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9화
제189장 북명신공 北明神功
“열심히 했네.”
붉어진 두 눈과, 폭발적으로 느껴지는 강력하면서도 정순한 마기.
천마신공을 제법 자연스럽게 운공하는 위천을 보며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녀석, 시간이 없었을 텐데 벌써 이성 二成 의 경지를 이루다니.
녀석의 천재성은 알지만, 천마신공은 천재성만으로는 빠른 성취를 이루기에는 너무나도 뛰어난 무공이다.
그러다 보니 나는 녀석의 천재성보다는, 녀석이 얼마나 노력했을지 짐작이 갔기에 더더욱 녀석이 기특했다.
“극신, 저거…….”
“응, 맞아.”
그런 나의 옆.
서은설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 주었다.
곧 가족이 될 은설에게 굳이 숨길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나의 빠른 대답에 서은설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천이가 익혀도 되는 거야?”
“안 될 건 뭐야? 내 동생인데.”
“……그건 그렇지.”
서은설의 놀란 물음과 반대되는 나의 시원한 대답.
그러한 나의 대답에 서은설은 잠깐 멍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은설은 나와 생각이 같았다.
은설의 긍정에 미소를 짓던 것도 잠시, 나는 고개를 돌려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위천과 언간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어이, 악여화.”
“…….”
그런 둘에게 시선을 고정한 나는 한구석에서 가만히 위천을 바라보며 두 손을 모으고 있는 악여화를 불렀다.
나의 부름에 악여화가 고개를 돌렸고,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그녀의 두 눈을 마주하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잘 봐 둬, 네 남자 친구가 복수해 줄 테니까.”
“아…….”
“너를 대신해서 많이 패 줄 거야.”
끄덕.
장난스러운 나의 음성.
그 음성에 악여화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크크,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대신해서 복수해 준다는데 누가 싫겠는가?
악여화.
그녀의 미소를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위천의 밝은 미소와, 악여화의 가벼운 미소.
이 두 미소가 참으로 어울린다고 말이다.
콰앙!
그렇게 생각하던 것도 잠시.
곧 상념을 깨트리는 굉음이 울려 퍼졌고,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우웅!
콰쾅!
대기에 머물러 있는 자연의 기운이 머물러 있는 강력한 기세.
언간이 손바닥을 내밀면서 그 기세와 기운을 이용하여 공격을 하였지만 그 기운은 가만히 있는 위천을 빗나가 애꿎은 바닥만 박살 내는 모습이 말이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기이한 모습.
위천을 피해 가는 자신의 기운을 보며 언간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도대체 왜!”
자신이 펼친 기운, 그 기운이 계속해서 위천을 피해 가자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언간이 소리쳤다.
그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기괴마괴의 무공, 아무래도 마도를 중심으로 한 마공이었나 보다.
그러니 천마신공의 기운에 화들짝 놀라며 저렇게 피하는 것이지.
대부분의 마공이 천마신공을 만나면 저런 모습을 보였다.
모든 마공의 어버이와 같은 천마신공.
그 기운을 만났을 때는 모든 마공들이 부모를 만난 듯 움츠러들었으니 말이다.
그 사실을 전혀 모르기에 상식적으로 이해가 불가능한 이 기이한 상황에 언간은 물론 서은설과 악여화 또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들과 다르게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나 이외에 유일하게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위천은.
타앗!
아무런 표정 없이 언간을 향해 달려들었다.
“으아아아!”
모든 힘을 끌어 올려 장을 휘둘렀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기운은 계속해서 위천을 피해 갔고, 그에 공포를 느낀 언간이 괴성을 내지르며 몸을 돌렸다.
살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 바로 도망을 가기 위해서였다.
그러한 언간의 모습에 위천은 승리를 짐작한 듯 씨익 미소를 지었고, 이내.
빠악!
기운을 없앤 맨주먹으로 언간의 뒤통수를 내려찍었다.
“꺼억!”
권기가 실려 있지 않은 위천의 맨주먹.
그 맨주먹에 일격을 허용한 언간은 뒤통수에 느껴지는 고통에 괴로운 소리를 내며 앞으로 쓰러졌고.
우웅.
