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1화
제201장 한 판 一鬪
무림 수호 감찰대
武林守護監察隊
현 세대에 처음 있었던 정마회동, 혹은 마정회동.
그 회동으로 인한 첫 번째 결과물로서, 정파와 마도만이 아닌 사파까지 합세한 연합 조직으로 무림을 수호하기 위해 무림의 문파와 각 세가를 감찰하는 권한을 지닌 조직이다.
심증이 있다면 언제든 모든 세력의 문파를 조사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만약 감찰 조사를 거절할 경우, 정파는 무림맹에서, 마도는 천마신교, 사파는 사황성에서 제재가 들어갈 것으로 이미 공표까지 마친 상태.
각 세력의 수장격인 그들이 이렇게 나오자 모든 문파들은 감히 감찰 조사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
거기에다가 감찰대의 수장, 대주를 맡기로 한 인물은 바로 무림의 떠오르는 별. 이성 二星 중 한 명으로 수라협성 修羅協星 이라 불리는 젊은 절대고수, 천마신교의 소교주 위극신이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감찰대원에는 천마신교 장로들의 자제와 천하제일가, 남궁세가의 자제, 그리고 사황성 소속의 무인이 속해 있었기에 무림인들은 물론, 영웅, 협객을 고대하던 일반 민초들까지 그들의 행보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
진주언가의 끔찍하고 비 인류적인 행동을 만천하에 공표했고, 그와 동시에 단 네 명의 대원들만으로 진주언가를 멸문시켰다.
하북성의 지역 유지였으며, 동시에 산동성의 지배 세력 중 한 곳이었던 명문가를 단 네 명이서 말이다!
그렇게 뛰어난 수완과 훌륭한 무공실력으로 속 시원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무림 수호 감찰대.
사람들은 그들이 만들어낸 결과에 환호하며 그들의 행보에 더욱더 집중했다.
부디, 무림의 평화를 수호하고 죄 없는 사람들이 벌을 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염원을 담아서 말이다.
그렇게 수백, 아니 수천만이 훨씬 넘어가는 사람들의 기대를 듬뿍 받고 있는 조직의 대주, 그 망할 감투를 쓰고 있는 위극신.
아니, 나는 입에 물린 풀을 잘근잘근 씹으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아 소림에 꼭 가야 하냐?”
현재 우리는 산동성에서 서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상태였다.
처음 목적지인 남궁세가의 안휘성은 산동성의 남쪽.
당장이라도 남궁세가로 가서 왕일을 놀리고 싶었던 나는 서쪽, 하남성으로 가야 하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불퉁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그러한 나의 투덜거림에 옆에서 걸음을 옮기고 있던 왕일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은설 누님을 부대주로 임명하는 대신 무림맹의 제자도 부대주로 임명해달라는 조건. 그것은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타당한 조건이었습니다.”
나의 여인이자 사황성의 후계자인 서은설.
그녀를 부대주로 앉혀 달라는 나의 조건에 무림맹은 허 許 함과 동시에 하나의 조건을 걸었다.
바로.
정파의 정신적 지주와도 같은 문파, 소림.
그곳의 떠오르는 무승 武僧 인 동시에 소림을 지키기 위해 살계 殺戒를 개방하여 일반 민초들에게 혈승 血僧 이라는 괴이한 별호로 불리는 공진을 서은설과 같은 부대주로 앉히겠다는 조건 말이다.
뭐 충분히 이해한다.
대원 중 정파의 인물은 단 한 명, 남궁정뿐이다.
게다가 대주는 마도의 인물이 나였으며, 부대주의 자리에 사파의 인물인 서은설을 앉힌다?
무림맹의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충분히 이해한다.
이해는 하는데…….
“아씨, 소림은 술을 못 마시잖아.”
망할 소림은 금주 禁酒의 법도를 따르고 있는 곳.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
그렇게 내가 계속 투덜거리자 옆에서 시무룩해 있던 남궁정이 나를 향해 사과를 건네었다.
갑작스러운 남궁정의 사과.
요즘 묘하게 시무룩해 있는 남궁정을 보며 나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왜, 네가 죄송하냐?”
“제가 능력이 뛰어나 인정을 받았다면 부대주는 제가 되었을 텐데…… 죄송합니다.”
난 또 뭐라고.
“그게 왜 네 잘못이냐?”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렇기에 남궁정이 사과를 할 필요도, 내가 화를 낼 필요도 없었다.
