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0화
제180장 소림의 제자 少林弟子 (2)
“공진!”
나를 향해 도전적인 눈빛을 보내며 한 수 가르침을 청하는 공진.
그러한 공진의 행동에 전전긍긍하고 있던 혜주가 무서운 표정으로 일갈을 내뱉었다.
그러한 혜주의 일갈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는 공진의 두 눈빛.
그 도전적인 눈빛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소림에 혈불 血佛이 한 명 있었네.”
“소교주, 이것은…….”
“아니, 괜찮소.”
혈불이라는 나의 말에 옆에 있던 공진이 변명하기 위해 입을 열었지만 나는 손을 들어 보이며 그의 말을 끊었다.
그러고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공진을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한 번 어울려 주지.”
“소교주!”
“소림에서 왜 저런 무공을 익히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한 번 어울려 주는 것이 맞소.”
“무슨 소리입니까.”
나의 진지한 어조에 혜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에 나는 허리춤에 걸려 있던 검을 뽑아 들며 입을 열었다.
스르릉.
“나는 천마신공을 익힌 몸. 조만간 폭발할 것 같은 놈의 힘을 해소시킬 수 있지.”
“!!”
“소림에서는 감사의 인사로 대환단이나 준비하시오.”
“소교주…….”
간절한 어조로 나를 부르는 혜주를 뒤로하고.
저벅.
나는 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는.
“비켜라.”
아직도 한쪽 무릎을 꿇은 채 패배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위천에게 말했다.
그런 나의 말에 위천은 고개를 돌려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너의 패배다.”
“아…….”
“상대가 강했다. 그러니 일어나.”
“예…….”
나의 위로에 위천이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물러났고, 비틀거리는 위천을 악여화가 부축해 주었다.
그렇게 나는 위천이 있던 자리에 대신해서 섰고, 검을 아래로 늘어뜨린 채 나를 바라보고 있는 공진을 마주했다.
“소림에서 비밀 병기를 하나 키웠군.”
“비밀은 지켜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그러지.”
녀석의 말에 나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생명을 중시하는 소림.
그곳에서 살생을 주로 이루는 무공을 배운다는 것은 일반 민초들에게는 크나큰 충격일 것이다.
뭐 물론 내가 알 바는 아니지만 까짓거 지켜 주지 뭐.
묘하게 동질감이 느껴지는 공진을 보며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손을 들었다.
까딱.
“들어와.”
타앗!
여유로운 표정으로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녀석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향해 짓쳐 들었다.
우웅!
녀석의 주먹에서 맹렬하게 요동치는 붉은색의 권기.
그 권기를 보며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스윽.
손을 들어 손바닥을 펼쳤다.
콰앙!
폭발적인 기세를 내뿜던 공진의 주먹.
그 주먹이 나의 손바닥에 부딪침과 동시에 굉음을 내며 붉은 기운이 사라졌다.
마치 내가 손바닥으로 그의 기운을 흡수한 것처럼 말이다.
그에 공진이 뒤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덥석.
“어딜 가려고?”
씨익 미소를 지은 내가 녀석의 주먹을 잡았다.
그러고는.
부웅!
그대로 들어 올려 반대쪽으로 내려찍었다.
콰앙!
연무장을 울리는 굉음과 하늘로 비산하는 돌바닥의 조각들.
그 사이로 어느새 나의 손에서 벗어나 자세를 바로 한 공진이 보였다.
스윽.
그에 나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검을 거두어들였다.
그러고는.
스릉.
그대로 검집에 집어넣었다.
“너는 검도 필요 없겠다.”
“!!”
나의 도발에 공진이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는.
우우웅!
콰쾅!
녀석의 몸 주위로 붉은색의 기운이 넘실거리더니 이내 폭발적인 기세를 내뿜었다.
돌바닥을 부술 정도로 강력한 기운을 말이다.
“힘이 넘쳐서 주체를 못 하네.”
너무나도 강력하고 패도적인 힘에 휩쓸려 미친 망아지처럼 아무렇게나 날뛰는 공진의 기운.
그 기운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
아무래도 오늘 미친개 한 마리 잡아야겠다.
타앗!
내가 생각을 정리하던 그때.
미친개가 다시 나에게 달려들었다.
“크아아!”
이성을 잃은 듯 흰자위를 보이며 달려드는 공진.
그러한 공진의 모습에 나는 허리춤에서 검을 검집 째로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빠각!
달려오는 녀석의 머리통을 그대로 내려찍었다.
“오호!”
그러한 나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달려드는 공진.
붉은색의 기운을 가득 머금은 녀석의 손가락이 나의 옆을 스쳐 지나갔고 그에 나는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빠악!
