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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210화 (210/275)

제210화

제210장 쇄신 刷新 (2)

“오라버니 미쳤어요?!”

“나가라.”

남궁세가의 소가주실.

반듯하게 의자에 앉아 피해자들에 대한 보고서를 읽던 남궁정은 자신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남궁연화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짜증이 섞인 남궁정의 축객령.

그러한 축객령에도 남궁연화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금 자신의 가문을 말아 먹고 있는 거 알긴 해요?”

“뭐?”

남궁연화의 지적.

그 지적에 남궁정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읽던 보고서를 내려놓고, 싸늘한 눈빛으로 남궁연화를 바라보았다.

“뭐가 가문을 말아 먹는 거지?”

남궁정의 싸늘한 물음.

그 물음에 남궁연화가 움찔했지만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소가주라는 작자가! 직접 나서서 가주인 아버지를 무림맹에 출두하게 만들고, 조용히 있던 무인들과 백성들을 헤집어 분란을 만들고 있지 않나요?”

“…….”

“지금 오라버니의 행동으로 인해 본가는 전국에서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어요.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천하제일가의 몰락이라고.”

남궁연화의 말이 맞았다.

무림 감찰대의 조사로 인해 남궁세가의 명예는 바닥으로 떨어졌으며, 감찰대가 밝힌 남궁영의 끔찍한 잘못들은 명문가라는 남궁세가의 이름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

그렇기에 일반 백성들은 물론, 수많은 무림인이 남궁세가에 큰 실망을 했다.

그중에서는 남궁세가를 더 이상 천하제일가라고 부를 수 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고 말이다.

그러한 세간의 이야기를 언급한 남궁연화의 지적에 남궁정이 입을 열었다.

“나는 본가를 쇄신 刷新 하고 있는 것이다.”

“본가는 천하 제일가, 쇄신할 필요가 없었어요.”

남궁정의 말에 남궁연화가 대답했다.

그에 남궁정은 남궁연화의 두 눈을 응시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

움찔.

남궁정의 진지한 음성.

그 음성에 남궁연화가 움찔했다.

그에 남궁정이 다시 입을 열었다.

“본가는 천하제일이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 몹쓸 짓을 많이 해왔다. 그중 하나는 바로 대공자였던 남궁영을 방치한 것이지.”

“…….”

“남궁영으로 인해 죽은 사람과 상처를 받은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아느냐?”

“모릅니다…….”

남궁정의 물음.

그 물음에 남궁연화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에 남궁정이 입을 열었다.

“자그마치 만 명이다.”

“!!!”

남궁정의 입에서 나온 말.

그 말에 남궁연화가 두 눈을 부릅떴다.

자신의 큰 오라비였던 남궁영.

그가 제정신이 아닌 미친놈이라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한데 그로 인해 만 명이나 되는 사람이 피해를 보았다니?

생각지 못한 엄청난 규모였다.

“아직 조사를 하는 중이니 피해자는 더 나오겠지.”

“…….”

“남궁영에게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한 이가 이천 명, 남궁영에게 겁간을 당한 이가 이천 명, 그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가 일천 명.”

“!!!”

“그리고 나머지 육천 명은 남궁영의 끔찍한 폭행으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해 굶고 있는 가족들 그리고 남궁영의 끔찍한 범죄, 겁간 劫姦 으로 인해 딸을 잃은 아버지, 정인을 잃은 사내들, 누이와 어머니를 잃은 아이들까지.”

“…….”

“이들 모두가 남궁영 그 하나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다. 너는 이것이 정상이라고 보느냐?”

“아닙니다.”

남궁정의 물음에 남궁연화가 대답했다.

그에 남궁정이 조금 풀어진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아직도 본가에 쇄신이 필요치 않다고 생각하느냐?”

“아니요…….”

“그래.”

남궁연화의 대답.

그 대답에 남궁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상은 제대로 하고 있나요?”

“물론, 그들에게 보상이 될지는 모르지만, 보상금과, 더불어 직접 사과를 하고 있다.”

“아…….”

남궁정의 대답.

그 대답에 남궁연화가 감탄 어린 표정을 지었다.

요 근래 매일 같이 밖을 쏘다니던 남궁정이었다.

그에 남궁연화는 불만 어린 어조로 투덜거렸다.

그가 남궁영이 친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직접 두 발로 뛰고, 고개를 숙이고 다닌다는 것을 모른 채 말이다.

