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223화 (223/275)

제223화

제223장 무당파 巫堂派

“이보게 위 대주, 내가 미안하네.”

“누구세요?”

귀빈인 감찰대에 배정된 전각.

무당파의 수많은 건물들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각의 손잡이에 대충 걸터앉은 나는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고개도 돌리지 않고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대주, 내가 미안하네.”

“누구시냐고요.”

그런 나의 귀로 침울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지만 어림도 없었다.

무당파의 내원 너머로 보이는 높은 산봉우리. 그것에 집중하며 나는 다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에 뒤에서 한숨 소리가 들려왔지만 뭐 어쩌라고.

“공진 부대주, 우선 오늘은 그만 물러가요.”

나에게 계속해서 사과를 건네는 공진이 안쓰러웠을까?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서은설이 위로하듯 공진에게 말했다.

그에 공진은 울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푹 쉬시게 위 대주.”

“개가 짖나.”

공진의 인사에 나는 보란 듯이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볐고, 그에 공진은 침울한 표정으로 물러났다.

그렇게 공진이 물러나고.

“언제까지 그럴 거야?”

단둘만이 남게 되자 서은설이 웃음기 어린 어조로 물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푸른 눈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나의 연인, 서은설이 말이다.

“평생?”

“삐돌이야?”

“삐돌이는 무슨.”

어떻게 알았지.

전생에서의 서은설은 토라져 있는 나를 향해 한 번씩 말하고는 했다.

삐돌이라고 말이다.

설마 현생에서도 듣게 될 줄은 몰랐네.

그녀의 말에 잠시 전생을 생각하던 것도 잠시,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무당파의 낡은 전각들이 말이다.

“멋지지?”

낡은 전각들을 보며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까? 서은설이 웃음기 어린 어조로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영준하게 높게 뻗은 수많은 봉우리는 천산에서도 많이 보였다.

아니, 오히려 무당산보다 본교가 있는 천산이 봉우리는 물론, 압도적인 절경 또한 많을 것이다.

하지만.

“깔끔하네.”

오래되었지만 긴 세월 사람의 손길이 있었기 때문일까?

낡기는커녕, 고풍스러우며 멋들어진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전각들의 모습은 깔끔했고, 신선했다.

그런 전각들 사이로 웃어른에게 정중히 예를 갖추고 사형제 간에는 웃으며 농담을 주고받는 제자들.

맑은 웃음소리를 내며 뛰어다니는 어린 제자들과 그런 제자들의 모습에 뛰면 안 된다며 호통치는 젊은 도인들까지.

무당파라는 그늘 아래, 다양하게 서로 어울리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상당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천마신교.

물론 충분히 아름답고 멋진 곳이었다.

서역과의 교역을 독점하고 있어 수많은 재화를 바탕으로 매년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전각들이 세워지고 있었으며, 끝이 보이지 않는 천산을 계속해서 개간하며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었다.

본 교를 믿는 교인들 또한 풍족한 삶을 살아가고 있고 말이다.

막강한 재력으로 매년 새로운, 아름다운 건물을 세우다 보니 무당파와 같이 오랜 전통을 지닌 전각과 건물이 존재하지 않았다.

오래된 전각을 굳이 인력을 써가면서 관리하기 보다는 그것을 허물고 새롭고 멋진 전각을 올리는 것이 더 낫다고 본교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도 나쁘지 않네.”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나는 본교의 사상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주의다.

십 년, 십 년이면 세상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나는 충분히 그 이야기에 공감하고 있었다.

십 년은커녕, 단 몇 년이면 한 사람의 사상과 가치관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그렇기에 나는 십 년이면 충분히 세상이 바뀐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나는 문화와 건물 또한 그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적도 없었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오래된 건물들 보니 이 또한 그 특유의 아름다움과 고귀함이 존재했다.

‘천마 궁 같은 경우는 이런 방식으로 꾸며야겠군.’

천마와 소교주의 처소, 그리고 천마대전이 위치하고 있는 천마궁.

그곳을 떠올리며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그때.

스윽.

나는 오른팔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촉감에 생각을 그만두었다.

그러고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왜 이래? 어색하게.”

아무도 없기 때문일까?

가만히 미소를 짓고 있던 서은설이 나의 팔을 감싸며 몸을 기대었던 것이다.

