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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221화 (221/275)

제221화

제221장 숙제 宿題.

‘아…… 나 죽은 건가……?’

깊은 심연 속.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던 그녀는 두 눈을 조심스레 떴다.

그러고는 어둠으로 뒤덮인 주변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자신의 시야를 완전히 뒤덮고 있는 어둠. 이 어둠의 공간이 바로 사후 세계라고 말이다.

그렇게 생각을 한 것도 잠시.

‘뭐야……. 무서워…….’

끝이 없는 어둠 속.

그곳에서 아무것도 없이 홀로 존재하게 된 아진은 돌연 공포가 엄습해오는 것을 느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드넓은 어둠.

깊은 심연 속, 아무런 기척도 없이 홀로 존재하고 있으니 당연히 무서울 수밖에 없었다.

‘아…….’

전신을 엄습해오는 공포에 질린 아진은 손을 들었다.

머리를 감싸며 그대로 주저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때.

“……?”

그녀의 손에 들린 날카로운 검.

차가운 검 날이 그녀의 팔에 닿아 존재감을 드러내었다.

그 차가운 감촉에 공포에 질려 있던 아진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는 자신의 손에 들린 은색의 날카로운 검을 가만히 내려 보았다.

‘검……?’

위극신의 일 검을 막아 내기 위해 검을 들었던 자신.

마왕 그 자체였던 위극신의 일 검을 막지 못한 자신은 분명 죽었을 터, 한데 왜 아직도 손에 검이 들려 있단 말인가?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자신과 함께 존재하고 있는 검의 모습에 의문을 느낀 아진.

그녀가 곧 검을 들었다.

그러고는.

스윽.

나머지 손을 들었고, 이내 검지 손가락으로 은색의 검날을 가볍게 쓸었다.

움찔!

그러자 날카로운 검날에 의해 그녀의 긴 검지 손가락이 갈라지며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화끈!

붉은 피가 흘러나옴과 동시에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고통.

그 고통에 아진이 정신을 차렸다.

‘아직, 죽지 않았어!’

화끈한 손가락의 고통이 말해주고 있었다.

자신은 아직 죽지 않았다고 말이다.

그 고통에 살아 있음을 깨달은 아진이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러고는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

우웅!

그녀의 몸속에 잠들어 있던 여래신공.

현재에 들어서 실전되어 절반밖에 남지 않아 신공이라 부르기도 애매한 그 무공을 운공 하였다.

“!!!”

그녀의 운공과 동시에 의지가 움직이자 단전에 잠들어 있던 여래신공의 기운이 움찔했다.

그러고는.

콰쾅!

평소의 잔잔한 기운과 달리, 마치 하늘에서 내려치는 거대한 벼락과 같은 강력한 움직임을 보이는 기운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두 눈을 뜨지는 않았다.

격렬하게 움직이는 그 기운.

익숙하지 않은 그 기운이 자신의 의지대로 잘 따라와 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래신공의 구결을 읊으며 운공을 한 것도 잠시.

우웅!

오른손에 들려 있던 그녀의 검이 공명했고.

파앗!

그녀의 몸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우우웅!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밝은 빛.

그 빛이 그녀를 뒤덮고 있던 어둠을 천천히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점점 밝아지는 아진의 주변.

하지만 아진은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저 평소와 달리 너무나도 강력한 여래신공의 기운에 집중할 뿐이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운공을 하며, 구역을 넓혀가듯 밝은 빛은 어둠을 집어삼키며 점점 더 넓어져 갔다.

하지만.

우웅!

어느 순간 하얀빛은 그 자리에 멈추어 서고 말았고, 그런 하얀빛에 먹히며 구역을 잃어가던 검은색의 기운이 순간 강력해졌다.

일렁!

금방이라도 하얀빛을 잡아먹을 듯 위협적인 모습으로 일렁이는 검은 기운.

그 검은 기운에 움찔한 것도 잠시. 하얀빛은 아진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맑은 기운에 힘입어 검은 기운에 맞섰다.

우우웅!

그렇게 서로에게 달려든 하얀빛과 검은 기운.

절대 공존할 수 없는 두 개의 기운이 강력한 기운을 내뿜으며 서로를 지우기 위해 움직였다.

우우웅!

서로가 뒤섞이며 점점 더 강력한 기운을 내뿜는 상극의 기운.

우우웅!

아진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맑은 기운에 힘입어 계속해서 버티고 있는 하얀 빛.

그 두 개의 기운이 계속해서 서로를 잡아먹기 위해 움직였고, 나중에는.