그에 남궁연화는 숙연한 표정을 지었고 남궁정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사과하지 마라.”

“죄송해요…….”

“하지 말라니까.”

남궁정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사과하는 남궁연화.

남궁정은 그런 남궁연화를 보며 다시 말했다.

그에 남궁연화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남궁정을 바라보았다.

“저도 함께해요!”

“응?”

남궁연화의 입에서 나온 함께하자는 말.

갑작스러운 그녀의 말에 남궁정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말인지 순간 이해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에 남궁연화가 다시 입을 열었다.

“피해자들에게 하는 진심 어린 사과. 우리 함께 해요.”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

끔찍한 고통으로 지옥보다 더 괴로운 삶을 살고 있는 피해자들.

그들에게 돌을 맞고, 욕을 먹은 적도 있던 남궁정은 단호한 표정으로 거절했다.

자신의 동생인 남궁연화.

그녀에게는 이런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이잖아요.”

남궁연화의 입에서 나온 말에 남궁정이 흠칫했다.

가족.

본 가에서 들어 본 적 없던 낯선 단어다.

물론 남궁연화를 동생으로 생각하고 가족으로 생각했던 남궁정이었지만 막상 입 밖으로 그 말을 들으니 낯설었다.

그러한 남궁정의 귀로.

부드러운 남궁연화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함께해요. 큰 오라버니의 잘못. 우리가 사과를 해야지요. 우리가 가족이니까.”

“…….”

“그러니 저도 데려가 주세요.”

흔들림 없는 두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남궁연화.

그런 남궁연화의 눈빛에 남궁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알겠다.”

* * *

“후우…… 정신 차리자 남궁연화!”

소가주실을 나서고 깊게 심호흡을 한 번 한 남궁연화.

그녀가 돌연 고개를 들며 각오 어린 말을 내뱉더니 자신의 뺨을 두어 번 두들겼다.

“오라버니 혼자 고생하게 만들 순 없어.”

남궁세가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홀로 동분서주 하고 있는 남궁정.

그의 모습에 남궁연화는 직계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생각되었고, 그로 인해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

그렇게 각오를 다지고 걸음을 막 옮기려던 찰나.

남궁연화는 자신의 앞길을 막아선 사내, 익숙한 사내의 모습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하냐?”

자신을 바라보며 퉁명스러운 어조로 말을 건네는 청년.

퉁명스러운 표정과 장난스러운 미소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청년, 바로 왕일이었다.

“…….”

갑작스러운 왕일의 등장에 놀랐을까?

남궁연화가 멍한 표정으로 왕일을 바라보았다.

그에 왕일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바보 같은 표정, 뭐냐?”

“아…….”

왕일의 웃음기 어린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남궁연화.

그녀가 고개를 살짝 가로 젓더니 이내 차가운 눈으로 왕일을 바라보았다.

“이틀 동안 계속 피해 다니더니 무슨 일이야?”

왕일과 관계 매듭을 맺기 위해 그를 찾았던 남궁연화.

하지만 남궁연화는 왕일을 만날 수 없었다.

그가 자신을 피했기 때문에 말이다.

그에 남궁연화는 상처를 입었고, 또 현재 본가가 처한 상황으로 인해 왕일에 대한 마음을 접기로 다짐한 상태였다.

그렇다 보니 남궁연화의 입에서는 좋은 말이 나오지 않았고, 그런 남궁연화의 차가운 말에 왕일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남궁연화의 반응에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입술을 한 번 깨물고는 입을 열었다.

“그……. 미안하다.”

“뭐가?”

왕일의 사과.

그 사과에도 불구하고 남궁연화는 계속해서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그동안 계속 너를 피해서 미안해.”

“됐어.”

왕일의 두 번째 사과에 남궁연화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더 이상 대화를 나누었다가는 기껏 다짐한 자신의 각오가 흔들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야.”

“뭐?”

빠르게 걸음을 옮기는 남궁연화의 행동에 다급한 표정으로 그녀를 부르는 왕일.

계속해서 자신을 붙잡는 왕일의 행동에 짜증이 난 남궁연화가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뒤돌아보았다.

좋아하는 상대인 왕일에게 짜증 내는 것이 좋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가문을 위해서 제갈 세가와 맺어지는 게 맞아.’