그러한 서은설의 행동에 내가 장난스럽게 대답하자 그녀가 상체를 바로 세웠다.

그러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불만이야?”

“아니, 더 기대주라. 여기에다가 푸욱.”

서은설의 날카로운 눈빛에 나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과장되게 대답했다.

그에 서은설은 살짝 미소를 지었고 다시 나에게 몸을 기대었다.

그렇게 도사들이 가득한 무당파의 높은 전각에서 나와 서은설은 서로에게 몸을 기대며 고풍 어린 전각들과 영준한 산봉우리를 바라보았다.

“평화롭다.”

“그러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평화로운 것이 말이다.

무림맹에서 단둘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가는 곳마다 사람이 모여들었고, 또 사건이 일어났다.

게다가 귀찮은 감투까지 쓰고 말았고 말았다.

도대체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나 참, 이놈의 세상은 날 가만히 두지 않는 것 같았다.

아무튼, 오랜만에 느끼는 평화로움에 나는 두 눈을 감았다.

그러자 느껴졌다.

서은설의 부드러운 살냄새가 말이다.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고, 이내 왼손으로 나의 오른팔을 잡고 있는 서은설의 손을 감싸 쥐었다.

“은설.”

“응.”

나의 부름에 서은설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그만, 천산으로 갈까?”

“다른데 더 안 둘러보고?”

“이제 본교의 가문도 감찰을 해야지.”

이때까지 정파 소속 가문만 감찰을 해왔다.

정 사 마 세 세력의 합작과도 같은 감찰대이다 보니 가야 할 곳이 너무 많았다.

이제 본교 가문들도 다 조져야지.

아마 비리 저지른 가문들 많을 것이다.

독점한 교역량으로 수많은 재화들이 오가고 있으니 말이다.

“대원들 모두를 데려가려고?”

“응, 아…… 남궁연화는 돌려보내야지.”

남궁연화는 내 사람이 아니다.

그런 아이를 굳이 본교로 데려갈 필요는 없겠지.

공진은…….

그래도 부대주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으니 같이 가야겠지.

아마도 최초일 것이다.

소림의 제자가 본교에 발을 들이는 것이 말이다.

“가기 전에 본 성에 들렀다 가자. 스승님이 너 보고 싶어 하셔.”

“아…….”

잠시 잊고 있었다.

나의 은인, 전생에서의 스승이었으며 아버지와도 같았던 패천황 백리관의 존재를 말이다.

“그러자.”

서은설의 말에 나는 그간 스승님에게 무심했다는 것을 깨달았고, 곧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사황성에 가면 대작 좀 해드려야지.’

스승님 또한 나 못지않게 술을 좋아했던 양반이었으니 아마 엄청 좋아할 것이다.

* * *

“어서 오시오. 본 파는 아미파의 제자들을 진심으로 환영하오.”

무당파의 장문인과 장로들이 업무를 보는 사학당 私學堂.

그곳에서 손님을 맞이한 장문인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에.

“감사합니다, 무당파의 환영 잊지 않겠습니다.”

가장 선두에 위치해 있던 중년 여인, 아연 사태가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허허.”

감사를 표하는 그녀의 말 속에 뼈가 있다는 것을 눈치챈 장문인은 소리 내 웃으며 넘어갔다.

그런 장문인의 행동에 아연 사태의 눈가가 꿈틀거렸지만 애써 참으며 그냥 넘어갔다.

지금 와서 다시 들춰봐야 좋을 것은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어색한 침묵이 감돌기를 잠시.

“우선, 아미파의 큰 행운을 축하드립니다.”

어느 순간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진여래신공.

제자들의 보고로 인해 그 무공이 되살아났다는 것을 알게 된 장문인이 진심을 담아서 아연 사태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였다.

그에 아연 사태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아진 사태라 하셨소이까?”

“네.”

그런 아연 사태의 옆.

가만히 서 있는 젊은 여인, 아진을 보며 장문인이 물었다.

그에 아진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

“어린 나이에 장로라는 위치에 올라 부담감이 크시겠소.”

“그저 열심히 할 뿐입니다.”

“허허, 우리 태진이와 친하게 지내면 좋겠소이다.”

아진의 담백한 대답에 소리 내 웃은 장문인이 가만히 서 있던 태진을 힐끔 보며 말했다.

