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6화
제186장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 狂犬棒藥 (1)
“좋네.”
사람들의 목소리로 가득한 저잣거리.
너무나도 활동적인 장소를 거닐던 나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귀여운 아이들을 보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응, 잡생각이 사라져.”
그러한 나의 말에 동의하듯 서은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나는 고개를 돌려 서은설을 바라보았다.
“나는 네가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줄 알았어.”
“오늘은 이런 곳이 더 좋은 거 같아.”
서은설의 대답에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또 날마다 기분이 다른 법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대화를 마친 나는 서은설과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고, 이내.
“어라? 어디 가냐?”
저 멀리서부터 점점 가까워지는, 익숙한 사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걸음을 옮기고 있는 어린 청년의 모습.
시선을 아래에만 두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걷는 내내 주변 사람들과 부딪쳤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그와 어깨를 부딪친 사람들도 귀한 옷을 입은 청년과 얽히고 싶지 않았는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잃은 듯한 모습을 보여 주는 어린 청년.
저 음울한 분위기를 내는 청년은, 믿기지 않았지만 내 동생 위천이었다.
그런 녀석을 보며 내가 어디 가냐고 묻자, 녀석이 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
나는 볼 수 있었다.
슬픈 표정과 붉어진 위천의 두 눈동자를 말이다.
생각지 못한 녀석의 모습.
그 모습에 나는 그대로 굳어 버리고 말았다.
“천아? 왜 그래?”
굳어 버린 나의 옆,
평소와 너무나도 다른 위천의 모습을 확인한 서은설이 화들짝 놀라며 위천에게 다가가 등을 쓸어 주었다.
그에.
“저…… 먼저 들어가 볼게요.”
녀석은 아무런 설명 없이 그저 힘없는 어조로 먼저 들어가 보겠다고만 하였다.
늘 방긋 웃으며 해맑던 아이가 우중충한 얼굴로 힘없이 말하니 적응이 되지가 않았다.
평소와 너무 다른 낯선 동생의 모습에.
“뭐야?”
나는 서늘한 어조로 물었다.
짜증 났다.
누가 내 동생을 이렇게 슬프게 한 거지?
용서 못 한다.
그에 내가 노기가 깔린 목소리로 묻자 위천이 움찔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러고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라며 말이다.
그러한 위천의 모습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저 모습이 더 짜증 났다.
전혀 안 괜찮은 얼굴로 아무것도 아니라니?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들어가라.”
저 녀석이라면 내가 아무리 캐묻더라도 아무것도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내가 걱정하는 것을 원치 않을 테니 말이다.
그에 나는 녀석에게 캐묻는 것을 포기했다.
그만 들어가 보라는 나의 말에 위천은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인 다음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러한 위천의 불안한 모습에.
“내가 가 볼게.”
서은설이 선뜻 나서서 함께 돌아가겠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아니야, 잘 처리하고 와.”
위천이 저렇게 된 이유를 찾으러 나설 것이라는 나의 행동을 짐작했던 것일까?
나의 감사 인사에 고개를 끄덕인 서은설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에 나는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서은설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이내 몸을 돌려 위천의 뒤를 따랐다.
그러한 둘의 뒷모습을 잠깐 바라본 나는.
“어떤 새X야…….”
몸을 돌리며 서늘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어떤 새X인지는 몰라도 절대 가만 안 놔둘 것이라 다짐하며 말이다.
* * *
탓!
“더러운 손 치워.”
모든 내공을 끌어 올려 언간의 손에서 벗어난 악여화.
그녀가 서늘한 눈빛으로 언간을 향해 경고했다.
그러한 악여화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언간은 가소로운 듯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 여화, 이제 말 잘하네?”
“미친놈.”
꿈틀.
언간의 친근한 어조에 악여화가 경멸 어린 어조로 욕설을 내뱉었다.
그에 언간의 눈가가 꿈틀거렸지만 다시 미소를 지었다.
“마인 魔人 이랑 어울리더니 입이 많이 거칠어졌구나?”