그냥 나는 귀찮았고. 그로 인해 살짝 짜증 났을 뿐이니 말이다.
그런 나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남궁정은 고개를 숙이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에 나는 녀석의 어깨를 탁 치며 다시 입을 열었다.
탁!
“어깨 펴, 보기 흉하다.”
“알겠습니다!”
흉하다는 나의 말.
그 말에 남궁정이 화들짝 놀라며 어깨를 쫙 폈다.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녀석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들겨 주었다.
화악.
미친 X.
나의 다독임에 언제 시무룩했냐는 듯 미소를 짓는 남궁정을 보며 나는 속으로 혀를 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정상인 놈이 없었다.
“저…… 소교주님.”
“왜?”
나의 장난감 마독.
그의 부름에 나는 정색하며 대답했다.
그에 녀석이 흠칫했다.
역시 난 저 반응이 좋았다.
녀석의 흠칫거림에 나는 속으로 실실 웃었지만 겉으로는 계속 정색을 유지하였고 그런 나를 보며 마독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천이를 정말 산동악가에 두고 와도 괜찮을까요?”
“괜찮아.”
녀석의 물음에 나는 짧게 대답했다.
그러고는 바로,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 * *
이른 아침.
“형님! 어찌 저를 버리고 가십니까!”
산동악가의 정문에서는 한편의 경극이 펼쳐지고 있었다.
나를 보며 절절한 목소리로 절규하는 위천, 그런 녀석의 옆에는 무표정한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촉촉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악여화까지.
감정 표현과 눈빛 표현이 아주 완벽한 한편의 경극이었다.
거참, 돈 받아도 되겠다.
“소교주, 그러지 말고 함께 가십시오. 우리 여화도 동행해서 보내겠습니다.”
그런 위천의 옆.
산동악가의 가주 악천후가 간절한 어조로 말했다.
제발 자신의 딸, 악여화와 동행해달라는 듯한 눈빛으로 말이다.
그러한 악천후의 부탁에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됩니다.”
“소교주!”
“우선, 위천 너는 여기서 사장로가 올 때까지 기다려라.”
나를 부르는 악천후를 뒤로하고.
나는 절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위천에게 말했다.
그에 위천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
“싫습니다! 저는 형님과 함께!”
“야이 씨!”
양심이 있으면 입 좀 닥쳐라.
녀석의 말이 이어지자 나는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욕설을 내뱉으며 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자 녀석이 움찔했다.
그에 나는 녀석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너 때문에 은설과의 시간도 포기했다. 그냥 닥치고 여기 있어라. 진짜 맞아 죽기 전에.”
“알겠습니다.”
살기 어린 나의 경고.
그 경고에 녀석이 바로 수긍했다.
언제 절절한 표정을 지었냐는 듯 특유의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이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형님.”
“하아.”
저거, 무림에 나와서 조금 이상해진 것 같았다.
두 개의 얼굴을 지닌 것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녀석을 본 나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 * *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친구를 잘못 만난 것일까?
아침에 있었던 녀석의 모습을 떠올린 나는 가만히 턱을 쓰다듬었다.
친구 따라 황도 간다는 말이 있듯, 인간에게 있어서 친구는 아주 중요한 존재였다.
어떤 친구를 만나냐에 따라 본인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녀석의 친구라…….
나와 다니며 수많은 사람을 만난 위천.
그중에서도 벗이라 할 수 있는 존재는 단둘뿐이었다.
바로.
“헤헤.”
나와 눈이 마주치자 헤실거리는 마독과.
“뭐 시킬 일 있으십니까?”
나와 눈이 마주치자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여는 왕일까지.
위천의 벗이라고 할 수 있는 둘을 보며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녀석들이 위천을 물들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가 보증할 정도로 괜찮은 녀석들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래, 내가 죄인이다.’
내가 문제다.
누굴 탓하겠는가?
속으로 한숨을 내쉰 나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이보게!”
어느새 도착한 하북성, 숭산.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왕일이 안내한 뒷길을 걷다가, 곧 소림의 뒷문에 도착한 나는 나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드는 젊은 승려와 만날 수 있었다.
“나와 있었네.”
“물론! 자네가 왔는데 내가 나와서 기다리고 있어야지!”
나의 말에 반갑게 맞이하는 승려, 공진.
헤어질 때 말 편하게 하라 했더니 정말 편하게 하고 있었다.
그런 공진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고, 옆에 있던 서은설이 앞으로 나섰다.
