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170화 (170/275)

제170화

제170장 즐거운 시간 樂時

“좋다.”

마정대회의 여파로 사람들이 가득한 호북, 무한의 저잣거리.

그곳에 들어선 내가 죽립 끝을 살짝 들어 올려 수많은 사람들과 아름다운 붉은 연등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에 흑색의 면사를 착용해 눈 아래의 얼굴을 전부 가린 서은설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나를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나도.”

살짝 미소를 지은 그녀의 모습에 나는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어두운 밤이었기 때문일까?

그녀의 푸른 두 눈이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이 죽립 거슬리네, 우리 은설이 얼굴이 제대로 안 보였다.

확 던져 버릴까 보다.

아, 죽립은 왜 쓰고 있냐고?

그야 귀찮음 방지다.

정체를 숨기지 않는다고 했지, 대놓고 얼굴 내밀고 다닌다고는 하지 않았다.

누가 천마신교의 소교주라고 물으면 나는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굳이 내가 먼저, 나 소교주요! 하고 다닐 필요는 없었다.

“진작 이런 시간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미안해.”

“괜찮아. 극신의 주변 사람들 모두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 어머님이랑 아버님과도 사이가 좋아졌고.”

나의 사과에 서은설은 되레 나를 위로하듯 팔짱을 끼며 대답했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런 여자가 세상 어디에 있단 말인가?

너무 팔불출인가?

아무튼.

“아버지랑 많이 친해졌더라?”

나의 입장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정 없는 인간, 천마.

그와 웃으며 대화를 나누던 서은설의 모습을 떠올리며 내가 말하자 서은설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좋은 분이셨어. 많이 챙겨 주시더라.”

얼씨구, 그 인간이 좋은 분이라고?

좋은 사람 다 얼어 죽었나 보다.

“나나 챙겨 주지.”

괜히 심술이 났다.

서은설을 예뻐하는 천마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평소에 하지 않았을, 토라진 아이처럼 삐죽거렸다.

“어이구, 챙김받고 싶었어?”

그런 나의 삐죽거림이 귀여웠을까?

서은설이 아이 달래듯 부드럽게 말하며 나를 위로해 주었다.

그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응, 나 챙겨 줘.”

나 이런 거 거절 안 한다.

자연스럽게 받아치는 나의 행동에 서은설이 잠깐 당황했지만 이내,

“알았어. 밥 먹으러 갈까? 누나가 먹여 줄게.”

다시 웃으며 말했다.

제법이다.

그에 나는 다시 귀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나 매운 거 먹고 싶오.”

“…….”

“누나도 매운 거 같이 먹을 거지?”

“…….”

왕일을 통해서 들었으며 전생의 기억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서은설이 매운 것에 아주 약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것을 잘 알기에 나는 짐짓 애교 어린 목소리로 말했고 역시나.

서은설이 표정 관리를 하지 못하고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하하! 알겠어, 은설이 좋아하는 거 먹자.”

“매운 거……?”

“안 좋아하는 거 알아.”

나의 말에 서은설이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고 그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제야 자신이 놀림당했다는 것을 깨달은 서은설이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내 어깨를 쳤다.

분했나 보다.

하지만 이내 곧 그녀의 찌푸린 얼굴에 다시 미소가 어렸고 나는 싱긋 웃으며 서은설을 이끌었다.

“가자.”

이미 왕일에게 무한의 맛집에 대해서 전부 보고를 받은 상태.

어디에 갈 것인지 계획을 다 세워 둔 상태였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서은설을 이끌었고 서은설은 미소를 지으며 나의 이끌림에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잠시 후.

“어서 오십시오!”

우리는 무한에서 가장 큰 객점에 들어섰다.

들어서자마자 우리를 반겨 주는 점소이.

그런 점소이를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왕일의 소개로 왔다.”

“아! 이리로 오시지요!”

무한에서 가장 큰 객점이자, 하오문의 무한 지부인 청하객점 靑河客店.

