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9화
제209장 쇄신 刷新 (1)
“허어, 안휘성의 지배자인 남궁세가까지 감찰을 하다니! 감찰대가 제대로 사고를 치는군 그래!”
“그러게나 말일세!”
중원에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호남 동정호의 한 객잔.
수많은 사람으로 가득 찬 객잔에서 벗으로 보이는 두 명의 사내가 놀라운 어조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혹, 무림 수호 감찰대를 말하는 거요?”
그러한 두 명의 대화에 옆에서 혼자 술을 홀짝이고 있던 사내가 조심스럽게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러한 사내의 물음에 두 명이 동시에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아니 글쎄, 천하 제일가! 남궁세가까지 감찰을 시작했다는 것이 아니겠소?”
“허억! 안휘의 그 남궁세가를 말하는 것이오!”
두 명의 중년인 중, 염소수염을 한 중년인의 말에 대화에 끼어들었던 사내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에 또 다른 중년인, 민머리의 중년인이 입을 열었다.
“대륙에 남궁세가라 하면 그곳밖에 없지!”
“정말, 그곳에도 감찰 조사를 진행했단 말이오? 형식적으로가 아니라?”
민머리 중년인의 대답에 사내가 다시 물었다.
남궁세가는 고작 지역 유지였던 진주언가와는 차원이 다른 세가이다.
천하제일가 라 불리며 수많은 고수를 배출해온 명문 중의 명문!
게다가 안휘성에서는 안휘의 주인, 왕야 보다 더한 권력을 자랑하는 존재로 진주언가와는 감히 비교할 수 없는 그런 가문이었다.
한때 낭인으로 생활을 했기에 그것을 잘 아는 사내가 놀란 음성으로 묻자 이번에는 염소수염의 중년인이 입을 열었다.
“그렇소! 남궁세가가 조사에 불응하자 최정예 창천단을 제압하고! 창천단주, 남궁무를 검마의 아들. 아니 유성검 流星劍 이 제압을 했다더군!”
유성검 流星劍 단진.
젊은 나이에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고수로서 서역에서부터 이름을 알려온 사내.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과 같이 검이 떨어진다 하여 서역에서 그를 슈팅스타 스워드라고 불렀으며, 창천단주를 제압한 것을 계기로 중원인들은 서역의 언어를 번역하여 그를 유성검이라 불렀다.
“허어! 창천단주 남궁무 대협을 말이오? 검마의 아들이랑 이립이 되기 전이 아니오?”
남궁무가 제압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을까?
사내가 경악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니까 놀라운 거지!”
그러한 사내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던 민머리의 중년인이 무릎을 탁! 치더니 흥분 어린 어조로 대답했다.
그에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의문 어린 표정으로 다시 민머리 중년인을 바라보았다.
“아니 근데, 남궁세가의 가주, 검왕이 가만히 있었소? 분명 나섰을 텐데 말이오.”
“껄껄! 이보게, 감찰대의 대주가 누군가?”
“거참, 그것을 모르는 이가 있소? 바로 수라협성 아니오?”
민머리 중년인의 물음에 사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현재 수많은 무림인 중 가장 유명한 이가 바로 수라협성이다.
동네의 나뭇가지를 들고 전쟁놀이를 하는 어린아이들이 ‘나는 수라협성이다!’하며 외치고 다닐 정도이니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한 사내의 대답에 염소수염 중년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그런데 무슨 상관이 있겠소?”
“……?”
“수라협성은 절대의 경지를 벗어난 존재. 칠왕에 뒤지지 않는 아니, 오히려 나이 때문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그렇지 삼황에 버금가는 사내요.”
“그 뜻은……?”
“그렇소! 수라협성이 감찰 조사에 불응하는 검왕을 제압하고! 감찰 조사를 했다는 뜻이오!”
“허어!”
염소수염 중년인의 흥분된 대답에 사내는 물론 어느새 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객잔의 수많은 사람들이 탄성을 내뱉었다.
그에 염소수염 중년 사내는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헛기침을 했다.
자신들의 이야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몰랐던 것이다.
그에 중년인이 어색해하며 헛기침을 하자.
