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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232화 (232/275)

제232화

제232장 석 잔 三盞

“저는 모릅니다.”

“이미 다 알고 왔다네. 제법 훌륭한 화약 무기를 개발했다지.”

남경에 위치한 황궁.

성인 남성의 걸음으로 하루 종일을 돌아다녀도 다 둘러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드넓은 황궁의 한편.

그곳에 위치한 대장간에 도착한 황자징은 자신을 향해 두 눈을 부릅뜨고 대답하는 중년 사내를 보며 말했다.

황궁의 모든 실권을 장악한 황자징.

모든 사람들이 그의 눈치를 보는 지금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중년 사내는 처음과 같은 단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모릅니다.”

일개 대장장이에 지나지 않은 중년 사내.

주윤문의 명을 받고 각종 화약 무기를 개발해 온 조진이 흔들림 없이 대답하자 황자징의 뒤에 있던 이경륭이 매서운 표정으로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이놈……!”

“참으시게.”

하지만.

그의 가슴 앞에 멈추어선 황자징의 손.

그리고 그의 행동을 만류하는 황자징의 말에 이경륭은 모든 행동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그저 매서운 눈빛만으로 조진을 노려보았다.

황궁 제일의 고수인 이경륭의 매서운 눈빛.

평범한 사람이라면 오줌을 지릴 정도로 매서운 눈빛이었지만.

피식.

조진은 가소롭다는 듯 피식 미소를 지었다.

무공을 배우지 않은, 황궁 제일의 야장이라 하지만 그래 봤자 일개 야장일 뿐이었다.

그런 야장이 절대 경지를 벗어난 무인의 앞에서 저러한 모습을 보이다니?

절대 있을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에.

‘분명, 뭔가 숨기는 것이 있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무언가.

그 무언가로 인해 어떠한 상황에도 여유로움을 지니고 있다 판단한 황자징이 턱을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다시, 조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황제 폐하의 명이시네. 우리는 그 명을 수행하기 위해 이곳에 왔고. 이제 그 무기를 사용할 때가 되었으니 어서 달란 말일세.”

“그렇습니까? 근데, 정말 그런 무기는 없습니다. 황제 폐하께서 따로 명령을 내린 적이 없습니다.”

황자징의 말.

황제를 언급하는 황자징의 말에도 불구하고 조진은 흔들림 없이 대답했다.

마치, 황자징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아는 듯이 말이다.

일개 야장이 취하기에는 너무나도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황자징은 화를 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 보겠네.”

“멀리 안 나갑니다.”

황자징의 인사에 조진은 귀찮다는 듯 가볍게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그에 황자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몸을 돌렸다.

그렇게 대장간을 나서고.

“황 노사! 어찌 저 방자한 녀석을 그냥 내버려 둔단 말입니까!”

처음부터 계속해서 화를 삭이고 있던 이경륭이 언성을 높이며 황자징에게 따져 물었다.

이경륭의 입장에서는 일개 야장인 조진의 행동이 너무나도 거슬렸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경륭의 물음에 황자징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장인일수록 자신의 작품에 자부심이 가득한 법일세. 어쭙잖게 그를 겁박했다가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어.”

“그럼 어쩔 생각이십니까?”

“조금만 더 두고 보자고. 안 되면 어쩔 수 있나? 그냥 포기해야지.”

“그렇기에는 너무…….”

“껄껄!”

황자징의 말에 이경륭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말을 얼버무렸다.

대략적인 화약 무기 계획서를 확인했던 이경륭이었기에 주윤문이 계획하고 조진이 개발한 화약 무기가 일반 병사들에게 보급될 시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한 이경륭의 말에 황자징은 여유로운 듯 소리 내어 웃어 보였다.

그러고는 다시, 이경륭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걱정 말게. 고작 일반 병사만을 죽일 수 있는 화약 무기보다는 더 괜찮은 무기들이 많으니 말일세.”

“북원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껄껄!”

이경륭의 물음에 황자징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소리 내어 웃었다.

마치 긍정을 표하듯 말이다.

그에 이경륭 또한 살짝 미소를 지었다.

멍청한 오랑캐들, 북원의 인간 방패들을 사용할 생각을 하니 안도감이 들었던 것이다.

“…….”

그렇게 스산한 웃음을 짓는 둘과 달리.

황제의 또 다른 스승이었으며 회귀 후 첫 수하였던 방효유는 아무런 말없이 한 발자국 떨어져 그 둘을 지켜보았다.

* * *

“오셨는가.”

