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1화
제191장 죽일 놈 殺者
“어라……?”
영력 靈力 이라는 새로운 힘과, 유쾌한 스승님을 만나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마독.
그는 스승의 명으로 수련을 멈추고, 귀빈을 맞이하기 위하여 청하객잔 안으로 들어섰다.
귀빈들을 맞이할 겸, 겸사겸사 벗인 왕일의 얼굴을 볼 생각에 걸음이 가벼웠던 마독은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묘한 광경에 당혹스러운 음성을 내뱉으며 그대로 굳어 버렸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던 객잔 내부.
갑작스러운 마독의 등장에 그 긴장감이 깨어졌다.
문이 열리자 모두가 고개를 돌려 마독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아…… 안녕하세요……?”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기 때문일까?
당혹스러워하던 마독이 정신을 퍼뜩 차렸다.
그러고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런 마독의 인사에 얼굴을 굳히고 있던 왕일이 손짓하며 입을 열었다.
“마독, 어서 일…….”
“당신이 사장로님의 제자군요.”
하지만, 사마천의 입이 더 빨랐다.
걸음을 옮기고 입을 연 사마천.
그가 마독의 앞에 멈추어 서며 말을 끝마쳤다.
“아…… 예…….”
그러한 사마천의 행동에 마독은 당황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스승이 천마신교의 사장로인 것은 맞으니 말이다.
그런 마독의 어색한 긍정에 사마천이 빙긋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사마천입니다.”
“아! 반갑습니다!”
무림맹에 머물며, 마뇌와 많은 이야기를 했던 마독이다.
마뇌, 그는 생각보다 말이 많은 사내였으며 자신의 동생을 끔찍이 생각하던 사내였기에 마독은 마뇌를 통해 사마천의 이야기를 많이 들은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일까?
사마천에 대한 내적 친밀감이 제법 쌓여 있었던 마독은 사마천의 소개에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마주 잡았다.
그런 순수한 마독의 모습에 사마천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야율민이다. 한 가족이니 말 편하게 하지.”
“단진이다.”
그렇게 마독이 사마천과 인사를 나누자 가만히 서서 지켜보던 야율민과 단진이 다가와 친절한 어조로 인사를 건네었다.
너무나도 개성이 강한 사내들의 인사에 마독은 당혹스러우면서도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야율민의 입에서 나온 한 가족.
이 말이 참 듣기 좋았던 것이다.
“반갑습니다! 마독입니다. 부족하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요, 혹시 괜찮으면 나도 말 편하게 해도 될까요?”
마독의 인사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사마천, 그가 부드러운 어조로 마독에게 물었다.
그에 마독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제가 막내이니 편하게 대해 주십시오!”
“하하, 그래 잘 부탁해, 너도 편하게 형이라 부르렴. 환영한다, 본교에 온 것을.”
“헤헤.”
싹싹한 마독의 행동이 마음에 들었을까?
조금 전, 왕일에게 지어 주던 미소와는 전혀 다른,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마독이 쑥스러운 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바보 같은 미소를 지었다.
조금은 멍청해 보이면서도 순박해 보이는 마독의 미소에 사마천은 물론 야율민, 그리고 단진까지 살짝 미소를 지었다.
“…….”
그러한 천마신교 사람들의 모습에 왕일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까지, 미소를 짓고 있음에도 숨김없이 표현하던 오만한 눈빛과 무례한 행동으로 자신들을 대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마독에게는 전혀 달랐다.
진정으로 마독을 가족으로 맞이하고 친절하게 대해 주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왕일은 기분이 묘해졌다.
저들은 무림맹이라는 이유로 자신들을 경계하고 배척하고 있었다.
또한, 자신과 같은 세력인 마독은 친절하게 가족처럼 맞이해 주고 있었다.
지금 저 모습은 마치.
‘무림맹이 천마신교를 대하는 모습과 같군.’
무림맹 또한 저들과 마찬가지.
자신과 같은 소속 세력이면 가족처럼 대하고, 또 다른 소속이면 배척한다.
마독을 맞이하는 저들의 모습에서 무림맹의 모습을 발견한 왕일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저들의 입장이 이해가 갔고, 신념과, 속한 세력으로 인해 타인을 배척하는 이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러한 왕일의 모습에 착각을 한 것일까?
분한 표정을 짓고 있던 남궁연화가 왕일에게 다가와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야, 정신 안 차려? 저 싸가지 없는 놈들한테 말릴 거야?”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포기한 듯한 왕일의 모습에 남궁연화가 거친 목소리로 말했고, 그에 왕일이 입을 열려고 했지만.
“입이 거칠군.”
초절정의 경지에 올라 기감이 뛰어났던 단진이 서늘한 표정으로 남궁연화를 바라보았다.
