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5화
제215장 청혼 請婚
“맞네요.”
두 방울의 피가 한 개로 섞이며 하나로 융합이 되자 마독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너…… 어째 안도 하는 거 같다?”
묘하게 안도하는 듯한 표정을 지은 남궁정이 말이다.
그러한 남궁정의 모습에 내가 어이없다는 어조로 물었다.
그에 남궁정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귀여운 아이니까요.”
“뭐?”
이거 진짜, 호구네.
자신을 끔찍하게 괴롭혔던 남궁영의 피붙이.
그런 피붙이의 등장에 귀여운 아이라며 좋아하다니.
이거 진짜 미친놈…… 아니, 호구 중의 왕, 왕 호구가 아닐까?
혜화라는 아이를 보며 푸근한 미소를 짓는 녀석의 모습에 내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그에 헛기침을 한 번 한 남궁정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덥석!
피가 나는 손가락을 감싸며 눈물을 찔끔 흘린 혜화를 안아 들었다.
“……?”
갑작스러운 남궁정의 행동에 언제 울상을 지었냐는 듯 놀란 표정을 지은 혜화.
혜화가 놀란 표정으로 남궁정을 바라보자 남궁정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반갑다, 혜화야. 나는 너의 숙부란다.”
와, 저놈이 저런 미소도 지을 줄 알았네.
뭐, 미소를 짓는 것은 많이 봤지만 저 정도로 진한 미소는 나도 처음이었다.
뭇 여인들의 심장을 철렁이게 할 정도로 보기 좋은 남궁정의 웃음.
그 웃음에 혜화가 언제 놀랐냐는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네! 숙부님!”
“그래, 잘 부탁한다.”
남궁정이 마음에 들었을까?
남궁정의 품에 안기며 애교를 부리는 혜화의 행동에 남궁정은 허허롭게 웃으며 혜화의 등을 쓰다듬었다.
저거, 진짜 답답한 놈이었다.
“소교주님. 쟤 바봅니까?”
그런 나와 마음이 같았을까?
야율민이 나의 옆으로 다가와 물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 또한 야율민의 의견에 동의했으니 말이다.
“그러네. 나는 이 정도로 바보인 줄은 몰랐지.”
“그쵸? 제가 이상한 거 아니죠?”
나의 대답에 야율민이 긍정적인 어조로 말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단진을 바라보았다.
“야, 얼음. 너도 그렇지?”
“저게 왜 바보지? 조카를 반겨주는 건데.”
“……?”
야율민의 물음에 단진이 차가운 어조로 대답했다.
그에 야율민이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단진을 바라보았다.
마치, 이 미친놈이 뭐라 한 거지? 라는 표정으로 말이다.
그러한 야율민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단진은 그저 남궁정과 혜화를 바라보기만 했다.
“어, 이 자식? 웃고 있네?”
아주 살짝. 진짜 자세히 보면 보일 정도로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 단진.
그것을 귀신같이 알아차린 야율민이 놀란 표정을 짓자 나도 고개를 돌려 단진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보였다.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단진이 말이다.
“진아.”
“예, 소교주님.”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내가 부르자 야율민을 노려보던 녀석이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너도 호구 기질이 있나 보구나.”
“아닙니다.”
“그래, 다 아니라고 부정하더라.”
녀석의 즉각적인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 그렇다.
누가 자기 스스로 호구라 생각하겠는가?
자기는 현명하다고 생각하지만, 남이 보면 호구인거지.
“케케, 호구다 호구.”
“넌 닥쳐라.”
그런 나의 말에 단진이 당황했고, 그런 단진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야율민이 웃었다.
그런 야율민의 놀림에 단진은 정색을 하며 야율민에게 경고했다.
그 입을 다물라고 말이다.
근데 야룡아.
여기서 제일의 호구는 바로 너란다.
왜 그것을 알지 못하니.
* * *
“고맙습니다, 언니.”
“저에게 한 말인가요?”
감찰대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에 들어선 남궁연화.
그녀는 서은설의 옆에 앉았고, 이내 자기들끼리 떠드느라 정신없는 대원들 사이로 서은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였다.
언니라 칭하는 남궁연화의 친근한 어조.
아직 친하지 않은 사이였기에 그런 남궁연화의 어조는 서은설을 놀라게 하였다.
그로 인해 서은설이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되물었다.
