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6화
제206장 유기혈투진 有氣血鬪晉
소림의 방장, 혜천과 달리 나를 소교주라 칭하는 남궁준광을 보며 나는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무림에 나와 나를 온전하게 소교주라 불러 준 사람.
당신이 처음이야.
하지만.
쾅!
반가운 나의 마음과 달리 남궁준광은 내가 별로 반갑지 않았나 보다.
남궁준광이 강력한 기운을 방출하며 나와 거리를 벌렸기 때문이다.
쩝, 너무하네. 사람이 이렇게 호감을 표하는데 말이야. 정 없다 없어.
속으로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혀를 차던 것도 잠시.
거리를 벌린 그가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자 나는 보란 듯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웃는 얼굴을 보여주면 상대도 반갑게 웃어주지 않을까?
“안녕하세요? 댁네 아들이 항상 저에게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음…… 인사가 이상한가?
뭐, 어쨌든.
반가운 나의 인사에도 불구하고 남궁준광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웃는 얼굴로 반기기는커녕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찬찬히 살피는 남궁준광.
마치 자신이 제압이 가능한 상대인지 탐색하는 눈빛이었다.
그러한 남궁준광의 눈빛에.
씨익.
나는 보란 듯이 미소를 지으며 허점을 보여주었다.
마치, 덤벼보라는 듯 말이다.
그러한 나의 도발과도 같은 화답이 먹혔을까?
남궁준광의 날카로운 눈매가 꿈틀거렸다.
‘재미있네.’
꿈틀거리는 남궁준광의 눈매에 속으로 흥미로워하며 검을 들어 어깨에 걸쳤다.
뒷골목 건달들이나 할 것 같은 가벼운 자세.
그 자세를 취하고는 남궁정의 옆에 서서 녀석의 팔에 손을 얹었다.
“아따, 편하다.”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남궁정의 어깨에 기대어선 나.
마치 기둥에 기댄 듯한 나의 모습에.
꿈틀!
남궁준광의 눈매가 다시 꿈틀거려졌다.
그에.
“역시! 남궁세가의 기둥이구만! 아주 훌륭한 기둥이야!”
꿈틀!
이것 참.
재미있는데?
나의 행동 하나하나, 말투 하나하나에 반응하며 꿈틀거리는 남궁준광의 눈매가 상당히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내 손을 내렸다.
기둥으로서 훌륭한 능력을 보여준 남궁정.
그 녀석의 얼굴이 굳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나는 슬그머니 검을 다시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검을 바닥에 꽂은 다음, 검 손잡이 끝에 양손을 포개며 입을 열었다.
“다시, 당당하게 말해라.”
남궁준광의 기파에 압도 된 건지, 아니면 나의 장난질에 기분이 상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남궁정의 굳은 얼굴.
그런 남궁정에게 힘을 주듯 내가 힘 있는 어조로 말했다.
그러한 나의 말에 남궁정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나, 수문장이야. 없다 생각하고 편하게 말해. 검 날아오면 다 날려줄게.”
그런 녀석의 시선을 마주하며 내가 장난스럽게 대답하자 녀석 또한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가슴을 쫙 펴며, 고개를 돌려 당당하게 남궁준광을 마주했다.
아무래도 전자였던, 남궁준광의 매서운 기파에 압도되어 기가 눌렸던 모양이다.
나의 응원에 다시 힘을 되찾은 남궁정.
그가 단호한 표정으로 남궁준광을 보며 입을 열었다.
“불응하시는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
“뭐라?”
나의 옆에서 당당하게 입을 연 남궁정.
그의 말에 남궁준광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남궁정을 노려보며 대답했다.
저 봐라, 또 눈매가 꿈틀거린다.
거참.
진중한 눈매가 겁나 꿈틀거리네.
진중한 생김새와 달리 가볍기가 그지없었다.
아무튼, 그러한 남궁준광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남궁정은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대주님.”
“왜?”
녀석의 부름.
그 부름에 나는 짧게 대답했다.
그에.
“불응합니다, 혼내 주십시오.”
녀석이 세상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음…….
그래, 이 말투. 분명 장난스러운 나의 말투다.