현재 남궁세가의 명예는 땅에 떨어지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자신이 제갈세가와 혼약을 맺는다?

제갈세가에서는 사돈인 남궁세가의 몰락을 그냥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남궁세가에 큰 지원을 할 것이고, 그 지원은 현재 엄청난 지출과 명예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남궁세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가문을 위해 스스로 희생하기 위해 다짐을 한 남궁연화.

그녀가 속으로 마음을 다시 다잡고는 싸늘한 눈빛으로 왕일을 바라보았다.

처음 보는 남궁연화의 차가운 눈빛.

그 눈빛이 자신을 향해 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그에 충격을 받은 왕일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남궁연화는 다시 몸을 돌렸다.

“아…….”

조금의 여지도 없이 홱 돌아서는 남궁연화.

그녀의 모습에도 왕일은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차가운 눈빛을 두 번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왕일은 그녀를 붙잡을 시기를 놓쳤고 남궁연화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씁쓸한 미소를 짓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때.

“연화야.”

소가주실의 문이 열리고. 남궁정이 남궁연화를 붙잡았다.

“아…… 형님…….”

“네.”

남궁정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왕일은 어색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고, 남궁연화는 몸을 돌려 아무런 감정이 없는 눈으로 남궁정을 바라보았다.

“지금,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러 갈 것이다.”

“그래? 그럼 같이 가요.”

조금 전.

남궁가의 직계로서, 또 같은 가족으로서 함께하기로 한 남궁연화는 남궁정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남궁정에게 다가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아니.”

남궁정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녀를 막아섰다.

“……?”

남궁정의 거절.

그 거절에 남궁연화는 의문 어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분명 함께하기로 이야기가 되었었다.

한데 갑자기 왜?

남궁연화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바라보자 남궁정이 그녀의 두 눈을 마주 응시하며 대답했다.

“사과할 곳이 너무 많다. 너 또한 남궁가의 직계이며, 남궁영의 동생. 따로 움직이도록 하자.”

“따로?”

“그래.”

남궁정의 대답에 남궁연화가 얼굴을 굳혔다.

솔직히 말하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오라버니인 남궁정과 함께라면 든든했고, 또 남궁정을 따라 고개를 숙이면 그만이다.

하지만 혼자 피해자들에게 찾아가 고개를 숙이라고?

물론 숙이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혹시나 피해자가 자신을 탓하면?

자신에게 욕을 하고 때리면 어떻게 행동해야 한단 말인가?

아직 마음의 준비가 부족했던 남궁연화가 속으로 걱정스러워하며 고민스러운 행동을 보이자 남궁정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어색한 표정으로 뻘쭘하게 서 있는 왕일을 바라보았다.

“왕일.”

“예, 형님.”

“네가 같이 가줘라.”

“……?”

“!!!”

남궁정의 말.

그 말에 왕일은 순간 벙찐 표정을 지었고, 망설이던 남궁연화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남궁정을 바라보았다.

그러한 남궁연화의 시선을 뒤로하고.

남궁정은 왕일의 두 눈에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연화와 함께 가서 옆에 있어 줘. 그래 줄 수 있지?”

“…….”

“부탁해, 일아.”

남궁정의 말에 왕일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남궁정이 다시 부탁했다.

그에 왕일이 고개를 들었다.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는 남궁정.

그런 남궁정의 두 눈을 응시하기를 잠시.

왕일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예, 형님.”

“고맙다.”

“아닙니다.”

“오라버니!”

그렇게 남궁정과 왕일의 이야기가 끝나자 남궁연화가 언성을 높이며 그를 불렀다.

그에 남궁정은 고개를 돌려 남궁연화를 바라보았다.

“너 또한 본가의 직계이며, 나와 가족이다. 그러니 그에 맞게 행동해 주겠지?”

“그……, 그치만…….”

“조금 전에 함께 하겠다 하지 않았느냐?”

“그게…….”

“혹…… 가족이라며 나를 위로하던 그 말……. 그저 말뿐이었느냐?”

“아니에요!”

남궁정의 실망 어린 목소리.

그 목소리에 남궁연화가 빽 소리쳤다.

그에 남궁정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럼 다녀오거라.”

“…….”

“대답해야지.”

자신의 말에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남궁연화.

남궁정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런 남궁연화를 향해 말했고, 그런 남궁정의 말에.

“네.”

남궁연화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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