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164화 (164/275)

제164화

제164장 사강전 四强戰

“그래, 악 소저. 직접 만나는 것은 처음이지?”

나는 관람석에서, 그리고 악여화는 멀리서 단상에 서 있는 나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라 생각한 나의 물음에 악여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감히, 천마신교 소교주의 물음에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것은 큰 무례였지만, 방금 전 하도 대단한 장면을 보았기에 나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반가워요, 나는 서은설이에요.”

꾸벅.

그렇게 내가 기본적인 예에 대해서 넘어가자 옆에 있던 서은설이 기다렸다는 듯이 치고 나와 웃으며 인사를 건네었다.

그런 서은설의 반가운 인사에도 불구하고 악여화는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정말 반갑다네요. 누나 눈 예쁘대요.”

그런 악여화의 옆.

마치 보호자처럼.

악여화의 행동에 대해 변명하듯 자세하게 통역을 해 주는 위천의 모습에 나는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무슨 애가 애를 돌보고 있다.

아무튼. 위천의 통역을 들은 서은설이 두 눈을 크게 뜨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어머, 정말이에요?”

끄덕.

“어쩜, 마음씨도 곱네요.”

콩깍지가 단단히 씌었나 보다.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악여화.

저게 어딜 봐서 고와 보이는 모습인가?

싸가지가 바가지인데 말이다.

솔직히 나는 악여화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태생적으로 말이 없는 성격?

그것도 어느 정도껏이어야지. 저건 너무하지 않은가?

“야야, 눈에 힘 풀어.”

그런 나의 마음을 알았을까?

주윤문이 팔로 내 어깨를 살살 치며 말했다.

그에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런.

나도 모르게 두 눈에 힘을 주고 있었나 보다.

“반가워, 나는 윤문.”

꾸벅.

“야, 예의 지켜.”

가만 보면 이 자식이 악여화보다 더했다.

처음 보는 여인에게 다짜고짜 손을 흔들며 말을 놓는 주윤문의 행동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주의를 주었다.

“아, 악 소저는 괜찮다고 해요. 형님이랑 누님도 말 편하게 해 달래요.”

어이구, 그새 통역이 되었네.

그런 나의 행동에 악여화의 표정을 살핀 위천이 우리를 향해 말했고, 나는 피식 미소를.

“어머! 고마워 동생!”

서은설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악여화의 손을 잡았다.

“언니라고 불러, 알겠지?”

“언니…….”

“그래, 귀엽다!”

악여화의 입에서 나온 작은 목소리.

그 목소리로 이루어진 언니라는 단어에 서은설은 환한 미소를 짓더니 이내 악여화를 그대로 가볍게 끌어안아 버렸다.

“우리 동생, 어쩜 이렇게 귀엽게 생겼어?”

“은설, 네가 더 귀엽다.”

“그만해.”

크흠.

악여화를 너무나도 예뻐하는 서은설의 모습에 나는 나도 모르게 툭 내뱉고 말았고 옆에 있던 주윤문이 정색을 하며 나에게 경고하였다.

그만하라고 말이다.

그에 나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고개를 돌려 다시 위천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우리 방글이?”

움찔.

나의 입에서 나온 단어, 방글이.

그 단어에 위천이 움찔했다.

그에 나와 주윤문은 진한 미소를 지으며 탁자에 팔을 올려 턱을 괴었다.

“우리 방글이, 언제부터 악 소저랑 친해졌을까?”

“친해졌을까?”

“따로 찾아와서 만날 정도로?”

“만날 정도로?”

“형님들…….”

나와 주윤문의 짓궂은 물음에 위천은 당황하면서 우리를 불렀다.

그에.

“왜에?”

“왜 우리 방글이?”

나와 주윤문은 계속해서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에 위천은 한숨을 내쉬었다.

“누렁이, 밥, 만났어요, 방글이.”

그때.

난처해하는 위천의 옆으로 아름다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악여화의 입에서 나온 아름다운 음성.

서은설만큼이나 매력적인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악여화를 바라보았다.

피식.

무표정한 악여화의 표정.

하지만 그 두 눈 속에 어려 있는 당혹스러운 감정을 읽은 나는 피식 미소를 짓고 말았다.