다시 녀석의 머리를 내려찍었다.
“크아아!”
“크크, 분하냐?”
그러한 나의 공격에 분한 듯 괴성을 내지르는 공진.
이성을 잃어버린, 완전 짐승과 다름없는 녀석을 보며 나는 조소를 흘리며 도발했다.
그에 공진이 다시 달려들었고 이번에는 머리가 아닌 그의 오른쪽 어깨를 내려찍었다.
빠각!
“커억!”
너무나도 강력한 힘에 공진의 신형이 그만 무너지고 말았다.
내가 내려친 오른쪽 어깨.
그의 오른쪽 신형이 눈에 띄게 기울어졌고 나는 검을 다시 들어 앞으로 내질렀다.
푸욱!
너무나도 많은 녀석의 빈틈.
그중 녀석의 기운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가슴 정중앙을 천마신공의 기운을 담아 찔렀다.
“크아아!”
그에 패도적인 기운이 조금 흩어졌고, 그것이 괴로운 듯 공진이 비명을 내질렀다.
아주 처절한 비명을 말이다.
“극신!”
그러한 공진의 비명에 멀리서 구경하던 서은설이 화들짝 놀라며 나를 불렀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푹!
“으아아!”
이번에는 녀석의 단전.
푹! 푹!
어깨, 옆구리. 팔 등등.
녀석의 몸을 지배하고 있는 패도적인 기운이 모여 있는 곳을 정확하게 찔렀고 그럴 때마다 녀석이 괴로운 비명을 질렀다.
“아프냐? 아프지?”
그런 녀석을 보며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열받지? 막 다 죽여 버리고 싶지?”
“크르륵!”
“크크, 근데 어쩌냐? 그렇게 약해 가지고.”
“크아악!”
나의 도발이 제법 먹혔나 보다.
비웃음이 가득한 나의 어조에 고개를 숙이며 사라져 가던 붉은 기운이 다시 폭발했다.
그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고.
푹!
푹!
좀 전과의 같은 상황을 반복했다.
“크아아!”
패도적인 기운이 가득한 혈을 천마신공을 운공하여 찔렀고 녀석이 괴로워하며 비명을 내질렀다.
그렇게 다시 기운이 사라져 갈 때쯤.
“존X 약해, 그래 가지고 소림은커녕 소중한 사람 한 명도 못 지키겠는데?”
“크아아!”
나는 다시 녀석을 도발하여 붉은 기운을 끌어 올렸다.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아니, 혜주라면 알 것이다.
내가 지금 천마신공의 기운으로 녀석의 몸을 좀먹고 있던 기운을 제압하고, 해소시키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아 진짜, 나 너무 착한 것 같았다.
* * *
“형아…….”
“괜찮아.”
하남성의 북부에 위치한 숭산 嵩山.
천년소림 千年少林 이 긴 세월 동안 자리 잡고 있는 곳이기도 한 숭산의 초입에서 한 어린 형제가 서로의 손을 잡으며 의지하고 있었다.
“배고파…….”
“조금만 참자. 소림이라면 분명 우리를 거두어 줄 것이야.”
어린 동생, 명의 칭얼거림에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의젓한 모습을 보인 형, 진이 동생의 손을 꽈악 잡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걸음을 옮겼다.
짧은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여 숭산을 오른 진과 명.
그런 어린 형제는 곧.
“어린아이가 어찌 보호자도 없이 숭산을 오르는 것이냐.”
인자한 미소를 지닌, 갈색 법복을 입고 있는 중년 사내를 만날 수 있었다.
“소림의 스님이신가요?”
“그렇단다.”
그러한 스님의 물음에 진이 총명한 눈빛으로 스님을 보며 물었고, 그에 스님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시종이 필요하지 않으신가요?”
“응?”
어린 소년, 진의 입에서 나온 말.
그 말에 스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에 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하루 한 끼, 그리고 재워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부디 시종으로 거두어 주세요.”
“…….”
“제 어린 동생만 세끼를 챙겨 주신다면 저는 목숨이라도 바치겠습니다.”
“형아…….”
결연한 눈빛으로 스님을 바라보며 진이 말하자 옆에 있던 명이 울상을 지으며 진을 올려다보았다.
그러한 동생의 눈빛에도 진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저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스님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름이 무엇이냐?”
“진입니다.”
“저는 명…….”
“그래, 진과 명이구나.”
스님의 물음에 진이 또렷하게, 명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에 스님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린 동생을 데리고 숭산에 오른 소년, 진을 바라보았다.
“나를 따라오거라.”
“네.”
