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184화 (184/275)

제184화

제184장 관계 매듭 關係媒

객잔에 들어서지 않고 홀로 거기를 나서던 위천을 뒤로하고.

“…….”

나는 서은설과 악여화를 이끌고 객잔 구석에 위치한 자리에 앉아 간단하게 술과 음식을 시켰다.

잠시 후.

점소이가 나의 앞에 시원한 죽엽청을 내려놓았다.

“한잔할래?”

“아니.”

도리.

나의 물음에 서은설과 악여화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술병을 들어 술을 한 잔 따랐다.

쪼르르.

그렇게 빈 술잔에 술이 가득 채워졌고 나는 술병을 내려놓은 손으로 술잔을 들었다.

그러고는 가볍게 술잔을 기울이며 아무런 말도 없이 조용히 앉아 있는 악여화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여화야, 이거 좋아해?”

끄덕.

젓가락으로 음식을 한 개 집어 든 서은설.

그녀가 웃으며 묻자 악여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서은설은 빙긋 미소를 지으며 서은설의 앞접시에 음식을 놔두었다.

“배고프면 더 시켜, 알겠지?”

끄덕.

웃으며 서은설이 말하자 악여화는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나는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녀가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서툴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녀의 심성 또한 나쁘지 않다는 것도.

하지만, 그건 그거였다.

나는 심성이 좋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에, 나는 그동안 미뤄 왔던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탓.

“……?”

불편한 기분을 티 내듯.

내가 술잔을 소리 나게 내려놓자 미소를 짓던 서은설과 무표정한 악여화가 나를 바라보았다.

평소와 다를 바가 전혀 없는 무표정한 악여화의 얼굴이지만 나는 느껴졌다.

그녀의 눈에 의문이 어려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 악여화의 두 눈을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너 집으로 돌아가면 천이와의 동행은 끝이야.”

“!!”

오, 처음이다.

눈에 띄게 표정 변화를 보인 것이 말이다.

두 눈을 크게 뜬 악여화의 표정에 나는 속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술병을 들어 비어 버린 나의 잔에 따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 이제는 확실하게 정리해.”

쪼르르.

술 따르는 소리와 함께 나온 나의 목소리.

그에 악여화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에 나는 술잔을 들었다.

그러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악여화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관계, 확실하게 매듭지으라고.”

꿀꺽.

말을 마침과 동시에 나는 술잔을 기울였다.

화악!

그러자 느껴졌다.

기분 좋은 뜨거운 기운이 나의 식도를 타고 흘러 들어가 내장을 따뜻하게 데워 주는 것이 말이다.

탓.

그 기분을 느끼며 나는 다시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다시, 원래의 무표정으로 돌아온 악여화를 바라보았다.

“…….”

“대답.”

확실한 매듭을 원하는 나의 질문.

그 질문에 아무런 대답이 없는 악여화를 보며 나는 서늘한 어조로 경고했다.

그에.

“극신!”

옆에서 지켜보던 서은설이 화들짝 놀라며 나를 만류했지만 나는 그런 서은설에게 시선도 주지 않았다.

“대답해.”

그저 악여화의 두 눈을 바라보며 말할 뿐이다.

지금, 내 동생 위천은 악여화에게 푹 빠져 있는 상태다.

바보같이 말이다.

‘뭐, 내 동생이니 당연한 건가?’

녀석의 행동은 바보 같았지만 녀석을 탓하지는 않았다.

나 또한 녀석처럼 바보같이 서은설에게 빠져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확실하게 정리하고 넘어가야지.’

녀석이 악여화를 좋아하는 것은 괜찮았다, 개인적으로 도와줄 의향도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관계에서는 애매했다.

왜냐고?

우선, 나 같은 경우 서은설 또한 나를 좋아하고 존중했다.

거기에다가 정식으로 약혼을 하며 관계를 확실하게 다진 상태.

명확하게 관계를 매듭짓지 않은 위천과는 다르다는 뜻이었다.

물론 악여화 또한 위천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은 안다.

‘모르는 것이 이상해.’

