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7화
제187장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 狂犬棒藥 (2)
“천아.”
객잔 앞.
막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던 위천을 서은설이 막아섰다.
자신의 앞을 막아선 서은설의 행동에 고개를 든 위천.
그가 붉어진 두 눈으로 서은설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야?”
“…….”
“말하기 싫어?”
아무런 대답이 없는 위천의 행동에 서은설이 다시 물었다.
그렇게 재차 질문을 하고 나서야.
“여화가…….”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위천의 입에서 나온 악여화의 이름.
악여화와 관련된 일이라고 예상했던 서은설은 고개를 끄덕이며 위천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러고는.
“약혼자가 있었어요.”
“!!”
위천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에 두 눈을 크게 뜨며 그대로 굳어 버렸다.
여화에게 악혼자가 있었다고?
그럴 리가.
위천을 태양이라 비유하며 좋아한다 당당하게 고백하던 악여화였다.
그런 그녀에게 약혼자가 있다?
이상했다.
그에 서은설은 직감적으로 이상함을 느꼈지만 위천은 아니었다.
“저 바보 같죠……? 약혼자 있는 여자에게…….”
시무룩한 위천의 자책.
그런 위천의 모습에 서은설이 입을 열었다.
“저기, 천아.”
낮은 서은설의 음성에 위천은 자책하는 것을 멈추고는, 의문 어린 표정으로 서은설을 바라보았다.
“약혼자라고 여화가 인정했어?”
끄덕.
“음…….”
위천의 대답에 서은설이 입술을 앙다물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여화의 마음은?”
“……?”
“태중혼약 그런 거 아니야?”
악여화의 진심을 알고 있기에 무언가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서은설이었기에 하나의 가설을 내세웠다.
악여화가 원하지 않는 혼약.
그것으로 인해 약혼자가 있다는 가설 말이다.
“!!”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을까?
서은설의 입에서 나온 태중혼약이라는 말에 위천이 두 눈을 크게 떴다.
화들짝 놀라 굳어 버린 위천의 모습에 서은설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위천을 바라보았다.
“너, 이야기 제대로 나누지도 않고 그냥 온 거야?”
“…….”
정곡을 찌르는 서은설의 물음.
그 물음에 위천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말이 맞았으니까 말이다.
자신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 하는 위천을 보며 서은설은 한 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위천의 어깨를 탁치며 입을 열었다.
“가자.”
“누나…….”
“지금 당장 가서. 여화와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어 봐.”
“…….”
자신을 밀치며 말하는 서은설의 행동.
그 행동에도 불구하고 위천은 꼼짝하지 않았다.
그에 서은설은 살짝 한숨을 내쉬고는 조금 전보다는 부드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두려운 거야?”
흠칫.
위천의 마음을 마치 들여다본 듯 정곡을 찌르는 서은설의 말에 위천이 흠칫했다.
그에 서은설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위천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두렵더라도 당당하게 마주해.”
“…….”
서은설의 부드러운 조언에도 불구하고 위천은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만약 악여화가 자신보다 약혼자인 그를 더 좋아한다면?
그래서 자신과의 관계가 완전 끝이 난다면?
자신은 그녀와 아무것도 아닌 사이가 된다.
그 사실을 마주할 용기가 도무지 나지 않았다.
그러한 위천의 마음을 짐작한 것일까?
서은설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두려움보다는 여화를 좋아하는 마음이 더 크지 않아?”
“!!”
서은설의 말이 맞았다.
위천은 악여화를 다시 못 볼 것이라는 두려움도 크지만, 그것보다 악여화를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컸다.
그에 위천은 두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들었다.
햇빛을 받아 화사한 서은설의 아름다운 미소.
어머니와 같은 자애로운 미소를 보며 위천이 멍한 표정을 짓자 서은설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너와 여화가 함께 보낸 시간들. 그 시간들은 다 진실이야. 피하지 말고 부딪쳐. 악여화에게 확실하게 물어보고 네 감정을 고백해. 설령 최악의 결과가 오더라도 후회하지 않게.”
어머니와 같은, 아름다운 미소를 지은 서은설의 조언.
그녀의 조언에 위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후회 없이…….”
“그래, 뭐라도 해 봐야지?”
고개를 끄덕인 위천의 중얼거림에 서은설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용기를 얻었을까?
