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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195화 (195/275)

제195화

제195장 파기 破棄

하북성 안평현에 위치하고 있지만 하북성보다는 산동성의 성도가 더 가깝다는 이유로, 산동성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진주언가.

산동악가, 황보세가와 더불어 산동성을 지배하고 있는 세력 중 한 곳이며 권협이라 불리는 고수가 가주로 있어, 명문권가라고 불리는 진주언가는 무림맹 출타로 인해 공석이 된 가주 자리를 의동생과 다를 바가 없는 총관이 대신하고 있었다.

진주언가의 총관이면서 동시에 권풍을 주로 사용해 왔기에 풍권 風拳이라 불렸던 채천.

그는 오늘도 어김없이 가주인 의형을 대신하여 업무를 보고 있었다.

벌컥!

그때.

인기척도 없이 문이 벌컥 열렸고, 그 무례한 행동에 채천이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이더냐?”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다급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무사.

채천의 물음에 무사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가…… 가주님께서! 헉헉!”

“쯧.”

하지만, 앞서는 마음과 달리 그의 체력은 한계였고, 그에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자 채천이 인상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그러고는 탁자 위에 있던 물을 한 잔 따라 주었다.

“마셔라.”

“가…… 헉! 감사합니다!”

꿀꺽꿀꺽!

채천이 건넨 물잔.

그 물잔을 거절하지 않고 받아 든 무사가 시원하게 들이켰고 그에 채천이 다시 혀를 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랑스러운 진주언가의 무인으로서 품위가 없는 무사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무사가 물 한 잔을 모두 마시고.

비어 버린 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은 무사가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며 진정한 다음 채천을 바라보았다.

“총관님.”

“그래.”

이제야 무사의 입에서 알아들을 법한 목소리가 나오자 채천이 서류를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급한 일인지 몰라도 지금은 바빴다.

대충 대답해 주고 넘어가야지.

그렇게 생각을 하며 서류에 집중하던 채천.

그는 곧이어 들려오는 무사의 목소리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가주님께서 투옥되셨습니다.”

“……?”

투옥?

분명 자신이 아는 투옥 投獄은 잘못한 일이 있어 감옥에 갇히는 것이다.

헌데 진주언가의 가주인 의형이 투옥을 당했다?

너무나도 당혹스러운 이야기에 채천이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하고 굳어 버리자 무사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게다가! 무림맹에서 무림 수호 감찰대 武林守護監察隊 라는 조직을 만들어 본가에 보내었다고 합니다!”

무사의 입에서 나온 생소한 조직.

하지만 그 조직의 이름 안에 감찰이라는 글자가 들어가 있자 채천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소가주인 언간과 관련된 모든 것이 걸렸다는 것을 말이다.

“대주가 누구더냐?”

가주를 의형으로 모시었지만 본심으로는 소가주인 언간을 따르고 있던 채천.

그가 머릿속으로 장부의 위치를 생각하며 물었다.

우선 대주가 누구인지 알아야 그 성격에 맞게 준비하여 시간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주는 따로 없고, 천마신교 장로들의 자제와! 남궁세가의 소가주, 그리고 하오문의 소문주로 이루어진 조직이라고 합니다.”

“……?”

무사의 입에서 나온 괴상한 말.

그 괴상한 말에 채천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무사를 바라보았다.

천마신교 장로들의 자제와, 정파를 대표하는 남궁세가의 소가주, 그리고 사파를 대표하는 하오문의 소문주의 조합.

도대체 이 무슨 괴상망측한 조합이란 말인가?

생각지도 못한 조합에 채천이 멍한 표정을 짓자 무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입니다. 방금 맹에서 정식 파견한다는 서류가 도착했습니다. 어서 준비하시지요!”

“서류? 나는 받지 못했는데?”

가주 대행으로 진주언가에 관한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는 채천.

그가 무사의 다급한 보고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을 어찌 일개 무사인 그가 알고 있단 말인가?

감찰을 파견한다는 정식 서류.

그것이 왔다면 당연히 가주 대행인 자신에게 왔어야 했다.

헌데 자신은 그런 것을 받은 적이 없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누락이 된 것이란 말인가?

“아…… 여기 있습니다.”

