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9화
제199장 자만 自慢
‘제법이군.’
하늘을 빼곡하게 뒤덮은 흑색의 검들.
나를 향해 날카로운 살기를 흘리고 있는 수많은 검을 보며 나는 속으로 살짝 감탄했다.
저 녀석의 나이대에서 이러한 신위를 보이는 무인이 있을까?
아마, 현대는 물론 없을 것이고, 고금을 통튼다면 손에 꼽을 것이다.
‘더 이상, 이 녀석은 후기지수가 아니다.’
아직 이립이 채 되지 않은 단진.
본교에서 후기지수로 통하는 젊은 무인, 단진을 보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더 이상 이 녀석은 후기지수가 아닌, 당장 현역으로 뛰어도 부족하지 않은 무인이라고 말이다.
“조심하십시오.”
그렇게 녀석의 신위에 감탄하던 그때.
나는 나를 향해 경고하듯 말하는 단진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어쭈?’
이 새X가, 어디서 건방지게.
어린 나이에 초절정의 경지에 올랐기 때문일까?
순수하게 무를 추구하던 무인의 눈과 다른, 자만에 가득 찬 무인이 되어 버렸던 단진.
그 자만으로 인해 동료를 무시하고, 타 무인을 깔보는 행동을 하며. 그 자만심으로 인해 더 정진하지 못하고 같은 곳을 헤매고 있는 녀석을 보며 나는 속으로 혀를 한번 찼다.
아무래도, 녀석에게 큰 충격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야 앞으로 더욱더 나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속으로 그렇게 생각한 나는 오른손에 쥐어진 뇌선을 펼쳐 들었다.
그리고.
부웅!
가볍게 휘둘렀다.
옥색의 뇌선은 나의 손동작으로 인해 부드럽고, 가볍게 휘둘러졌다.
마치 여인이 사내를 유혹하듯 부드럽게 살랑이며 말이다.
하지만.
콰콰쾅!
그 살랑임으로 인한 결과는 엄청났다.
나의 가벼운 휘두름 한 번에 허공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들리며 수많은 검들이 그대로 폭발해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한 나의 일격과,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무효화가 된 단진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짜식, 고작 이 정도 신위 가지고 놀라기는.
나의 공격에 놀란 단진을 보며 속으로 미소를 지은 나는 떨리는 녀석의 두 눈동자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진아.”
“네.”
뇌선을 살랑 흔들며 내가 부르자 단진이 검을 강하게 쥐며 대답했다.
그에 나는 단진이 야율민과, 남궁정을 향해 지었던 표정.
특유의 가소롭다는 표정을 따라하며 단진을 바라보았다.
“제대로 해라.”
“!!”
“그래 가지고, 검마라는 이름을 이을 수 있겠냐?”
단진이 목표로 하고 있는 사내, 검마.
어린 시절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제법 좋아진 둘의 사이를 떠올리며 나는 도발했다.
까득.
그런 나의 도발이 먹혔을까?
놀란 표정을 지은 녀석이 이를 갈았다.
이 자식.
그래도 내가 지 소주군인데 저거는 좀 싸가지가 없는데?
아무래도 제대로 혼내야겠다.
이를 갈아 대는 녀석을 보며 나는 속으로 녀석의 훈육 정도를 정했고, 이를 간 녀석은 강력한 기운을 끌어 올리며 검을 강하게 쥐었다.
우웅!
사삭!
단진의 몸을 휘감은 회색의 기운.
폭발적인 기운이 단진을 지나 하늘 위로 솟구쳤고, 그로 인해 밝은 태양이 고고하게 떠 있던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오.’
처음 보여 주었던 일수보다 더 많은 검들.
하늘을 빼곡하게 뒤덮은 수많은 검들을 보며 나는 속으로 감탄했다.
과연 당대의 검마도 이렇게 환검을 자유롭게 다룰 수가 있을까?
‘아니지.’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아니었다.
초대 검마의 재림이라고 불릴 정도로 뛰어난 환검술을 지니고 있는 단진.
나는 어느덧 훌륭하게 성장한 단진을 보며 나도 모르게 진한 미소를 짓고 말았다.
