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1화
제161장 방글이 美笑
“…….”
“아가씨.”
정마대회 본선의 마지막 날.
이른 아침부터 고집을 피우는 아가씨를 보며 화정이 한숨을 내쉬었다.
산동악가에서 어린 시절부터 하녀로 일해 왔고, 가모에게 잘 보여 가주의 여식인 악여화의 시녀가 된 화정.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하녀들 중 가장 성공한 존재였고 수많은 하녀들의 부러움을 샀다.
약 이 년 전부터 스스로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성심껏 악여화를 모셔 온 화정.
그녀는 자신과 같은 나이임에도 아담한 신체와 작은 이목구비로 인해 어려 보이는 자신의 아가씨.
악여화를 내려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거 주세요.”
“…….”
화정의 입에서 나온 부드러운 어조.
하지만 힘이 있는 어조에도 불구하고 악여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에 화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 이 그릇 들고 나갔다가 한 시진이 지나서 올 거지요?”
“…….”
화정의 물음에 악여화가 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무뚝뚝한 표정.
하지만 미수검봉 美秀劍鳳 이라 불릴 정도로 빼어난 미모를 지니고 있는 아름다운 소녀, 악여화.
그녀가 맑고 깊은, 흑요석같이 아름다운 두 눈으로 화정을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젓자 화정은 졌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어요. 그러면 반 시진 안에 오셔야 돼요?”
끄덕.
졌다는 듯 화정이 손에 들린 접시를 놓아주며 말하자 악여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윽.
그러고는 몸을 돌려 서둘러 방문을 나섰다.
“하아…….”
그러한 악여화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화정.
그녀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발 오늘은 늦지 말고 제시간에 돌아오길 바라면서 말이다.
* * *
‘누렁이.’
화정의 손에서 접시를 쟁취한 악여화.
그녀가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바삐 걸음을 옮겼다.
무림맹에 들어서고 나서 우연찮게 만났던 노란색의 강아지.
처음에는 무시했지만 그 강아지는 계속해서 자신을 따라다녔다.
자신의 무신경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강아지는 계속 애교를 부렸다.
심지어 그를 귀여워하는 다른 사람들의 손길을 거부하고 오로지 자신의 손길만을 구애하는 모습을 보였던 강아지.
그 모습에 악여화는 그 강아지가 신경 쓰였고 결국 누렁이라는 이름까지 붙여 주면서 이렇게 매일 아침 음식까지 챙겨 주게 되었다.
‘고기.’
처음 만났을 때보다 조금은 야윈 것 같았던 누렁이.
그런 누렁이를 위해 특별히 고기를 준비한 악여화는 살짝 상기된 표정으로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물론 남들이 보았을 때는 똑같은 무표정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걸음을 바삐 옮겨 악여화는 늘 누렁이와 놀던 장소에 도착했다.
왈왈!
“……?”
하지만.
곧 그녀는 두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믿기지 않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헤헤, 좋아?”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누렁이를 내려다보고 있는 한 소년과.
왈왈!
그런 소년의 손길에 배를 드러내며 짖고 있는 누렁이가 보였던 것이다.
“너 귀엽구나?”
그런 누렁이의 애교에 소년은 특유의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누렁이를 쓰다듬었고, 누렁이는 그러한 소년의 손길이 좋은지 호들갑을 떨며 애교를 부렸다.
그러한 누렁이의 모습에 악여화는 섭섭함을 느꼈다.
다른 사람들의 손길을 거부하고 오로지 자신에게만 구애하던 누렁이.
그러한 누렁이가 생전 처음 보는 소년에게 구애를 펼치니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한 섭섭함은 이내 누렁이의 관심을 빼앗아 간 소년을 향한 질투심이 되었다.
그에 악여화는 날카로운 눈으로 소년을 노려보았고.
“응?”
그러한 악여화의 시선을 느낀 소년이 고개를 돌렸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름다운 소녀.
아담한 신체에도 불구하고 비율이 좋으며 흑요석 같은 두 눈과 작은 이목구비, 새하얀 피부.
전체적으로 너무나도 아름다운. 인형보다 더 예쁜 악여화의 모습에 소년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스윽!
손을 들어 흔들었다.
마치 반가운 친우에게 인사하듯 말이다.
“…….”
그러한 소년의 인사에 악여화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손을 흔들 뻔했다.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소년의 행동에 자신 또한 말려들 뻔했던 것이다.
그에 악여화는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소년에게 다가왔다.
그에.
“안녕! 악 소저 맞지?”
소년, 천마신교의 이공자 위천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었다.
위천의 친근한 인사에 악여화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고개만 끄덕였고, 그러한 악여화의 대답에 위천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나는 위천이야. 편하게 불러.”
끄덕.
위천의 인사에 악여화는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스윽.
위천의 옆에 쭈그려 앉아 그릇을 내려놓았다.
왈!
그에 누렁이가 똑바로 섰고 이내 악여화가 가져온 고기를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와, 노랭이 잘 먹는다.”
그러한 누렁이의 모습에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감탄한 위천.
박수를 살짝 치며 누렁이를 바라보고 있는 위천의 말에 악여화가 고개를 돌렸다.
“왜?”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악여화.
그러한 악여화의 시선에 위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에.
“누렁이.”
악여화가 짧게 대답했다.
앵두같이 붉고 작은 매력적인 입에서 나온 목소리.
그 목소리에 위천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아 이름이 누렁이야?”
끄덕.
위천의 물음에 악여화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누렁이를 바라보았다.
