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163화 (163/275)

제163화

제163장 요즘 애들 今幼

“아…….”

반듯하게 잘린 매화 꽃잎.

그 잎을 바라보며 유명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화산의 검이 천하제일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 자신의 목표다.

헌데 그러한 자신의 검이, 매화가 잘려 나갔다.

자신과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 또래에게 말이다.

그에 유명은 무기력함을 느꼈다.

나아가.

웅!

그의 내공이 비정상적으로 일렁이기 시작했다.

심마 心魔.

자신의 꿈, 그리고 비슷한 또래의 엄청난 신위에 느껴지는 박탈감으로 인해 심마에 들어 버린 것이었다.

그러한 유명의 모습에 적화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지만.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이유는 바로.

탓!

“정신 차려!”

유명의 상대였던 주윤문.

그가 달려 나와 유명의 내공이 흐르던 기운을 부드럽게 흩어 버렸고 이내 강력한 내공을 담아 일시적으로 유명에게 충격을 주어 정신을 차리게 만든 것이었다.

심마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정석적인 방법.

그 방법으로 유명을 정신 차리게 만든 주윤문은 멍한 표정으로 주저앉아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유명에게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 동생.”

“…….”

“동생의 매화는 부드러웠어.”

공허한 유명의 두 눈동자.

그 두 눈동자를 보며 주윤문이 위로하듯 말하자 유명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슥.

“다음에는 제대로 된 매화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주윤문의 손을 잡고 일어나 다음을 기약했다.

와아아!!

그렇게 팔강전의 첫 번째 시합은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끝이 났다.

* * *

“고생했다.”

팔강전의 대련이 모두 끝이 나자 찾아온 점심.

함께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나의 방으로 모인 오늘의 주인공, 주윤문과 위천을 보며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오늘 있었던 대련에 대해 노고를 치하했다.

그러한 나의 말에.

“고생이랄 것까지 있나.”

“맞아요, 쉬웠어요!”

화산파의 제자인 유명을 이긴 주윤문과 지화혜봉 知華慧鳳이라 불리는 제갈선을 이긴 위천.

그 둘이 별거 아니라는 듯 가볍게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정파의 자랑인 오룡삼봉.

미래를 이끌어 나갈 후기지수 중 대표 격인 인물들을 이겨 놓고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하는 녀석들의 모습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주윤문은 그렇다 치고, 위천이 조금 기특했다.

정파의 오룡삼봉이라 하면 본교의 오대마가의 아이들과 비슷한 위치.

그러한 위치에 있는 이들을 이겼으니 형으로서 당연히 기특할 수밖에 없었다.

‘예술이나 할 줄 알았는데…….’

그림을 그리고 시를 짓는 것을 좋아했던 위천.

그런 위천의 성향을 미리 파악한 나는 무공을 강요한 적이 없었다.

그것은 어머니와 천마 또한 마찬가지.

그에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다.

본교의 공자로서 무공이 약한 것은 약점이 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헛된 걱정에 불과했다.

그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위천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으악!”

갑작스러운 나의 쓰다듬에 당황한 위천.

녀석이 괴상한 소리를 지르더니 이내.

“헤헤.”

평소와 같은 미소를 흘렸다.

그에 나 또한 미소를 지었다.

“뭐야, 질투 나네.”

그러한 우리 둘의 모습에 질투를 느꼈을까?

나의 옆에 앉아 있던 서은설이 장난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하하, 소저 우리도 저렇게 친한 모습을 보여 주면…….”

“기각.”

쓸데없는 소리를.

서은설을 바라보며 능글맞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주윤문을 보며 나는 싸늘한 어조로 막아섰다.

그에 주윤문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농담이야 인마.”

“알아.”

안다.

그래도 기분은 나쁘다.

주윤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에 주윤문은 어깨를 으쓱였고 이내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우리 천이! 많이 먹어!”

보란 듯이 위천의 접시에 반찬을 올려 주었다.

서은설로 안 되니 위천과의 관계로 나를 놀리려는 주윤문의 속셈이 훤히 보였기에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감사함다!”