“점소이! 당장 최고급 술 한 병 저기 가져다주게!”
“안주도! 내가 다 계산하겠네!”
눈치 빠른 사내들이 서둘러 술과 안주를 준비해주었다.
흥미로운 이유기를 해주는 대가, 바로 이야기 값이었다.
그러한 사람들의 지불에 두 명의 중년인은 만족한 듯 씨익 미소를 지었고, 점소이가 가져다준 술로 목을 한 번 축이고는 조금 전보다 더 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검왕을 제압하고 감찰 조사를 시작한 수라협성! 그는 자신의 대원인 남궁정의 입장을 배려하여 그에게 조사를 맡겼으니!”
“오!”
감찰 대원 중 한 명인 남궁세가의 소가주 남궁정.
그러한 대원의 입장을 이해한 수라협성의 배려에 사람들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호응했다.
그에 민머리 중년인이 씨익 미소를 지었고,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무인 중의 무인이었던 창천검룡 남궁정은 대주의 배려에 보답하듯 가문의 잘못을 숨기기는 커녕! 쇄신 刷新 이라는 단어를 명분으로 내세워 가문의 잘못을 철저하게 조사했고! 남궁세가의 망나니였던 대공자 남궁영의 잘못과 그에게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을 찾아 실종이 되어버린 그를 대신해서 피해자들에게 직접 찾아가 사과는 물론 금전적인 보상까지 했다더군!”
“소가주인 창천검룡, 그가 직접 말이오?”
“그렇소! 직접 찾아가서 고개를 숙여 사과를 했다고 하더이다!”
다른 사내의 물음에 염소수염의 사내가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오!”
“대협이로다!”
그러한 사내의 대답에 사람들은 감탄하며 남궁정의 행동을 칭찬했다.
명문가의 자제로서 잘못을 저지른 자신의 형을 대신하여 직접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하는 행동.
쉽게 볼 수 없는 행동에 사람들은 감탄했다.
게다가 가문의 잘못을 덮지 않고 오히려 모든 것을 파헤쳐 잘못을 파악하고, 그것을 반성하고 바로 잡으려는 그의 행동과 용기에 사람들은 내심 그에게 박수를 보내었다.
역시, 천하제일가라는 이름은 어디 가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말이다.
“거기에다가! 대주인 수라협성은 망나니였던 남궁영을 방치하고, 남궁세가의 명예를 위해 모든 잘못들을 덮은 죄로 검왕을 무림맹에 압송하였다고 하더군! 그로 인해 검왕은 잠시 가주 자리에서 내려와 무림맹의 조사를 받게 되었으니! 이 세상에 감히 누가 천하제일가의 가주, 검왕에게 죄를 물을 수 있단 말이었던가! 그 어려운 것을 해낸 존재가 바로 수라협성이었으니 안휘는 물론 수많은 사람들이 수라협성의 행동, 그리고 감찰대의 거침없는 행보에 큰 박수를 보내고 있소이다!”
“허어, 그 검왕이?”
“이럴 수가…….”
“가히 파격적이구나…….”
무림 칠왕 중 한 명인 검왕 劍王 남궁준광. 뛰어난 무인임과 동시에 천하제일가, 남궁세가의 가주인 그가 무림맹에서 직접 조사를 받는다는 이야기에 객잔의 모든 사람들이 혀를 내둘렀다.
“모든 조사를 마친 이후, 감찰대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인지 혹 아시오?”
그렇게 쑥덕대는 사람들의 사이로.
맨 처음 대화에 끼어들었던 사내가 물었다.
그러한 사내의 물음에 객잔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염소수염 중년인의 입으로 모여들었다.
그에 염소수염 중년인은 씨익 미소를 지었고, 이내 입을 열었다.
“무당, 호북에 위치한 무당으로 향한다고 알고 있소.”
* * *
똑똑.
“들어와.”
남궁세가의 귀빈실.
모든 형식적인 조사를 마치고 그 이후의 처리는 남궁정과 사마천에게 맡긴 나는 이틀 동안 서은설과 함께 안휘성을 구경했다.