“반가워요, 함께 부대주를 맡게 된 서은설이에요. 잘 해봐요.”
공진과 함께 무림수호감찰대의 부 대주를 맡게 된 서은설.
그녀가 동료로서 인사를 건네자 공진 또한 반장하며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잘 부탁하오, 서부대주.”
얼씨구.
벌써부터 부대주라 칭하는 공진을 보며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아주 그냥 부대주라는 호칭이 입에 착착 감기나 보다.
그렇게 서은설과의 인사를 시작으로 공진은 차례대로 모두와 인사를 나누었다.
그렇게 모두와 인사를 마치고 다시 나를 바라본 공진. 그가 입을 열었다.
“방주님이 기다…….”
“기각.”
공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나는 단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만약 내가 소림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분명 귀찮은 일이 벌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나의 거절에 공진이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방주께서 자네를 아주 보고…….”
“모든 사람들이 그래, 그러니 방주님 보고 참으라고 해.”
하지만, 나는 다시 녀석의 말을 끊었다.
그에 녀석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었으나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에 나는 몸을 돌렸다.
시간이 없다, 어서 빨리 남궁세가로 가서 술이나 한잔 마셔야지.
벌써부터 목이 칼칼했다.
멈칫.
하지만.
나는 뒤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걸음을 멈추었다.
“하아…….”
그러고는 한숨을 내쉬고는 몸을 돌렸다.
“껄껄! 대주가 오지 않을 것 같아서 내가 나왔다네!”
소림의 낡은 후문.
그 사이로 소리 내어 웃으며 천천히 걸어 나오는 노인, 소림의 방주인 혜천의 등장이었다.
그의 몸에서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는 항마의 기운에 본교의 녀석들이 긴장했고, 천년소림의 방주인 그의 등장이 신기했던 나머지 일행들이 움찔하며 혜천을 바라보았다.
아 물론 공진은 제외하고 말이다.
아무튼.
그의 등장에 나는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혜천을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그러고는 가볍게 인사했다.
마치 동네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듯 말이다.
그러한 나의 인사에 혜천이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만나서 반갑네, 대주.”
“네, 모두들 그렇게 대답하고는 합니다.”
“극신!”
혜천의 대답에 나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에 서은설이 나를 향해 주의를 주었지만.
“껄껄 아니네! 나는 지금 불청객이니 대주의 기분도 이해를 하네!”
혜천이 웃으며 그녀를 말렸다.
그러고는 나를 보며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 대단하군. 끝이 보이지가 않아.”
“그렇습니까?”
나의 기운을 살피려는 듯 찬찬히 나를 바라보는 혜천.
나의 몸을 침투해 들어오는 혜천의 맑은 기운을 튕겨 내며 나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 노인네가, 초면에 이런 행동을 하다니 기본적인 예의가 없구만.
‘소림은 개뿔.’
하나가 마음에 안 들면 모든 것이 마음에 안 든다는 말.
그 말과 딱 맞는 것이 바로 지금의 내 감정이었다.
뜻하지 않은 소림 행에 내가 계속해서 퉁명스럽게 말했고, 혜천의 사소한 행동 하나가 거슬렸다.
그런 불퉁한 행동에 혜천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정말 천마와 똑같구만!”
“예?”
그건 상당히 실례되는 발언인데.
혜천의 말에 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그런 나의 표정에도 불구하고 혜천은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딱! 이십 년 전의 천마를 보는 듯한 기분이야!”
“…….”
선 세게 넘네.
천마를 닮았다는 혜천의 말에 나는 얼굴을 굳혔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아까부터 계속 거슬리는 것이 있었다.
뭐냐고?
바로.
“근데 왜, 저를 대주라 칭하십니까?”
나를 칭하는 호칭이 거슬렸다.
무림수호감찰대의 대주이기도 하지만, 나의 본 신분은 천마신교의 소교주.
나를 대주라 칭하며 은근히 천마신교의 배경을 빼려는 혜천의 행동을 내가 지적했다.
그에.
“껄껄! 기분이 나빴다면 미안하네!”
혜천이 웃으며 사과를 건네었다.
아주 유쾌하게 말이다.
그런 혜천의 대답에 나는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이 노친네.
가만 보면 시비 거는 거 같은데……?
마치 나랑 손 한 번 섞어 보고 싶은 듯 도발하는 것 같았다.
그에 나는 삐딱한 표정으로 혜천을 바라보았다.
“뭐, 한 판 해요?”
원한다면 한판 해주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