얼씨구.

위천은 그것을 좋다고 받아먹었다.

그런 둘의 모습에 나는 다시 피식 미소를 지었고 이내 장난스레 웃는 둘을 보며 입을 열었다.

“둘이 결승에서 만나겠네.”

내일 있을 사강.

위천과 주윤문 그리고 또 다른 사강 진출자인 소림사의 권룡 拳龍 공명과 미수검봉 美秀劍鳳 악여화.

팔강전을 관람하면서 그 둘의 실력을 어느 정도 파악했었기에 나는 사실상 위천과 주윤문이 결승에서 만날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한 확신 어린 나의 말에 위천이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제가 공명 스님을 이길 수 있을까요?”

“물론.”

“헤헤.”

위천의 물음에 내가 확신 어린 어조로 대답하자 녀석이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언제 미소 지었냐는 듯 두 눈에 힘을 주며 주윤문을 바라보았다.

“저는 최선을 다할 거예요!”

두 주먹을 쥐어 보이며 주윤문을 향해 말하는 선포하듯 말하는 위천.

그런 위천의 선언에 주윤문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와락!

위천의 목에 팔을 두르며 녀석의 머리칼을 마구 흐트러뜨렸다.

“그래 인석아! 최선을 다해라! 형도 최선을 다할 테니!”

“네! 최선을 다하게 만들겠습니다!”

좋다.

이기겠다가 아닌, 최선을 다하게 만들겠다는 위천의 말.

그 말에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식사해요, 식겠어요.”

이런, 점심 먹자고 불러 놓고 계속 수다를 나누고 말았다.

어느새 식어 버린 음식.

작게 미소를 지은 서은설이 음식 그릇을 살짝 밀어 주며 주윤문과 위천에게 말했다.

그에 주윤문과 위천이 자세를 바로 하고는 서은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넵!”

“네! 누나!”

상관에게 명령을 받은 수하처럼 짧게 대답한 주윤문과 위천.

위천은 나아가 손을 들어 경례까지 했다.

그러한 위천과 주윤문의 모습에 서은설은 미소를 지었고 나 또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우리는 웃으며 식사를 시작했다.

길었던 담소로 인해 음식이 식어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해서인지 우리는 맛있게 모든 음식을 다 비울 수가 있었다.

그렇게 맛있었던 식사가 끝이 나고.

우리는 서은설이 직접 우려 준 차를 한 잔 마시며 미처 끝내지 못한 담소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정말요?”

“네! 아이를 안아 들며 사천당가의 이공자에게 당당하게 호통을 치는 녀석이 얼마나 멋있던지! 제가 그때 반해 가지고 따라다녔지요!”

서은설은 자세히 알지 못하는 나의 이야기.

사천에서 있었던 이야기, 그리고 자신과 처음 만났던 이야기를 주윤문은 특유의 재치와 과장을 더하며 재미있게 풀어 나갔고 서은설은 즐겁다는 듯 웃으며 주윤문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와하!”

물론 위천 또한 집중했고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반응해 주었다.

그렇게 위천과 서은설이 재미있게 반응해 주자 주윤문은 신이 나서 더 이야기보따리를 풀었고 서은설과 위천은 웃으며 그런 주윤문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피식.

아, 듣다 보니 나도 재밌다.

저 녀석, 알고 보면 천생 만담꾼 아니야?

똑똑!

그렇게 주윤문의 이야기에 한참 웃던 그때.

누군가가 우리의 방문을 두드렸다.

처음부터 기척을 파악하고 있었던 나와 주윤문은 자연스레 고개를 돌려 방문을 바라보았고.

“누구세요?”

기척을 느끼지 못했던 위천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맑은 목소리로 물었다.

“…….”

누구냐는 위천의 물음에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이곳을 찾아 방문을 두들겼는데도 불구하고 누구냐는 질문에 대답이 없다?

그러한 상황에 위천은 미간을 살짝 좁히더니 이내 진지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도망갔나…….”

“그럴 리가 있냐.”

녀석의 중얼거림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녀석의 머리에 가볍게 꿀밤을 먹였다.