쓰러진 언간의 뒷모습을 바라본 위천은 끌어 올렸던 천마신공의 기운을 거두어들였다.
그러고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퍽! 퍽! 퍼퍽!
아따! 누구 동생인지 몰라도 거참, 시원하게 때리네!
내가 다 속이 시원했다.
* * *
“북명신공이라.”
잠시 후.
피떡이 되어 무릎을 꿇고 있는 언간의 앞에 쭈그려 앉은 나는 가만히 턱을 쓰다듬었다.
처음 들어 보는 무공이었다.
전생에서 사황이라는 이름으로 무림의 일부분을 지배했던 내가 처음 들어 보는 무공이다.
그 뜻은 내가 알지 못하는 중원의 고대 무공이거나, 새외의 무공이라는 뜻.
그렇기에 나는 살짝 흥미가 돋았다.
그러한 나의 흥미로움에 녀석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예, 북쪽에서 내려온 스승님에게 배웠습니다.”
“북쪽?”
“예.”
나의 물음에 녀석이 대답했다.
그에 나는 콧잔등을 가만히 긁었다.
북쪽이라…….
중원의 북쪽은 일 년 내내 눈이 내리는 북해빙궁과, 명 제국 이전 중원을 지배했던 원의 잔존 세력, 북원이 존재하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내려온 인물의 무공이라니?
그 뜻은 곧, 두 세력 중 한 곳의 무공이라는 뜻이고, 음기 陰氣 를 사용하는 빙공 氷攻이 아니라는 뜻은 곧, 북원의 무공이라는 뜻이었다.
그에 나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원 元.
그들은 중원을 위협했던 세력이었으며, 호전적인 이민족들이었다.
이런 훌륭한 무공이 원의 무공이라는 뜻은 곧, 중원에 다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뜻.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흑막이 무림에서 활개를 치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에 나는 입을 열었다.
“네 스승은?”
“돌아가셨습니다.”
“흐음…….”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대답하는 언간의 모습에 나는 가만히 턱을 쓰다듬었다.
죽었다라…….
어느 제자가 스승이 죽었는데 저런 표정을 지을까?
한 치의 거짓도 없다는 듯 당당한 언간의 모습.
나는 그 모습이 수상했다.
그에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입을 열었다.
“정말이냐?”
“예.”
“너네 집 뒤져서 나오면?”
흠칫.
역시.
나의 질문에 흠칫하는 녀석을 보며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녀석이 수상한 것도 있지만, 그 이외에도.
내가 아는 기마기괴의 무공은 녀석이 펼친 것보다 더 강력했다.
허공 높이 있던 모든 기운까지 사용해서 폭풍처럼 휘몰아치던 파괴적인 무공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녀석은 고작해 봐야 자신의 주변 정도, 아무리 성취가 낮더라도 근본부터가 달랐다.
그 뜻은, 북명신공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는 뜻.
그렇기에 나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녀석을 찔러보았고, 능청맞게 거짓을 답하던 녀석이 걸려들었던 것이다.
조금 전, 한 치의 표정 변화도 없이 거짓을 고하던 녀석을 보며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아직 덜 맞았구나.”
“아닙니다! 정말 돌아가셨습니다!”
목을 가볍게 풀며 내가 말하자 녀석이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더 맞자.”
“우웁!”
나는 녀석의 입에 최상급 내상약을 억지로 먹인 다음 다시 주먹을 들었다.
자, 이제 다시 즐거운 시간이다.
퍼퍼퍼퍽!
끄아아악!
퍼퍽!
쿠헉!
잠시 후.
신명 나게 한바탕 놀고 난 후 나는.
“끄어어…….”
나의 앞에서 괴성을 내뱉으며 정신을 못 차리는 언간을 바라보았다.
“네 스승은?”
“본……가의…… 지하…….”
“그렇군.”
녀석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서은설을 바라보았다.
“은설, 나는 이 녀석 죽이려고 하는데.”
“죽이는 건 심하지 않아?”
가만히 내가 행하는 행동을 지켜보고 있던 서은설.
그녀가 나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반대했다.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하오문에 부탁해서 이놈에 대한 정보를 탈탈 털어 볼까? 죽일 놈인지 아닌지 말이야.”