뭐, 조금 귀여웠다.

위천을 지키기 위해 먼저 말을 꺼낸 악여화를 보며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동생이 왜 방글이야?”

“미소, 매력.”

“미소가 너무나도 매력적이라서 반했어?”

“……?”

악여화의 대답에 내가 아닌 옆에 있던 주윤문이 물었다.

그에 악여화는 고개를 돌려 주윤문을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여전한 무표정이었지만 절대의 경지를 넘어선 나와 주윤문의 두 눈에는 보였다.

그의 두 눈에 어려 있는 당혹감과 의문이 말이다.

그에 나는 주윤문의 말을 받기 위해 다시 입을 열었다.

“웃는 것 보고 홀딱 반해서 방글이라 하고 이렇게 찾아온 거야?”

“밥이라도 같이 먹으려고?”

“술은 안 하고?”

“어머, 벌써부터? 벌건 대낮인데?”

“대낮에 술을 마셔야 정분이 나고…….”

“그만해.”

우뚝.

이런, 너무 신이 나 버렸다.

호들갑을 떨며 주윤문과 대화를 주고받던 나는 귀로 들려오는 서은설의 싸늘한 목소리에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윤 공자.”

“죄송합니다.”

싸늘한 서은설의 부름.

그 부름에 주윤문은 고개를 숙여 보이며 사과를 했다.

그러고는.

“악 소저, 미안. 귀여워서 그런 거야. 귀여워서.”

악여화를 향해 사과했다.

주윤문의 입에서 나온 귀엽다는 말.

그 말에 악여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귀여워?”

자신이 귀엽다는 것을 모른다는 듯 악여화가 의문을 표하자 옆에 있던 서은설이 다시 악여화를 와락! 안았다.

“응! 엄청 귀여워!”

“아니 나도…….”

“그만!”

“…….”

쩝.

서러웠다.

* * *

와아아아!

점심이 끝이 나고 찾아온 사강전의 대련.

이 시간만을 손꼽아 기다려 온 수많은 사람들이 환호를 보내며 연무장 위를 바라보았다.

그러한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당당한 자세로 서 있는 주윤문.

“적협공자! 적협공자!”

그런 주윤문을 향해 살마들은 그의 별호를 연신 외치며 환호를 보냈고.

스윽!

“하핫! 안녕하세요!”

그러한 사람들의 외침에 주윤문은 호들갑을 떨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와아아!

그에 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더욱더 거대해졌다.

그러는 한편.

“미수검봉! 미수검봉!”

젊은 남자들을 중심으로 주윤문의 상대인 악여화를 미친 듯이 응원하는 관객들도 있었다.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반응도 해 주지 않는 악여화였지만.

“날 가져!”

“우아아아!”

젊은 관객들은 그래서 더 좋다는 듯 마치 절규를 하듯 악여화를 응원하였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서로를 마주 본 주윤문과 악여화.

주윤문은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악여화를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잘 부탁해, 악 소저.”

끄덕.

주윤문의 인사에 악여화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고는.

스르릉.

그녀의 양옆에 걸려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양손에 하나씩 쥐어진 짧은 단검.

그러한 검을 보며 주윤문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언제 봐도 매력적이야.”

무림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쌍검.

게다가 검신 길이가 보통의 검신의 절반 정도 되는 단검이었다.

그러한 단검 두 개를 들어 자세를 취하는 악여화를 보며 주윤문 또한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스르릉.

“와아아!”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세상에 드러난 적색의 검신.

태양 빛에 비치며 반짝이는 검, 홍무 紅武 의 등장에 사람들이 환호했다.

스윽.

그러한 사람들의 환호 소리를 들으며 주윤문은 자세를 낮추었고.

이윽고.

타앗!

악여화가 빠른 속도로 주윤문에게 달려들었다.

채채채챙!

“제법!”

쌍검을 사용하는 장점 중 하나인 엄청난 속도.

왼손 오른손 번갈아 가며 연속해서 폭풍처럼 치고 들어오는 악여화의 공격에 주윤문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우웅!

