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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176화 (176/275)

제176화

제176장 야밤의 손님 晩, 客

“흐음…….”

거슬린다, 거슬려.

“형 왜 그래?”

탁자에 앉아 술잔을 가볍게 기울이면서도 인상을 찌푸리는 나의 행동에 가만히 있던 위천이 나를 향해 물었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냥, 날파리가 거슬려서.”

“응? 창문 열까?”

나의 대답에 위천이 주변을 살피며 파리를 찾더니 이내 굳게 닫힌 창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거슬리는데 아직 죽일 정도는 아니야.”

“……?”

위천의 물음과는 다른 묘한 나의 대답.

그 대답에 위천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에 나는 싱긋 웃음을 보이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위천을 만났을 때부터 계속해서 거슬렸던 존재.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날파리 같은 존재를 나는 진작에 눈치 채고 있었지만 그냥 내버려 두었다.

언제든지 처리할 수 있기에 별로 위협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어디까지 따라오는지도 궁금했고 말이다.

“그나저나 너.”

날파리 같은 존재들은 무시하고.

저번부터 거슬렸던 위천의 행동에 나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위천을 바라보았다.

“네?”

그런 나의 부름에 이상함을 감지했을까?

세상 순수한 표정을 지으며 위천이 대답했다.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고 이내 손을 들어 녀석의 볼을 잡아당겼다.

쭈우욱.

“말을 놓든, 존대를 하든. 하나만 해.”

“에에, 아프어.”

“짜식이.”

귀엽네.

나의 잡아당김에 아프다는 듯 호들갑을 떠는 녀석을 보며 나는 다시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녀석의 말랑한 볼을 놓아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진짜, 내 동생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하는 짓이 귀여웠다.

“헷갈리니 하나만 해.”

“알겠어요!”

“존대로 통일?”

“음…….”

“정하라고!”

이 자식.

가만 보면 은근히 나를 가지고 노는 것 같았다.

턱을 쓰다듬는 녀석을 향해 나는 가볍게 손을 들어 보이며 위협했고, 그에 위천은 움찔하더니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그에 나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고 이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럼 우리도 이제 진짜로 가자.”

원래의 계획은 이른 아침에 무한을 떠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금적금 때문에 모든 일정이 뒤로 미루어졌고, 더 이상 미루었다가는 안 될 것 같아 나는 몸을 일으키며 일행들을 다독였다.

왠지 왕일과, 남궁정 기타 등등 놈들이 따라붙을 것 같아 걱정되었던 것이다.

“응.”

“네.”

끄덕.

그런 나의 급한 마음이 통했을까?

자리에서 일어난 나의 말에 서은설과 위천, 악여화가 별다른 말 없이 짧게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우리는 계획한 것보다 늦은 시간에 무한을 벗어났다.

드디어 말이다.

* * *

타다탁!

늦은 밤.

장작 타는 소리만이 울려 퍼지는, 인적이 드문 깊은 산속에 모닥불 하나가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그 모닥불을 중심으로 둘러앉아 있는 네 명의 남녀.

바로 나와 위천, 그리고 서은설과 악여화였다.

“좋네.”

춥지는 않았지만 따뜻한 모닥불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던 서은설.

그녀가 멍하니 모닥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끄덕.

그러한 서은설의 의견에 동의하듯 옆에서 멍하니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던 악여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평화로운 두 여인들과 달리.

“형 배고파요.”

“벌써?”

위천 이 자식은 배고프다고 칭얼거리고 있었다.

밥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배가 고프다는 것인지.

나를 향해 배가 고프다며 칭얼대는 동생, 위천을 보며 나는 이마를 짚었다.

그에 위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스윽.

옆에 놓아두었던 짐 가방에서 육포를 꺼내었다.

“드실래요?”

“아니.”

“괜찮아.”

도리도리.

육포를 하나 꺼내 주변 사람들에게 권하는 위천의 행동.

그 행동에 나와 서은설, 그리고 악여화까지 거절했다.

그에 위천은 살짝 시무룩한 표정을 짓더니 손에 들린 육포를 입 안에 넣었다.

