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3화
제183장 저잣거리의 선생님 先生
“아직 돌아오지 않았단 말입니까?”
서장, 천산에 위치한 천마신교의 본전.
세 개의 궁으로 이루어진 본전에서 두 번째, 지마궁에 위치한 장로각에 들어선 사마천은 자신들을 반겨 주는 우호법, 광마도 狂魔刀 윤무진을 보며 물었다.
“그래, 오자마자 교주님도 아닌 소교주님의 행방부터 묻다니, 너네도 참 대단하구나.”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 오던 소교주의 뒤를 쫓아 가출했던 아이들.
하지만, 멍청하게도 서쪽으로 방향을 잘못 잡아 소교주와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게 되어 떨어지게 된 그들.
그에 신교에서는 그들에게 사람을 보내려고 했지만 웬걸.
파사국의 고위 귀족들과 함께 어울리며 가르침을 공유한다는 것이 아닌가?
장차 신교를 이끌어 갈 아이들이기에 신교에서는 그들이 파사국의 고위 귀족들과 연을 맺는 것을 반겼고, 아이들 또한 파사국에서의 가르침이 좋았는지 돌아오는 것을 거절했다.
그렇기에 신교에서는 아이들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신교 자체에서 신경 쓰지 않아도, 일장로와 군사가 개인적으로 신경을 쓰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서역에서 일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훌륭하게 성장한 아이들을 보며 윤무천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신교의 미래가 밝았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윤무천의 흡족한 어조에 야율민이 입을 열었다.
“소교주께서 돌아오셨을 줄 알았는데…….”
“너희는 교주님이 안중에도 없나 보구나.”
“교주님 또한 무림맹에 가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소교주님에게 인사를 드린다는 것은 곧 교주님에게 인사드린다는 뜻이지요.”
서장으로 오는 동안, 명 제국에서 고금 최초로 마정대전이 벌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명 제국의 소식에 파사국 또한 귀를 기울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에 사마천은 빙긋 미소를 지으며 조금의 틈도 주지 않았다.
아이들이 따르는 존재가 아무리 신교의 소교주라 하더라도, 엄연히 신교의 주인은 교주다.
게다가 교주는 천마신교인들에게 있어서 신과 같은 존재.
그 존재를 최우선으로 두지 않으면 당장 목을 쳐도 이상하지 않을 불경죄였다.
그러한 틈을 사전에 막아 버린 사마천의 대답에 윤무천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당장 자신 또한 교주보다는 소교주인 위극신이 더 좋고 그를 더 따른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뭐라 할 생각도 없었던 윤무천은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너는 여전히 차갑네.”
앞머리를 길러 한쪽 얼굴을 가린 절세미남.
시리도록 차가운 표정이 너무나도 어울리는 냉미남, 단진을 보며 윤무천이 말하자 단진이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에 윤무천이 진한 미소를 지었다.
“제법이구나.”
사마천, 야율민.
그들은 파사국에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는지 아주 훌륭하게 성장을 해 왔다.
어엿한 절정고수라고 불릴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단진.
저 녀석은 다른 녀석들을 초월할 정도의 결과를 가지고 왔다.
“감사합니다.”
초절정의 기운을 잘 갈무리한 단진.
그의 감사 인사에 윤무천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신교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하며 말이다.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는 윤무천을 향해 사마천이 대표로 고개를 숙였다.
그에 모두가 동의하는 듯 뒤에 있던 야율민과 단진이 사마천을 따라 고개를 숙였다.
“무림으로 나갈 생각이더냐?”
“네.”
“사고 치지 않겠지?”
“물론입니다.”
윤무천의 장난스러운 물음에 사마천이 진중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래, 내가 허락하마.”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녀석들의 대답과 표정에 윤무천이 흔쾌히 허락했다.
교주가 없는 지금, 모든 결정권은 우호법인 자신이 쥐고 있었으니 말이다.
“근데 한 놈이 안 보이는구나.”
‘푸하하!’거리면서 주변을 시끄럽게 만드는 거대한 덩치.
지 아비를 닮아 단순 무식한 구양적이 보이지 않자 윤무천이 물었다.
그에.
“곧 만나겠지요.”
“흐음…….”
사마천이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그에 윤무천은 가만히 턱을 쓰다듬었다.
