그에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고.

“하아…….”

그 미소에 긍정이라는 감정을 느낀 스승님이 허탈한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 그럴 만도 했다.

새로운 물길.

그 물길에 힘없이 자신이 밀려나고 있는 것을 느꼈다.

스스로가 퇴물이 아니라 생각했지만 오늘 대련으로 인해 퇴물이라는 결론아 나 버렸다.

절대자로서 오랜 세월 군림해 온 스승님의 입장에서는 마음이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 물어도 되겠나?”

“편하게 물어보십시오.”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던 것도 잠시.

주먹을 내리며 고개를 든 스승님의 물음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스승님이 입을 열었다.

“또 다른 별도 자네와 같은가?”

또 다른 별.

바로 나와 함께 이성 二星 으로 묶이는 적룡성 赤龍星 윤문.

그를 언급하는 스승님의 물음에 나는 어색한 미소로 입을 열었다.

“이기기 위해서는 전력을 다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가…….”

나의 대답에 스승님이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뭐, 스승님의 반응이 정상적이었다.

자신의 아들뻘이 무림 최고수라 불리는 자신보다 강했다. 그것도 두 명이나 말이다.

허탈감이 두 배로 들 수밖에.

하지만 스승님이 모르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바로.

‘회귀.’

나와 윤문이 시간을 건너 되돌아온 회귀자라는 것. 전생을 통틀어 무공을 수련한 시간을 합치면 무려 사십 년 가까이 된다는 것을 말이다.

솔직히 그렇게 따져 보면 사실상 무학을 공부한 시간은 스승님과 같다.

그렇기에 이런 사실을 알게 된다면 지금처럼 심한 허탈감이 들지 않았겠지만…….

‘절대 말할 수 없지.’

어쩌겠는가?

그냥 모르는 채로 살아야지 말이다.

“잠시 혼자 있어도 되겠나?”

“물론입니다. 나가 있겠습니다.”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던 것도 잠시.

스승님이 나를 향해 힘없는 어조로 말했다.

그 힘없는 축객령에 나는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며 대답했다.

그에 스승님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맙네.”

“아닙니다.”

스승님의 감사 인사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어 보였다.

‘이겨 내십시오.’

분명 스승님은 지금의 감정을 이겨 낼 것이다.

내가 아는 스승님은 훌륭한 어른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속으로 스승님을 응원한 나는 조용히 수련실을 나와 문을 닫았다.

그러고는.

“은설이는 뭐 하려나…….”

나의 연인, 서은설을 찾아 나섰다.

* * *

“이게 사실이야?”

“네, 형님.”

사황성의 귀빈실.

그곳에서 사파 세력의 비밀 장부들과 정보들을 마지막으로 정리하며 분류하던 사마천은 왕일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고, 왕일이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사마천이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쉽구나.”

“그러게요……. 형님과 다녀서 너무 즐거웠었는데.”

“녀석.”

이제는 사마천을 편하게 형님이라 부르며 따르게 된 왕일.

친동생이 있다면 아마 왕일 같은 녀석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사마천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비록 몸은 떨어지겠지만 곧 다시 보게 될 것이다. 나의 주군이 너의 의형 아니시더냐.”

“맞습니다.”

족보가 꼬이기는 했지만 맞았다.

사마천의 주군은 위극신.

왕일의 의형도 위극신이다.

그렇기에 사마천이 실망하지 말라는 어조로 말했고, 그에 힘을 얻은 왕일이 애써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님에게 전하러 가시지요.”

“그래, 소교주님에게도, 또 다른 대원들에게도 전해야지.”

왕일의 말에 사마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왕일과 함께 방을 나섰다.

그렇게 두 명이 나가고.

비어 버린 방 중간에 위치한 탁자 위에는 무림에서 급보로 날아온 서찰이 펼쳐져 있었다.

무림수호감찰대 해산

武林守護監察隊 解散

각 대원 속히 귀환 요망

各 隊員 速 歸還 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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