우웅!

두 개의 기운이 돌아가며 태극의 모양을 그리더니 곧 하나의 색으로 섞이기 시작했다.

검은색과 흰색.

절대 섞이지 않을 것 같던 두 개의 기운은 그렇게 계속해서 회전해가며 서로를 탐했고.

종국에는.

파앗!

하얀빛과 검은 기운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아…….”

여래신공을 운기하며 기운을 내뿜던 것도 잠시.

그녀는 자신의 머릿속을 울리는 강력한 기운에 탄성을 내뱉으며 두 눈을 떴고.

곧, 세상을 뒤덮고 있는 회색빛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진여래신공 眞如來神功…….”

불교의 가르침과 도교의 가르침이 섞인 아미파 최고의 신공.

도교의 가르침을 외면하고, 불교의 가르침에 집중하며 점점 빛을 잃어가고, 졸지에는 기록에 적힌 만큼 힘을 내지 못했던 여래신공.

그 신공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수많은 제자들이 목숨을 걸어야 했었다.

한때, 천마와 동수를 이루었다고 알려진 아미파의 최고 고수, 여천 如天의 무공.

쇠퇴해가는 아미파가 희망을 걸 곳은 오직 그 무공뿐이었으니 말이다.

수많은 아미파의 제자들을 죽게 하여 아미파의 세대교체를 빠르게 만든 원인, 진여래신공이 어둠에 갇혔던 아진을 통해서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 * *

“…….”

“뭐냐, 그 눈빛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살짝 미소를 지은 것도 잠시.

나는 나를 가만히 노려보고 있는 태진을 향해 건조한 음성으로 물었다.

그러한 나의 물음에 입술을 한번 깨문 태진.

그가 조심스러운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그녀를 죽인 것입니까?”

“글쎄.”

태진의 조심스러운 물음.

믿기지 않는 듯 떨리기까지 한 그의 음성에 나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에 태진이 눈가를 찌푸렸다.

“죽일 필요까지 있었습니까?”

음, 이미 내가 그녀를 죽였다고 확신하고 있었군.

이것 참 씁쓸했다.

나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닌데 말이다.

이미 결론을 내린 녀석의 질문에 나는 다시 건조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아미파를 대표해서 희생했으니 괜찮지 않나?”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나의 대답에 태진이 충격받은 표정으로 물었다.

이것 참.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해도 저런 표정은 안 짓겠다.

나의 대답이 그렇게도 충격이었나?

이 녀석은 나를 대체 뭐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채챙!

그때!

옆에서 검이 뽑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에 나는 고개를 돌렸고, 곧 살기 어린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아연 사태를 볼 수 있었다.

“그거, 휘두르려고?”

그녀의 손에 들린 검.

분노일까? 아니면 두려움일까?

잘게 떨려오는 손으로 인해 떨리는 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전혀 위협도 되지 않는 검.

괜히 휘둘렀다가는 아진이 희생을 자처하며 지켜준 목숨이 날아갈 테니 말이다.

그러한 나의 물음에 아연 사태가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오늘 죽을 것이다.”

“그래? 그럼 아미파도 멸문 할 텐데?”

“…….”

“네 사제가 지켜준 목숨이야. 그러니 검 집어넣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아연 사태를 보며 피식 미소를 지은 내가 다시 말했다.

그에.

스윽!

아연 사태의 뒤에 있던 젊은 제자들이 자세를 낮추어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그런 제자들의 가장 앞에는.

“용서 못 해요.”

두려움에 질려 있던, 하지만 지금은 죽음을 각오한 기개를 보여주는 어린 제자, 현화가 있었다.

아진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기대했던 기개를 보여주는 현화, 그리고 다른 어린 제자들.

나름 기특한 그녀들의 모습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해보자는 거지?”

“네.”

나의 물음에 아연 사태가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그만하시지요.”

태진이 황급히 나서서 우리 둘을 만류했다.

하지만, 이미 아연 사태와 아미파의 제자들은 죽음을 각오한 상태.

“무당은 물러나세요.”

차가운 표정으로 선을 긋는 아연 사태였다.

그런 아연 사태의 행동에 태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조금 전, 아미파의 일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던 태진이였다.

그러다 보니 아연 사태의 물러나라는 말에 할 말이 없었겠지.

뭐,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니 검을 내준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있나 보다.

그런 녀석의 얼굴을 보며 속으로 살짝 미소를 지은 것도 잠시. 나는 뒤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기운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대원들의 사이.

