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160화 (160/275)

제160화

제160장 영력 靈力

성공리에 권마와 청수 진인의 비무가 끝이 나고.

비무가 끝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흥분이 아직 가시지가 않는 듯 수많은 관람객들 모두가 자리를 뜨지 못했다.

그렇게 본선이 연기가 되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아니 오히려 본선보다 더 큰 환호를 맞으며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다음 날.

마정대회 魔正大會의 본선은 예정대로 실시가 되었고 본선 첫날의 대련으로 인해 열여섯 명의 이차 진출자를 선출하게 되었다.

그중 당연하게도 주윤문과 위천이 들었고 그 이외에도 본교 출신의 흑천단원들이 다수 진출하게 되었다.

그다음 날.

열여섯 명이 서로 붙어 승자만이 다음으로 진출하는 십육강 十六强이 치러졌고 대회에 참가한 흑천단원 모두가 떨어지고 말았다.

그에 흥분한 권마가 흑천단원 전부를 소집하여 굴렸다고 하던데 그것은 넘어가자.

아무튼 십육강의 대회를 마치고 나서 여덟 명의 진출자가 확정되었다.

바로 주윤문과 위천.

그리고 남궁세가의 남궁정과 화산파의 유명, 소림사의 공명까지 하여 다섯 명의 남자와.

삼봉 三鳳 이라 불리는 정파 최고의 여자 후기지수, 아미파의 제자인 한화검봉 寒華劍鳳 아진, 제갈세가의 여식인 知華慧鳳 제갈선, 마지막으로 산동악가의 여식 美秀劍鳳 악여화였다.

그렇게 여덟 명의 진출자가 정해지자 수많은 사람들은 각자가 응원하는 무인의 승리를 점쳤고 크게는 내기까지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마정대회 마지막 날의 전날 밤이자 십육강의 대련이 끝난 오늘.

“마시자 마셔!”

나는 오늘도 술을 마시고 있다.

나의 앞에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들어 보이는 주윤문을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실 이미 술자리를 시작한 지는 제법 되었다.

왜냐고?

“미친놈들.”

대련이 끝이 나자마자 나의 전각으로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더니 모든 관람을 마치고 내가 돌아오니 이미 술판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물론 이 자리를 주도하는 이는 주윤문이었고 말이다.

얼큰하게 붉어진 얼굴로 주윤문이 술을 들이켜자.

“헤헤!”

“하하!”

양옆에 앉은 왕일과 남궁정이 좋다고 웃음을 흘리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남궁정을 바라보았다.

“너, 내일 유명 공자랑 대련 있는 거 알지?”

“네, 압니…… 딸꾹! 다.”

하아.

붉어진 얼굴로 딸꾹질을 하는 남궁정의 대답에 나는 이마를 짚었다.

진짜.

나중에 남궁세가주를 만나면 사과해야 할 것만 같았다.

아드님을 이상한 길로 안내해서 미안하다고 말이다.

그런 녀석의 모습에 이마를 짚은 것도 잠시.

나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남궁정 저 녀석.

절정의 경지에 들어섰기에 알아서 내일 일정에 무리가 없도록 잠들기 전 주독을 해독할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걱정을 내려놓고 왕일의 옆.

예상외의 모습을 보여 주는 마독을 바라보았다.

“너, 무슨 일 있냐?”

나와 주윤문만큼이나 술을 좋아하며 즐기는 인물로서, 이곳에서 나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주윤문과 대작이 가능한 마독.

술 하면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녀석이 술을 홀짝이며 답지 않은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그런 나의 물음에 마독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아닙니다.”

“뭔데? 동생! 말해 봐!”

그런 마독의 대답에 내가 아닌 주윤문이 나섰다.

자신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친근하게 건네 오는 주윤문의 물음에도 불구하고 마독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흐음.

분명 뭔가 있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마독의 모습에 나는 가만히 턱을 쓰다듬었다.

아무래도 나중에 따로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그런 마독의 대답에 주윤문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나중에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런 나의 대답을 잘 알아들었는지 주윤문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미소를 지으며 제자리로 돌아가 다른 아이들과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형님, 은설 누님과 약속 시간입니다.”

그렇게 잠시 후.