끄덕.
“가 볼게요.”
위천이 좀 전과는 다른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에 서은설은 싱긋 미소를 지었고, 이내 둘은 다시 걸음을 옮겨 좀 전에 악여화가 있던 장소로 향했다.
* * *
“커헉!”
X나 약하네.
나의 발치에서 괴로운 소리를 내뱉으며 굴러다니고 있는 언간.
새하얀 서생복이 흙과 피로 인해 다 더러워질 정도로 바닥을 구른 언간을 보며 나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 그만…….”
그러한 나를 올려다보며 제발 그만해 달라는 언간.
그 모습에 나는 쭈그려 앉은 다음.
콰득.
“크윽.”
언간의 머리칼을 잡아 위로 들어 올렸다.
괴로운 신음을 흘리며 나와 눈높이가 맞아진 언간.
공포 어린 녀석의 두 눈을 보며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넌 악여화가 그만하라고 할 때 그만했냐?”
“크윽…….”
“이거 완전 이기적인 놈이네.”
지가 하는 건 괜찮고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은 안 괜찮은 건가?
완전 밥맛인 놈이다.
나의 물음에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녀석을 보며 나는 다시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짜악!
다시 손을 휘둘러 녀석의 뺨을 후려쳤다.
나의 힘으로 인해 그대로 고개가 돌아가 버린 언간.
나는 그런 녀석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까 다 들었다. 여자가 싫다는데 왜 그렇게 질척거렸냐?”
“나는…… 약혼자다…….”
짝!
“지X하네.”
약혼자고 뭐고, 상대가 싫어하면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 되었다.
되도 않는 변명을 하는 녀석을 보며 나는 다시 손을 휘둘렀고, 녀석은 신음을 흘리며 괴로워했다.
“미친놈처럼 악여화를 보던 눈빛은 어디 가고 무슨 겁먹은 강아지 한 마리가 있냐?”
공포 어린 두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전신을 떨고 있는 언간의 모습.
마치 겁을 집어먹은 어린 강아지와 같은 녀석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조금 전.
자신보다 약한 악여화의 앞에서 보여 주던 광기 어린 모습은 어디 가고 이런 멍청한 모습을 보여 주니 가소로웠던 것이다.
그때.
“어, 왔냐?”
나는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고개를 돌렸고, 이내 제법 멀쩡한 얼굴을 하고 있는 위천을 볼 수가 있었다.
녀석의 등장에 나는 언간의 머리채를 놓아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털며 녀석을 반겨 주었다.
“형님.”
“그래.”
“저자 왜 저렇게 때린 거예요?”
“아.”
녀석, 내 성격 알면서.
만신창이가 된 모습으로 바닥을 구르고 있는 언간을 가리키며 위천이 묻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한 곳에 서서 위천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악여화를 가리켰다.
“괴롭히더라고.”
“……?”
나의 말에 녀석이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한 듯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고, 이내 걸음을 옮겼다.
멈칫.
잠시 후.
나는 위천의 앞에 도착했고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꼈는지 녀석이 멈칫하며 뒷걸음쳤다.
녀석.
본능은 제법 괜찮았다.
파악!
나는 그런 녀석의 뒤통수를 한 대 시원하게 후려쳐 주었다.
그러한 나의 행동에 위천은 괴로운 소리를 내며 뒤통수를 감싸 쥐었다.
제법 강하게 때려서 그런가?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 녀석의 모습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자, 체벌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잔소리 좀 해야겠다.
고통에 괴로워하는 녀석을 보며 나는 팔짱을 낀 다음 입을 열었다.
“멍청한 새X야.”
“……?”
나의 입에서 나온 제법 격렬한 말.
그 말에 녀석이 고개를 들어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럴 만도 했다.
나는 말보다는 주먹이 먼저인 성격이라 욕을 많이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는 녀석을 보며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사내자식이, 자기 여자 이야기도 안 들어 보고 도망치냐?”
“……?”
“너의 그 찌질함 때문에 악여화가 봉변을 당할 뻔했다.”
“봉변이요……?”
나의 이야기에 녀석이 흔들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인마. 저거 완전 미친놈이더라.”
바닥을 구르고 있는 언간.
녀석을 가리키며 나는 마저 입을 열었다.