그러한 채천의 의문에 무사가 그제야 자신의 실책을 자각했다.

그러고는 품속에서 고이 접힌 서신을 꺼내 총관에게 건네었다.

“!!”

그러한 무사의 행동에 채천은 무서운 눈빛으로 무사를 노려보았다.

이 중요한 것을 이제야 전하는 무사의 멍청한 행동에 어이가 없고 화가 났던 것이다.

그에 무사는 움찔했다.

일류고수를 넘어 절정을 넘보고 있는 채천의 기세는 일개 무사인 그가 감당하기 어려웠으니 말이다.

당장이라도 무사를 족쳐 버리고 싶었지만 급박한 상황이라는 것을 자각한 채천은 무사가 건넨 서류를 빼앗았다.

펄럭!

그러고는 다급하게 서류를 펼쳐 들었고, 내용을 모두 확인한 그는.

“하아…….”

허망한 표정을 지으며 절망했다.

“총관님……?”

그러한 채천의 모습에 무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불렀다.

그러한 무사의 물음에.

“끝났다. 모든 것이 끝났어.”

채천은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무엇이 끝났다는 것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던 무사가 의문을 풀기 위해 다시 입을 열려던 순간!

콰앙!

밖에서 거대한 폭음이 들려왔다.

갑작스러운 폭음.

그 소리에 무사는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다급한 목소리로 채천을 불렀다.

“총관님!”

“그래, 나가자.”

다급한 무사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채천은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밖으로 나섰다.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채천은 힘없이 걸음을 옮겨 방문을 열었고, 곧 볼 수 있었다.

“크아악!”

“커억!”

하늘에서 별처럼 쏟아지는 수많은 검에 일격을 허용하여 쓰러지는 본가의 무인들.

부우우웅!

콰콰쾅!

두 개의 단창을 빠른 속도로 휘두르며 주변을 초토화시키는 사내.

삭!

푹!

“커억!”

최소한의 동작으로 깔끔하게 무인들을 제압하는 사내.

우웅!

마지막으로, 제왕의 기운을 내뿜으며 무인들을 굴복시키는 사내와.

“형님들 멋지십니다!”

“정 형님! 지지 마십시오!”

그런 사내들의 뒤에서 응원하는 두 명의 어린 청년들이 말이다.

이곳을 찾은 인원은 총 여섯 명.

그중 단 네 명으로 인해 진주언가가 몰락하고 있었다.

하북성의 명가이며, 산동성의 지배 세력 중 한 곳인 진주언가.

비록 오대세가에는 들지 못하지만 명문가라고 불리는 가문이 단 네 명, 그것도 젊은 사내들에 의해서 말이다.

“그대가 총관입니까?”

그렇게 채천이 멍한 표정을 지으며 쓰러지는 무인들을 바라보고 있자, 어느새 모든 무인을 제압하고 길을 만든 사내 한 명이 앞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무인을 제압했던 사내.

이들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사내의 물음에 채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서신은 받아 보셨지요?”

“네. 방금 받았습니다.”

사내의 물음에 채천이 대답했다.

정말 방금 받았고, 방금 읽은 참이었으니 말이다.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순순히 시인하는 채천의 모습에 사내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투항입니까?”

“네.”

이미 모든 증좌가 적혀 있었던 서신.

그것을 조금 전에 읽었던 채천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이미 모든 증좌가 나와 있는 상태였기에 도저히 도망갈 틈이 없었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피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다면 답은 단 하나.

모든 것을 인정하고 정상참작이라도 받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렇게 진주언가의 모든 무인들이 제압되고, 가주 대행인 채천이 투항을 하며 상황이 일단락되었다.

그때.

“이게 무슨!”

십여 명의 사내들이 안으로 들어서며 두 눈을 크게 떴다.

“누구십니까?”

처참하게 쓰러져 있는 진주언가의 무인들과 무릎을 꿇고 있는 총관 채천.

그리고 그들의 앞에서 오연한 자세로 서 있는 젊은 사내들.

그 모습에 사내들이 굳어 버리자 채천에게 말을 걸었던 사내, 사마천이 입을 열었다.

아직 젊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오만하기 짝이 없는 사마천의 눈빛에 사내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그에 사내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사마천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산동악가의 악현이오. 그대들은 누구요?”