술잔을 들어 가볍게 홀짝이던 나는 마독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그래, 사실 나는 서은설과의 약속이 있기 때문에 술을 절제하고 있었다.

그 약속만 아니었으면 이미 나도…….

‘저기서 어깨동무하고 있겠지.’

서로 어깨동무하며 잔을 따라 주는 세 명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지은 나는 고개를 돌렸다.

어느덧 달빛이 내려앉은 밤하늘.

투명한 창을 통해 밖을 확인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냐?”

“은설과 산책.”

“잘 가.”

나의 대답에 주윤문은 손을 흔들어 보이며 인사했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보인 다음 방문을 나섰다.

“시원하네.”

방문을 나서자마자 나를 반기는 서늘한 바람.

제법 서늘한 바람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사람이 가득해 제법 후끈했던 방 안과 달리 밖은 서늘했기에 정신이 바짝 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걷던 것도 잠시.

“극신!”

나는 웃으며 나를 부르는 서은설과 만날 수 있었다.

“오래 기다렸어?”

“아니.”

그런 서은설에게 웃으며 다가간 내가 묻자 서은설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옮겼고 그런 나를 따라 서은설 또한 걸음을 옮겼다.

“미안, 너에게 신경을 못 쓰고 있네.”

나와 함께 무림행을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호북 무한에 위치한 무림맹에 얽매인 서은설.

그런 은설에게 미안함을 느낀 내가 사과를 건네자 서은설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무림맹 생활도 제법 재미있는걸.”

“정말?”

“응.”

나의 물음에 서은설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에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정말 괜찮을 리가 있겠는가.

나를 위해 거짓을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던 나는 서은설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그러고는 다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극신.”

“응.”

그렇게 아무 말 없이 걷던 것도 잠시.

서은설이 나를 불렀고 나는 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은설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러자 은설의 푸른 두 눈이 보였다.

은은한 달빛을 받고 있기 때문일까?

오늘따라 더 푸르게 보이는 서은설의 두 눈은 아름답기를 넘어서 신비롭기까지 했다.

그 신비로운 매력에 홀린 듯 서은설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서은설의 나이 스물둘.

여인으로서는 적지도 그렇다고 많지도 않은 애매한 나이였다.

그런 나이에 접어든 서은설의 매력은 꽃이 만개하듯 활짝 폈고 그 신비하고 아름다운 매력의 시작이자 끝은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도, 늘씬한 몸매도 아닌 바로 푸른 두 눈이었다.

아무런 기운도 없이 그저 멍하니 바라보다 그대로 홀릴 뻔한 나는 순간 정색을 하며 서은설을 바라보았다.

“은설, 그 눈 가리는 게 좋을 것 같아.”

“응?”

갑작스러운 나의 말에 서은설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살짝 떨리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상해……?”

불안함이 가득한 서은설의 음성.

그 음성에 나는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서은설의 두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무나도, 매혹적이야.”

피식.

어라?

진심이었다.

절대의 경지에 들어선 내가 잠시 방심한 사이에 홀릴 뻔했다.

헌데 저 웃음은 무엇이란 말이가!

나의 진지한 말을 서은설은 장난으로 인식한 듯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에 나는 진지한 어조로 다시 말하려고 했지만…….

“그나저나 극신.”

서은설의 이어진 말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진지한 어조로 은설이 부르자 나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에 서은설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마 공자, 많이 복잡해 보이더라.”

“마독이?”

서은설의 입에서 나온 말.

그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너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한숨을 쉬더라고.”

“나에게?”

“응. 아무래도 무공이 약한데 주변 사람들은 모두 나이치고 제법 강하잖아?”

끄덕.

서은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왕일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강했다.

당장 남궁정과 위천만 해도 강했으며 주윤문 또한 강했다.

내가 승리를 점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다고 왕일이 약한가?

아니다.

평균보다 이상이다.

일류의 경지에 있는 왕일. 열여덟의 나이에 일류의 경지에 올랐다는 것은 제법 알아주는 문파에서 가장 강한 제자와 같은 수준이다.

즉, 어디 가서 당당하게 다닐 수 있는 수준!

무리 중 가장 뒤떨어지는 왕일이 그런 수준이다 보니 이제 이류인 마독의 입장에서는 아닌 척하면서도 마음이 신경 쓰이고 자존심이 상했나 보다.

