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4화
제204장 남궁정의 분노 忿怒
“아이고! 어서 오십시오!”
안휘성 특유의 향신료 맛에 신기해하며 한창 식사를 즐기던 도중.
나는 옆에서 들려오는 호들갑 어린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불은 살로 인해 응당 하나 있어야 할 턱이 두 개인 중년 사내가 푸른 무복을 입은 다섯 명의 사내 앞에서 불이 나도록 손바닥을 비비고 있는 모습이 말이다.
“자리 있나?”
“물론 입죠!”
“안내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그러한 중년 사내, 객잔 주인으로 보이는 사내의 대답에 무인 중 한 명이 말하자 사내가 호들갑을 떨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황급히 가장 터가 좋은 자리로 안내하였다.
번거롭게도 바로 우리의 옆자리였다.
멈칫.
검은 죽립을 깊게 쓰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수상했을까?
다섯 명의 무인, 창천이라는 글귀가 적힌 무복을 입은 무인들이 우리를 보며 잠깐 멈칫했지만.
“…….”
이내 우리를 지나쳐 자리에 앉았다.
“…….”
그런 그들의 행동에 남궁정은 두 눈을 반짝였다.
아무래도 아는 사이인 듯했다.
-아는 자더냐?-
-창천단원입니다. 저번에 단주님을 뵌 적이 있습니다만…… 혹 기억나십니까? 무 라는 이름을 씁니다.-
아…….
기억났다.
나를 향해 자랑스러운 후배라며 친근하게 대하던 중년 사내.
친근한 걸 넘어 부담스럽기까지 했던 중년 사내를 떠올린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던 중년 사내를 떠올리니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그러한 나의 모습을 이해하는 듯 남궁정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나에게 전음을 보내왔다.
-그분의 수하들로, 창천단의 조장들입니다. 일류 끝자락인, 곧 절정에 오를 것이라 기대되는 젊은 무인들이지요. 가지고 있는 인성 또한 좋아 본가에서 상당히 기대하고 있는 유망주들입니다.-
-그렇군, 저들이 너를 알아볼 수 있겠다. 얼굴 잘 숨겨.-
-알겠습니다.-
남궁정의 자세한 설명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고, 그에 남궁정이 흑립을 더 깊게 눌러쓰며 대답했다.
그렇게 우리는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식사를 계속 이어 나갔고, 저들 또한 우리를 신경 쓰지 않고 자신들 만의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한데, 그 이야기가…….
“화월이 고 계집이 죽여주더라.”
“수라청에 새로 들어온 시녀?”
“그래! 진지하게 만남을 이어가고 싶다고 하니 홀라당 넘어오더군,”
“클클, 순진하구만.”
“멍청한 거지.”
좀 더러웠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
그 이야기에 일행들은 얼굴을 굳혔고.
탁.
나는 수저를 내려놓았다.
더러운 이야기에 입맛이 떨어져 도저히 식사를 이어 나가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부르르.
그런 나의 앞.
부끄러움과 분노 때문일까?
붉어진 얼굴로 남궁정이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그에 다른 대원들은 남궁정의 눈치를 살피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창천이라 적힌 글귀를 보고 저들이 남궁세가의 무인이라는 것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 전.
저들은 가문에서 기대하고 있는 유망주라며 칭찬했던 이가 바로 남궁정이었다.
한데 알고 보니 실상은 전혀 다른 뒷골목 파락호 같은 쓰레기들이었다.
아마 남궁정도 몰랐을 것이다.
아무리 소가주라 하더라도 수하 무인들의 인성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들을 남궁세가의 유망주라 생각했던 만큼 남궁정이 느끼고 있는 배신감 또한 엄청날 것이다.
“일어나자.”
그런 남궁정을 가만히 바라보던 나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행들에게 말했다.
그러자 모두가 나와 같이 불편한 감정이었는지 군말 없이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이곳에 있어봤자 상황만 불편해질 테니 말이다.
우리가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그때.
벌컥!
객잔의 문이 벌컥 열렸다.
그에 식사를 하던 모든 사람이 고개를 돌려 정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보였다.
후줄근한 옷차림을 한 노인이 말이다.
“나가세요! 어서요!”
그런 노인의 등장에 점소이가 화들짝 놀라며 달려와 노인을 밀었지만, 노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자신을 밀어대는 점소이를 무시하고 주변을 살피는 노인.