“응.”
나의 물음에 서은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키지 않지만 나의 입장을 생각하기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서은설의 모습.
그 모습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피곤하지만 어쩌겠는가.
잘생긴 내가 참아야지.
아무튼.
그렇게 상황을 정리한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진지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어린 청년과 여인이 말이다.
“좋을 때다.”
“그러게.”
* * *
“…….”
“…….”
위극신이 언간을 신명 나게 패던 그 시각.
한편으로 물러난 위천과 악여화.
그 둘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둘의 사이로 감도는 어색한 기운.
그 기운에 위천이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여화.”
“…….”
위천의 부름에 고개를 든 악여화.
위천은 그런 악여화의 아름다운 두 눈을 마주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저 사람이랑은 무슨 사이야?”
“태중혼약, 아버지 벗의 아들이야.”
“그렇구나.”
악여화의 대답에 위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은설이 맞았다.
악여화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고, 집안에서 맺어진 어쩔 수 없는 약혼자였다.
“하아…….”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혼자 상처받아 악여화를 두고 가다니.
자기 자신이 너무나도 못났던 위천이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위천의 모습에 착각을 한 것일까?
악여화가 손을 들어 위천의 소매를 잡았다.
“……?”
그런 악여화의 행동에 위천은 이마를 짚은 손을 떼며 악여화를 바라보았고 이내.
“아…….”
울음기가 가득한 악여화의 두 눈을 내려다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나…… 너 좋아해.”
“…….”
악여화의 입에서 나온 말.
떨림이 전해질 정도로 떨려 오는 악여화의 목소리에 위천이 두 눈을 크게 떴다.
“…….”
그러고는, 자신의 소매를 통해 전해져 오는 악여화의 떨림을 깨달았다.
“아…….”
악여화.
그녀는 자신이 그녀를 싫어할까 봐 불안해하고 있었다.
언간이 나타났을 때의 자신처럼 말이다.
그 모습에 위천은 깨달았다.
악여화 또한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는 만큼이나 자기를 사랑한다고 말이다.
그에 위천은 환한 미소를 지었고.
이내.
와락.
악여화를 그대로 끌어안았다.
“아…….”
갑작스러운 위천의 행동에 악여화는 놀란 음성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곧.
꽈악.
손을 내려 위천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좋아해…… 너무 좋아해…….”
그러한 악여화의 귀로 들려오는 달콤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악여화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 * *
“황 노사.”
“말하시게.”
황자징의 거처.
그곳을 찾은 염승의 부름에 황자징이 대답했다.
“폐하의 명을 받으셨습니까?”
“그렇네.”
황자징의 집으로 날아온 황제의 칙서.
그 칙서의 안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무림말살대계 폐 武林抹殺大計 廢
“황 노사…….”
자그마치 십칠 년이라는 시간 동안 대계를 준비해 온 염승.
실질적으로 무인들을 수련시키고 그들을 이끌어 왔던 그는 불안한 눈빛으로 황자징을 바라보았다.
무림말살대계.
오직 그것 하나만 바라보고 지금까지 달려왔다.
어린 황손에게 충성을 바쳤고, 황제의 자질을 보였던 연왕의 세력을 모두 없앴으며, 번왕들을 압박하여 황권을 확실하게 확립했다.
명 태조인 홍무제가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흔들림 없는 황권.
그 황권을 이룬 주요 신하 중 한 명이라 스스로 자부하는 염승이 복잡한 어조로 황자징을 부르자 황자징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늙은 노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야망이 가득한 두 눈으로 염승을 바라보았다.
“이대로 포기할 수 없네.”
“노사!”
황자징의 입에서 나온 의지.
그 강한 의지에 염승이 흥분 어린 음성을 내뱉었다.
“회원들을 모으게.”
황자징이 회주로 있는 회 會.
황제인 주윤문에게 반하여 그를 황제로 옹립하였으며, 충성을 바친 수많은 사람들.
무림말살대계를 꿈꾸며 황제에게 충성을 바치었던 사람들이 모인 회를 소집하라는 회주, 황자징의 명령에.
“예!”
염승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