그에 아진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충분히 존경받을 도인이지요. 친하게 지내며 본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렇소?”

아진의 대답에 장문인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저렇게까지 후하게 평가해 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꾸벅.

그런 아진의 후한 칭찬에 태진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감사의 뜻으로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에 아진 또한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장문인을 바라보았다.

“장문인.”

“말하시오.”

“약 십오 년 전 사라졌던 사상 교류. 다시 이어졌으면 합니다.”

도맥을 이은 청학이 사라지고, 아미파와 무당파에서 행해졌던 사상 교류는 사실상 사라진 상태였다.

도가 사상을 제대로 공부한 제자가 없었고, 또 아미파에서는 불교의 가르침을 더 중시하려는 경향이 있었으니 말이다.

활발하게 서로의 사상을 교류하던 옛 전통을 언급하며 아진이 제안하자 장문인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소?”

청학이 사라지고, 전통을 잇기 위해 제자를 보내던 것도 잠시, 아미파에서 먼저 제안 했었다.

당장 불교의 가르침도 따르기 바쁘다며 교류를 그만하자고 말이다.

그래서 무당파는 수락했다.

장문인은 물론 장로들까지 실속 없는, 그저 전통을 위해 행해오던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한데, 갑자기 다시 교류를 하자니?

뜬금없는 아진의 제안은 장문인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무당파와 본 파의 관계를 조금 더 돈독하게 맺었으면 합니다. 이번과 같은 일이 없도록 말입니다.”

“허허.”

돈독한 관계를 맺었으면 한다는 아진의 말.

아연 사태에 이어 또다시 말속에 숨겨진 뼈를 느낀 장문인은 소리 내어 웃었다.

장로인 그녀들에게 해검을 요구했던 태진…….

녀석이 잘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융통성이 없었을 뿐.

도사인 것을 떠나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양보를 하고 세상에 맞추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장문인과 장로들이었다.

세상은 변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오랜 전통을 간직 하고 있는 무당파의 장문인으로서는 꽉 막힌 태진의 행동이 썩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괜히 뿌듯했다.

최근 젊은 제자들에게서는 보기 힘든 바른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우선 본 파에 있는 동안 우리 제자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으로 천천히 진행 합시다.”

소리 내어 웃기를 잠시.

웃으며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한 장문인이 말했다.

그런 장문인의 말에 아진은 고개를 숙였고, 아연 사태도 또한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귀한 손님 환영 인사를 마치고, 장문인은 고개를 돌려 태진을 바라보았다.

“아미파의 귀빈들을 모시 거라.”

“저는 무림수호감찰대 귀빈들을 모시기로 되어 있습니다. 허니, 다른 제자에게 맡기시지요.”

장문인의 말에 태진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에 장로들은 물론 참석해있던 일대제자들 또한 무서운 눈초리로 태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태진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장문인의 두 눈을 응시했다.

‘올곧구나.’

부러지지 않을 것 같은 올곧음.

그 맑고 곧은 눈빛에 장문인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렇게 뿌듯해하기를 잠시, 장문인은 졌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태진의 옆에 있던 일대제자, 태자 배 의 대사형이자 장문인의 직전제자인 태허를 바라보았다.

“네가 모시 거라.”

“알겠습니다.”

장문인의 명에 태허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아연사태와 아진에게 눈인사를 살짝 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모시겠습니다.”

“네, 장문인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알겠소, 본 파에 머무는 것이 부디 즐거운 기억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미파 제자들을 대표로 장문인과 인사를 마친 아연 사태는 몸을 돌렸고, 그에 아진과 어린 제자들 또한 모두 몸을 돌렸다.

그렇게 아미파와 태허가 물러가고.

“태진 네 이놈!”

무당파의 규율과 그에 따른 벌을 집행하는 집법당주가 무서운 표정으로 태진을 노려보았다.

“손님들 앞에서 장문인의 명에 반하다니! 이 무슨 부끄러운 행동이더냐!”

타 문파인 아미파의 앞에서 장문인의 명에 반발하는 제자의 행동.

그 못난 모습을 보인 것이 부끄러웠던 집법당주가 언성을 높이자 태진이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깊이 숙였다.

“못난 모습을 보여 죄송합니다.”

“이놈이!”

기다렸다는 듯이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이는 태진의 모습.