‘서로 친하다고 알고 있는데, 안 친한 건가?’
분명 어린 시절부터 소교주인 위극신을 따르며 우정을 나누어 온 것으로 안다.
헌데, 지금 보면 구양적이 사라졌음에도 아무런 걱정이 없는, 우정은커녕 아무런 감정도 없어 보이는 모습이 아니던가?
그 모습이 내심 아쉬웠던 윤무천이 입맛을 다시려던 순간.
“우리가 찾아가서 죽여 버릴 거거든요.”
야율민의 입에서 나온 차가운 목소리에 입맛을 다시려던 것을 멈추고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이들은 친했다.
그렇게 아이들이 구양적을 죽이겠다고 윤무천의 앞에서 다짐하는 그 시각.
서쪽 아래, 모래바람이 하염없이 몰아치는 사막에서 한 사내가 유쾌하게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푸하하!”
“태양왕이시여! 가지 마소서!”
그러한 사내의 뒤로.
수백 명이나 되어 보이는 건장한 수하들이 무릎을 꿇으며 사내를 붙잡았지만.
“푸하하! 간다! 잘 있어라!”
사내는 수하들을 무시하고는 손을 흔들며 걸음을 옮겼다.
사내의 고향이 위치한 동쪽으로 말이다.
* * *
“와, 이거 예쁘네.”
하북성 가장 아래쪽에 위치한 감단현.
배가 고프다며 객잔에 들어선 일행들을 뒤로하고, 자신을 따르려는 악여화를 억지로 앉히고 혼자 저잣거리를 나선 위천은 자신의 시선을 사로잡는 한 개의 노리개를 발견하고는 걸음을 옮겼다.
“어서 오십시오!”
그렇게, 위천이 가판대에 다가서자 앉아 있던 주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높은 목소리로 위천을 반겨 주었다.
“이거, 뭐예요?”
“이야! 공자님 보는 눈이 있으십니다!”
노란색의 끈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중간에 아름다운 홍옥과 햇빛에 반짝거리는 은이 장식된 아름다운 노리개.
그것을 집어 들며 위천이 묻자 주인이 기다렸다는 듯이 위천의 안목을 칭찬했다.
뭐냐고 묻는 질문에 뜬금없이 안목을 칭찬하는 주인의 행동은 누가 보아도 이상했지만.
“헤헤, 감사합니다.”
남들과는 달리, 조금은 특별한 위천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자신을 칭찬하니, 고맙다 말하는 것이라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던 것이다.
그러한 위천의 반응에 눈알을 굴리던 주인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왜냐고?
‘호구구나!’
멍청하게 미소를 짓는 잘생긴 공자.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공자의 모습에 큰돈을 벌 것이라는 직감이 왔기 때문이다.
그에 주인은 더욱더 환한 미소를 얼굴에 장착하고는 위천이 들고 있는 노리개를 가리켰다.
“지금 공자님이 들고 계신 노리개로 말할 것 같으면! 우선 노란색 끈은 바로 서역에서 들어온 끈으로 중원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끈이지요!”
“호오?”
주인의 말에 위천은 신기하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노리개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런 위천의 모습에 주인은 속으로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걸려들었다고 생각되었던 것이다.
그에 주인은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은 채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노리개의 중심에 박혀 있는 패물은 바로 서역에서 들어온 것으로 루비라는 보석입니다.”
“루비요?”
“예! 영롱하니, 아름답지 않습니까? 도전적이며, 남자다움을 상징하는 붉은색! 저 위대하고 위대하신 천자 天子 님의 상징이기도 한 이 색은 공자님의 용감함을 돋보일 것입니다!”
노란색의 끈에 달려 있는 붉은색의 보석.
그것을 보며 주인이 황홀하다는 표정으로 설명을 했다.
그에 위천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제가 찰 거 아닌데, 여자에게 선물할 거예요.”
“하하! 붉은색은 고혹적이며 매혹적인 색이지요, 그 어떠한 여인이 싫어하겠습니까?”
위천의 말에 주인이 황급히 말을 바꾸었다.
노리개는 여성들이 걸고 다니는 장식품.
남자인 위천이 착용하고 다닐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위천은 물었고, 주인은 능글맞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에 위천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예쁘네요.”