저잣거리는 물론, 안휘성의 유명한 관광지까지 모두 말이다.
오랜만에 가진 단둘만의 시간에 서은설은 즐거워했고, 나 또한 즐거웠다.
그렇게 이틀의 시간을 즐기고 오늘, 휴식을 취하며 홀로 술을 한잔 기울이던 중 문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와 익숙한 기운에 말했다.
끼익.
그에 문이 열렸고, 이내 익숙한 인영이 반 안으로 들어섰다.
“앉아라.”
평소와 달리 조심스럽게 방안으로 들어선 왕일.
그런 녀석에게 나는 맞은편 빈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에 왕일은 문을 닫고는 걸음을 옮겨 내가 권한 자리에 앉았다.
“애들은 잘하고 있지?”
남궁정의 집안이기에 남궁정에게 모든 것을 맡겼고, 혹시나 조언이 필요할 경우를 대비하여 사마천을 붙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솔직히 조금 걱정되었고, 그렇기에 왕일에게 물었다.
그러한 나의 물음에 왕일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걱정되면 직접 살펴보는 게 어때요? 형님이 함께해 주시면 정형님도 든든할 텐데.”
“됐다.”
그랬다가는 남궁정이 나의 눈치를 살필 것이 분명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남궁정의 편의를 봐주고 싶었다.
그렇기에 녀석이 남궁세가의 잘못에 대해 어물쩍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럴 의향이 있었다.
물론 녀석은 그럴 의향이 전혀 없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기에 나는 일부러 나서지 않았다. 절대 귀찮아서가 아닌, 다 남궁정을 위해서 말이다.
그런 나의 대답에 왕일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옆에 있던 빈 잔을 집었다.
“저도 한 잔 주실 거죠?”
“그래, 받아라.”
빈 잔을 내밀며 싱긋 미소를 짓는 녀석.
그런 녀석을 보며 나는 피식 미소를 지은 다음 빈 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제가 한잔 올릴게요.”
“굳이?”
“예.”
자작을 좋아하는 편인 나.
그런 나의 물음에 왕일이 대답했다.
그에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녀석에게 술병을 건넸다.
그렇게 술병을 받아든 녀석은 나의 빈 잔에 술을 따랐다.
그에 나는 가득 채워진 술잔을 들었다.
“짠.”
“짠 입니다.”
장난기 어린 나의 말.
그 말에 녀석이 술잔을 들어 부딪히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우리 둘 다 동시에 시원하게 꺾어 털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
그렇게 술잔을 비우고 내려놓기를 잠시.
나는 이곳을 찾은 녀석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냥 심심해서 찾아온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그러한 나의 물음에 왕일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빈 잔을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저…… 혹 시간이 되시면 상담 가능하신가요?”
상담이라…….
그런 거 귀찮아서 안 하는 성격인데.
나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부탁하는 왕일의 모습에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상담.
솔직히 조금 귀찮았다.
하지만 그래도 아끼는 놈이니 이야기는 들어 주어야겠지.
그에 나는 입을 열었다.
“무슨 상담?”
“그게…… 귀찮고 쫑알거리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약혼한다 하더라구요. 옆에 있을 때는 짜증 났는데 다른 사람 옆에서 쫑알거리는 모습을 생각하니 기분이 나빠요. 그래서 그냥 제 옆에서 계속 쫑알거렸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요?”
“남궁연화를 말하는 거냐?”
“…….”
씨익.
나의 물음에 입을 꾹 다문 녀석의 모습.
그 모습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구경 중 제일이라는 싸움, 불구경만큼이나 재밌는 것이 있다면 바로 타인의 애정사이다.
물론 헤어지는 것을 고민하는 뭐 같은 애정사가 아닌, 갓 시작 하려 하는 풋풋한 애정사! 그게 진짜 꿀 발라 놓은 듯한 달콤한 재미였다.
보통의 상담과는 다른, 연애 상담을 받으러 온 왕일을 보며 나는 자세를 앞으로 기울였다.
그러고는 손깍지를 끼며 그윽한 눈빛으로 녀석을 바라보았다.
“이 형한테 다 말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