오물오물.

“맛있는데…….”

그래 맛난 거, 네가 다 먹어라.

오물거리며 맛있다고 중얼거리는 위천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스윽.

나의 어깨에 기대어 오는 서은설의 머리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분위기 좋지?”

“응.”

깊은 밤.

조용히 울리는 장작 소리와 이따금씩 들려오는 새와 벌레 소리.

조금은 차가운 밤공기를 덥혀 주는 모닥불.

밤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까지.

서은설과 여행을 떠나 처음으로 맞이하는 노숙 낭만에 나와 서은설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서로에게 몸을 기대며 말이다.

그러한 나와 서은설이 부러웠을까?

위천이 우리를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렸다.

“…….”

그러고는 자신의 옆에 앉은 아름다운 여인, 악여화를 바라보았다.

위천의 시선을 의식하지 못했는지 계속해서 멍하니 불을 바라보고 있는 악여화.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보던 위천은 손을 뻗었다.

가만히 있는 악여화의 하얀 손.

그녀의 손을 잡기 위해서였다.

그 모습을 지켜본 나와 서은설은 속으로 응원했다.

방긋 웃는 매력과 다른, 남자다운 매력을 악여화에게 보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멈칫.

악여화의 손 바로 앞에서 위천의 손은 멈춰 버리고 말았다.

바보같이 말이다.

“아…….”

“븅…….”

그에 나와 서은설은 자신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고 말았다.

“……?”

화들짝!

그러한 우리들의 탄식에 불 멍을 때리던 악여화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옆에서 눈치를 살피던 위천이 화들짝 놀라며 누가 봐도 어색한 자세로 손을 모닥불에 뻗었다.

“……?”

어색한 위천의 모습에 악여화는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위천을 바라보았다.

그에.

“하하, 따뜻하다! 그지?”

누가 봐도 어색한 모습으로 대답했다.

모닥불의 앞에서 손을 비비며 따뜻하다는 것을 표현하는 위천의 모습.

그 모습을 악여화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스윽.

자신의 손을 뻗어 위천의 손을 잡았다.

“내 손, 더 따뜻해.”

“오오.”

“멋있다…….”

먼저 손을 뻗어 자신의 손이 더 따뜻하다며 위천의 손을 잡는 악여화.

그녀의 행동에 나는 감탄을 했고, 서은설은 손을 모아 입을 가리며 멋있다고 중얼거렸다.

음…….

내가 더 멋있지만 아무튼.

그러한 악여화의 행동에 위천이 얼굴을 붉혔다.

그러고는.

배시시.

어린아이처럼 미소를 지었다.

거참.

저 녀석 남자로서 부끄럽지도 않나.

여자가 먼저 손을 잡게 한 것도 모자라 새색시처럼 쑥스러워하는 위천의 모습에 나는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동생아.

형은 너에게 실망했다.

“음?”

그렇게 위천에게 실망하던 그때.

나는 저 멀리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야심한 시각.

깊은 산속이다.

헌데 이러한 산속에서 수십 명이나 되는 사내가 우리를 포위하여 점점 좁혀 들어온다?

그 뜻은 단 하나뿐이다.

‘습격.’

바로 우리를 노리는 습격.

산적일 수도, 아니면 나와 천이를 노리는 타 세력의 무인일 수도 있다.

혹, 무림에 드러나지 않은 신입 세력인가?

내심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에이, 김샜네.’

인기척이 가까워지자 느껴지는 얕은 기세에 나는 그들이 산적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조금 아쉬웠다.

우당탕 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천마신교의 소교주가 있는 일행을 털어먹기 위해 다가오는 산적들.

그러한 산적들의 행동이 가소로웠던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고, 이내.

“…….”

새색시처럼 쑥스러워하던 위천이 얼굴을 굳힌 것을 보고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산적들이 포위망을 점점 좁혀 오면서 절정고수인 위천도 그들의 기운을 느낀 것이었다.

“극신.”

위천은 물론 서은설까지도 말이다.