“예, 분명 여성분께서도 좋아하실 것입니다!”
“그럴까요?”
“물론이죠!”
위천의 물음에 주인은 확신 어린 어조로 대답했다.
거짓을 믿게 하기 위해서는 본인 스스로부터 거짓에 속아야 한다.
그렇기에 주인은 확신에 찬!
그 누구보다 진심 어린 어조로 확언했다.
그러한 주인의 모습에 위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근데요.”
“네?”
노리개를 가판에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금방이라도 멍청하게 웃으며 돈을 지불할 것이라 생각했던 공자가 노리개를 내려놓자 주인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에 위천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주인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이거 서역에서 들어오는 끈이 아닌데요?”
“……?”
“봐요, 끈 끝부분이 허술하게 갈라지는 것이 그냥 저잣거리에 흔히 보이는 다른 끈과 다를 바가 없어요.”
“어…… 그…… 그건…….”
갈라진 끈의 끝을 보여 주며 위천이 말하자 주인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에 위천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 홍옥, 루비가 아니에요.”
“그럴 리가요! 루비입니다!”
이어진 위천의 지적에 주인이 언성을 높이며 대답했다.
절대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걸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강하게 나갔던 것이다.
강하게 나간다면 상대방이 주춤할 테니 말이다.
그러한 주인의 언성 높임에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에 주인은 어깨를 쫙 펴며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확실한 루비입니다! 저를 의심하는 것입니까!”
“흐음…….”
“저는 여기서 이십 년이나 장사를 해 왔습니다! 공자님의 말은 곧 저의 신념을 무시하는 행동입니다!”
“그래요?”
사람들의 시선에 힘을 얻은 주인.
그가 한 점 부끄럼 없다는 듯 자신의 가슴을 탕탕 치며 말하자 위천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미안해요.”
사과를 건네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주인을 무시하는 행동이라 생각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한 위천의 사과에 주인은 속으로 씨익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확실히 제가 무례했네요. 그러면 천하 상단에 가서 감정을 받아 봐요. 감정 비용은 제가 댈게요. 그래서 아저씨 신념도 지키고 당당하게 장사하세요.”
“예……?”
보석의 감정 비용은 비싸다.
이 가판 위에 있는 노리개의 값을 전부 합한 것보다 더 말이다.
그렇기에 돈이 부족한 사람들은 물론, 웬만한 부잣집의 공자들도 잘 이용하지 않았다.
돈이 아까웠으니 말이다.
하지만.
“가요, 제가 아저씨 신념 지켜 드릴게요!”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감정 비용을 대겠다는 위천을 보며 주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아주 X 되었다고 말이다.
잠시 후.
“손 똑바로 들어요!”
저잣거리의 가장 좋은 목 중 한 곳인 골목.
위천은 자신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손을 들고 있는 주인을 보며 매서운 표정을 지었다.
웅성웅성.
좀처럼 보기 힘든 구경거리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렸고.
“어? 저거, 김 씨 아니야?”
“그러게, 제대로 걸렸나 보군.”
“하여튼 언젠가 내 저럴 줄 알았지.”
주인을 알아본 여러 사내들과 여인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자기들끼리 쑥덕거렸다.
뛰어난 무공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위천.
그는 더욱더 무서운 표정으로 주인을 바라보았다.
“한두 번이 아니었군요!”
매서운 표정, 두 눈가를 치켜세우며 위천이 날카로운 어조로 묻자 사내가 울상을 지었다.
“아이고! 용서해 주십시오!”
“손 드세요!”
번쩍!
은근슬쩍 손을 내리며 고개를 숙이던 주인.
그런 주인이 위천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다시 손을 들었다.
그에.
“거짓말하면 나빠요, 안 나빠요?”
“…….”
“대답해야지요?”
어린아이를 달래듯 묻는 위천의 질문에.
“나빠요…….”
주인은 울상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에 위천은 다시 입을 열었다.
“잘못했어요, 안 했어요?”
“잘못했어요…….”
“다음부터는 그러면 안 돼요, 알겠죠?”
“네…….”
위천의 계속된 물음에 주인은 울상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에 위천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흐허헝!”
주인은 결국 앞으로 엎어져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어린아이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