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2화
제182장 망할 땡중 亡僧
“살펴 가십시오.”
“그래, 잘 놀다 간다.”
“다행입니다.”
하남성의 정주.
그곳의 입구까지 배웅하러 나온 유황이 나의 대답에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나의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여러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저에게 영광이었습니다.”
“우리야말로 영광이었어요, 부디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랄게요.”
“응, 잘 있어.”
“…….”
예의 바른 유황의 인사에 서은설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유황의 앞날을 위해 기도해 주었고, 위천은 가볍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악여화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였다.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며 인사를 받아 주는 세 명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유황 또한 나의 마음과 다를 바가 없었는지 미소를 지었고 말이다.
“은공,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오, 나야말로 고맙소. 공청주를 마음껏 마셨으니.”
“입에는 맞으셨습니까?”
“훌륭했소.”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훌륭했다.
여태까지 내가 마신 술 중에서 가장 뒷맛이 깔끔했던 술.
아, 상상만으로도 침이 고여 버렸다.
그에 나는 아쉬움을 느끼며 입맛을 다시었다.
그런 나의 행동을 보고 마음을 눈치챘을까?
유가장주인 유천주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매년 감사의 표시로 천산에 공청주를 보내겠습니다.”
“정말이오?”
“물론입니다.”
유천주의 말에 나는 놀란 음성으로 물었다.
그에 유천주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그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조만간 유가장으로 사람을 보내겠소.”
“네, 언제든지 귀빈으로 모시겠습니다.”
무림맹에서 마뇌와 한창 머리를 싸매고 있을 금적금.
그 녀석을 떠올리며 내가 말하자 유천주가 싱긋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에 나 또한 미소를 지었다.
스윽.
그러고는 유천주와 유황의 뒤를 슬쩍 바라보았다.
“아직, 내상을 다 치료하지 못하였나 봅니다.”
그런 나의 시선에 눈치채었을까?
유천주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혜주와 공진의 행방을 알려 주었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땡중들 기다린 거 아니오.”
“예, 그렇지요.”
어라.
조금 거슬리네.
나의 대답에 다 안다는 듯 푸근한 미소를 짓는 유천주.
그런 유천주의 모습이 거슬렸지만…….
피식.
이내 피식 미소를 지었다.
공청주를 공급해 줄 존재이니 이번 한 번만 봐줘야겠다.
“그럼, 진짜 가 보도록 하지.”
“네 살펴 가십시오.”
마지막으로.
내가 인사를 하자 유천주와, 유황이 고개를 숙였다.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은 다음 몸을 돌렸고, 이내 일행 모두가 나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우리는, 하남성의 정주를 벗어났다.
“아쉽네요.”
정주의 입구를 벗어나 산길에 막 들어서려던 순간.
걸음을 빠르게 옮겨 나의 옆으로 다가온 위천이 아쉬운 어조로 말했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땡중이랑 정든 거냐?”
“뭐, 그렇다고 할까요?”
“이거, 큰일 날 놈이네?”
“제가 좀 특별하잖아요.”
이 자식.
해맑은 미소로 주윤문처럼 능글맞은 대답을 하고 있었다.
뭐, 그게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은 아쉬웠다.
세상 순수했던 천이가 점점 사라져 가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형님.”
“그래.”
“저는 정파의 인물들과 거리를 두어야 할까요?”
멈칫.
위천의 입에서 나온 뜬금없는 물음.
그 물음에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나를 빤히 응시하고 있는 위천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거냐.”
“솔직히 그동안 많이 생각했어요. 본교와 다른 세력들과의 관계.”
“…….”
“제가 무림에서 만났던 사람들 중에는 친하게 지내기 싫은 사람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이 있었어요.”
“그렇지.”
모든 사람들이 그럴 거다.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과 아닌 사람.
개인적으로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기에 위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에 위천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건 본교에서도 마찬가지였거든요. 본교에서도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 아닌 사람이 있었어요.”
“음…….”
“본교와 중원. 전혀 다를 것이 없는데 저는 거리를 두어야 할까요?”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 의문 가득한 어조로 위천이 묻자 나는 가만히 턱을 쓰다듬었다.
어려운 질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걸 뭐라 해야 하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세력이 다르다는 이유로 거리고 지X이고, 그냥 내가 내키는 대로 사람을 사귄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조금은 난처했다.
하지만 이내.
“마음대로 해.”
나는 곧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이게 맞다.
마음대로 하면 되지. 뭔 상관이란 말인가?
“그런가요?”
“그래, 잘못된 사람과 어울리는 것은 좋지 않지만 그것 또한 좋은 경험일 거다. 그리고 네가 못난 사람과 어울리면 나는 물론 아버지가 가만두지 않을 거다.”
“아…….”
“아마, 너에게 어울리지 않는 못난 사람을 죽여 버리겠지.”
“그건 너무하네요.”
“그래, 그러니 네 마음대로 하되 책임감을 가지고 신중하게 사람을 만나.”
나의 말에 심각한 표정을 짓던 위천.
그가 천마의 성격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어진 나의 말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방싯!
예의, 악여화가 방글이라 칭하며 좋아하는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미소 말이다.
그런 녀석의 미소에 나 또한 기분이 밝아지는 것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내 대답이 도움이 되었나 보다.
“그냥 제가 알아서 할게요!”
“…….”
이 새X가…….
기껏 고민하고 진지하게 알려 주었더니 결국은 지 알아서 하겠다는 위천.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나는 순간 울컥했다.
그에 위천이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장난이에요, 고마워요 형.”
“후우…….”
