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8화
제168장 대회 끝 閉幕
콰콰쾅!
꽈악.
관람석의 한구석.
최근 심란한 기분으로 인해 방에서 두문불출하던 마독.
하루 방에서 푹 쉬고 생각을 정리하려 했던 그는 그래도 자신의 벗인 위천을 응원하기 위해 무거운 걸음을 옮겨 홀로 관람에 나섰다.
주윤문과 대련을 나누는 자신의 벗.
남색에 가까운 검은색의 권기를 마구 흘리는 모습에 마독은 역시 하며 감탄했다.
자신과 같은 나이이며 함께 웃고 떠드는 존재이다.
하지만 녀석은 자신과 다른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사람 같았다.
그 못난 감정이 계속 들었던 마독은 미소를 지었던 것도 잠시, 다시 씁쓸한 표정으로 이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위천을 바라보았다.
고군분투하였음에도 결국 위천은 패배하고 말았다.
그에 마독은 다른 관람객들과 마찬가지로 박수를 보내 주었다.
졌지만 훌륭하게 잘 싸운 자신의 벗에게 위로를 담아, 그리고 승리와 동시에 대회 우승이라는 영예를 손에 쥔 의형에게 축하의 뜻을 담아서 말이다.
그렇게 박수를 보내는 것도 잠시.
마독은 천진과 천마와 대화를 나누더니 곧 검을 뽑아 들어 한 곳을 가리키는 주윤문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렸고, 이내 계단을 내려와 연무장에 당당하게 선 위극신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늘 함께 술을 마시며 웃고 떠드는 두 명의 의형.
그들이 술이 아닌, 무공을 겨루기 위해 서로를 마주 본 것이었다.
생각지 못한 이 상황에 당황한 것도 잠시, 주윤문은 고개를 한 번 흔들고는 두 눈에 힘을 주고는 연무장을 바라보았다.
자신들의 의형.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 대련을 보여 줄지 너무나도 기대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콰콰쾅!
역시나였다.
마독의 두 눈을 가득 채운 화려한 붉은 적룡과 스산한 검은 아수라.
도저히 인간이 펼치는 대련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려한 전투에 마독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인간 대 인간의 대련임에도 불구하고 인외의 존재, 마치 신들이 이 세상에 강림하여 전투를 벌이는 것처럼 아름다우면서도 파괴적인 전투.
그 웅장한 전투에 매료된 마독은 문득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지는 것을 느끼며 다시 두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자신도 저렇게 되고 싶었다.
저렇게 강해져서 의형들의 옆에 서고 싶었고, 벗들과 의형들을 지켜 주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는 사라져 버린 가족들을 만들고, 또 지켜 주고 싶었다.
“대단하지요?”
그렇게 강해지고 싶다고 염원하던 그때.
마독은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
그러자 보였다.
하늘색 바탕의 하얀 도복을 입은 청년, 바로 무당파의 태진이 말이다.
위극신을 은공이라 부르며 아무렇지 않게 고백과 비슷한 발언을 내뱉던 태진.
그의 존재를 확인한 마독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당파의 도사인 그가 먼저 자신에게 말을 걸 줄 몰랐고, 또 이곳에서 홀로 있는 상황에서 이자를 만날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그러한 마독의 심정을 알았을까?
고개를 돌려 마독과 두 눈을 마주친 태진이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저는 태진입니다.”
“아…… 마독이라고 합니다.”
서로 얼굴은 알지만 제대로 인사를 나누지 못했기에 이름을 모르던 태진과 마독.
먼저 인사를 건네며 자신을 소개한 태진의 행동에 마독 또한 고개를 살짝 숙이며 자신을 소개하여 인사를 받아 주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그런 마독의 소개에 살짝 미소를 지은 태진.
그가 다시 고개를 돌려 대단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연무장을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에 마독 또한 고개를 돌려 연무장을 바라보았다.
콰콰쾅!
그러자 다시 보였다.
연무장 허공을 가득히 뒤덮은 붉은 적룡과 검은 아수라가 말이다.
치열하게 서로를 죽일 듯이 전투를 이어 나가고 있는 두 존재의 모습과, 그 아래. 검을 나누고 있는 두 의형의 모습을 보며 마독이 입을 열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대단했다.
정말, 대단하다는 말로 표현이 다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고 대단했다.
인간이 저렇게 대련…… 아니, 전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에 마독의 놀라움을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한 마독의 대답에 태진이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저도 저렇게 될 것입니다.”
“…….”
