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1화
제231장 숙모 叔母
흠칫!
“뭐지?”
별안간 느껴지는 오한.
그 오한에 내가 흠칫하며 놀란 음성을 내뱉자 옆에 있던 서은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사황성이 위치한 감숙으로 가기 위해 섬서성에 들어선 우리들.
그곳에서 잠깐 목을 축이기 위해 객잔에 들어와 밥을 먹던 서은설이 갑작스러운 나의 행동과 음성에 의문을 표했다.
그에 모든 대원들이 나를 바라보았고.
“…….”
나는 찝찝한 표정으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상해…….’
뭔가 이상했다.
절대의 경지에 오르고 나서 이런 적은 처음이다.
마치 무언가가 크게 잘못된 듯한 기분.
그 기분에.
“어서 가자.”
나는 걸음을 서두르기로 결정했다.
“에?”
“위 대주!”
“알겠습니다.”
그러한 나의 명에 아직 소면을 다 먹지 못한 남궁연화와 공진이 울상을 지었지만 나머지 아이들은 군말 없이 일어났고.
“가자.”
서은설 또한 거궁을 다시 둘러메며 말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
어서…… 천산으로 가 봐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섬서성에 들어서자마자 다시 벗어났고 빠르게 경공을 펼친 후 하루 노숙을 하자.
“도착했군.”
감숙성에 도착하게 되었다.
남궁연화를 제외하고 모두가 절정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일까?
우리들의 속도는 비정상적으로 빨랐다.
“후아!”
그런 나의 옆.
우리 중에서 가장 무공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사기적인 영력으로 뒤처지지 않았던 마독이 크게 호흡을 내뱉었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잘했다.”
조금 기특했다.
“에……?”
저 자식이.
칭찬해 줘도 못 알아먹네.
고생했을 마독을 향해 내가 격려와 칭찬을 표하자 녀석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못 들을 것을 들었다는 듯 말이다.
그런 녀석 반응에 나는 다시 인상을 찌푸리며 신경질적으로 입을 열었다.
“잘했다고, 임마.”
그런 나의 칭찬에.
화악!
“감사합니다!”
녀석의 얼굴이 갑자기 환해지더니 감사를 표했다.
아주 천이에 버금가는 환한 미소였다.
나의 칭찬 한 번에 환한 미소를 짓는 녀석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지은 것도 잠시.
나는 옆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서은설과 두 눈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걸린 엄마 미소.
그 미소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서은설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뭐지…….
상당히 찝찝했다.
“위 대주, 정말 나도 천산까지 동행해도 되는가?”
그때.
가만히 있던 공진이 앞으로 나서며 나를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에 나는 공진을 힐끔 보았고,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려 왕일을 바라보았다.
“일아, 공진에게 동행해도 되니 말 걸지 말라고 전해 줘.”
“…….”
“위 대주…….”
나의 말에 왕일은 어색한 표정을, 공진은 울상을 지었다.
솔직히 기분이야 진작에 풀렸다.
하지만 저 덩치가 울상을 짓는 모습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계속해서 공진을 냉담하게 대해 왔고, 그럴 때마다 공진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고 재미있는 반응을 보여 주었다.
그렇게 속으로 웃기를 잠시.
나는 저 멀리서 느껴지는 기운에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점점 가까워지는 검은 점을 바라보았다.
“어어……?”
그런 나의 시선에 그제야 우리들을 향해 빠른 속도로 점점 커져 가는 검은 점을 발견한 대원들.
그들 모두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동안.
“조카!”
어느새 나의 눈앞에 멈추어 선 검은 점, 천풍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양팔을 벌렸다.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고, 이내.
덥석, 토닥토닥.
나를 덥석 안은 천풍의 등을 가볍게 토닥여 주었다.
그렇게 격한 인사를 나누기를 잠시.
나는 부담스러운 천풍을 밖으로 밀어내었다.
그러고는 옷매무새를 바로 하며 천풍을 바라보았다.
“잘 지내셨습니까?”
“물론! 조카의 무명 武名은 내 잘 들었네. 아주 훌륭해!”
수라협성 修羅協星 이라는 별호를 얻음과 동시에 절대고수 중 일인이라 불리는 나를 향한 예의인 것일까.
천풍이 적당한 예를 갖추며 나에게 말하였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아닐세! 사사로이는 누이의 아들이지만 조카는 천마신교의 소교주가 아닌가? 게다가 중원 무림의 반짝이는 별! 이성 二星 중 한 명이고 말이야!”
“부끄럽습니다.”