평소와 다른 굳은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스님, 공진이 말이다.

“주먹에 힘주고 있네?”

분노를 한 것일까?

주먹을 강하게 쥐고 있는 공진.

그런 공진을 보며 내가 장난스럽게 묻자, 붉어진 공진의 두 눈이 나를 응시했다.

“대주.”

“말해.”

“정녕, 저 어린 아미파 장로를 죽인 것이오?”

“잘못한 건 아미파잖아? 그러니 벌을 준 거야.”

공진의 물음에 내가 대답했다.

나는 그저 벌을 준 것뿐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콰앙!

녀석은 그 벌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폭발적인 기운과 함께 핏빛 강기를 일렁이는 공진.

그런 공진의 행동에.

스윽.

서은설이 푸른 거궁을 뽑아 시위를 당겼고.

우웅!

마독이 지팡이를 들어 공진을 향해 겨누었다.

그리고.

스릉!

“왕일!”

왕일이 검을 뽑아 공진에게 겨누었다.

정파인 남궁세가의 여식으로 악마 같은 나의 모습에 치를 떨던 남궁연화.

그녀는 악마와 같았던 나의 편을 드는 왕일의 모습에 경악했다.

뭐,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그녀는 나를 잘 모르는 존재였으니 말이다.

그런 그녀의 놀란 음성에.

턱!

스륵.

왕일은 그런 남궁연화의 수혈 睡穴 을 짚어 그대로 잠들게 하였다.

그러한 왕일의 일수에 남궁연화는 그 자리에 쓰러졌고, 왕일은 미안한 표정으로 그녀를 잠시 바라본 뒤 다시, 긴장 어린 표정으로 공진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대원들에게 둘러싸이고 만 공진.

나는 그런 공진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역시, 너는 아직 내 사람이 아니구나.”

“대주는 타 마인들과 다를 것이라 생각했네.”

“그래?”

“그래. 내가 본 대주는 담백하고 좋은 사내였어. 하지만…… 내가 잘못 본 것 같군.”

“그렇군.”

잘 봤는데 말이야.

녀석의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그만.”

“…….”

어느새 아연 사태를 비롯한 모든 아미파 제자들을 제압하고, 그들의 목숨을 거두어들이려 했던 단진에게 그만할 것을 명령했다.

슥.

그에 단진은 검을 거두었다.

그러고는.

“저도 그만할까요?”

무당파의 제자들과 태진을 제압한 야율민.

그가 나를 향해 물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소교주님, 무슨 생각을 지니고 계시는지 짐작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 나의 옆.

사마천이 심각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말했고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하늘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고, 그에 사마천, 단진, 야율민을 시작으로 곧 모두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나의 마기로 뒤덮인 검은 하늘.

그리고 그런 하늘 정 가운데에 솟아 있는 검은 불꽃.

일렁!

하늘 높이 솟아 있던 불꽃 사이로, 작은, 낯선 불꽃의 일렁거림이 보이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제법이네.”

당대 천마들에게만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었다.

물론 나는 천마가 아니었지만 이미 천마신공을 충분하게 익혔었기에 아버지였던 천마가 말해주었다.

아주 예외의 경우였지만 아무튼, 당대의 천마만이 알 수 있는 그 이야기는 바로.

초대 천마가 사랑했던 여인이 바로, 그 당시의 대적자임과 동시에 아미파의 최고 고수였다는 것이었다.

감정을 느끼며 극마를 넘어 탈마의 경지에 들었던 천마, 그리고 그런 천마의 강함과 남자다움, 그리고 생각지 못한 담백함에 천마와 여천이라 불렸던 아미파의 여인은 그만 깊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런 천마와의 사랑을 위해 여천은 모든 것을 포기하였고, 곧 아미파에서 파문되었다.

아주 그냥, 한 편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였다.

아무튼, 그렇게 아미파를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천산에서의 여천은 행복한 삶을 살면서도 동시에 늘 아미파를 그리워했다.

오로지 자신, 하나 때문에 아미파를 버린 여천에게 늘 미안한 감정을 지니고 있던 시조 천마.

그는 자신의 뒤를 이을 자손들에게 한 가지의 명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천마의 위에 오름과 동시에 초대 천마의 유지, 말 그대로 숙제와도 같은 일. 그것은 바로.

‘빚은 다 갚았네.’

아미파에게 딱 한 번, 빚을 갚으라는 것이었다.

천마에 오르기도 전.

아미파에게 큰 빚을 갚은 나는 후련한 표정으로 점점 옅어져 가는 나의 마기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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