그러한 악여화의 모습에 위천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어느덧 한 그릇을 전부 먹어 치운 누렁이를 바라보았다.
“우리 누렁이 돼지 되겠다.”
“…….”
“누렁이 너무 예쁘지 않아?”
“…….”
“그치? 나도 이 노란색 털이 좋아.”
단 한 마디의 대답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대화를 하는 것처럼 대화를 이어 나가는 위천.
그러한 수다스러운 위천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악여화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누렁이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에 위천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악여화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 말 되게 없구나?”
“…….”
위천의 입에서 나온 말.
그 말에 악여화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아무 감정 없는 눈빛으로 위천을 바라보았다.
“아! 미안!”
“……?”
악여화의 두 눈빛에 화들짝 놀라며 사과를 건넨 위천.
그러한 위천의 사과에 악여화가 두 눈을 꿈틀거렸다.
처음이었다.
자신의 두 눈에 담긴 감정을 읽은 존재가 말이다.
‘말이 없다.’
어린 시절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들어왔던 이야기였으며 그것으로 인해 회초리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악여화는 말할 필요성을 굳이 느끼지 못했기에 끝까지 말을 하지 않았고 그런 악여화의 행동에 사람들은 결국 그녀를 포기하기까지 이르렀다.
말은 하지 않지만 그녀의 무재는 뛰어났기에 가문에서의 그녀의 입지는 대단했고 그녀의 성격을 비난할 사람은 없었다.
가족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 가족들은 악여화에게 늘 말해 왔다.
왜 이렇게 말이 없냐고, 답답해 죽겠다고 말이다.
그러한 말을 들어왔던 악여화였기에 말이 없다는 위천의 말에 짜증이 났었고 평소대로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위천을 바라보았다.
여타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의 감정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며 말이다.
하지만, 위천은 자신의 감정을 느꼈고 이내 사과를 건네어 왔다.
태어나서 처음 있는 이 일에 악여화가 당황하는 동안.
“헤헤, 갑자기 그런 말 해서 놀랐지? 미안해.”
당황하고 놀란 악여화의 감정을 느낀 위천이 다시 한번 사과를 건네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말이 없다는 것, 그게 네 매력이구나!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어. 나쁜 뜻은 없었어.”
“매력……?”
위천의 입에서 나온 매력이라는 단어.
살면서 자신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 단어에 악여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한 악여화의 반응에 위천은 특유의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응! 형님이 늘 말하셨거든. 사람들에게는 각기 각자의 매력이 있다고.”
“…….”
“은설 누나에게는 푸른 두 눈. 형님에게는 잘생긴 외모. 윤문 형님은 친화력.”
“…….”
“악 소저의 매력은 말이 없는 것 같아!”
처음이었다.
늘 답답하다며 주변 사람들이 싫어했던 자신의 성격.
그러한 자신의 성격이 매력이라고?
생각지도 못한 위천의 물음에 악여화는 당황했다.
늘 혼나기만 했던 자신의 성격.
그러한 자신의 성격이 매력이라고 말하는 존재가 처음이다 보니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에 악여화는 고개를 돌려 다시 누렁이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행동에 위천 또한 웃으며 다시 고개를 돌려 누렁이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기를 잠시.
누렁이에게서 시선을 떼고 다시 고개를 돌린 악여화가 미소를 짓고 있는 위천을 바라보았다.
감정을 내보이지 않는 자신과 달리, 표정에서 모든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 소년.
위천을 바라보며 악여화는 호기심을 느끼며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너는?”
나의 매력이 말이 없는 것이라면 너의 매력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녀의 많은 뜻이 담긴 물음에 위천은 특유의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악여화를 바라보고는 자신감 어린 어조로 입을 열었다.
“미소!”
빵싯!
화사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당당하게 자신의 미소가 매력이라는 위천.
그러한 위천의 모습을 악여화는 위천의 미소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
마치 누렁이를 처음 봤을 때와 같은 간질거리는 감정.
그 감정에 악여화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들었다.
쭈욱.
그러고는 말랑해 보이는, 막상 만지니 너무나도 부드러운 위천의 볼을 잡아당겼다.
“……?”
갑작스러운 악여화의 행동에 위천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어찌할 바를 몰라 했고.
“방글이.”
그러한 위천을 바라본 악여화의 입에서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 * *
“너 어디 맞았냐?”
팔강전이 있는 오늘.
위천을 응원할 겸 오랜만에 가족끼리 조식을 함께 하기로 한 나는 먼저 앉아 있는 위천을 보며 물었다.
오른쪽 볼이 붉어져 있는 위천.
꼭 누구에게 뺨을 맞았거나, 아니면 누군가가 잡아당긴 모양새에 내가 의문 어린 어조로 묻자 녀석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에 나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맞고 다니냐?”
“형님! 아니에요!”
장난스러운 나의 어조에 녀석이 팔짝 뛰며 대답했다.
그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교주님, 자식 교육 다시 하…….”
“그만.”
“네.”
어머니의 입에서 나온 말.
그 말에 난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뭐지?
평소와 달리 조용한 분위기.
그 분위기에 나는 가만히 눈치를 살폈다.
“소교주.”
스윽.
“예, 교주님.”
천마의 입에서 나온 소교주라는 단어.
그 단어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무릎을 꿇으며 정중히 대답했다.
그에 천마가 특유의 나른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본교로 돌아가는 대로 천마의 자리를 물려주겠다.”
“!!”
시X, 아무래도 요새 너무 설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