밖에는 본교의 무사들이 호위를 서고 있었다.

최소 일류에서 높게는 초절정까지.

본교의 정예 무인들인 그들을 지나쳐 방문을 두드리고 도망갔다?

무림맹의 장로라도 불가능하다.

그러한 나의 꿀밤에 위천은 짐짓 얼살을 떨다가.

“헤헤.”

자신 또한 웃겼는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에 나는 다시 피식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돌렸다.

약 한 식경(약 30분) 전부터 계속 느껴지고 있었다.

방문 앞에서 문을 두드릴지 말지 고민하던 아담한 신체의 기척이 말이다.

그에 내가 입을 열었다.

“그냥 들어와.”

그만 고민하고 그만 들어오라고 말이다.

끼익.

그러한 나의 말이 끝이 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방문이 양옆으로 열렸다.

그렇게 활짝 열린 방문 사이로.

“호오.”

“와아!”

빼어난 미모에다가 인형같이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미수검봉, 악여화가 등장했다.

갑작스러운 악여화의 등장에 주윤문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고, 평소에 귀여운 것을 좋아했던 서은설은 입을 가리며 두 눈을 크게 떴다.

팔강전을 관람할 때 서은설이 나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악여화.

그녀가 너무 귀엽다고 말이다.

뭐, 그에 나 또한 동의했다.

내가 봐도 그녀는 정말 귀여웠고 미수검봉이라는 별호가 부끄럽지 않을 만큼 빼어난 미모를 지니고 있었으니 말이다.

“…….”

흥미와 놀라움, 그러한 반응들 사이로.

악여화는 시선을 돌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쳤고 이내.

“방글이.”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위천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는 작고 고운 앵두 같은 입술을 열었다.

말하는 인형 같은 그녀의 모습에 서은설은 두 눈을 크게 떴고 주윤문은 위천을 바라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

뭐? 방글이?

악여화의 입에서 나온 방글이라는 말.

그 말에 나와 주윤문은 위천을 빤히 바라보았고.

“왜 왔어?”

위천은 그러한 우리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입을 열었다.

“…….”

위천의 물음에 악여화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고 그에 내가 의문을 느끼려던 순간.

“아, 누렁이 보러 가자고?”

녀석이 대답했다.

분명,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헌데 왜 대화가 이어지는 것일까?

“…….”

“미안, 나 지금 형님들이랑 누나랑 담소 중이라.”

“…….”

“기다리겠다고?”

“…….”

“그러면 여기 앉아, 같이 기다리자. 형님 괜찮죠?”

“어 그래.”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이 상황.

이 상황에 멍한 표정을 짓던 나는 위천의 물음에 얼떨결에 허락했고.

“자, 어서 와.”

위천은 익숙하게 악여화를 끌어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다.

“…….”

“괜찮아. 그렇게 예를 차리지 않아도 돼.”

아니, 아무런 말도 안 했는데?

게다가 찡그리기는 커녕 조금 과장해서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

“응, 따뜻한 거?”

“…….”

“알았어.”

아니, 눈도 깜빡이지 않았는데 따뜻한 차 마시고 싶은 것은 어떻게 알았는데?

분명 악여화 저 아이는 아무런 감정 없는 표정으로 위천을 바라보기만 했다.

진짜, 한마디도 안 하고 눈도 안 깜빡이고 바라보기만 말이다.

헌데 위천은 그러한 악여화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뭐지?

어떻게 대화가 가능한 거지?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지금 이 상황.

나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 주윤문과 서은설 또한 멍한 표정으로 위천을 바라보았다.

“응? 아, 맞아. 저번에 내가 얘기했던 매력을 지닌 사람들이야.”

“…….”

“그치? 내 말이 맞다니까.”

얼씨구.

차를 우리면서 악여화와 대화를 이어 나가는 위천의 행동으로 인해 우리는 뒷전이 되어 버렸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악여화와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 나가는 위천.

도저히 알 수 없는 둘의 모습에 나와 주윤문 그리고 서은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똑같이 생각했다.

요즘 애들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