과장된 천풍의 말에 내가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에 천풍은 소리 내 웃으며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인사하기를 잠시.
“오랜만입니다, 소저!”
나의 옆에 서 있는 서은설을 발견한 천풍이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에 서은설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저번에 사황성에서 잠깐 뵈었지만 제대로 인사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극신의 약혼녀인 서은설이라고 합니다.”
“오오!”
서은설의 자기소개에 천풍은 감격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환영합니다, 천풍입니다.”
언제 호들갑을 떨었냐는 듯 자세를 갖추며 담백하게 인사를 건네어 왔다.
‘제법.’
조금 전까지 보여 주었던 호들갑을 지우고 자세를 제대로 갖추며 인사를 하니 제법 멋있었다.
그런 천풍의 모습에 살짝 놀라기를 잠시.
“하하! 조카 어서 가세! 다른 대원들은 나중에 인사하세! 오랜만에 만난 조카가 너무 반가워 그대들이 안 보이니 양해 부탁하네!”
다시 헤벌쭉 웃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뒤에 있는 대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그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선두에서 나와 천풍, 서은설이 나란히 걷게 되었고, 오랜만에 만난 우리를 배려한 것일까?
대원들이 조금 거리를 두며 우리를 따라왔다.
그렇게 걷기를 잠시.
“숙부님.”
“말하시게!”
걸음을 옮기던 나의 부름에 천풍이 기다렸다는 듯 힘차게 대답했다.
그에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소식 들었습니다. 백리진 여협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지요?”
멈칫.
나의 입에서 나온 말.
그 말에 천풍의 걸음이 거짓말처럼 멈추었다.
너무나도 놀라 그대로 굳어 버렸던 것이다.
그런 천풍의 모습에 나와 서은설은 진한 미소를 지었고,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무림맹주의 아들이 사황성에 있는 것입니까?”
“크흠! 그것은 어디까지 사황성과 본맹의 평화를 위해.”
“평화를 위해 결혼하는 겁니까?”
“어허! 조카! 결혼은 아직 아닐세!”
계속되는 나의 짓궂은 물음에 천풍이 짐짓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조금 심했나……?
그러한 천풍의 반응에 나는 조금 머쓱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설마…… 가벼운 마음으로 이모를 만나고 있는 건가요……?”
나의 옆에 있던 서은설이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진심으로 상처받은 듯한,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천풍을 바라보면서 서은설이 묻자 천풍이 언제 무서운 표정을 지었냐는 듯 눈에 띄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엣? 아니오! 설마! 내가 그럴 리가 있겠소!”
화들짝 놀란 천풍이 황급히 부정하며 대답했고, 그런 천풍의 모습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우리 은설이 잘한다.
그런 나의 응원을 들었을까?
서은설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이모…… 불쌍해서 어…….”
“거기까지 하렴.”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한 표정을 짓던 서은설.
그녀는 뒤에서 들려오는 나긋한 목소리에 언제 그랬냐는 듯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모, 오랜만이에요.”
천풍의 뒤.
중년의 나이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십 대의 미모를 자랑하는 백리진의 등장에 서은설이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서은설의 모습에 천풍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이래서 여자가 무섭단 말이야.’
순간 나도 넘어갈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보여 준 서은설을 보며 나는 혀를 내둘렀다.
아무래도 전생의 은설보다 현생의 은설이 더 한 수 위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조심해야지.’
책잡히지 말도록, 진짜 조심해야겠다.
“천풍 대협, 미안해요. 조카가 짓궂은 장난을 쳤나 보네요.”
“하하, 아닙니다. 저에게 있어서도 조카며느리가 아닙니까? 환영식이라 생각하죠 뭐.”
서은설에게 무서운 표정을 지은 것도 잠시.
언제 그랬냐는 듯 온화한 미소를 지은 백리진이 천풍을 향해 정중히 사과를 했고, 그에 천풍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거참.
둘 다 가식적이기 짝이 없었다.
“오랜만이에요, 소교주.”
“네, 오랜만입니다.”
그렇게 천풍과 내숭 아닌 내숭을 주고받은 것도 잠시.
저번에 사황성에 있었을 때 잠깐 본 것 이외에는 제대로 대화도 나누지 못했던 백리진이 반가운 음성으로 인사를 건네어 왔고, 그 인사에 화답하듯 나 또한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나에게 목숨 빚이 있었기 때문일까?
너무나도 호의적인 그녀의 시선에 나는 머쓱해지는 것을 느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백리 숙부님께서는 별일 없으시지요?”