한데 저렇게 정색하고 말하니 너무나도 재미가 없었다.
자고로 이 말은 아이가 어머니에게 고자질하듯, 그런 얄미운 표정을 지어야 하는데 말이다.
장난스러운 단어들과 달리 진지하기 그지없는 남궁정의 얼굴.
그 비대칭적인 모습에 나는 어이가 없음을 느꼈다.
하지만 이내.
피식.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마독을 바라보았다.
“독아, 한 수 보여주어라.”
“알겠습니다!”
나의 말.
그 말에 마독이 힘차게 대답했다.
갑작스러운 나와 마독의 대화에 남궁정을 포함한 모든 일행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중에서 무공을 가장 늦게 배웠고, 또 약한 이가 마독이었다.
초절정인 단진과 절정인 자신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독에게 한 수 보여주라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일행들.
그들 모두가 의문 어린 표정으로 나와 마독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한 일행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마독은 품에서 짧은 지팡이를 꺼내어 들었다.
“오.”
저 지팡이, 분명 그거였다.
사 장로인 환마가 사용하는 지팡이, 영산봉 靈産棒 인가?
아무튼 그거 맞았다.
거참, 벌써 환마에게 무기를 받다니. 제법이었다.
내심 기특하다 생각하며 나는 기대 어린 눈빛으로 마독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영력을 지니고 있는 마독.
그가 펼치는 술법을 처음 보는 순간이었기에 조금 기대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한 나의 기대 어린 눈빛을 듬뿍 받은 마독은 힘찬 표정으로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오오오옷!”
“…….”
괴상한 소리를 내뱉었다.
거참, 기왕 기합 소리 낼 거면 좀 멋있게 내지.
하여튼 이상한 놈이었다.
힘찬 기합 소리도, 뭔가 있어 보이는 신음 소리도 아닌 괴상한 소리.
그 괴상한 소리에 이곳에 있던 모든 사람이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진중하기 짝이 없던 남궁준광까지 말이다.
한편의 경극처럼 웃긴 마독의 모습.
그 모습과 달리.
우우웅!
치지지직!
마독의 손에 들린 지팡이, 영산봉에서 거대한 자연의 기운이 일어나더니 이내.
수욱!
“헙!”
드넓은 연무장을 그대로 뒤덮어 버렸다.
“하아…… 하아…….”
“수고했다.”
새하얀 기운에 뒤덮인 공간.
그 공간 내에는 드넓은 연무장이 존재해 있었으며, 그 연무장 위에는 남궁세가를 위해 헌신하는 사용인들을 제외한 무인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거 뭐야?”
“허어…… 벌써…….”
뒤늦게 남궁세가에 도착해 우리와 함께 있던 왕일과 사마천.
왕일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현상에 두 눈을 크게 뜨며 주변을 둘러보았고, 사마천은 놀란 표정으로 숨을 헐떡이고 있는 마독을 바라보았다.
“독아.”
“허억! 허억! 네…….”
놀란 사마천의 눈빛을 뒤로하고.
낮은 야율민의 부름에 마독이 호흡을 고르며 대답했다.
그에 야율민이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마독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너, 환마 장로께 무공을 배운지 얼마나 됐지?”
“한 달 조금 안 되었어요.”
“한 달……?”
“네.”
마독의 대답.
그 대답에 야율민은 물론 사마천과 단진까지 놀라 그대로 굳어버렸다.
“왜 그러세요, 형님들?”
그러한 세 명의 모습에 마독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정말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순진한 마독의 얼굴과 눈빛.
그 눈빛을 마주한 사마천은 탄식 어린 어조로 입을 열었다.
“천재는 여기 있었군.”
“미쳤네.”
“시X, 세상 존X 불공평하네.”
사마천의 탄식을 뒤이어 단진의 중얼거림과 야율민의 한탄.
그러한 세 명의 모습에 마독은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에 다시 입을 열려고 했지만.
“무슨 사술이더냐!”
남궁준광의 뒤.
창천단의 단주인 남궁무의 소리침에 그의 입이 다물어졌다.
분위기를 깨는 남궁무의 외침.