“…….”
“또, 대답 안 하네.”
자신의 물음에도 아무런 대답이 없는 악여화의 모습에 언간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말했다.
그러고는.
“혼나야겠네.”
소매를 살짝 걷어붙이며 미소를 지었다.
마치 어린아이를 다루는 듯한 언간의 미친 모습에.
스르릉.
탓.
악여화는 양쪽 허리춤에 걸려 있던 무기를 꺼내들어 자세를 낮추었다.
금방이라도 덤벼들 듯 말이다.
그러한 악여화의 모습에 언간은 기분이 좋은 듯 더욱더 진한 미소를 지었다.
“뭐, 얼굴이 예쁘니 이렇게 까부는 것도 귀엽지.”
“닥쳐.”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징그러운 언간의 말에 악여화는 경멸 어린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그에 언간이 혀를 살짝 내밀어 입술을 핥았다.
“그래, 내가 정복해 줄게.”
타앗!
언간의 심상치 않은 기세에 거리를 거닐던 사람들은 이미 물러난 상태.
사람 한 명 없는 골목에서 언간은 가진 내공을 모두 끌어 올리며 악여화에게 달려들었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언간의 주먹에 악여화는 쌍검을 교차시켜 언간의 주먹을 막았다.
그러자.
콰앙!
주먹과 검이 부딪친 소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굉음이 울려 퍼졌다.
“너…….”
양손을 타고 어깨를 넘어 내부를 진동시키는 언간의 강력한 힘.
그 힘에 악여화가 놀란 어조로 언간을 바라보았다.
그에 언간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나 매력 있지?”
쾅!
언간의 장난스러운 말과 동시에 다시 휘둘러진 주먹.
악여화는 언간의 주먹에 실린 힘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에 이번에는 막아서지 않고 몸을 돌려 피했다.
그러자 언간의 주먹에서 푸른색의 권기가 뿜어져 나와 바닥을 강타했다.
“권기…….”
절정고수들이 사용할 수 있다는 권기.
아직 절정의 경지에 들어서지 못한 악여화는 자신의 옆을 스쳐 지나가 바닥에 흔적을 남긴 언간의 권기를 보며 이를 꽉 물었다.
언간과 자신의 격차가 엄청나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힘이 빠졌던 것이다.
하지만.
꽈악.
‘방글이를 만나러 가야 해.’
어서 빨리 위천에게 찾아가 오해를 풀어야 했기에 악여화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쌍검을 강하게 쥐었다.
우웅!
그와 동시에 일어나 회색의 검풍.
짧은 검신을 지닌 쌍검에 검풍이 휘몰아치자 언간이 다시 혀를 살짝 내밀어 입술을 핥았다.
“굴하지 않는 기세 좋아, 더욱더 탐이 나.”
타앗!
징그러운 언간의 목소리와 말.
그 말에 악여화는 반응하지 않고 침착하게 언간의 빈틈을 향해 움직였다.
슥! 슥!
빠른 속도로 휘둘러지는 악여화의 검.
왼손 오른손, 계속해서 어지럽게 휘둘러지는 악여화의 쌍검을 언간은 여유롭게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해 내었다.
그러고는 쉬지도 않고 계속해서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는 악여화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눈썹과, 새하얀 피부. 흑요석을 박아 놓은 듯한 두 눈동자.
비록 신장이 조금 작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워낙 외모가 뛰어나 인형처럼 보일 정도로 귀여웠다.
‘할짝.’
역시 빼어난 미모라는 별호가 들어갈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그 아름다운 외모에 언간은 다시 입술을 한번 핥았다.
그러고는.
스윽!
탁!
거침없이 휘둘러지는 악여화의 검을 멈추기 위해 손을 뻗었다.
단 한 수.
언간의 한 수에 악여화는 그만 손목이 잡혀 버리고 말았다.
양손을 제압당한 악여화. 그녀가 고개를 들어 날카로운 눈빛으로 언간을 노려보았다.
제압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굴하지 않는 악여화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을까?
언간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꽈악!
