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167화 (167/275)

제167화

제167장 아수라, 적룡 阿修羅, 赤龍

‘미친놈.’

천마의 앞에서 당당하게 검을 빼 든 주윤문.

그런 주윤문의 행동에 신교의 무인들이 황급히 검집에 손을 얹었지만 천마가 손을 들자 모두 검을 멈추었다.

만약 천마가 손을 들지 않았다면?

신교의 무인들은 물론 이장로 권마와 삼장로 창마가 주윤문을 향해 달려들었을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겁 없이 천마의 앞에서 검을 뺀 것도 모자라 당당하게 검을 들어 나를 향해 겨누더니 내공을 실어 한판 뜨자고 제안했다.

수많은 사람들 모두에게 들으라는 듯 당당하게 말하는 주윤문.

그런 행동을 하는 녀석을 보면 미친놈이 따로 없었지만.

‘재미있네.’

솔직히 조금 재미있었다.

마정대회의 우승자, 주윤문.

후기지수 중 가장 강한 모습을 보여 준 그가 가장 강하다고 평가되는 소교주에게 대련을 신청하였다.

이 얼마나 극적인 흐름인가!

갑작스러운 주윤문의 말에 천진은 물론 수많은 관객들, 그리고 귀빈석 인물들 모두가 벙 찐 표정을 지었다.

“소교주님.”

그렇게 벙 찐 것도 잠시.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창마가 나를 불렀다.

아무리 나의 벗이라 하더라도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소교주를 도발 하는 것은 큰 실례.

그에 창마가 나의 의중을 알기 위해 물었고 나는 씨익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가만히 있어요.”

친구의 도전.

그 도전을 거절하기에는 너무나도 흥미로워 보였다.

웃음기 섞인 나의 말에 창마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뒤로 물러났다.

아무래도 주윤문에게 호승심이 일었나 보다.

그런 창마의 모습에 나중에 제대로 대련해 주어야겠다 생각하며 나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저벅.

나를 향해 검을 겨누고 있는 주윤문이 있는 곳.

연무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응하시겠는가?”

잠시 후.

연무장에 도착한 나를 보며 천진이 물었다.

주윤문의 도전, 그것에 응하겠냐는 물음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놀아 주죠 뭐.”

“그렇군. 천마, 그대도 동의하는가?”

“하오.”

나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천진이 고개를 돌려 천마를 바라보았다.

천진의 물음에 천마는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동의를 했다.

그에 천진은 고개를 끄덕인 다음 걸음을 옮겼고 곧 천마가 그런 천진의 뒤를 따라 연무장에서 물러났다.

스윽.

연무장에서 내려와 귀빈석으로 돌아가지 않고 가까운 자리에 멈추어 섰다.

그러고는 팔짱을 끼고는 우리 둘을 바라보았다.

가까운 곳에서 관람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와아아!!

주윤문의 도전 당사자인 내가 연무장에 올라서고, 그와 동시에 연무장에서 물러나는 천진과 천마의 모습.

그 모습으로 인해 이 대련이 성사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이 우레와 같은 함성을 보내었다.

잠시 귀가 멍해질 정도로 아주 우렁찬 함성을 말이다.

“화난 거 아니지?”

그러한 사람들의 함성 사이로.

붉은 검, 홍무를 어깨에 걸친 주윤문이 장난스러운 음성으로 물었다.

“아니, 우리 한번 풀 때 됐잖아?”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물론, 술로 푼 적은 많았다.

아주 많이 말이다.

하지만, 서로 무공을 겨룬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며, 무공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표현한 적도 없었다.

즉, 서로가 강하다는 것은 대략적으로 알았지만 어느 정도인지는 전혀 모른다는 뜻이었다.

“그렇지? 나와 생각이 같네.”

그런 나와 생각이 같았을까?

주윤문이 진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윤문.”

“그래.”

“이번에, 제대로 사고 한번 치자.”

“사고?”

장난스러운 나의 음성.

그 제안에 주윤문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십대고수. 바뀔 때 되었지 않냐?”

“호오?”