반짝!
그리고 그때.
어두운 하늘의 한가운데에서 갑작스럽게 하얀색의 빛이 번쩍였다.
그에.
부웅.
나는 가볍게 뇌선을 휘둘렀고.
까앙!
콰쾅!
빛과 같은 속도로 나를 향해 떨어지던 검이 맑은 소리를 내며 튕겨 나가 바닥에 처박혔다.
돌로 이루어진 바닥이 처참하게 박살 날 정도로 강력한 기운을 지니고 있던 검.
그 검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고, 조금 전까지 그 검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바닥만이 박살 나 있었다.
그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강하구나.’
“고작 이 정도냐.”
속으로는 제법 감탄을, 그리고 겉으로는 녀석을 도발했다.
그런 나의 도발에 단진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부웅!
나를 향해 휘둘러지는 검.
완벽한 동작으로 조금의 틈도 없이 휘둘러지는 검을 보며 나는 뇌선을 들어 녀석의 검을 막았고.
반짝!
그와 동시에 반짝이는 빛과 함께 나를 향해 떨어지는 검을 가볍게 피했다.
콰카캉!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돌바닥을 처참하게 박살 내는 한 자루의 환영검 幻影劍.
이번에도 역시나 검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박살 난 바닥의 흔적만이 남았을 뿐.
부웅!
반짝!
콰쾅!
그렇게 여러 번의 같은 현상이 반복되었고, 나는 피하지 않고 녀석의 검을 하나하나 직접 받아치며 무력화시켰다.
그러기를 약 한 시진(두 시간).
“허억! 허억!”
고고한 표정을 짓고 있던 단진이 나의 앞에서 흐트러진 모습으로 거친 호흡을 내뱉었다.
내가 원하던 모습이 나오자 나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끝이더냐.”
나의 입에서 나온 장난스러운 목소리.
그 목소리를 도발이라 여긴 것일까?
숨을 고르던 단진이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웅!
그와 동시에 단진의 검에는 회색의 검기가 둘러졌고 이내 검강이 되었다.
녀석의 검강에 나 또한 천마신공을 끌어 올렸다.
우웅!
붉어진 나의 두 눈과 동시에 묵색의 강기가 나의 뇌선에 둘러졌고, 천천히 휘둘러지는 단진의 검을 보며 뇌선을 강하게 휘둘렀다.
까앙!
콰콰쾅!
회색의 검강과, 묵색의 섭강.
그 두 개의 기운은 강한 기운을 내뿜으며 폭발했고.
퍼억!
나는 반탄력으로 인해 생겨난 단진의 빈틈을 발견하고는 발을 뻗었다.
“커억!”
그런 나의 일격에 복부를 허용하고 만 단진은 신음을 흘리며 뒤로 물러섰고.
“이제 내 차례다.”
씨익 미소를 지은 나는 그런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이제, 훈육 시작이었다.
* * *
“말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위극신과 단진의 대련을 지켜보던 마독.
그는 자신의 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겁을 집어먹은 듯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우리가 나서면 안 돼.”
그런 마독의 물음에 사마천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심각한데요?”
그런 사마천의 대답이 이해가 가지 않았을까?
마독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의문을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마독의 두 눈앞에는 끔찍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바로.
퍽퍽!
초절정의 고수, 단진이 소교주인 위극신에게 신명 나게 맞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마독의 물음에 사마천이 다시 입을 열었다.
“소교주님께서는 일부러 저러시는 거다.”
“일부러요?”
사마천의 설명에 마독이 되물었다.
그에 사마천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고,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야율민이 대신해서 입을 열었다.
“얼음탱이, 저 녀석 요즘 싸가지가 뒈지게 없었거든.”
“……?”
“확실히 스물일곱에 초절정에 오른 것은 대단한 업적이지. 초대 검마의 재림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야.”
“그런가요?”
“그래.”
마독의 물음에 야율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다 보니 저 자식, 요즘 선을 넘었어.”
“아…… 자만……?”
그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 마독이 조심스럽게 말을 내뱉자 야율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단진 저 녀석은, 지금의 경지에 만족하고 안주하고 있어.”
“아…….”