그에 남궁연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혹시 실례일까요……?”
언니라 칭하는 자신의 행동이 혹시나 결례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던 남궁연화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에 놀란 표정을 지었던 서은설이 후후하며 웃음을 흘렸다.
그러고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럴 리가요.”
그녀의 입에서 나온 긍정적인 말.
그 말에 남궁연화가 미소를 지었다.
“감사해요.”
“아니에요.”
“말 편하게 하세요!”
자신을 향해 존대를 하는 서은설의 모습에 남궁연화가 말했다.
그에 서은설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응, 그럴게.”
“헤헤.”
자신의 말 대로 말을 놓는 서은설의 행동에 남궁연화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두 여인은 웃음꽃을 피웠고, 술잔을 주고받은 대원들의 식사도 어느새 끝이 나고 있었다.
“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렇게 식사가 모두 끝이 날 때쯤.
왕일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그에 모든 대원들과 남궁연화의 시선이 그에게 꽂혔고, 왕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소가주님.”
남궁정을 바라보며 그를 불렀다.
왕일의 입에서 나온 정중한 어조.
그 어조에 남궁정이 자세를 바로 하였다.
그러고는 왕일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말하시오, 소문주.
하오문의 소문주로서 남궁세가의 소가주에게 정식으로 대화를 요청한 왕일.
그의 행동을 간파하고 남궁정이 진지하게 그의 말을 받아준 것이다.
그러한 남궁정의 대답에 왕일이 입을 열었다.
“하오문에서 정식으로 요청합니다.”
“무엇이오?”
소문주인 그의 개인적인 일이 아닌, 그의 문파 하오문의 정식 요청.
그 요청에 남궁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에 왕일은 남궁정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고.
이내 흔들림 없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
“남궁세가의 여식, 남궁연화 소저에게 정식으로 청혼을 하려 합니다.”
“!!!”
갑작스러운 왕일의 청혼.
그 청혼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밥 먹다가 청혼이라니?
너무나도 뜬금없었다.
그런 왕일의 선언에 모든 대원들이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한 대원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왕일이 다시 입을 열었다.
“부디, 본 문의, 그리고 저의 청혼을 받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부탁하는 왕일의 모습에 남궁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연화야.”
“네…….”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남궁연화를 불렀다.
남궁정의 부름에 고개를 숙인 남궁연화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고, 그에 남궁정이 살짝 미소를 짓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고개를 들어라.”
“…….”
남궁정의 말에 고개를 든 남궁연화.
그녀가 붉어진 얼굴로 남궁정을 바라보자 남궁정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나는 네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본가에서 결정한 약혼처가 있어요.”
남궁정의 물음에 남궁연화가 대답했다.
남궁세가의 가주와 장로들의 뜻을 통해 이루어진 그녀의 약혼.
제갈 세가와 이미 약혼식까지 할 계획이었기에 남궁연화가 그것을 언급했다.
그에 남궁정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너의 의중을 물었다.”
“아…….”
“괜찮으니 솔직하게 말하거라.”
남궁정의 이어진 말.
그 말에 남궁연화의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러고는.
“저는……. 왕일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싶어요.”
남궁연화가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
그에.
“야호!”
왕일이 주먹을 휘두르며 좋아했고.
“아씨, 벌써 끝이야?”
상석에서 흥미로운 표정을 짓고 있던 위극신이 싱겁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왕일의 연애 상담은 최고의 결과를 이루어 냈다.
* * *
“후우…….”
호북의 무당산.
현재는 거의 사라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도맥 道脈 의 거처인 운암봉 雲巖峰 에 위치한 작은 초가집 마루에서 운기조식을 마친 태진이 호흡을 길게 내쉬었다.
“대단하구나.”
스승이 남기고 떠난 유산.
10년간 세상을 공부하며 깨달은 지식들을 정리한 가르침을 모두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든 태진.
바다와 같이 드넓은 그 깨달음을 전부 이해한 태진이 감탄 어린 어조로 중얼거렸다.
스승의 유산으로 인해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 태진.
그는 자신의 스승이 얼마나 깊은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 다시 한번 깨달으며 스승의 위대함에 감탄했다.
“운기는 마쳤느냐?”
그런 태진의 뒤로.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와 태진의 귀를 울렸다.
그에 태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마루에서 내려왔고, 이내 몸을 돌렸다.