그가 곧 남궁세가의 무복을 입고 있는 다섯 명의 무인들에게 시선을 고정하였다.
그러고는 그들에게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무릎을 꿇었다.
“창천의 무사님들!”
한창 이야기에 꽃을 피우던 무인들은 갑작스러운 불청객에 인상을 찌푸리며 노인을 내려다보았다.
“뭐지?”
그중 대장 격으로 보이는 사내가 불편한 어조로 말하자 노인이 고개를 깊게 숙였다.
“제 딸의 억울한 넋을 위로해주십시오!”
“뭐?”
“남궁영 공자! 그 공자에게 제 딸이 겁탈을 당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노인의 입에서 나온 절절한 목소리.
그 목소리가 제법 컸기에 객잔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하던 행동을 멈추고 노인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이 되자 무인이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그러고는 신경질적인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자는 더 이상 본가의 대공자가 아니다. 그러니 다른 곳에 가서 하소연하도록.”
“대 남궁세가의 공자가 아닙니까! 제 억울한 딸의 영혼. 저는 그것을 달래주어야겠습니다! 부디! 가주님을 만나게 해주십시오!”
“뭐라?”
무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노인은 더욱더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에 무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무서운 표정으로 노인을 내려다보았다.
“감히 네까짓 놈이 가주님을 만나 뵙고 싶다 했느냐?”
“부탁드립니다! 안된다면 총관님이라도…….”
퍼억!
노인의 간절한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무인은 노인의 옆구리를 그대로 걷어 차버렸다.
“커헉!”
말을 끝마치지 못한 노인은 복부에서 올라오는 고통에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듯 괴로운 소리를 내뱉었고, 무인은 그런 노인을 내려다보며 차가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닥쳐라. 너 따위가 감히 그분들을 만나려고 하다니. 주제를 알도록.”
“제……, 제 딸의…….”
피식.
무인의 말에 노인이 괴로운 소리를 내면서도 힘겹게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에 무인은 피식 미소를 지었고 이내 비릿한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
“네 딸년? 보나 마나 대공자에게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었겠지.”
“아니……,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비릿한 무인의 말에 노인은 다시 무릎을 꿇으며 부정했다.
그러고는.
턱, 턱.
힘겹게 다시 기어 무인의 앞으로 갔고. 이내 고개를 숙였다.
“제발! 제발 제 딸의 억울함을…….”
“지X.”
절절한 감정이 담긴 노인의 간절한 어조.
그 어조에도 불구하고 무인은 차가운 표정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다시.
퍽.
노인을 걷어차 옆으로 밀어냈다.
“비록 본가에서 쫓겨난 망나니지만 그래도 대 남궁세가의 핏줄과 한 번 몸을 섞었으니 네 딸년도 억울하지는 않을 거다. 그러니 꺼져라.”
“커헉!”
차가운 무인의 말과 끔찍한 고통에 노인은 피를 토했고, 그 모습을 보며 다섯 명의 무인들은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 끔찍하고 잔혹한 모습.
그 모습에 나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안 그러면 저 쓰레기들을 갈기갈기 찢어 죽여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진정을 하고 겨우 살심을 가라앉힌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어느새 분노로 인해 두 눈이 붉어진 남궁정을 바라보았다.
“네가 알던 남궁이 맞느냐?”
“아닙니다…….”
나의 물음.
그 물음에 남궁정이 분노가 억눌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에 다섯 명의 무인들이 고개를 돌려 우리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무시했다.
“나는 남궁을 조사할 것이다.”
“앞장서겠습니다.”
감찰 조사를 하겠다는 나의 말.
그런 나의 말에 남궁정이 대답했다.
“괜찮겠느냐?”
그에 나는 물었다.
괜찮겠냐고.
그런 나의 물음에 남궁정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붉어진 두 눈으로 나의 두 눈을 응시했다.
“제가 고치겠습니다. 제가 알고, 생각 하고 있는 남궁으로.”
“…….”
“그러니, 제가 나서겠습니다.”
“그래.”
확고한 의지가 담긴 남궁정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마음껏 행동해라. 우리가 도와줄 테니.”
녀석을 향해 살짝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에 남궁정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이내 나의 뒤에서 고개를 끄덕여주는 대원들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깊게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
“괜찮다.”
“괜찮소이다! 허허!”
“멍청한 놈. 어서 처리해라.”