산동에 들어선 지금까지.

악여화의 시선은 오로지 위천에게 고정되어 있었으며, 늘 위천의 옆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렇게 대놓고 티를 내는데 어찌 모르겠는가.

하지만.

‘각오가 되어 있을까?’

같은 세력의 무인도, 평범한 사람도 아닌 천마신교의 이공자이다.

정파에서 가장 두려워하고 혐오하는 천마 天魔 의 아들이며, 동시에 마공을 익힌 사내가 바로 위천이다.

그런 위천과 진지하게 관계를 맺을 각오가 악여화에게 있을까?

그것이 나는 의심스러웠다.

나에게 있어 솔직하게 악여화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전생에서부터 큰 죄를 지어 늘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나의 동생, 위천이 중요할 뿐.

그에 나는 답지 않게 어린아이에게 기운을 내뿜었다.

움찔!

주변 사람들에게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매서운 나의 기운이 악여화에게 집중되자 악여화가 눈에 띄게 움찔했다.

그러고는 식은땀을 흘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천이의 형이라고, 사람이 좋아 보이나? 웃기는군.”

나의 독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답이 없는 악여화.

공포에 질린 악여화의 두 눈을 보며 나는 서늘한 어조로 경고했다.

나는 해맑게 웃으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위천과 다르다고 말이다.

그에 악여화의 두 눈가가 잘게 떨려 왔다.

이제야 깨달았나 보다.

내가 위천의 형인 것을 떠나, 대천마신교의 소교주라는 것을.

피식.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스윽!

기운을 거두어들였다.

“후욱!”

내가 기운을 거둠과 동시에 악여화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호흡을 골랐다.

빼어난 미모를 지닌 여인이 호흡을 거칠게 몰아쉬는 모습은 뭇 사내들의 가슴을 자극하겠지만, 나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산동악가에 도착하기 전에 확실하게 해.”

나의 앞에 놓인 술잔을 다시 들어 기울이며 나는 차가운 어조로 경고했다.

그에 악여화는 숨을 몰아쉬면서도 억지로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

여전히 아무런 말도 없이 말이다.

그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너는 다신 위천을 보지 못할 테니까.”

우리가 산동을 떠날 때까지 그저 이렇게 애매한 사이로 관계를 유지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는 악여화를 죽여 버리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산동악가를 지워 버리겠지.

내가 가장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나의 소중한 존재.

그런 존재를 상처 입게 한 악여화를 도저히 용서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겠지.’

절대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그런 과격한 행동을 취한다면 그 누구보다 슬퍼할 존재가 위천일 테니 말이다.

그 사실이 너무나도 짜증 났던 나는 혀를 가볍게 찼다.

“극신.”

“…….”

그때, 나의 귓가로 서은설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에 서은설이 다시 입을 열었다.

“더 이상 아이를 몰아치지 마.”

탓.

은설의 입에서 나온 경고와도 같은 말.

그 말에 나는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스윽.

차가운 눈빛으로 나에게 경고하는 서은설을 바라보았다.

움찔!

아마 처음일 것이다.

내가 서은설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말이다.

서늘한 나의 눈빛에 놀랐을까?

악여화의 편을 들어 주며 나에게 경고하던 서은설이 움찔했다.

그런 서은설의 모습에 나는 순간 마음이 약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애써 그 마음을 가라앉히며 입을 열었다.

“나는 내 동생이 최우선이야.”

서늘한 나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서은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

차가운 두 눈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다.

나 또한 이번 생에서 처음이었다.

서은설이 저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 말이다.

그에 나는 속으로 움찔했지만 겉으로 티 내지 않았다.

지금 서은설에게 나의 생각을 확실하게 전해야 했다.

나에게 있어서 최우선은 위천이라는 것을 말이다.

물론 서은설 또한 그것을 알 것이다.

그녀는 현명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서은설의 두 눈에는 악여화 또한 불쌍한 아이일 것이다.

착한 심성을 지녔지만 선천적으로 표현을 못하는 성격으로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받아 온 소녀.