“악여화가 싫다는데 억지로 손목 잡고, 데려가려고 하더라고. 넌 내 거라고 지껄이지 않나, 소름 돋는 놈이야.”
“!!”
나의 설명에 녀석이 두 눈을 부릅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네가 옆에 있었으면 그럴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야.”
“…….”
“병X.”
정곡을 찌르는 나의 말.
그 말에 위천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옆에 있던 서은설이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극신!”
“얍! 여기까지 할게.”
그에 나는 살짝 웃으며 손을 들어 보인 다음 다시 위천을 바라보았다.
“천아.”
“네.”
“네가 가서 조져라.”
“네.”
이제야 속이 좀 시원하네.
언간을 조지라는 나의 말에 녀석이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나는 속 시원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러면 이제 나는 한 발 물러서서 구경해야겠다.
위천이 걱정 안 되냐고?
별로, 저 녀석은 계속 성장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 * *
꽈악.
위극신의 말에 위천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받아라.’
‘뭐예요?’
‘처먹어.’
‘……?’
다짜고짜 작은 목합을 꺼내더니 먹으라는 자신의 형.
그러한 형의 행동에 위천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목합을 받아 열었다.
그리고.
딸깍.
‘!!’
목합을 열자마자 방 안을 가득 채우는 향긋한 내음에 두 눈을 크게 떴다.
‘소환단이다.’
‘이걸 왜……?’
‘네 마기가 제법 정순하니까 효과가 있을 거다.’
‘형이 드세요.’
위극신의 말에 위천이 화들짝 놀라며 목합을 내려놓았다.
그에 위극신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약한 놈이 처먹어야지. 강한 내가 먹어서 뭐 하냐?’
‘…….’
할 말이 없었다.
공진에게 패배하고 나서 자신의 나약함에 침울해하고 있었던 위천은 정곡을 찌르는 위극신의 말에 고개를 숙였다.
그에 위극신이 다시 입을 열었다.
‘먹고, 더 커라.’
‘…….’
‘그래야 나를 돕지.’
‘네, 알겠습니다, 형.’
자신을 위해서라도 이것을 먹으라는 위극신의 배려.
그 배려에 위천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 유가장에서 소환단을 취하고 내공 증진을 이룬 위천.
그가 자신과 비슷한 기운을 지니고 있는 언간을 바라보았다.
“일어나세요.”
“크윽…….”
위천의 말에 신음을 흘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난 언간.
제대로 일어났음에도 상처로 인해 비틀거리는 언간을 보며 위천은 손을 들어 품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탁.
“……?”
작은 주머니를 꺼내어 언간에게 던져 주었다.
위천이 던진 주머니를 엉겁결에 받아 든 언간.
그가 의문 어린 눈빛으로 위천을 바라보았다.
“내상약이에요.”
“……?”
위천의 설명에 언간은 계속해서 위천을 바라보았다.
이것을 왜 주냐는 뜻이었다.
그에 위천이 품속에서 권갑을 꺼내 들어 착용하면서 입을 열었다.
“먹어요.”
“무슨 속셈이지?”
위극신으로 인해 상당한 내상을 입은 언간.
그가 병 주고 약 주는 형제의 행동에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에 위천이 권갑을 착용한 손을 쥐었다 펴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 저한테 맞아야죠.”
“……?”
위천의 입에서 나온 말.
그 말에 언간이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초절정을 목전에 둔 자신이다.
그런 자신의 앞에서 어린놈이 까불어?
소교주가 워낙에 강해서 그렇지 또래에서 자신보다 강한 고수는 없을 것이다.
스스로 늘 그렇게 생각해 왔던 언간은 가소로운 위천의 행동에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노려보았다.
“그냥 죽여라.”
소교주에게 수하들이 모두 제압당하고, 모든 것이 들킨 시점부터 죽음을 각오하고 있던 언간.
그가 끝까지 자신을 괴롭히려는 형제를 보며 말했다.
각오 어린 언간의 말, 그 말에 위천이 가벼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저한테 이기면 살려 줄게요.”
“정말이냐!”
위천의 가벼운 목소리.
그 목소리에 담긴 이야기에 언간이 두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다지만 살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자 언간은 다시 몸에서 힘이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그에 위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자세를 낮추며 입을 열었다.
“약속 지킬 테니 어서 먹어요, 나한테 처맞아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