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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214화 (214/275)

제214화

제214장 무너진 의지 崩 意志

“누구시오?”

푸른 두 눈과 아름다운 외모.

평범한 사람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신비스러운 분위기에 놀란 것도 잠시.

노인은 자신의 앞길을 막은 서은설을 향해 경계 어린 어조로 물었다.

선을 긋는 듯한 경계 어린 노인의 어조에도 불구하고 서은설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노인과 두 눈을 마주하며 입을 열었다.

“저랑 조금 걸으시겠어요?”

“누구냐고 물었소.”

서은설의 부드러운 음성.

뭇 남자들이면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노인은 아니었다.

수많은 상처와 인생의 굴곡으로 단단하기 이를 데 없는 노인의 정신력.

그 정신력으로 이성을 유지한 노인이 경계 어린 어조로 다시 물었다.

그에 서은설은 가슴에 손을 얹었고, 이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서은설이라고 해요.”

“이름을 물어본 게 아니잖소.”

서은설의 자기소개에 노인이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그에 서은설은 다시 미소를 지었다.

“어르신은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뭐요?”

“제가 이름을 알려 드렸잖아요.”

의문 어린 노인의 음성.

그 음성에 서은설이 대답했다.

흔들림 없는 서은설의 대답에 노인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야기가 통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도대체 이 여인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처음 보는 여인의 행태에 노인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자 서은설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서은설이라고 해요, 감숙 출신이에요.”

“……안휘성의 합비 출신, 노진이라고 하오.”

“노 어르신이셨군요!”

서은설의 물음에 멈칫한 것도 잠시, 노인, 아니 안휘성 합비 출신 노진은 결국 자신의 출신과 이름을 밝혔다.

그러한 노진의 대답에 서은설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노진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저랑 조금 걸으시겠어요? 드릴 말씀이 있답니다.”

“……알겠소.”

신비스러우면서 혼란스러운 서은설의 분위기.

그 분위기에 휩쓸린 것일까?

경계 어린 표정을 짓던 노진은 결국 서은설의 두 번째 제안을 수락하고 말았다.

그에 서은설은 노진의 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남궁연화를 바라보았다.

찡긋.

그러고는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이 이후의 일은 자신에게 맡기라는 뜻이었다.

그러한 서은설의 행동에 남궁연화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굳은 얼굴로 남궁세가에 들어와 그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대화를 하지 않으려 했던 노진.

그런 노진과 대화를 나누어 이름을 알게 되고, 또 돌아가려는 노진을 붙잡아 산책까지 하다니?

정말 놀라웠다.

본인으로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결과를 이끌어 낸 서은설이 대단해 보이는 남궁연화였다.

그렇게 서은설은 남궁연화와 혜화를 방 안에 두고 노진과 함께 밖으로 나섰다.

저벅.

잠시 후.

넓은 남궁세가의 내원에 위치한 정원에 노진과 서은설이 들어섰다.

남궁세가의 직계들만이 산책 가능하다는 정원.

그곳에 들어선 서은설을 정원 전체를 둘러보며 감탄 어린 미소를 지었다.

“예쁘네요.”

“…….”

“그렇지 않나요 어르신?”

서은설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없는 노진.

서은설은 그런 노진을 돌아보며 다시 물었다.

그에.

“노부는 이런 것 보는 눈이 없소.”

노진이 차가운 어조로 대답했다.

차갑기 이를 데 없는 노진의 어조였지만 서은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런 것과 친하지 않으시군요?”

“그렇소.”

“하면, 어떤 것과 친하신가요?”

멈칫.

서은설의 의문 섞인 물음에 노진이 잠깐 멈칫했다.

그에 서은설은 노진을 따라 걸음을 멈추었고, 이내 노진의 입이 열릴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흐른 후.

“옷감과 친하오.”

아련한 표정으로 정원 먼 곳을 바라보던 노진이 말했다.

그에 서은설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포목점 일을 하셨다 했죠?”

“그렇소.”

“그럼 옷감을 만지기만 해도 어떤 상태인지 아시겠네요?”

“보는 것만으로도 아오.”

“정말요?”

노진의 자신감 어린 대답에 서은설이 놀란 음성으로 되물었다.

그에 노진은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푸른색 계열인 서은설의 옷을 가볍게 훑어보았다.

“감숙의 비단이군.”

“와! 어떻게 아셨어요?”

살짝 훑어보는 것만으로 비단의 원산지를 눈치챈 노진.

그런 노진의 말에 서은설이 놀란 음성으로 되물었다.

노진의 말대로 이 옷은 사황성에 있는 백리진이 보내 준 거였기 때문이다.

그런 서은설의 놀란 물음에 살짝 미소를 지은 노진이 입을 열었다.