“사마천입니다.”

악현의 소개와 동시에 물음.

그 물음에 사마천이 짧게 대답했다.

그에 악현이 움찔했다.

사마의 성을 사용하는 곳은 단 한 곳이었기에 알 수 있었다.

바로 제갈세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마교의 군사 가문 말이다.

그에 사마천이 천마신교의 인물인 것을 짐작한 악현이 자세를 낮추며 경계 어린 표정을 지었다.

산동악가는 진주언가와 오래전부터 연을 맺어 온 동맹 가문.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마교의 인물이 진주언가를 몰락시키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그에 악현이 금방이라도 검을 뽑을 듯한 자세를 취하자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남궁정이 앞으로 나섰다.

“악현 대협. 남궁정입니다.”

악천후의 친동생인 악현.

무림맹에서 무사 활동을 했던 악현이었기에 남궁정은 그와 안면이 있는 상태였다.

그렇기에 남궁정이 나섰고, 남궁정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악현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찌 남궁 소협이 이곳에 있는 것이오? 게다가 마…… 아니, 천마신교의 사람들과?”

정도의 대표 가문인 남궁세가의 소가주, 남궁정을 보며 악현이 물었다.

습관적으로 마교라 칭하려 했던 악현.

그가 황급히 말을 고치며 묻자 남궁정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무림맹과 천마신교의 명을 받고 이곳에 감찰 조사를 나왔습니다.”

“감찰 조사?”

남궁정의 대답에 악현이 놀란 음성을 내뱉었다.

그에 남궁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예,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겠습니다. 헌데 악현 대협은 어찌 이곳에 온 것입니까?”

상황을 정리하고 자세히 설명하기로 한 남궁정.

그가 뜬금없이 이곳을 찾은 악현을 보며 물었다.

현재 진주언가는 무림공적으로 몰려도 이상하지 않을 죄인 가문이었다.

그런 가문에, 동맹 세력인 산동악가의 무인이 때마침 찾아왔다.

어쩌면 같은 한패가 아닐까?

충분히 의심이 갈 만한 상황이었다.

그에 남궁정은 무림맹에 보낼 보고서 내용을 대충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물었고, 그에 악현이 어색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것이…….”

어색한 표정으로 볼만 긁적이는 악현.

그런 악현의 모습에 남궁정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잘못하면 산동악가 또한 같이 조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알려 주셔야 합니다.”

“혹시, 맹에서 나온 명령서를 볼 수 있겠소?”

남궁정의 설명에 악현이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에 남궁정이 얼굴을 굳혔다.

“제가 믿음이 없었나 보군요.”

남궁세가의 소가주인 남궁정.

그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보증이 되는 사내이다.

헌데 그런 남궁정에게 정식 서류를 악현이 요구하자 남궁정은 조금 기분이 나빠졌다.

그에 남궁정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자 악현이 화들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아니오, 그저 천마신교와의 인물과 함께 있으니 혹시나 하여…….”

“거참, 기분 더러운데?”

악현의 말에 가만히 있던 야율민이 단창을 손가락으로 돌리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에 악현은 야율민을 바라보았다.

남궁정과 대화를 하고 있는 지금, 마교의 인물 따위가 끼어드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움찔!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서운 기세에 움찔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절정!’

자신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사내.

야율민의 몸에서 절정고수의 기세가 뿜어져 나오자 악현은 식은땀을 흘렸다.

‘완숙한 절정이다.’

게다가 갓 절정에 오른 것이 아닌 완숙한 절정의 경지.

야율민이 그 경지에 오른 것을 짐작한 악현이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태중혼약, 그것을 파기하러 온 것입니까?”

그때.

가만히 상황을 살펴보던 사마천이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그에 악현이 두 눈을 크게 뜨며 사마천을 바라보았다.

“그것을 어찌……?”

말한 적이 없음에도 귀신같이 알아챈 사마천을 보며 악현이 놀란 음성으로 물었다.

그에 사마천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소교주님이 산동악가에 계시지 않습니까? 뭐, 소교주님이 진주언가 조사를 지시하셨으니 산동악가가 이곳과 엮이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셨겠지요.”

“!!”

“그것이 바로 태중혼약의 파기일 것이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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