그곳의 점소이가 나의 말에 고개를 구십 도로 숙여 보인 다음 비굴한 자세로 우리를 안내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점소이의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섰고 이내.

“여기입니다.”

이 층에 마련된 작은 방.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차단할 수 있는 개별 공간으로 안내를 받았다.

그에 나와 서은설은 안으로 들어섰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왕일 녀석.

미리 주문해 놨군.

우리가 자리에 앉자마자 점소이가 고개를 숙여 보인 다음 물러났다.

그에 나는 왕일이 미리 주문을 해 놓았다는 것을 깨닫고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신기하다, 여기.”

“그렇지? 요즘 연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곳이야.”

부푼 꿈을 안은 젊은 청춘들이 가득한 호북의 무한.

무림맹의 무사, 또는 각 가문의 후계자들의 연애 사업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 바로 무한이었다.

그것을 귀신같이 파악한 왕일이 이곳에 각 개인실의 좌석을 만들었다.

그렇다고 문을 닫은 그런 개인실은 아니다.

혹여나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어 이상한 소문이 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염려한 왕일은 문이 아닌 가벼운 천을 걸어 두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차단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개방감으로 밀폐된 공간의 단점을 없앤 것이다.

진짜 똑똑한 놈이었다.

아무튼, 그러한 방의 구조에 서은설은 신기해하며 주변을 둘러보았고,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그녀의 의견에 동조해 주었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 탁자에 올려진 서은설의 손을 잡았다.

“……?”

갑작스러운 나의 행동에 서은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음식 나오기 전까지 이러고 있자.”

“응.”

웃음기 어린 나의 말에 서은설은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그래도 싫지는 않은지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고 나는 웃으며 손가락으로 그녀의 손가락을 간지럽혔다.

그러기를 잠시.

“실례합니다.”

망할 점소이.

음식 더럽게 빨리 들고 오네.

미리 준비를 하였는지 한 상 가득 음식을 들고 온 점소이를 보며 나는 서은설의 손을 놓아주었다.

“맛있게 드십시오.”

익숙한 솜씨로 한 상 가득한 음식을 상 위에 올린 점소이.

그가 다시 고개를 숙여 보인 다음 물러났다.

그에 나는 죽립을 벗었고, 서은설은 면사를 벗었다.

“맛있겠다.”

“그러게, 왕일 녀석, 주문 잘했네.”

이 자식 칭찬해 줘야겠다.

매운 것을 못 먹으면서도 국물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준비한 맑은 탕.

은설이가 고기를 좋아한다는 나의 말을 참고하여 돼지, 소 등 다양한 종류의 고기를 맛볼 수 있도록 조금씩 나온 음식들을 보며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스윽.

“먹어.”

젓가락을 꺼내 서은설의 앞 접시에 놓아두며 말했다.

그에 서은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젓가락을 들어 음식을 집어 먹었다.

“!!”

음식을 집어넣고 씹기를 잠시.

제법 맛이 있었는지 그녀의 푸른 두 눈이 배는 더 커졌다.

그러고는 흥분 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맛있어!”

“다행이네.”

귀여웠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흥분한 서은설.

기분이 제법 좋았는지 발까지 동동거리는 그녀를 보며 나는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진작 이랬어야 했다.

친구들과 술에 미쳐서 이런 시간을 가지지 않았다니.

무심했던 나의 행동을 반성한 나는 계속해서 젓가락을 움직이고 있는 서은설을 바라보았다.

역시, 먹는 모습이 너무나도 예뻤다.

음식이 너무나도 맛있었기 때문일까?

그런 나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서은설은 계속해서 젓가락을 움직였다.

작은 입에 음식을 넣고 오물오물하는 서은설.

음식이 너무 맛있는지 고개를 흔들며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래.

전생에서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나의 앞에서는 저런 모습을 보이고는 했다.