남궁정의 사과에 대원들은 각자의 성격대로 대답했다.
그에 남궁정은 다시 고개를 돌렸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다섯 명의 무인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지 여전히 의문 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다섯 무인들.
그런 다섯 무인들을 보며 남궁정은 흑립을 벗었다.
스윽.
그러자 드러나는 남궁정의 훤칠한 얼굴.
“!!!”
그 얼굴에 다섯 무인들은 두 눈을 크게 뜨며 경악했고.
“쓰레기들…….”
남궁정은 분노가 가득한 어조와 함께 그들을 노려보았다.
“소……, 소가주님!”
소가주인 남궁정의 얼굴을 알아본 다섯 무인.
그들이 경악 어린 목소리로 말하자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이 웅성거렸다.
무림 수호 감찰대원으로 이름을 높이고 있는 창궁검룡, 남궁정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너무나도 의외였던 것이다.
“정녕, 너희들이 본가의 무인이더냐?”
그러한 사람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분노로 가득한 남궁정의 물음에 다섯 명의 무인들이 당황해하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소가주님…… 이것은…….”
“닥쳐라!”
쾅!
다섯 무인들의 더러운 변명조차 듣기 싫었던 남궁정.
그가 기운을 끌어 올리며 언성을 높이자 다섯 무인들의 옆에 있던 탁자와 의자들이 뒤로 넘어가며 그대로 박살 나 버렸다.
“마독, 저자를.”
그런 남궁정의 모습에 나는 마독에게 노인을 챙기라 명하였고, 마독이 영력을 사용하여 노인을 이곳으로 끌고 왔다.
“괜찮아요. 우리가 다 해결해 줄게요.”
그러고는 피를 토하며 괴로워하고 있는 노인의 등을 쓸어내리며 위로하고 있었다.
그런 마독의 모습에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의와 협으로 가득하며 드넓은 푸른 창공과 같은 맑음을 지녀야 할 본가의 무인들이 노인을 때리는 것도 모자라 고인을 욕해?”
“하지만……, 본 가의 대공자를…….”
퍼억!
남궁정의 분노 어린 말에 계속해서 대답하려는 무인들을 보며 남궁정은 결국 주먹을 들었다.
그의 주먹이 빠른 속도로 무인들에게 휘둘러졌고, 무인들은 얼굴에 일격을 허용하고는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다섯 명 모두가 말이다.
“아아…….”
볼과 입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
그 고통에 무인들이 괴로워하자 남궁정이 싸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괴롭더냐? 저자가 더 괴로웠을 것이다.”
“…….”
“너희들에게 받은 육체적 고통, 그리고 사랑스러운 딸의 명예를 짓밟는 너희들의 언사에 받은 정신적 고통까지. 그 모든 것들이 지금 너희들이 느끼고 있는 고통과는 차원이 달랐을 것이다.”
“…….”
“너희들은 본가의 무인이 아닌 쓰레기. 소가주인 내가 가주님을 대신하여 너희에게 벌을 내리겠다.”
스르릉.
“자, 잠시만요 소가주님!”
분노한 남궁정이 말을 끝마치며 검을 뽑아 들자 무인들이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하지만.
스윽.
남궁정의 검은 휘둘러졌고.
서걱.
“크아아악!”
곧이어 그들의 오른팔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동시에 솟아오른 다섯 개의 피 분수.
그와 동시에 다섯 무인들이 괴성을 내질렀고, 남궁정은 검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퍽! 퍽!
검집째로 빠르게 다섯 무인들의 복부를 찔렀다.
“커헉!”
검집으로 복부를 강타해 단전을 파괴시킨 남궁정.
그의 일격에 무인들은 피를 토하며 그대로 기절해버렸고, 남궁정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너희의 죄는 아직 끝이 나지 않았다. 본가로 연행하여 그동안 벌인 끔찍한 일들 하나하나 조사할 것이다. 너희들을 시작으로 본가의 모든 무인들을!”
“…….”
남궁정의 각오가 담긴 말.
그 말에 이미 의식을 잃은 다섯 무인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에 남궁정은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보였다.
1층은 물론 2층에서까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그 시선에 남궁정인 정중히 포권을 취했다.
그러고는 힘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본가에 억울한 일이 있으신 분은 남궁세가의 소가주, 저 남궁정을 찾아 주십시오! 무림 수호 감찰대원으로서! 그리고 남궁세가의 소가주로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