그 외침에 나는 재미있는 구경을 그만 접어두고는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남궁준광의 옆에 선 남궁무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입니다.”
“…….”
“반응이 왜 이래? 이거 조금 섭섭합니다?”
언제는 내가 먹는 거만 봐도 배부르다더니.
마음이 변했다.
나의 반가운 인사에도 불구하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기만 하는 남궁무.
그런 남궁무를 보며 내가 짐짓 섭섭하다는 어조로 다시 말했다.
“소교주는 행동이 상당히 가볍군.”
오, 드디어 입을 열었다.
처음으로 나를 향해 말을 건 남궁준광.
상황이 이렇게까지 돼서야 나를 향해 말을 하는 남궁준광을 보며 나는 남궁무에서 시선을 돌려 남궁준광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특유의 여유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에 정이가 반하여 의형으로 모시게 되었지요.”
“남궁세가의 소가주의 의형으로서는 품격과 기품이 모자라.”
“에이, 제가 남궁세가의 가주보다는 나을걸요?”
“…….”
“아닌 것 같아요?”
남궁준광의 되도 안 되는 말에 내가 장난스레 대답하자 그가 입을 다물었다.
그러한 남궁준광의 모습에 나는 어머니를 닮은 눈웃음을 지으며 다시 물었다.
“…….”
매혹적인 나의 되물음에도 불구하고 대답 없이 나를 노려보기만 하는 남궁준광.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이곳은 유기혈투진 有氣血鬪晉. 말 그대로 기운을 몸속에 지니고 있는 자들끼리 피 터지게 싸울 수 있도록 공간을 왜곡해주는 진이지요.”
현재 이곳에 있는 이들은 모두 자연의 기운, 내공을 몸속에 지니고 있는 자들.
즉, 남궁세가의 무인들과 감찰 수호 대원들뿐이었다.
친절한 나의 설명에 남궁무는 물론, 영문도 모른 채 기괴한 현상에 휘말려 든 창천단의 무사들과 대원들이 주변을 둘러보았고, 이내 내공을 지닌 이들만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자. 죄 없는 사용인들을 제외하고, 남궁세가의 진국인 그대들만 모셔왔습니다.”
“…….”
“그럼, 제대로 조사를 시작해 볼까요?”
“나는 분명 응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그러니 그렇게 무림맹에 보고 해라. 어떠한 제재든 본 남궁세가는 그것을 감수할 것이다.”
친절한 나의 말과 선언에 남궁준광이 차가운 어조로 대답했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안 합니다.”
“뭐라?”
웃음기 어린 나의 대답.
그 대답에 남궁준광이 눈가를 꿈틀거리며 말했다.
그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무림맹에 보고 안 할 것입니다.”
“그러면 조사를 포기하겠다는 뜻이더냐?”
“아니요, 조사는 그대로 진행합니다.”
“지금 뭐 하자는 거지?”
동문서답과도 같은 나의 대답.
그 대답에 남궁준광이 착 가라앉은 어조로 말했다.
그에 나는 검을 들었다.
그러고는.
“제가 직접 남궁세가를 조지…… 아니, 제재를 가하고 조사를 진행하겠습니다.”
우웅!
천마신공을 최대치로 끌어 올렸다.
이들이 조사에 불응한다고 무림맹에게 쪼르르 달려가서 고자질을 한다?
에이, 내 자존심상 그것은 허락 못 한다.
그냥 내가 다 때려 부수고 알아서 제재하면 된다.
그편이 빠르고 확실할 테니 말이다.
그에 나는 천마기를 온몸에 둘렀고, 이내.
타앗!
빠른 속도로 남궁준광에 달려들었다.
“모두 막아라!”
그러한 나의 행동에 남궁무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고.
채챙!
뒤에 있던 창천단원 모두가 검을 뽑아 들었다.
그에.
채챙!
“몸 좀 풀어 볼까?”
“내 뒤나 따라오도록 해라 야율민.”
“이놈이!”
“하핫! 오늘 살계를 열어야겠군.”
“제가 화살로 뒤에서 보조할게요.”
우리 대원 모두가 각자의 병장기를 뽑아 들었다.
“흐미, 무서워라.”
아, 마독과 왕일은 제외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