움찔!
시리도록 서늘한 눈빛을 정면으로 마주한 남궁연화는 순간 움찔하며 뒷걸음질 쳤고, 그에 남궁정이 나서서 남궁연화의 앞에 섰다.
“그쪽도 마찬가지가 아니던가? 기본적인 예의가 없으면서 말이야.”
남궁연화를 대신하여 서늘한 단진의 시선을 마주한 남궁정. 그의 말에 단진이 그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움찔.
단진의 두 눈, 그 속에 담긴 서늘함에 남궁정이 움찔했다.
그에 단진이 가소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말이 많은 거 같은데, 불만이면 덤벼.”
“못 덤빌 것 같나?”
“훗, 가소롭군.”
남궁정의 도전적인 대답에 단진이 진정으로 같잖다는 듯 피식 미소를 지었다.
눈은 웃지 않고 한쪽 입꼬리만 살짝 올라간, 진정한 비웃음 말이다.
그에 울컥한 남궁정이 검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그러한 남궁정의 행동에!
우웅!
지독한 한기가 남궁정을 덮쳤다.
“그거 뽑으면, 죽어.”
남궁정의 전신을 지배한 지독한 한기와 동시에 들려오는 단진의 서늘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남궁정이 두 눈을 부릅떴다.
절정의 경지에 올라 후기지수 중 최고라 불리던 자신.
비록 최근에는 소림의 권룡에게 패하였지만 자신에게는 아직 숨겨 둔 비장의 수가 있었다.
그것을 모두 보였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었기에 남궁정은 생각했다.
또래에서는 자신의 의형들을 제외하곤 자신이 최고라고 말이다.
하지만.
‘아버지와 같다…….’
기껏해 봤자 자신보다 다섯 살 정도 많아 보이는 사내.
단진이라는 사내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자신의 아버지와 비슷했다.
물론, 남궁정의 아버지는 검왕이라 불리는 화경의 고수였지만, 아직 절정인 남궁정의 두 눈에는 똑같이 두려운 엄청난 기운이었다.
초절정이나 화경이나 절정과는 급이 다른 고수니 말이다.
아무튼, 그런 단진의 기운에 남궁정이 꿈쩍도 못 하고 있자 왕일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왕일.
그는 알고 있었다.
저들의 나이는 자신들보다 훨씬 많았고, 천마신교에서 뛰어난 무공을 사사했으며, 서양에서 여러 경험을 쌓은 고수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절정고수인 남궁정을 꼼짝도 못 하게 할 줄은 몰랐다.
아무리 나이가 차이가 나더라도 단진은 아직 이립이 되지 않은 사내다.
헌데 저렇게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저자가…… 천마신교의 검…….’
천마신교의 이인자이자 일장로인 검마의 아들.
장차 천마의 검이 될 사내이기도 한 단진.
그를 보며 왕일은 침을 꿀꺽 삼켰다.
어쩌면 천마신교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한 세력일지도 몰랐다.
‘극신 형님이 천마가 된다면…….’
문득 왕일은 생각했다.
지금은 소교주인 위극신이 세월이 흘러 더욱더 강해져서 천마가 되고, 그런 천마의 뒤를 받쳐 저들이 장로가 된다면?
어쩌면…….
‘무림맹이 멸할지도.’
중원은 천마신교의 세상이 될 것이다.
그에 왕일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한편으로 생각했다.
위극신에게 충성을 바치기로 한 것이 정말 잘한 행동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남궁정과 단진이 매서운 기세를 보이며 마주하자.
“하하, 형님들. 제 친구들입니다.”
가만히 눈치를 살피고 있던 마독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단진과 사마천, 야율민의 앞에 섰다.
그에 단진은 기운을 풀었다.
마독, 그는 아직 약했다.
그렇기에 자신의 기운을 정면으로 받았다가는 위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움찔.
단진은 서늘한 눈빛으로 마독을 노려보았고, 그에 마독은 움찔했다.
본능적으로 느꼈던 것이다.
단진이 조금 화가 났다는 것을 말이다.
그에 마독은 미칠 듯이 두려웠지만 위극신의 서늘한 눈빛을 마주하고 버텨 온 세월이 있었기 때문일까?
그가 지독한 두려움을 이겨 내고 애써 미소를 지었다.
“혀…… 아니, 소교주님께서 인정한 의동생들입니다. 그런 동생들과 수하인 형님들이 이렇게 서로를 미워하면 소교주님은 분명 슬퍼할 것입니다.”
단진의 서늘한 눈빛 때문일까?
식은땀으로 인해 등이 다 젖은 마독이 겨우 말을 마쳤다.
“…….”
“독, 저들은 무림맹…….”
“사마 형님!”