“공자도 은공의 옆에서 저렇게 되겠지요.”
“글쎄요.”
부러움이 섞인 태진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마독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없는 어조로 대답했다.
그에 태진은 의문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마독을 바라보았다.
은공의 옆에 있는 것이 부러워 이러한 말을 하였다.
헌데 글쎄요라니?
자신이었다면 그래야겠지요 하며 자신감을 보였을 것이다.
있고 싶어도 있지 못하는 은공의 옆.
그 옆에 있으면서도 자신감이 없는 마독의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의문이 가득한 태진의 두 눈빛.
그 두 눈빛을 받으며 마독은 시선을 내리깔고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없습니다. 저는 형님에 비해 무공이 너무 보잘것없으니.”
그에 태진은 가만히 마독을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고민을 하던 것도 잠시.
생각을 마친 태진이 입을 열었다.
“뭐 어떻습니까.”
아무렴 어떠냐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가볍게 말한 태진.
그가 다시 고개를 돌려 연무장을 바라보았다.
심란하다 못해 괴롭기까지 한 마독.
그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지 않고 가볍게 이야기하는 태진의 행동에 기분이 살짝 상하였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태진을 바라보았다.
그러한 마독의 시선에 연무장에 시선을 고정한 태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무공이 강하든, 약하든. 공자는 심지 心地 만 강하면 그만입니다.”
“…….”
“공자의 존재가 은공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정말 그럴까요?”
태진의 말.
그 말에 마독이 자신감 없는 어조로 물었다.
그에 태진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마독을 바라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미 형님이라 부르고 있지 않습니까?”
“……?”
“은공의 동생으로서, 공자는 이미 충분합니다.”
“…….”
“그러니 스스로의 가치를 낮추지 마세요. 은공께서 가슴 아파 하실 것입니다.”
“그럴까요……?”
가슴 아파 하는 형님의 모습이라.
상상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믿고 싶었던 마독은 희망 어린 어조로 물었다.
끄덕.
그런 마독의 물음에 태진은 그에 확신을 주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에 마독은 살짝 미소를 지었고 이내 둘 다 약속이라도 한 듯 다시 연무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나란히 서서 화려한 대련을 보던 것도 잠시.
콰앙!!
연무장에서는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고 그와 동시에 대련이 끝이 나 있었다.
속 시원해질 정도로 거대한 굉음.
그 굉음과 함께 마독을 괴롭히던 심마 心魔 또한 깔끔하게 날아가 버렸다.
* * *
콰앙!
후우.
거대한 폭발로 인해 동시에 뒤로 물러선 나와 주윤문.
그로 인해 잠깐의 틈이 생기자 나는 격해진 숨을 고르며 주윤문을 바라보았다.
다행히도 주윤문 또한 나와 마찬가지였다.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전신에 땀이 가득한, 보기만 해도 힘겨운 행색을 하고 있었지만 얼굴은 웃고 있었다.
아마, 다른 사람들에게 비치는 나의 모습도 저럴 것이다.
물론 내가 더 잘생겼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더 가?”
“무리지.”
힘들어하는 주윤문을 보며 나는 물었고 주윤문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래야겠지?”
“응.”
여기서 더 이상 나아갈 수는 없었다.
가뜩이나 우리 둘로 인해 상당한 내공을 소모한 천진과 천마.
그런 그들의 기막에 나와 주윤문의 공절검 空切劍, 그리고 최후의 비기가 함께한다면?
아무리 그들이라도 버티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부족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검으로는 당장 그들도 우리의 공격을 막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내공을 넓게 펼친 기막으로 막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기막으로 우리의 공격을 막으려면 우리보다 최소 두 배는 강해야 할 테니 말이다.
아무튼, 마음 같아서는 모든 것을 펼쳐 녀석과 끝을 내고 싶었으나 현실적인 상황들로 인해 나는 물론 녀석 또한 아쉬운 표정으로 검을 거두어들였다.
스윽.
그러고는 동시에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무승부 無勝負.
나와 주윤문의 승리는 무승부였던 것이다.
그렇게 나와 주윤문이 무기를 집어넣자 천마와 천진은 기막을 풀었다.
“감사합니다.”
약 반 시진 동안 기막을 펼쳐 사람들을 보호해 준 천마와 천진.
그 둘 덕분에 속 시원하게 검을 주고받은 나와 주윤문은 정중히 고마움을 표했다.
그에 천진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포권으로 대답을 대신하였고.
“쯧.”