그렇다.
단진.
그는 스물일곱에 초절정의 경지에 올라 그만 자만에 빠지고 말았던 것이다.
모든 무인들을 가소롭게 여기는 것은 물론, 특히나 동년배의 무인들은 가소로운 것을 떠나 무시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단진의 행동과, 표정으로 모든 것을 파악한 위극신은 그런 단진의 자만심과 높은 자존감을 없애기 위해 저렇게 압도적으로 단진을 제압하고 있는 것이고 말이다.
“형…… 아니, 소교주님께서는 다 생각이 있으셨던 거군요.”
생각보다 깊은 뜻이 있는 위극신의 행동.
그것을 알게 된 마독이 살짝 놀란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그에 사마천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소교주님께서는 늘 그러시지. 일견 과격한 행동으로 보이지만 늘 우리가 알지 못하는 깊은 뜻이 있지. 또 그러한 행동으로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 내고 말이야.”
“아…….”
“그러니 우리가 충성을 바치는 것이다.”
놀란 마독을 보며, 사마천을 뒤이어 야율민이 말을 이었다.
그에 마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자신의 의형.
아니 소교주님은 멋있는 사내였다.
간혹 자신에게 정색을 하는 것을 빼고는 말이다.
* * *
‘독한 놈.’
신명(?) 나는 나의 구타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신음도 흘리지 않는 단진.
나의 발치에 엉망이 된 그런 단진을 내려다보며 나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내공을 안 실었을 뿐이지, 나는 최선을 다해 녀석을 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음 한 번 내지 않으니 놀랄 수밖에,
“진아.”
“예.”
구타를 멈춘 내가 녀석을 부르자 녀석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했다.
그에 나는 여전히 흔들림 없는 녀석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아직도 다른 무인들이 가소롭더냐?”
“아닙니다.”
“아직도 야룡이가 한심해 보이고, 남궁정이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것 같더냐?”
“아닙니다.”
“그래, 그럼 검을 들어라.”
녀석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에 녀석이 바닥에 떨어진 검을 집어 들었고.
스르릉.
나 또한 허리춤에 걸려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그 검, 내가 준 것이지?”
사황성의 비고에 잠들어 있던 검.
초대 검마가 사용했던 검 중 하나인 환영검 幻影劍.
어린 시절, 천마신단을 양보하여 백리진을 구하고 요구한 물건 중 한 개이며, 내가 처음으로 녀석에게 준 선물, 환영검을 언급하자 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 검으로 받아 보거라, 나의 검을.”
그러고는 검을 들었다.
우우웅!
촤아아아!
그와 동시에 나의 주변에서 묵색의 강기가 휘몰아쳤고, 이내 강기가 회오리처럼 나의 검을 감싸 안았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콰콰쾅!
강기는 더욱더 강하게 휘몰아쳤고, 그로 인해.
파지직!
나의 검에서 전류가 일어났다.
강력한 자연의 기운이 빠른 속도로 휘몰아치면서 마찰이 일어나 새로운 자연의 힘을 만들어 낸 것이다.
파직! 파지직!
계속해서 휘몰아치며 위협적인 소리를 내는 나의 검.
꿀꺽.
단진은 그런 나의 검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고, 나는 흔들림 없는 두 눈으로 단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받아라.”
스윽.
나의 말과 동시에 내려쳐진 나의 검.
그런 나의 검을 보며 단진은 황급히 검을 들었고, 그와 동시에 강력한 힘을 흘리기 위해 손목과 몸을 비틀었다.
콰콰쾅!
하지만, 나의 힘이 너무나도 강력했기에 폭발적인 굉음이 울려 퍼졌고.
쨍그랑!
초대 검마의 검 중 하나이자, 내가 처음으로 선물한 검.
단진의 보물과도 같은 환영검이 허무하게 부서져 반토막이 나 버리고 말았다.
뚝. 뚝.
“아…….”
손아귀에서 피가 가득 흐름에도 불구하고 단진은 멍하니 바닥에 떨어진 환영검의 잔해를 내려다보았고, 나는 그런 단진을 보며 차가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지금의 너에게는 그 검이 어울리지 않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