자신을 기만하는 듯한 태진의 모습에 집법당주가 금방이라도 터질 듯 얼굴을 붉혔지만.

“그만하시게.”

“사제, 그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장문인과 태극검왕, 청수도장이 만류했다.

그에 집법당주가 고개를 돌려 무서운 표정으로 청수도장을 한 번 노려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장문인을 바라보았다.

“장문사형! 저 녀석이 일대제자 중 어려 겉돌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건 특혜입니다! 아무리 어리다 하더라도, 이대제자들에게 있어서는 어른이며, 본 파의 일대제자입니다. 어리다고 계속 이렇게 봐주시다가는 본 파의 규율이 어찌 제대로 서겠습니까!”

대사형이었던 청학 사형이 갓난아기였던 저 녀석을 데리고 온 이후.

이상할 정도로 저 녀석을 감싸고도는 장문인과 청수도장 때문에 집법당에서는 늘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뛰어난 무재를 지니고 있음에도 도맥을 잇겠다는 의지.

그리고 스승을 잊지 못했다며 본 파의 명을 거부하고, 무당파의 제자로서 책임을 회피해온 녀석이다.

말 그대로 뭐 하나 어른인 자신들의 명에 따른 적이 없는 제자라는 뜻!

십오 년이라는 세월이 넘도록 그 모습을 그저 지켜보며 참아왔던 집법당주였다.

그런 그가 그동안 쌓아왔던 분노를 폭발시키며 소리치자 장문인이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당주, 자네도 지금 나에게 소리치고 있는 거 아는가?”

“!!”

“그러니 그만하게. 저 녀석은 내가 알아서 따끔하게 혼낼 터이니.”

“장문사형…….”

“그만하게.”

“정말 사형까지 이러실 겁니까?”

당황했던 것도 잠시, 집법당주가 다시 장문인의 말에 반박하려던 찰나.

청수도장이 나서서 다시 말리자 집법당주가 무서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만하라고 했네.”

청수진인의 싸늘한 말투와 그 속에 담긴 기운에 흠칫한 집법당주가 본능적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을 보며 장문인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어린 시절부터 앙숙이었던 두 사제.

마치 어린 시절 모습을 보는 듯한 둘의 모습에 웃음이 났던 것이다.

그렇게 옛 추억에 웃기를 잠시 장문인은 고개를 돌려 멀뚱히 서 있는 태진을 바라보았다.

“너는 물러가서 너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거라. 본 파의 일대제자로서 말이다.”

“네, 알겠습니다.”

장문인의 위엄 어린 축객령에 태진은 기다렸다는 듯 대답하고는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미련 없이 걸음을 옮겼다.

아주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허참.”

그런 태진의 뒷모습을 보며 집법당주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이제, 장로회의를 시작하지.”

장문인이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진지한 어조로 회의 시작을 알렸다.

그에 청수진인과 집법당주가 신색을 바로 하며 회의에 집중했고, 곧 모든 장로들이 장문인에게 집중했다.

진주 언가를 시작으로 폭풍과도 같이 각 성의 유지 가문들의 비리를 조사해온 감찰대.

성의 유지들을 넘어, 성의 주인과도 같은 남궁세가까지 감찰한 그들의 행보에 무림의 모든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도가의 가르침을 따르며 비리가 없어야 하는 무당파에 들어서게 되었으니.

찔리는 것이 없다 하더라도 그들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혹여라도, 자신들이 알지 못했던 비리가 있어 그것이 무림에 알려지게 된다면 무당파의 명예는 땅으로 추락하게 될 터이니 말이다.

그렇게 장문인의 회의가 시작되고 모든 장로들이 서로 눈치를 살피며 입 열기를 망설였다.

그에 장문인은 가만히 두 눈을 감고 기다려주었고, 이내.

한 장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실 제가…… 젊은 시절에 무당파의 이름을 팔아 돈을…….”

“……?”

생각지도 못한 사제의 일탈.

그 일탈에 장문인은 두 눈을 떴고, 이어서.

“사실 저도…….”

“저는…… 도인이라는 것을 숨기고 여인을…….”

“저는 술을…….”

“이놈들이!”

이어진 사제들의 고백에 장문인은 그만 폭발하고 말았다.

역시, 털어서 먼지 하나 나오지 않는 곳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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