“그리고, 감히 왕 王, 황 皇 이라는 별호. 거슬리지 않아?”

“가져오자고?”

나의 물음에 주윤문이 질문으로 응했다.

그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가져와야지.”

오늘 아침.

하오문에서 연락이 왔다.

사황성의 내부 정리가 끝이 났기에 사권왕 死拳王 권진욱의 사망 소식과, 천마신교와의 동맹을 발표하겠다고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적으로 소문이 날 것이다.

아니, 하오문이 알아서 소문을 낼 것이다.

천마신교의 소교주.

위마참군 僞魔斬君 위극신이 칠왕 중 한 명인 사권왕을 죽였다고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히 나는 십대고수의 반열에 들어설 것이다.

그리고 오늘.

그래도 나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의문을 해소할 근거가 되어 줄 것이다.

자신과 비슷한.

절대의 경지에 들어선 주윤문과의 대련으로 말이다.

씨익 웃으며 말한 나의 대답에 주윤문이 홍무를 어깨에서 내렸다.

스윽.

그러고는 자세를 낮추었다.

“좋지.”

우우웅!

씨익 미소를 지음과 동시에 홍무를 뒤덮은 붉은색의 검강.

그 검강과 대답을 들은 나 또한 허리춤에 걸려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우웅!

그와 동시에 생성된 칠흑색의 검강.

“와아아!”

위천이 보여 주었던 남색에 가까운 기운과 달리 진한 묵색인 검강.

그 검강의 등장에 사람들이 환호를 보내었다.

하지만, 아직 놀라기에는 일렀다.

아직 준비가 끝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콰앙!

우우웅!

나의 몸에서 다시 폭발적인 기세가 뿜어져 나왔고, 무대의 돌바닥이 사방으로 비산하였다.

“…….”

그리고 동시에 생성된 거대한 그림자.

여덟 개의 팔과 세 개의 얼굴을 지니고 있는 아수라의 등장에 사람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우웅.

스아아…….

무서운 표정.

그리고 위협적으로 들린 여덟 개의 무기.

그림자에서 은연중에 풍겨 오는 죽음의 기운에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흐에엥!”

어린아이들은 아수라의 무서운 모습에 울음을 터뜨렸고.

“아아…….”

절에 다니며 성심껏 공양을 올리던 노인들과 사람들은 두 손을 모으며 고개를 숙였다.

죽음의 기운.

사기 死氣 가 가득한 아수라의 등장에 환호를 보내던 사람들은 환호를 멈추었다.

열기가 가득했던 조금 전과는 너무나도 다른 분위기.

그러한 분위기를 느끼며 나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주윤문을 바라보았다.

“전부 다 꺼내, 제대로 하게.”

처음부터 전력을 꺼내 든 나.

그런 나의 이야기에 주윤문이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우웅!

콰콰쾅!

그의 몸에서 나와 같은 폭발적인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회오리처럼 몰아치는 붉은색의 기운.

그 기운이 연무장의 돌바닥을 전부 부수며 위로 올라가더니 이내.

크아아아!

거대한 용을 만들어 내었다.

붉은색의 기로 이루어진 신화 속의 동물.

긴 몸을 지닌 용의 등장과 포효에 사람들이 두 눈을 부릅떴고.

“흐에엥……?”

나의 기운에 의해 울음을 터뜨렸던 아이들이 갑자기 등장한 멋진 용의 모습에 울음을 멈추었다.

“내가 악당 같잖아.”

화려한 적룡의 등장에 나는 장난스레 웃으며 말했다.

마치 내가 이 세상을 멸망시키러 온 악당이고, 주윤문은 그 악당을 저지하기 위한 영웅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천마신공의 운공으로 인해 어느새 붉어진 나의 두 눈.

그 두 눈을 보며 주윤문이 진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맞지, 위대한 황제에게 검을 겨누는 서장의 악당.”

“호오?”

“아주 발칙한 반역도, 오늘 내가 혼내 주지.”

“무서워 죽겠군.”

장난스레 나를 반역도라 칭하며 혼내 주겠다는 주윤문을 보며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잠깐, 가만 생각해 보니 진짜 말이 되었다.