세심하게 그것을 살피지 못했던 나는 서은설의 지적에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내가 무심했네.”

“무슨 방안이라도 있어?”

“당연히 있지.”

나를 뭘로 보고.

사실 마독을 거두어들였을 때는 녀석의 재미있는 성격과 술 잘 마시는 것도 있었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뭔데?”

“술법.”

술법.

사령술의 가문, 백사문에서 태어난 마독은 사령술이 아닌 술법에 제법 뛰어난 잠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을 어떻게 아냐고?

천마신공을 배우다 보면 다 보인다.

마독의 몸속에 잠들어 있는 내공과는 또 다른 힘.

본교의 사 장로인 환마는 그것을 영력 靈力 이라 불렀다.

그 힘이 제법 대단하게 잠들어 있는 것을 파악했던 나였기에 마독에게 더 신경 썼던 것도 있었다.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나의 대답에 서은설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술법?”

술법이라 하면 사파인 사황성에서 제법 알아주는 기술이다.

정파에서는 사술이라 칭하며 술법을 정식 기술로 취급하지 않았고.

본교에서는 환마를 제외하고는 술법을 다루는 고수가 없었다.

사황성에서 자라면서 술법에 대해 어린 시절부터 자주 접해 왔던 서은설이 놀란 음성으로 물었고 나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사실 이 대회가 끝이 나고 마독을 위천과 함께 본교로 보낼 생각이었다.

그러고는 환마에게 마독을 맡기려고 했다.

후계자로 키워 보라고 말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불러야 할 것 같았다.

“재미없네.”

시무룩해 있는 마독의 모습은 재미없었으니 말이다.

* * *

쿵! 쿵! 쿵!

대륙의 서쪽.

서역의 대제국인 파사국의 남쪽에 위치한 어느 한 지역.

진한 갈색의 피부를 지닌 수많은 사내들이 근육질의 상체를 드러내 보이며 오른손에 긴 창을 들고 합을 맞추어 발을 구르고 있었다.

“정렬!”

착착!

그러한 수백 명의 사내들의 앞에 선 한 사내.

금색의 목걸이와 화려한 팔찌, 그리고 거대한 지팡이를 들고 있던 사내가 지팡이를 바닥에 내려치며 소리치자 발을 구르던 수많은 사내들이 합을 맞추며 걸음을 멈추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조용해진 주변.

그런 주변으로.

휘이잉!

사막으로 이루어진 지역의 특색을 보여 주듯 모래바람이 불었다.

작은 자갈이 섞인 모래가 불어와 코끝을 간지럽혔음에도 불구하고 사내들은 조금의 흐트러짐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모형처럼 말이다.

그러한 사내들을 한번 둘러본 선두의 사내가 다시 지팡이를 들었다.

쿠웅!

그러고는 강하게 내려찍었다.

“오늘! 태양의 신께서 직접 재림하신다!”

“하!”

지팡이를 내려찍은 사내가 큰 목소리로 외치자 수많은 사내들이 마치 한 명인 듯 똑같이 짧게 대답했다.

그에 지팡이의 사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는 그분을 맞이하여 신으로 모시며 곧 왕으로 모실 것이다! 이에 이의 있는가!”

쿵!

지팡이의 사내의 말에 모든 사내들이 발을 강하게 굴렀다.

아무도 불만이 없다는 뜻이다.

그에 지팡이의 사내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고.

쿠궁!

이내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황급히 몸을 돌렸다.

강렬한 태양을 맞으며 천천히 열리기 시작하는 거대한 바위.

그러한 바위가 곧.

쩌적!

소리를 내며 실금이 가더니.

콰콰쾅!

그대로 부서져 내렸다.

“아아…….”

“우아!”

그에 지팡이의 사내는 감탄을, 선두에 있던 사내들은 흥분을 했고 잠시 후.

“푸하하하!!”

시야를 가리던 모래먼지가 가라앉았고 그 사이로 거대한 덩치를 지는 황색 피부의 사내가 등장했다.

주변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거대한 사내의 웃음소리.

그 웃음소리에.

“왕이시여!”

“왕이시여!”

지팡이의 사내는 물론, 발을 구르던 수많은 사내들이 무릎을 꿇으며 예를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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