“아주 정정해요, 그래서 문제지요.”
“좋은 것 아닙니까?”
“호호, 맞아요, 좋은 거죠.”
뭘까.
뭔가 움찔한 것 같았는데…….
좋은 것이 아니냐는 나의 질문에 백리진이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 어색한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뭐, 그냥 넘어가자.
“조카, 어서 가세. 성주님이 기다리실 테니 말이야.”
“네, 숙부님. 그럼 백리 숙모님 가시지요.”
“조카!”
후후, 숙모라는 호칭 한 번에 천풍의 화들짝 놀란 반응과 얼굴을 붉히는 백리진의 모습.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거 참, 겁나 재미있었다.
* * *
휘이잉!
“하아…… 피곤해.”
작은 모래 알갱이가 가득한 바람.
그 바람을 맞으며 검은 천을 전신에 둘러쓴 아스나가 한숨을 내쉬며 투덜거렸다.
그런 아스나의 옆.
“허허, 이 정도로 피곤하시면 되겠습니까?”
“맞습니다, 아직 절반도 못 온 것을요!”
키예프와 앤서가 짓궂은 표정으로 놀리듯 아스나에게 말했다.
그에 아스나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두 노인을 바라보았다.
“아직 절반도 못 왔다고요?”
“네.”
“사막이 얼마나 넓은지 대충 알지 않습니까? 가뜩이나 우리는 짐과 사람이 많습니다. 당연히 느릴 수밖에요.”
아스나의 놀란 물음에 키예프는 짧게 대답했지만 그를 대신하여 앤서가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듯 말이다.
그러한 앤서의 설명에 아스나가 입술을 삐죽였다.
“동쪽으로 가기 한번 힘드네요.”
“중간에 이런 거대한 사막이 있기에 파사국과 동쪽의 문화가 다른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건 그렇죠. 서로 교류를 하지 못하니 각자의 기후와 사상에 맞게 발전이 되었을 테니 말이에요.”
“호오?”
“훌륭합니다.”
아스나의 입에서 나온 말.
그 말에 키예프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고, 앤서는 놀란 표정으로 아스나를 칭찬했다.
그에 아스나가 혓바닥을 살짝 내밀며 입을 열었다.
“소크라톤 할아버지가 알려 주셨거든요!”
“허허, 사마천이라던 아이에게 경쟁심을 불태우시더니 도움이 되었군요.”
파사국의 재상인 소크라톤.
현자라고도 불리는 그는 파사국의 공주인 아스나의 스승이었다.
공부에 관심이 없었던 아스나는 매일같이 소크라톤을 피해 다녔지만 어느 날 갑작스러운 검은 머리 이국인의 등장에 경계했고.
곧 자신의 스승인 소크라톤이 매일같이 그를 칭찬하자 경계심은 시샘이라는 감정으로 바뀌었다.
늘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세상 똑똑한 척은 다 하던 사마천.
그런 사마천이 얄미웠고, 또 스승인 소크라톤의 관심을 차지하기 위해 아스나는 열심히 공부를 했고, 지금과 같은 결과를 보이자 앤서가 웃으며 말했던 것이다.
그런 앤서의 말에 아스나는 부정하지 못하겠다는 듯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전군, 정지.”
아스나를 보며 미소를 짓던 키예프가 순식간에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전군에게 정지 명령을 내렸다.
그러한 키예프의 명에 걸음을 옮기던 병사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추었고, 키예프와 앤서는 각자의 무기를 쥐며 정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두두두!
비산하는 모래와 수많은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가만히 있던 아스나가 두 눈을 반짝였고, 이내.
“제가 할게요!”
그녀가 허리춤에서 한 개의 기괴한 물건을 꺼내 들며 말했다.
그런 아스나의 음성에 키예프와 앤서가 살짝 미소를 지은 다음 고개를 끄덕였고, 아스나는 기괴한 물건을 들어 전방을 향해 겨누었다.
그리고.
챡!
타타타!
기괴한 물건과 연결된 줄에 불을 붙였고.
콰앙!
잠시 후 그 기괴한 물건에서는 폭발음과 함께 먼지가 일었다.
그렇게 폭발음이 들림과 동시에.
“크아아!”
“커억!”
가장 선두에서 말을 몰던 두 명의 비적이 쓰러졌고.
철컥!
아스나는 빠른 속도로 다시 작은 무언가를 꺼내 기괴한 물건에 끼웠다.
그러고는 다시.
차악!
줄에 불을 붙였고.
타앙!
폭발음과 함께 선두에 있던 비적들이 또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