산동성에 위치한 산동악가.

이제는 명실공히 산동의 지배자가 되어 버린 산동악가의 안주인, 방선은 방문을 열고 들어선 미청년을 보며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네, 어머니.”

방선의 인자한 미소와 인사에 방문을 열고 들어온 미청년이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친근한 어조로 대답했다.

해맑은 미소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미청년, 곧 자신의 사위가 될 예정인 위천의 친근한 대답에 방선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맞은편에 위치한 빈 의자를 가리켰다.

“앉으시게.”

“네, 실례하겠습니다.”

방선의 권유에 위천은 특유의 맑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무슨 일이세요, 어머니?”

약혼녀의 어미, 장모 丈母에게 할 법한 태도보다는 친어머니를 대하는 듯한 친근한 태도로 방선에게 물었다.

표정과 말이 없는 자신의 딸, 악여화와 달리 평범한 딸들과 같이 구김살 없고, 살가운 위천의 성격이 너무나도 좋았던 방선.

그녀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여기.”

그러고는 탁자 위에 고이 접어 봉 封 되어 있던 서찰을 위천에게 내밀었다.

“음?”

그런 서찰의 모습에 위천은 의문 어린 표정으로 방선을 바라보았다.

악여화의 어머니인 방선.

무림인이 아닌, 관부 출신인 그녀를 통해 자신에게 올 만한 서찰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실을 떠올리며 위천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방선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버지가 자네에게 꼭 전해 달라고 하였네.”

“저에게 말입니까?”

“그렇다네.”

생각지 못한 존재의 언급.

그 언급에 위천이 놀란 음성으로 물었다.

그에 방선이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해서 방선도 왜 자신의 아버지가 위천에게 서찰을 보내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출가외인 出嫁外人 이라며 연락을 잘 하지 않았던 아버지에게 다급한 편으로 자신을 향해 편지가 왔었고, 그에 방선은 기대 어린 감정으로 편지를 펼쳐 보았다.

하지만 웬걸.

그 편지 속에는 자신의 안부를 묻는 내용은커녕, 오로지 같이 동봉한 서찰을 천마신교의 소교주인 위극신의 동생.

현재 본가에 머물고 있는 위천에게 전해 달라는 이야기만 적혀 있었다.

그에 방선은 봉인되어 있는 서찰을 열어 보고 싶었지만 이내, 그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아버지의 부탁대로 급하게 위천을 불러 건네주었던 것이다.

어릴 때부터 뛰어난 눈치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 온 위천.

그는 어색한 미소를 짓는 방선의 모습에 상황을 대충 파악하고는 더 이상의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의문을 감춘 위천이 서찰을 집어 들었고, 이내 굳게 봉인된 서찰을 펼쳐 들었다.

그렇게 잠시 후.

“…….”

모든 내용을 빠른 속도로 읽은 위천이 조용히 서찰을 내려놓으며 두 눈을 감았다.

“무슨 이야기가 적혀 있는지 물어도 괜찮은가?”

복잡한 표정으로 길게 심호흡을 하는 위천.

그러한 위천의 모습에 방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평소 늘 아이와 같은 해맑은 모습을 보여 주었던 위천.

그런 위천이 미소를 지우고 두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하는 모습은 상당히 낯설었던 것이다.

“어머니.”

“응……?”

그러한 위천의 입에서 나온 음성.

평소의 해맑은 음성과 달리, 진중하기 그지없는 위천의 낮은 음성에 방선이 움찔하며 대답했다.

그런 방선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위천은 진중한 어조를 고치지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

“황제 폐하를 만나 본 적이 있으십니까?”

“응……? 폐하를?”

“네.”

위천의 입에서 나온 말.

갑작스러운 황제의 언급에 방선은 당황스러워하면서도 그의 진중한 물음에 답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폐하가 황제로 즉위하였을 때 멀리서 본 적이 있었지.”

“호감형의 사내였습니까?”

“음…… 황제의 자리에 너무나도 어울리는 모습이었다네.”

위천의 물음에 방선이 대답했다.

솔직히 즉위식에서 보여 주었던 황제의 위엄에 고개를 숙이고 있어 얼굴을 잘 보지 못했었던 것이다.

그러한 방선의 대답에 위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혹, 폐하의 함자가 어찌 되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자네, 그거 상당히 위험한 질문인 거 아나?”

“네, 위험을 무릅쓰고 묻는 것입니다.”