스님의 말에 진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진과 명은 스님의 뒤를 따라 소림에 들어섰고, 잠시 후.
“와…… 배불러…….”
죽을 세 그릇이나 배운 명이 자신의 배를 두들겼다.
그런 명의 모습에 살짝 미소를 지은 스님.
그가 고개를 돌려 다소곳하게 무릎을 꿇고 있는 진을 바라보았다.
“너는 어찌 더 먹지 않느냐?”
“저는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어느 정도 허기만 채운 듯 채 죽 한 그릇도 비우지 않은 진.
그런 진의 모습에 스님이 묻자 진이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에 스님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네가 음식을 남긴다면 그것은 곧 낭비가 된단다. 욕심부리는 것만큼이나 나쁜 것이 낭비지.”
“…….”
“너는 그 귀한 음식을 낭비할 것이냐?”
“먹겠습니다.”
인자한 스님의 물음에 진이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그런 진을 보며 스님은 미소를 지었고 잠시 후.
“그래, 좀 괜찮으냐?”
“네, 감사합니다.”
죽을 깔끔하게 비운 진을 보며 물었다.
그에 진이 짧게 대답했다.
“스님! 우리 여기서 살아도 돼요?”
그때.
주변을 둘러보며 소림의 멋들어진 전각에 감탄하던 명이 뜬금없이 밝은 어조로 물었다.
그에.
“명아!”
“왜?”
옆에 있던 진이 화들짝 놀라며 동생을 만류했지만 명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 진을 바라보았다.
그에 진은 고개를 돌려 미소를 짓고 있는 스님을 바라보았다.
“죄송합니다.”
“아니다.”
그러한 진의 사과에 싱긋 미소를 지은 스님.
그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괜찮다 표현했다.
그때.
끼익.
“어린 손님이 왔다고 들었네.”
문이 열렸고 스님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사내가 안으로 들어섰다.
“대사형!”
스님, 아니 소림의 대사형인 혜천의 등장에 소림의 두 번째 제자인 혜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혜천을 맞이하였다.
그에 혜천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앉게나.”
“네, 대사형.”
웃으며 다시 앉으라는 혜천의 말에 혜주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혜주와 혜천이 나란히 앉았다.
“우와…….”
그때.
명이 혜천의 허리춤에 걸려 있는 옥색의 끈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허허, 이것이 예쁘더냐?”
“네!”
“그렇구나.”
명의 대답에 혜천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허리에 걸린 끈을 풀어 명에게 건네주었다.
“구경해 보거라.”
“대사형!”
소림의 대제자를 뜻하는 옥끈.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어린아이에게 쥐여 주는 혜천을 보며 혜주가 화들짝 놀랐지만 혜천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신기한 눈으로 옥끈을 이리저리 돌려 보고 있는 명을 바라보았다.
“마음에 드느냐?”
“네.”
“그러면, 네가 가지겠느냐?”
“대사형!”
“……?”
혜천의 물음에 혜주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하지만 혜천은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의문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명을 향해 살짝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나의 제자가 되면 그것을 가질 수 있단다.”
“제자요……?”
“그래.”
“그럼, 스님이 제 스승님이 되는 거예요?”
“그래.”
“아버지와 같은?”
“그래, 아버지와 스승은 같은 존재이지. 내가 너의 아버지가 되어 주겠다.”
“와아!”
혜천의 웃음기 어린 대답에 명이 만세 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자신의 형을 바라보았다.
“형아! 우리도 아빠가 생겨!”
“…….”
“형아……?”
“스님, 감히 어찌 저희 따위가 대소림의…….”
“진아.”
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인자한 미소를 지은 혜천이 그의 말을 끊었다.
그러고는 흔들림 없는 진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너는 동생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것이라고 했다지?”
“네.”
“죽을 먹고 배가 부른 지금도 그 마음이 변함없느냐?”
“평생 없을 것입니다.”
혜천의 물음에 진이 단호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에 혜천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허면, 너는 소림을 지키는 무인이 되지 않겠느냐?”
“예……?”
“혈승 血僧, 소림을 지키기 위해 유일하게 살계 殺戒가 허락된 존재, 혈승이 되어 보지 않겠느냐?”
“제가요……?”
“그래.”
진의 물음에 혜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분명 괴롭고 어려운 길일 것이다. 하지만 너와 너의 동생은 소림의 제자로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
“…….”
“하겠느냐?”
“하겠습니다.”
혜천의 물음.
그 물음에 진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대답했다.
그러고는 옆에서 헤실헤실 웃고 있는 동생의 손을 잡았다.
“제 동생을 위해서라면, 소림을 지키는 혈승, 아니 정문을 지키는 개라도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