“황토의 층이 두꺼운 사막지대로 인해 모래바람으로부터 몸을 보호해야 하며, 습도가 낮아 건조하여 겨울에는 몹시 추운 편이기에 다른 비단들에 비해 옷감이 두꺼운 편이오.”

“그래요?”

“그래, 그래서 감숙의 비단은 조금 비싼 편이오. 무게가 다르니까.”

“전혀 몰랐어요!”

노진의 설명에 서은설이 대답했다.

그에 노진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일반인은 느끼지 못하지, 하지만 포목 일을 하다 보면 다 보이오. 매일 같이 옷감을 만지고 살피니 말이오.”

“전문가시네요.”

“그랬었소.”

서은설의 말에 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서은설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번 대화로 인해 자신에 대한 노진의 경계심이 어느 정도 허물어졌다 생각이 되었던 것이다.

그에 서은설은 본격적으로 이야기해야 할 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이내 그녀는 부드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혜화가 어르신을 자랑스러워하겠어요.”

“그럴까……?”

“네, 한 분야의 전문가시잖아요!”

서은설의 말에 노진이 머뭇거리자 서은설이 그를 치켜세워 주었다.

그에 노진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고맙군.”

“혜화와 늘 함께하셨죠?”

“그것을 어떻게 알았소?”

서은설의 물음에 노진이 살짝 놀란 표정으로 서은설을 바라보았다.

실제로 어린 혜화를 빈민촌에 혼자 둘 수 없어 항상 동행을 했었다.

무뢰배 같은 인간들이 어린아이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몰랐으니 말이다.

물론, 딸의 기일에는 오늘처럼 혜화를 집 안에 혼자 두기는 했다.

아직 어린 혜화는 어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최대한 빠르게 딸에게 인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었다.

그 짧은 시간에 남궁연화와 왕일이 그의 집에 찾아왔던 것이고 말이다.

아무튼. 노진은 일 년 중 단 하루를 제외하고는 늘 헤화와 함께였다.

그것을 오늘 처음 만난 인물인 서은설이 묻자 노진은 놀라워했고, 그런 노진의 반응에 서은설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아까 어르신이 방문을 나설 때 혜화가 계속 어르신을 바라보더라고요. 자신을 왜 안 데려가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랬었소……?”

혜화의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해 일부러 돌아보지 않았던 노진.

그는 서은설의 설명에 놀란 음성으로 되물었다.

혜화가 그런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았었다니……. 몰랐다.

그런 노진의 말에 서은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네, 하지만 곧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눈빛이었답니다. 그 눈빛을 받으려면 보통의 사랑과 짧은 시간으로는 어림없죠. 그것도 사람 보는 눈이 가장 정확하다는 어린아이한테는 더더욱.”

“…….”

서은설의 이어진 설명에 노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에 서은설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어르신.”

“말하시오.”

서은설의 부름.

그 부름에 노진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혜화와 함께 있어 주셔야 해요.”

“아니, 나는 혜화에게 방해만 될 것이오.”

“없는 게 혜화에게는 더 방해겠지요.”

“……?”

노진의 대답에 서은설이 말했다.

그에 노진은 의문 어린 표정으로 서은설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있는 한 혜화가 남궁세가에 제대로 섞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보면 남궁세가에서 적응도 힘들어지겠지.

그렇기에 노진은 이곳을 떠나려 했다.

한데, 자신이 떠나는 것이 더 방해라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애하가 가지 않는다는 노진의 눈빛에 서은설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혜화에게 있어서 부모와 같은 분은 어르신입니다. 갑작스럽게 부모가 사라진 아이가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혜화는 아직 어린아이오. 풍족한 이곳의 생활을 하다 보면 나 정도는 금방 잊겠지.”

서은설의 물음에 노진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에 서은설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

“절대 아니에요. 왜 할아버지가 나를 버렸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자신을 탓하겠지요.”

“버리다니!”

서은설의 말에 노진이 버럭 하며 화를 냈다.

그에 서은설은 노진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어르신의 행동이 버리는 것과 같은 거예요. 혜화를 위해서, 더 나은 환경에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 지금의 혜화 생각 따위는 안 하고 있잖아요.”

“나는 그러지 않소! 이게 다 혜화를 위해…….”

“정녕 혜화를 위해서인가요?”

“…….”

서은설의 물음에 노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런 노진의 모습에 서은설은 잠깐 멈칫했지만 이내 입술을 한번 깨물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따님을 죽게 한 원인, 이곳 남궁세가가 싫어서 그러는 것 아닌가요?”

“맞소.”

서은설의 물음에 노진이 한숨을 살짝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러는 것이 혜화에게도 좋은 것은 사실이오.”

“어르신.”

노인의 말에 서은설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그에 노진은 입을 열었다.

“말하시오.”

“언제까지 따님 때문에 손녀인 헤화를 외면할 것인가요?”