방선이 주위를 살피며 낮은 어조로 경고하자 위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만인지상 萬人之上의 주인이며 천자 天子라고도 불리는 황제 皇帝.

그의 함자를 묻는다는 것은 일반 백성들에게 있어서 불경한 행동이었다.

그것을 언급한 방선의 물음에 위천은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에 방선은 잠깐 머뭇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제는 나의 가족이다.’

자신의 여식을 외로움에서 구해 준 고마운 사내.

지아비의 가문을 구해 주기까지 한 존재가 바로 위천이었다.

위천을 믿고, 또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기로 다짐했던 방선이었기에 빠르게 결정을 내릴 수가 있었다.

그렇게 결심을 한 방선은 자세를 낮추고는 위천에게 상체를 기울였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윤문 允炆.”

“아…….”

방선의 입에서 나온 말.

황제의 이름에 위천이 탄식을 내뱉었다.

그에 방선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위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방선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자세한 이유는 나중에 설명하겠습니다.”

“응……?”

“저는 천산 天山 으로 급히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송구스럽지만, 아버님에게 죄송하다고 전해 주시고, 여화에게도 곧 오겠다고 전해 주십시오.”

“이보게!”

갑작스럽게 떠나겠다는 위천의 말.

그 말에 방선이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아…….”

이미 위천은 사라지고 없었다.

순식간에 비어 버린 의자.

그 허공을 응시하던 것도 잠시, 방선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 보여 주지 않았던 낯선 위천의 모습.

거기에다가 다급했던 표정까지.

아무래도, 큰 변고가 생긴 것 같아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 * *

“앉게.”

“감사합니다.”

사황성주의 집무실.

그곳에서 스승님과 독대하게 된 나는 스승님의 권한 빈자리에 앉았다.

“은설과 제법 많은 추억을 만든 것 같더군.”

“덕분입니다.”

내가 자리에 앉자 스승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말했다.

그에 나는 여유로운 어조로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스윽.

술병을 드는 스승님의 행동에 맞추어 앞에 있던 빈 잔을 들어 내밀었다.

쪼르르.

비어 있던 나의 잔은 맑은 소리와 함께 가득 채워졌고, 이번에는 내가 술병을 들어 스승님의 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오랜만이군.’

전생에서는 자주 스승님과 대작을 하고는 했었다.

그럴 때마다 서로 빈 잔을 채워 주고 그러면서 대화를 나누고는 했다.

연애 상담부터, 사황성의 향후 방향과 나를 가로막고 있던 벽까지.

사소한 것 하나하나 모두 말이다.

웃고, 때로는 울기도 했던 술자리.

그 추억에 빠져들었던 것도 잠시.

나는 잔을 내미는 스승님의 행동을 따라 잔을 내밀었다.

곧.

잔이 부딪치는 맑은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를 들으며 나와 스승님은 술잔을 한 번에 들이켰다.

그렇게 첫 잔을 마시고.

스승님은 다시 술병을 집어 들며 나의 잔에 따라 주었다.

“자네, 정확히 경지가 어떻게 되나?”

나의 잔에 술을 가득 따르며 스승님이 물었고, 그에 나 또한 술병을 들어 스승님의 잔에 따르며 입을 열었다.

“은설을 지킬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나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을까?

스승님이 피식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에 나 또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조금 전과 같이 술잔을 내밀었고.

쨍!

곧 맑은 소리와 함께 가득했던 우리의 잔은 빈 잔이 되었다.

“신교를 지킬 정도는 되는 것 같나?”

그렇게, 또다시 스승님이 나의 잔에 술을 따르며 물었다.

그에.

쪼르르.

“되는 것 같습니다.”

나 또한 스승님의 잔에 술을 따르며 대답했다.

그에 스승님은 흠칫했고, 이내 술잔을 비웠다.

나와 부딪치지도 않고 말이다.

그에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들이켰다.

그렇게 우리는 연거푸 세 잔을 마셨고.

“믿기지가 않는군.”

술잔을 내려놓은 스승님이 씁쓸한 어조로 말했다.

그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지금 어떠한 말을 하더라도 스승님에게는 닿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침묵이 감돈 것도 잠시.

술잔을 만지작거리던 스승님이 고개를 들어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혹, 나를 납득시켜 주겠는가?”

아직, 스스로를 젊은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자신을 밀어내며 들어오는 새로운 물결인 나를 보며 스승님이 물었다.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스윽.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에 스승님 또한 나를 따라 몸을 일으켰고, 곧, 우리는 사황성주만을 위한 수련실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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