그렇게 주윤문이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 보이자 악여화의 단검에서 짧은 검명이 울려 퍼졌고, 이내.

우우웅!

그녀의 짧은 단검에서 회색의 검풍이 일어났다.

“호오.”

제법 폭발적인 기세를 자랑하는 검풍.

일류의 상징과도 같은 검풍을 보며 주윤문은 씨익 미소를 지었고.

이내.

우우웅!

주윤문의 검, 홍무를 붉은색의 바람이 나타나 감싸 안았다.

차직!

마치 폭풍과도 같은 붉은색의 바람.

전기가 튀듯 붉은 빛이 넘실거리는 주윤문의 검풍에 악여화가 잠깐 멈칫했다.

대련 중 일어난 잠깐의 머뭇거림.

그 머뭇거림은 곧 큰 실수로 이어졌다.

그렇기에 주윤문은 잠깐의 빈틈을 파고들었고, 결국.

스윽.

악여화의 목 앞에 주윤문의 검, 홍무가 드리워졌다.

“…….”

자신의 목 앞에 놓인 홍무를 내려다본 악여화.

그녀가 검을 거두어들였고, 주윤문 또한 홍무를 거두어들였다.

그러고는.

스윽.

“좋은 대련이었어.”

꾸벅.

주윤문이 포권을 취하였고 악여화 또한 마찬가지로 정중하게 포권을 취하였다.

와아아!

사강전임에도 불구하고 싱겁게 끝나 버리고 만 대련.

하지만 사람들은 주윤문이 검기를 내뿜는 것도 보았기 때문에 이미 주윤문의 승리를 예상한 상태.

깔끔하게 빨리 끝난 대련에 사람들은 환호를 보내었다.

악여화는 삼봉 중 가장 약한 여인으로 꼽힌다.

제일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대진 운이 좋았고 이렇게 사강까지 올라왔던 것이다.

그렇게 주윤문과 악여화의 대련이 끝이 나고.

잠깐의 청소 시간을 가진 후, 바로 다음 대련이 시작되었다.

“아미타불, 오랜만이외다.”

“오랜만이에요, 공명 스님.”

회색의 승려복을 입고 정중하게 예를 취한 공명.

그러한 공명의 인사에 위천은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마주 인사를 건네었다.

“그동안의 대련, 아주 잘 보았습니다.”

“저도, 잘 보았어요. 정이 형님과 대련하는 모습은 정말 멋졌어요!”

팔강에서 남궁정과 겨루었던 공명.

박빙의 대결을 보여 주고 한 끗 차이로 겨우 이긴 공명과 남궁정의 대련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대련으로 정마대회의 명대련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한 대련을 떠올리며 위천이 말하자 공명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아닙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웃으며 대답한 공명이 다시 고개를 숙여 보였고 그에 위천 또한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러고는.

스윽.

둘 다 자세를 낮추고 기수식을 취하였다.

공교롭게 둘 다 권 拳을 사용하는 무인이었다.

그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집중했다.

천마신교의 이공자.

그리고 항마의 기운이 강한 소림사의 제일제자.

그 둘의 대련이다 보니 사람들이 당연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우웅!

그렇게 위천과 공명이 서로를 마주 보던 것도 잠시.

뒤로 살짝 빠진 공명의 주먹에 하얀색의 권풍이 생겨나 주먹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잠시 후.

우우웅!

지직!

권풍이 하얀색의 권기가 되었다.

“와아아!”

그동안 보여 주지 않았던 공명의 권기.

그 권기에 사람들은 흥분하며 환호를 보내었다.

일개 후기지수인 공명.

약관을 겨우 넘긴 그가 절정의 경지에 올랐다는 것은 정파 무림의 홍복이었던 것이다.

그러한 공명의 경기에.

우우웅!

파지직!

위천의 주먹에도 남색에 가까운 검은색의 바람이 모이기 시작했고, 이내 권기가 되었다.

“와아아!”

약관도 되지 않은 어린 나이인 위천.

올해 열여덟이 된 위천이 권기를 일으키자 수많은 사람들은 다시 흥분했고.

씨익.

귀빈석에 앉아 있던 천마신교의 인물들 모두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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