“……?!”

“따님을 위해 목숨까지 포기해가며 남궁세가에 당당하게 따지고 피해자들을 규합하시던 분이…… 왜 혜화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으신가요?”

“내가……?”

서은설의 물음에 노진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

포목점이 망하고, 빚으로 인해 빈민촌으로 쫓겨난 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노진은 핏덩이였던 혜화 때문에 끊지 못했다.

자신의 딸, 딸의 피를 이은 아이를 도저히 혼자 둘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노인은 늙은 몸을 이끌고 온갖 궂은일을 하며 희생해왔다.

오직 혜화 하나만을 위해서.

한데, 혜화를 위해서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다?

인정할 수 없었다.

그렇게 노진이 인정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서은설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정녕 혜화를 위해 노력하셨나요? 아니면 혜화를 통해 죽은 따님에게 속죄를 하고 계셨던 건가요?”

“…….”

서은설의 말에 반박하려던 노진은 이어진 서은설의 말에 순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래, 서은설의 말이 맞았다.

노진은 혜화를 통해 딸을 보았고, 생전 딸에게 잘해주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며 헤화에게 잘해주었다.

이것이 진실이었다.

정곡을 찌르는 서은설의 말에, 노진은 애써 외면해왔던 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랬다. 자신은 혜화를 통해 딸에게 속죄를 하고 있었다.

그런 사실을 인지한 노진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자, 서은설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어르신은 혜화를 사랑하시나요?”

“하아…….”

정곡을 찌르는 서은설의 물음.

그 물음에 노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서은설을 바라보았다.

“그렇소, 나는 내 딸이 더 소중하오. 혜화. 저 아이를 보며 딸이 생각나다가도 악마인 남궁영의 피가, 또 남궁이라는 괴물의 피가 섞여 있는 것이 생각나 끔찍했소.”

“…….”

“한데, 그러면서도 또 딸의 모습이 보여 차마 미워하지 못했지. 또 그렇다고 마음껏 좋아하지도 못했소. 그 악마의 자식, 내 딸을 죽게 한 놈의 자식이니까.”

슬픔이 가득한 노진의 말에 서은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감히 자신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상처였다.

그렇기에 무어라 위로할 수도 없었다.

어쭙잖은 위로는 노진에게 더 큰 상처가 될 테니 말이다.

“소저의 말이 맞았나 보오. 나는 짐을 맡기듯 이곳에 혜화를 맡기려 한 것 같소.”

“…….”

“나는 내 딸이 더 소중했소, 지금도 그렇고. 그렇기에 나는 이곳이 싫소.”

“…….”

“혜화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그 아이를 더 이상 보지 않아도 괜찮소. 커가는 모습을 보며 딸의 모습이 투영되어 좋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남궁영과 남궁세가에 대한 증오도 커지겠지.”

노진의 이야기에 서은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에 나는 이곳을 벗어날 생각이오.”

충혈된 두 눈으로 고개를 숙인 노진, 그의 입에서 나온 말에 서은설이 입을 열었다.

“어르신.”

“…….”

“이제 그만 인정하세요.”

“무엇을?”

인정하라는 서은설의 말.

그 말뜻이 이해가 가지 않은 노진이 고개를 들어 서은설에게 물었다.

“어르신은 충분히 혜화를 사랑하고 있어요.”

“……?”

“하지만, 그것을 따님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부정 하고 있는 것이지요.”

“아니오…….”

“맞아요, 아이의 눈은 정확해요. 그런 아이가 어르신을 진심으로 따르고 좋아하고 있고요.”

“아…….”

“그러니, 이제 그만 따님에 대한 죄책감을 털어버리시고, 혜화를 위해 살아가세요.”

“…….”

“그것이 따님을 위하는 것일 거예요. 어르신의 딸이기 전에, 그분은 혜화의 어머니이니까요.”

“그 아이는…….”

“따님이 혜화를 미워하던가요?”

부정하려던 노진은 자신의 말을 끊고 들어오는 서은설의 물음에 말문이 막혔다.

문득 생각났다.

6년 전.

혜화를 낳고 처음으로 미소를 짓던 자신의 딸이 말이다.

그런 딸의 미소에 노진은 안도했었다.

딸아이가 상처를 극복한 것 같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생전 딸아이의 마지막 모습. 딸아이는 혜화를 한 번 안고, 모유를 먹인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었다.

하지만 딸이 혜화에게 지어주었던 웃음은 진심이었다.

그것을 잊고 있었던 노진은 서은설의 물음에 그 모습을 떠올렸다.

그에.

“어르신, 혜화의 옆에 있어 주세요. 따님을 위해서가 아닌, 혜화를 위해서.”

“아…….”

이어진 서은설의 부드러운 말에 단단하게 굳어 있던 노인의 의지를 무너뜨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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