서은설이 나를 불렀고 나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에.

“제가 움직이겠습니다.”

즐거운 시간을 방해받았기 때문일까?

위천 녀석이 세상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늘 방긋 웃는 놈이 정색을 하니 새로웠다.

“오…….”

조금 잘생겨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 녀석의 새로운 모습에 나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고 이내.

“어서 너의 멋진 모습을 보여 줘!”

녀석을 향해 어서 가라며 손짓까지 했다.

우리 동생.

멋진 모습 보여서 좋아하는 여자에게 점수 좀 따라.

새색시처럼 찌질하게 있지 말고.

* * *

“크하하! 월척이야! 월척!”

호북 무한에서 하남으로 넘어가는 곳에 위치한 수많은 산 중 하나.

팔공산 八空山 이라 불리는 산의 유일한 산채인 팔공채의 두목, 공팔은 자신의 앞에 줄에 묶여 무릎을 꿇고 있는 두 명의 남녀를 보며 큰 소리로 웃었다.

“헤헤, 두목. 이놈들 몸값으로 애들 고기랑 술 사 주시는 거죠?”

“물론! 우리 무기도 다 바꿀 수 있다.”

그런 공팔의 옆.

부두목이 손바닥을 비비며 묻자 공팔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와아!”

그런 공파의 말에 서른 명의 산적들은 만세를 하며 환호했다.

이가 빠져 무기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인 그들의 무기.

그 무기를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에 기분이 좋아졌던 것이다.

“이보시오.”

그러한 수하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던 공팔.

그는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소년이 말이다.

“어린놈이 말하는 싸가지하고는.”

귀한 집 공자님인 것은 알지만 자기보다 훨씬 어린 놈이 어른처럼 말을 거니 기분이 나빴다.

그에 공팔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험하게 하자 소년이 흠칫했다.

하지만 이내, 소년은 흠칫한 기색을 지우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는 하남의 유가장이오. 만약 우리를 인질로 돈을 원하는 것이라면 절대 없을 것이오. 가주님은 우리의 목숨 따위는 생각지 않으니.”

공팔의 두 눈을 바라보며 소년, 아니 유가장의 장남인 유황이 말했다.

그에 공팔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의 목숨을 생각지 않는다는 말이냐?”

“…….”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너는 그냥 가만히 있어라.”

“다시 말하지만…….”

“야.”

공팔의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유황의 입은 계속해서 열렸고, 그에 공팔은 인상을 험악하게 일그러트리며 유황을 바라보았다.

흠칫.

작은 산채의 두목임에도 불구하고 일류의 경지에 오른 공팔.

그의 매서운 기세에 유황은 흠칫하며 두려운 표정을 지었고, 공팔은 그런 유황에게 누런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네 동생 건드리기 전에 입 닥쳐라.”

흠칫!

유황의 옆.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주변을 살피던 유가장의 여식, 유지가 공팔의 이야기에 흠칫하며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그에 공팔은 고개를 돌려 유지를 바라보고는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아직 덜 여물었지만 뭐…… 나쁘지는 않으니.”

“그만! 알겠소! 조용히 하겠소!”

자신의 여동생을 보며 음심 淫心을 드러내는 공팔의 행동에 유황이 황급히 입을 열며 항복을 선언했다.

그에 공팔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때.

“두목! 저 멀리 모닥불이 보입니다!”

자신의 산채에서 가장 눈이 좋은 놈이 달려와 공팔에게 보고했다.

그에.

“오늘은 이놈들도 잡았으니 그만 물러나시지요.”

공팔의 옆에 있던 부두목이 그들을 무시하자고 의견을 내었으나.

“아니,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

유가장의 자제를 납치하여 엄청난 돈을 수금할 생각에 들뜬 공팔.

그는 평소와 달리 부두목의 의견을 무시하고는 욕심을 드러냈고.

“와아!”

무기를 바꾸는 것에 들뜬 산적들이 겁 없이 공팔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들이 천마신교의 소교주, 이공자. 그리고 사황성의 후계자와 산동악가의 후계자라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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