주윤문은 황제.

그에게 검을 겨누고 전력을 다한다는 것은 명 제국의 백성으로서는 반역을 저지르는 것과 같으니 말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왜냐고?

“친구니까 봐줘.”

나는 저 녀석의 벗이었으니 말이다.

짐짓 약한 척을 하며 내가 말하자 주윤문이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하마.”

타앗!

장난스러운 말을 끝냄과 동시에 두 눈을 반짝 거린 주윤문이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크아아아!

그가 달려듦과 동시에 그의 위에 생성된 붉은색의 적룡이 거대한 포효를 내지르며 금방이라도 나를 물어 죽일 듯한 기세로 함께 짓쳐들어왔다.

그러한 주윤문의 모습에 나 또한 검을 강하게 쥐고는 주윤문에게 달려들었다.

우우우웅!

스아아아아!

나의 움직임과 동시에 검은색의 그림자, 거대한 아수라 또한 함께 움직였고 그의 손에 들린 여덟 개의 무기가 매서운 기세로 적룡을 향해 휘둘러졌다.

크아아아!

콰콰쾅!

팔방 八方에서 압박해 오는 아수라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붉은 적룡은 거대한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부드러운 동작으로 이리저리 여덟 개의 무기를 피하였다.

그러면서 틈틈이 입을 벌리며 아수라를 물어 죽일 듯 매서운 기세로 몰아붙였다.

붉은 기운을 흩날리는 적룡과 사기를 스산하게 뿌리는 검은 아수라.

거대한 두 존재의 싸움에 사람들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눈에 보이는 지금의 대련.

이것은 인간이 아닌, 신의 전투와도 같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거대한 두 존재의 주인과 같은 나와 주윤문.

채챙!

“제법.”

우리는 즐거운 표정으로 서로의 검을 나누고 있었다.

채챙!

스윽.

채채챙!

빈틈이 보이면 검을 휘둘렀고, 검을 휘두르면 막혔다.

그러면 또다시 검이 짓쳐들어왔고 나는 검을 막았다.

그러면 또 빈틈이 생겼고 검을 휘두르기를 반복.

상대가 다칠 염려, 죽을 염려도 하지 않고 검을 이렇게 많이 휘두른 적이 언제였던가.

천마를 제외하고는 마땅한 상대가 없었기에 나는 무림에서 검을 제대로 휘둘러 본 적이 없었다.

사권왕 권진욱을 죽였을 때도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채챙!

콰쾅!

붉은 검과 흑색의 검이 서로 맞부딪치며 날카로운 소리를 내었고, 그와 동시에 붉은 적룡과 검은 아수라의 충돌로 인해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콰콰쾅!

우웅!

절대의 경지에 들어선 나와 주윤문.

그런 둘의 여파로 인해 돌바닥이 부서져 나가는 것은 물론 강력한 기운이 나가떨어지며 사방으로 퍼져 나갔지만 나와 주윤문은 신경 쓰지 않았다.

왜냐고?

“망할 놈들…….”

“허허, 힘들구려.”

연무장의 옆.

양손을 들고 우리를 노려보고 있는 천마와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천진 덕분이었다.

우리의 기세로 인해 사람들이 피해 입지 않도록 기막을 두른 두 명의 절대고수.

그 둘 덕분에 우리는 계속해서 서로에게 집중하며 검을 휘두를 수가 있었다.

콰콰쾅!

채챙!

쿠웅!

즐거웠다.

미치도록 재미있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휘두르는 검.

그로 인해 허공에 흩날리는 땀.

이 상쾌한 기분에 나는 환한 미소를 지었고, 그것은 주윤문 또한 마찬가지였다.

상쾌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검을 휘두르는 주윤문.

그렇게 우리 둘은 잠시 주변을 망각하고 서로에 집중을 하며 계속 검을 휘둘렀다.

채챙!

콰콰쾅!

우리 둘의 대련으로 인해.

연무장의 바닥이 박살 나고, 두 명의 절대고수가 힘겹게 기막을 두르는, 사소한 것에는 일절 신경 쓰지 않고 말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