남들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당해 온 그녀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었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나는 서은설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악여화의 불쌍함보다 나의 동생, 위천의 마음이 더 중요했다.

그렇게 서은설과 내가 차가운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던 그때.

“태양.”

서늘한 우리 둘의 사이로 악여화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갑작스러운 악여화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나와 서은설은 서로에게 시선을 떼어 고개를 돌렸다.

그런 우리 둘의 시선을 받은 악여화.

그녀의 새하얀 피부에 돋보이는 붉은 입술이 다시 열렸다.

“방글이는 나에게 태양이에요.”

“…….”

흐음…….

방글이는 악여화가 위천을 부르는 애칭이다.

즉, 천이가 태양이라는 뜻.

그런 악여화의 말에 나는 가만히 턱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나는 태양 없이 못 살아.”

이어진 악여화의 대답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래, 사람이 태양 없이 살아갈 수는 없지.

“이전의 나, 태양 없었어.”

오, 계속해서 입을 연다.

말이 끝이 난 것이 아닌지 악여화의 붉은 입술은 계속해서 열렸다.

그에 나와 서은설은 그녀의 목소리에 더 집중했다.

“하지만, 방글이 미소 보고 달라졌어, 방글이는 태양. 따뜻해.”

“…….”

그래, 알겠다.

악여화의 대답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때.

악여화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살짝 미소를 짓고 있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는 방글이가 좋아요. 모든 것을 버려도 좋을 만큼.”

“그래.”

내가 도와줄게.

악여화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결정했다.

천이와 악여화를 도와주기로 말이다.

벌떡!

그렇게 내가 생각을 정리하자.

악여화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저, 나갔다 올게요.”

“그래.”

악여화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천이를 만나러 가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악여화가 걸음을 옮겼고.

“…….”

객잔에는 나와 서은설, 단둘만이 남게 되었다.

우리 둘 사이를 감싸는 어색한 공기.

오랜만에 느끼는 그 공기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술잔을 기울였다.

“극신.”

그렇게 침묵이 감돌기를 잠시.

서은설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돌려 서은설을 바라보았다.

“왜?”

“여화, 아직 아이야.”

“알아, 그리고 천이도 아이지.”

“…….”

나의 대답에 서은설이 입을 다물었다.

그에 이번에는 내가 입을 열었다.

“은설.”

“응.”

“나는 내 사람들이 소중해.”

“천이?”

“응, 악여화는 내 사람이 아니거든.”

“그래서 그렇게 말을 못되게 한 거야?”

“못된 거였나?”

서은설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못됐었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틀리지 않았어.”

“여화가 천이를 좋아한다는 것은 너도 알고 있었잖아.”

“그래, 하지만 표현을 안 했잖아.”

“뭐?”

나의 대답에 서은설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에 나는 술잔을 내려놓으며 서은설을 바라보았다.

“악여화, 걔가 표현을 안 하니까 천이 녀석이 혼자 불안해하잖아. 나는 내 사람이 힘들어하는 거 보기 싫어. 그리고 녀석들이 진심으로 좋아하면 어느 정도의 각오가 아닌, 제대로 된 각오가 필요해. 곧 헤어질 테니 확실하게 생각을 알아 놔야 했어.”

“…….”

“네 눈에 내 행동이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어. 하지만 나는 내 입장에서 옳다고 생각한 행동을 취한 거야.”

스윽.

말을 마침과 동시에 나는 고개를 들어 서은설의 푸른 두 눈을 바라보았다.

“조언은 환영이야, 하지만.”

“…….”

“나를 고치려고 하지 마.”

“이기적이구나.”

멈칫.

나의 말에 서은설이 차가운 어조로 대답했다.

그에 나는 멈칫했고 서은설은 다시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너는 한 번도 나의 입장을 생각해 준 적이 없어.”

“…….”

“나 먼저 올라갈게.”

벌떡.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이 있는 이 층으로 걸음을 옮기는 서은설.

나는 그런 서은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거 아무래도, 내가 선을 넘은 것 같았다.

“하…… 씨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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