팔짱을 끼고 우리를 아니꼽게 쳐다보던 천마는 혀를 차며 몸을 돌렸다.
하여튼, 인성 못됐다.
그런 천마의 모습에 나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고, 주윤문은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와아아!
그때.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잊고 있었다.
이곳이 공적인 자리였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 둘이 보여 준 대련.
그것으로 인해 들려오는 사람들의 함성 소리에 정신을 차린 나는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특히.
“!!”
나를 향해 무섭다고 울던 아이를 향해 말이다.
나와 눈이 마주친 아이는 놀란 표정을 지었고, 이내 황급히 어머니의 품 안으로 얼굴을 숨겼다.
마치 무서운 것을 본 듯 말이다.
그러한 아이의 모습에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알고 보면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고금 최초로 성사된 마정대회, 또는 정마대회는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개최된 이 대회의 우승자는 주윤문이었으며, 준우승자는 천마신교 이공자 위천으로 결정이 되었다.
그렇게 일단락이 되자 나는 연무장에서 내려왔다.
“위마참군! 위마참군!”
그러한 나를 보며 나의 별호를 연호하는 수많은 사람들.
그 소리를 들으며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번 대회로 인해 천마신교의 인상 또한 상당히 좋아졌을 터.
갓 회귀를 하였을 때 다짐했던 천마신교의 갱생 更生.
꽤 많이 온 것 같은 기분이 체감되었기에 기분이 좋아졌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귀빈석으로 다시 돌아갔고, 주윤문 또한 연무장에서 내려왔다.
그렇게 오후에 모든 대회가 끝이 났고 그날 저녁.
대회 관람을 한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마지막 축제 날이 되었고, 본선에 진출한 사람들과 무림맹의 인사들, 그리고 정파의 명문 수장들과 본교의 무인들이 함께 어울리는 성대한 연회가 개최되었다.
“소교주님.”
전각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은 나.
그런 내가 방을 나서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나는 고개를 돌렸고.
이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더 헌앙해지셨습니다!”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두 명의 중년 사내.
바로 본교에서 늦게 출발한 군사, 마뇌와 본교의 사장로인 술법사, 환마가 자신에게 인사를 건네 왔기 때문이다.
“어서 오세요!”
어린 시절.
본교에서 몇 없는 인간미를 보여 주었던 두 명의 등장에 나는 환한 미소로 그들을 맞이하였다.
“반갑게 맞아 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하하, 제가 보고 싶으셨는지요?”
그런 나의 인사에 마뇌는 공손히 대답했고 환마는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마정대회가 끝이 나고 당장 다음 날부터 있을 마정회동 魔正會同.
무림의 발전과, 북원의 잔재 세력.
그리고 무림 공적의 토벌과 백성들의 안전을 위해 여러 가지 회의가 진행될 것이며 동시에 각종 사업을 협업하여 진행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본교의 머리와도 같은 군사, 마뇌는 필수적인 존재였다.
“근데, 저는 왜 부르신 겁니까?”
각 지부를 돌아다니며 감찰을 하던 환마.
그가 갑작스러운 나의 부름에 이곳으로 달려왔고 이내 의문을 표하였다.
그러고 보니 이유를 알려 주지 않았다.
“내가 급했군요, 이유도 알려 주지 않다니……. 이거 미안합니다.”
마독 녀석이 힘없이 축 처진 모습이 꼴 보기 싫어서 나도 모르게 그만 재촉하고 말았다.
빨리 오라고 말이다.
그에 잘못을 깨달은 나의 말에 환마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괜찮습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다름이 아니라, 제가 한 놈을 주워서 동생 삼았습니다.”
“의제분들 말씀이십니까?”
정보가 빠르다.
여러 명의 의제를 거두어들인 나의 행동을 알았는지 환마가 물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중에서 사장로의 후계자로 괜찮은 녀석이 보이더군요.”
“호오?”
나의 말에 환마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술법사.
그것은 무공을 배우면 무인이 되는 것과 달리 하늘에서 내려 주는, 태생적인 능력이 필요했다.
바로 영력이라는 힘 말이다.
그렇기에 술법사들은 제자를 찾기가 힘들었고 제자를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다가 객사하는 경우도 많았다.
사장로라는 직책에도 불구하고 환마가 지부 감찰사라는 감투를 쓴 것도 다 자기가 직접 나섰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유는 다 제자를 찾기 위해서였고 말이다.
그것을 잘 아는 나의 말에 환마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추천한다는 것은 곧 그 당사자가 괜찮은 영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