다른 사람들의 앞에서는 늘 기품 어린 모습이었지만 나에게는 한없이 귀여운 여인, 서은설.

그녀를 보며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 행복감.

오랜만이다.

그렇게 서은설을 쳐다보던 것도 잠시.

멈칫.

어느 정도 배를 채웠을까?

나의 시선을 의식한 서은설이 젓가락질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손으로 입술을 가리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너무…… 많이 먹었나?”

후후, 귀엽다.

전생에서는 나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음식을 즐겼지만 현생에서는 아직 그 정도의 사이는 아니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지만 아직 우리 둘 사이의 시간이 부족했다.

그에 나는 혹여나 자신의 모습이 추하지 않았을까 걱정하며 불안한 시선을 보내는 서은설의 모습이 신선했고 또 귀여웠다.

“아니, 더 먹어.”

“너는 안 먹어?”

“먹고 있어.”

서은설의 물음에 내가 대답했다.

“거짓말.”

그런 나의 대답에 서은설은 깨끗한 나의 앞 접시를 내려다보며 입을 삐죽였다.

“알았어, 나도 그만 볼 테니 먹자.”

서은설의 삐죽거림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곧.

나의 앞으로 다가온 음식을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입 벌려요.”

어린아이에게 음식을 먹여 주듯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하는 서은설.

그런 서은설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누구를 애로 아나.

덥석.

애 맞았다.

“맛있네.”

보란 듯이 서은설이 건네준 음식을 받아먹은 나는 조금은 과장되게 씹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에 서은설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스윽.

나의 젓가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후후.

전생에서 그녀와 보냈던 시간이 길었던 나였기에 척 하면 척이었다.

무엇을 원하는지 뻔히 보이는 서은설의 모습에 나는 미소를 짓고는 젓가락을 들었다.

그러고는 서은설이 가장 좋아하는 돼지고기를 집어 들었다.

“아.”

그러고는 서은설에게 내밀었다.

입을 벌리는 모습을 보여 주며 내가 말하자 서은설이 미소를 지었고 이내.

덥석.

그 작은 입을 벌려 내가 건넨 음식을 받아먹었다.

아주 귀여운 아기 새가 따로 없었다.

오물오물.

내가 건넨 음식을 오물거리는 서은설을 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진짜, 누구 연인인지 너무나도 예뻤다.

그때.

“이거는 어때?”

옆에서 한 청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방금 막 들어선 손님인 듯했다.

“이것두 싫어?”

“후후.”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았나 보다.

여인의 눈치를 살피듯 이것저것 물어보는 청년의 목소리에 나는 물론 서은설 또한 미소를 지었다.

“나도 이게 좋은데. 역시 나와 맞네!”

“응. 마실 거는 이거?”

“알겠어, 아 따뜻한 게 좋아?”

“나돈데, 역시 나랑 잘 맞아!”

근데 이상했다.

아까부터 계속해서 청년의 목소리만 들려왔다.

분명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것이 있어야 했다.

헌데 계속해서 청년의 목소리만 들려온다?

무슨 귀신과 대화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에 나는 의문을 느꼈고 이내.

멈칫.

그 청년의 목소리가 매우 익숙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은설 또한 깨달았을까?

그녀가 놀람으로 인해 두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응, 그러자.”

나는 옆방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스윽.

어느 정도의 시선 차단이 가능한 천막을 살짝 걷어 밖으로 나섰고 곧.

옆방의 천막을 살짝 걷자 보였다.

익숙한 청년과 여인이 말이다.

그러한 나의 시선을 느꼈을까?

미소를 지으며 홀로 입을 열던 청년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형아?”

두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지금쯤 무림맹에서 열린 연회에서 나 대신 자리를 지켜야 할 동생 위천.

망할 놈이 연회를 도망쳐 나와 나처럼 좋아하는 여자랑 같이 이곳에 와 있었던 것이다.

정말 누구를 닮았는지.

쯧.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