“크윽!”
두 손에 힘을 주었다.
언간이 손에 힘을 주자 손목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악여화는 신음을 흘리며 그만 쌍검을 쥔 손에 힘을 풀고 말았다.
챙그랑.
악여화의 손에 힘이 빠지자 짧은 검신을 지닌 쌍검은 볼품없는 모습으로 땅에 떨어졌다.
무기마저 빼앗긴 채, 완벽하게 제압당하고 만 악여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계속해서 증오 어린 눈빛으로 언간을 노려보았다.
“흐흐.”
그런 악여화의 눈길을 느끼며 언간은 괴상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광인 狂人처럼 말이다.
움찔.
광기 가득한 언간의 모습에 악여화는 순간 움찔하고 말았다.
“귀엽네.”
그런 악여화의 움찔거림을 인식한 언간.
그가 씨익 미소를 지으며 악여화에게 말했다.
정말 귀여운 생명체를 바라보듯 보며 말이다.
“우리 여화, 이제 집에 가자.”
“꺼져.”
“어허, 지아비에게 그런 말을 하면 쓰나.”
“꺼지라고.”
언간의 계속된 말에도 불구하고 악여화의 대답은 똑같았다.
꺼지라는 대답 말이다.
그에 언간이 악여화의 두 손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그러고는 자신의 얼굴 바로 앞에 멈추어 서게 했다.
악여화의 두 눈에 비친 언간의 붉은 두 눈동자.
광기가 가득한 그 두 눈동자에 악여화는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꼈고.
“너, 내 거라고.”
붉어진 두 눈.
이글거리는 눈동자.
광기가 흘러넘치는 언간의 말에 악여화는 속으로 기도했다.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구해 달라고 말이다.
“이거 완전 미친놈 아니야?”
그때.
금방이라도 악여화의 얼굴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던 언간의 뒤로 짜증기가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흠칫!
이렇게나 가까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기척을 느끼지 못했던 언간은 갑작스러운 기척에 흠칫했고, 이내 경계 어린 표정을 지으며 몸을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한 손을 들어 귀 옆에서 빙빙 돌리고 있는 미남자가 말이다.
“소교주인가?”
“미친놈이 언제 봤다고 반말이야?”
그런 미남자, 아니 천마신교의 소교주 위극신을 보며 언간이 묻자 위극신이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대답했다.
그에 언간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너도 반말하고 있네.”
“나 정도 되면 반말해도 되지. 그치만 넌 안 돼.”
“왜지?”
“양심 없냐?”
언간의 물음에 위극신이 어이가 없다는 어조로 물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나보다 못생겼지, 약하지, 미친놈이지, 여자 친구도 없지, 가문도 동네 객잔 수준이지……. 더 이야기하랴?”
“…….”
“자 어서, 다시 대답해 봐. 네 소교주님 하고.”
위극신의 사실적인 말에 언간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에 위극신은 웃으며 다시 말했다.
예의 바르게, 다시 대답해 보라고 말이다.
하지만.
“흥.”
언간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고는.
“모두 막아서!”
근처 주변에 매복해 있을 자신의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자신이 도망갈 동안 위극신을 덮쳐 시간을 만들라고 말이다.
하지만.
“……?”
자신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죽으라면 정말 죽을 정도로 충성심이 가득한 수하들.
그 수하들이 단 한 명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다!
그에 언간이 당혹스러워하던 순간!
“혹시 네 친구들 찾냐? 내가 다 조졌는데.”
자신을 바라보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는 위극신의 얼굴이 보였다.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듯한 악동 같은 미소.
그 미소에 언간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고 이내.
“이제, 네가 나랑 놀아 줘.”
이어진 위극신의 말에 언간은 황급히 몸을 날렸다.
본능이 알려 주었던 것이다.
당장 도망치라고 말이다.
덥석!
하지만.
제대로 도망가기도 전에 위극신에게 뒷목이 잡히고 말았고.
이내.
콰앙!
하늘이 한 바퀴 돌더니 뒤통수에서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