그러한 마독의 말에 단진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사마천이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마독이 웃으며 사마천의 말을 막아섰다.
그러고는 황급히 입을 열었다.
“소교주님은 세력에 관하여 신경 쓰지 않고 있습니다.”
“…….”
“소교주님의 약혼녀는 사황성의 서은설 소저입니다. 그리고 의동생들은 무림맹의 세력이지요. 소교주님은 세력이 아닌, 사람을 보고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그런가…….”
마독의 말에 사마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마독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는 소교주님의 충직한 신하가 될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당장 우리부터라도 소교주님과 같이 세력, 가치관이 아닌 사람을 보고 인연을 맺어야겠지요.”
“흐음…….”
마독의 말에 사마천이 턱을 쓰다듬으며 마독을 바라보았다.
그에 마독은 예의 바보 같은 미소를 지었다.
“헤헤, 저들은 좋은 사람들입니다.”
“…….”
“…….”
제법 괜찮게 말하다가 바보같이 웃으며 마무리를 하는 마독의 모습.
그 모습을 단진과 야율민은 가만히 바라보았고, 사마천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너, 제법이구나?”
“그런가요?”
사마천의 칭찬에 마독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에 사마천은 피식 미소를 지었고, 이내 고개를 돌려 왕일과 남궁정을 바라보았다.
“우리, 소교주님 찾으러 갈 건데, 같이 가시겠습니까?”
“…….”
갑작스러운 사마천의 제안.
그 제안에 남궁정과 왕일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에 사마천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막내가 참 똘똘합니다. 우선 소교주님을 찾아가며 서로를 알아 가지요. 소교주님이 동생이라 인정했다면 괜찮은 사람이겠지만…… 보다시피 우리도 다 제각각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차가운 표정과, 불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두 명을 가리키며 어깨를 으쓱한 사마천이 말하자 왕일이 앞으로 나섰다.
“네, 함께 움직이시지요.”
“소교주님은 어디 있지요?”
왕일의 대답에 사마천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그에 왕일이 사마천의 두 눈을 마주하며 입을 열었다.
“청도, 산동성에 위치한 청도의 산동악가가 형님의 목적지입니다.”
* * *
“이것 봐라?”
청도에 늦은 시간에 도착한 우리는 객잔을 잡아 짐을 풀고, 다음 날 아침에 산동악가에 찾아가기로 하였다.
객잔에 짐을 풀고 하오문의 문도인 사내가 전해 준 서신을 펼쳐 든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언간.
이 새X 생각보다 더 미친놈이고 쓰레기였다.
당장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만큼 말이다.
“진주언가는 이미 언간 거네.”
왕일에게 부탁하여 언간에 대한 모든 것을 조사한 나는 서류에 적힌 설명을 다시 한번 읽으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명문가라 알려진 진주언가.
권협 拳俠 이라는 제법 유명한 고수가 가주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관을 갓 넘은 언간이 가문을 장악하고 있었다.
웃긴 것은 가주라는 작자는 전혀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고.
“이거 이거, 완전 미친놈이구만.”
형제들을 사고로 위장하여 죽이고, 인신매매를 하여 큰돈을 벌어 사람들을 매수하고, 개인 사조직을 만든 놈.
뒤에서 온갖 지X이란 지X은 다 한 언간의 행동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이거, 생각보다 능력 있는 놈이었다.
“나만 안 만났으면, 진주언가가 산동성의 지배자가 되었겠네.”
거짓말이 아니다.
만약 나에게 걸리지 않았다면 언간은 별호에 어울리는 명성을 계속 유지하며 진주언가의 가주가 되었을 것이고, 더럽게 모은 돈을 바탕으로 산동성의 지배자가 되었을 것이다.
황보세가와 산동악가?
산동성을 지배하고 있는 명문가였지만 진주언가에게는 되지 않을 것이다.
왕일이 보낸 서신에는 진주언가가 보유한 무력 수준까지 나와 있었으니 대충 견적이 나왔다.
황보세가와 산동악가가 연합해야 겨우 비벼 볼 정도?
뭐, 그럴 일은 없겠지만 아무튼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정도로 진주언가는 제법 강했다.
“언간 이 새X.”
이놈은 죽어야 할 놈이다.
사람의 탈을 쓰고 도저히 행할 수 없는 끔찍한 행동들.
그 행동들의 증좌를 모으라고 답장을 작성한 뒤 점소이로 대기하고 있던 하오문도에게 전해 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간을 죽이러 가냐고?
아니.
가기 전에 우리 은설이 허락 맡아야지.
만약, 우리 은설이가 허락 안 하면 안 죽일 거냐고?
그럴 리가, 그때는.
씨익.
“몰래 죽여야지, 아주 사지를 찢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