이제는 아주 가지고 논다.
배시시 웃으며 나를 향해 정중히 감사를 표하는 녀석을 보며 나는 이마를 짚었다.
진짜, 놀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이것 참.
피식.
나쁘지 않았다.
전생에서는 나를 원망하며 죽였던 위천.
그런 녀석이 지금은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조언을 구한다.
형인 나의 입장에서는 동생이 나를 향해 조언을 구한다는 것이 싫지 않았다.
왜냐고?
내게 조언을 구한다는 것은 곧, 내가 조언을 해 줄 정도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
스윽.
흠칫.
자식아, 머리 쓰다듬어 주려고 그런 거다.
내심 위천이 기특했던 나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기 위해 손을 들었고, 그런 나의 행동에 위천이 흠칫하며 뒤로 물러섰다.
거참, 사람을 뭘로 보고.
“내가 잡아먹냐?”
“가능하지……?”
“죽는다.”
“헤헤.”
아, 또 저 웃음.
지가 불리하다 싶으면 환하게 웃는 위천을 보며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형아.”
“그래.”
“왔네요.”
“알아.”
녀석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렸다.
내가 고개를 돌리자 잠시 후.
파삭.
숲길 사이로 회색의 승려복을 입은 승려, 공진이 나타났다.
“아미타불, 인사가 늦어 죄송합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반장을 하며 정중히 인사를 건네는 공진.
그런 공진을 보며 나의 일행들 또한 모두가 예의 바르게 반장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나는.
“왔냐?”
팔짱을 끼고, 짝다리를 짚으며 녀석을 반겨 주었다.
“이야, 멋있다.”
그런 나의 모습에 옆에서 위천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건 무시하고.
나의 반김에 공진 녀석이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네, 산동으로 간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혹, 동행…….”
“죽는다.”
“네.”
공진의 말.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두 눈을 부라리며 경고했다.
더 이상 입을 연다면 죽일 것이라고 말이다.
다행히 공진은 제법 눈치가 있었는지 순식간에 입을 다물었다.
미소를 지으며 말이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러면서도 서은설의 눈치를 살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가뜩이나 위천과 악여화가 합류하게 되어 서은설에게 미안해 죽겠는데, 핏빛의 살기를 뿌리는 승려도 동행한다?
진짜, 파혼 破婚 당해도 할 말이 없었다.
싱긋.
그런 나의 감정을 알았을까?
잠깐 나와 눈이 마주친 서은설이 싱긋 미소를 지어 주었다.
마치, 자신은 괜찮다는 듯 말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저 미소가 나올 때는 절대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에 나는 속으로 한 번 더 다짐을 하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공진을 바라보았다.
“스승과 이야기는 잘 나누었나?”
“네, 덕분에 제 존재를 드러내기로 하였습니다.”
“그래?”
공진의 대답에 나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현재 소림의 인식은 살생을 금하는 승려들.
즉 말 그대로 그들이 믿고 따르는 부처와 같은 사람들이다.
헌데 그 성스러운 곳에서 살기를 뿌리는 무승 武僧이 나타난다?
백성들의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것이다.
생명을 중시하는 부처의 제자들.
그런 제자들 중에서 생명을 해하는 제자가 나온 것이니 그럴 수밖에.
그에.
“세상은 변하니까요. 저는 소림을 지키기 위해 모든 비난을 감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좋네.”
“감사합니다.”
녀석의 흔들림 없는 대답에 나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공진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여 보였다.
마치 스승에게 칭찬을 받은 어린 제자처럼 말이다.
그에 나는 고개를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 봐.”
“저, 소교주님.”
“말해.”
가 보라는 나의 말에 조심스레 입을 연 공진.
그런 공진을 보며 내가 말하자 공진이 나의 눈치를 살피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혹…… 벗이 될 수는 있습니까?”
“이런 미친.”
천마신교의 소교주에게 벗이 되어 달라는 소림의 제자.
그런 공진을 보며 나는 욕설을 내뱉었다.
그에 공진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안 되겠지요……?”
“당연하지, 너 몇 살이냐?”
“스물다섯입니다.”
“…….”
음, 나보다 나이 많았구나.
녀석의 나이를 들은 나는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그에 공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소교주님에게 형님 소리를 들을 생각은 없습니다.”
“당연하지.”
뒤질라고.
공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에 공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여, 저는 벗이 되고 싶었습니다. 물론 제가 부족한 것은 압니다. 소교주님의 벗이 되려면 적룡성 赤龍星 대협 정도 되는 절대고수여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런 조건은 없는데.
공진의 말에 나는 가만히 속으로 생각했다.
뭐 주윤문이 최근에 적룡성이라는 별호로 나와 함께 이성 二星으로 꼽히며 절대고수라 불리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그와 벗으로 지내는 것은 아니다.
막말로, 적룡성이라는 위치보다 더 위대한 존재.
녀석은 황제라는 위치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 나의 마음도 모른 채 공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한 말은 잊어 주십시오.”
“…….”
“그럼 살펴 가십시오.”
정중히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공진의 모습.
그런 공진을 보며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말 놔.”
결국은 질렀다.
“……?”
나의 말에 공진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다음에 만날 때는 말 편하게 하라고.”
“아…….”
“그럼 간다.”
망할.
땡중이랑 친구를 맺다니.
아버지한테 걸리면 맞아 죽을 것이다.
머릿속으로 분노하는 천마의 모습을 상상하며 나는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
그런 나의 행동에.
“잘 가게!”
뒤로 공진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나는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고, 이내 정주에서 신향으로 넘어가는 산에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