그러자 보이는 청수한 인상의 노인.
바로, 당대무당제일검인 태극검왕, 청수진인이었다.
“오셨습니까. 사숙.”
청자배 대사형의 제자인 태진은 자신을 찾은 청수진인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에 청수진인은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은 청수진인은 달라진 태진의 기세에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살기가 많이 사라졌구나?”
“도가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깨끗한 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맑은 태진의 기운.
그 기운에 감탄한 청수진인의 말에 태진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에 청수진인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우웅!
청수진인의 몸에서 매서운 기세가 뿜어져 나와 태진을 압박했다.
무당의 도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진득한 살기가 담긴 기세.
그 기세에 태진의 몸이 움찔했다.
그러고는.
“크윽…….”
사시나무 떨듯 전신이 떨려 오기 시작했다.
그러한 태진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청수진인은 기운을 거두어들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강한 살기를 내뿜었다.
점점 진득해지고 강해지는 살기.
그 살기에 몸을 떨던 태진의 두 동공이 천천히 하얘지기 시작했다.
마천살성의 상징.
이지를 상실한 백마안 白魔眼 이었다.
끔찍한 모습으로 변하는 태진의 모습에 청수진인은 기운을 거두었다.
그러고는.
“도호를 읊어라!”
이성을 잃으려는 듯한 태진을 향해 기운을 담아 소리쳤다.
무당의 맑은 기운이 담긴 청수진인의 심후한 내공.
그 내공의 기운에 노출된 태진이 순간적으로 정신을 차렸고, 이내 청수진인의 조언대로 황급히 도호를 읊었다.
그렇게 잠시 후.
“후우…….”
끓어오르던 살기를 가까스로 가라앉힌 태진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원망 어린 눈빛으로 청수진인을 바라보았다.
“어찌, 이런 시험을 하십니까?”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야 할 것 아니더냐?”
“사숙.”
“어허!”
태진의 말에 청수진인이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그에 태진은 입을 다물었고, 청수진인은 그런 태진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언제까지 사숙이라 할 것이냐! 이미 장로회를 통해 내가 너의 스승이 되었거늘!”
장로 회의를 통해 죽은 청학을 대신해 태진의 스승이 된 청수 진인.
태진의 격렬한 반대에도 그의 무재가 아쉬웠던 장로들과 장문인은 결안을 통과시켰고, 그렇게 공식적으로 청수진인은 태진의 스승이 되었다.
하지만 태진은 전 스승인 청학을 잊지 못했고, 청수 진인 또한 그런 태진의 마음을 이해하며 그에게 제자로서의 행동, 또 스승으로서의 가르침을 강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벌써 세 달.
더 이상은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되었던 청수진인이 호통을 치자 태진이 고개를 숙였다.
태진 또한 알고 있었다.
청수진인이 자신의 사정을 아주 많이 봐주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 태진의 모습에 청수진인은 미안함 감정에 마음이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내. 약해지려는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청학 사형을 잊으라는 말이 아니다. 그저 가슴에 새기고 현세에서는 나를 스승으로 따르란 말이다.”
“…….”
“후우…….”
자신의 말에 아무런 대답이 없는 태진을 보며 청수진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몸을 돌렸다.
“무당에 손님이 온다.”
몸을 돌린 청수진인의 말.
그 말에 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별로 관심이 없었다.
어떤 손님이 오더라도 자신은 이곳에서 도호를 읊으며 마음 수양을 할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무림 수호 감찰대.”
“!!”
청수진인의 이어진 말에 두 눈을 부릅뜨며 고개를 들었다.
현재 무림 전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무림 수호 감찰대.
그곳의 대주는 바로 자신의 은공, 위극신이었다.
그러한 태진의 반응에 몸을 돌린 청수진인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사실, 그들만이 아닌 또 다른 손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태진에게는 아무런 이야기도 안 들리겠지.
그것을 잘 알고 있던 청수진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손님 맞을 준비를 하거라. 내 너를 일대제자 대표로 보낼 생각이다.”
“네! 감사합니다!”
청수진인의 말에 태진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무림맹에서 돌아와 삼 개월 동안 운암봉을 벗어나지 않고 수양만 쌓아온 태진.
그가 드디어 운암봉을 벗어나게 되었다.
이곳을 찾는 손님을 마중 나가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