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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159화 (159/275)

제159화

제159장 삼인성호 三人成虎

“자네 그거 들었나?”

“무엇을 말인가?”

고금을 통틀어 최초로 이루어진 정마대회 正魔大會.

그 역사적인 대회를 보기 위해 저 멀리 운남에서부터 말을 타고 보름이라는 긴 시간을 내리 달려 호북 무한에 도착한 사내.

그가 어젯밤 주점에서 친해진 상인의 말에 불퉁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에 상인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사내를 바라보았다.

“글쎄! 마교의 이장로인 권마와 무림맹의 사장로이자 칠왕 중 하나인 태극검왕이 비무를 펼친다 하는군!”

벌떡!

“그게 정말인가!”

상인의 말에 심드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던 사내가 두 눈을 부릅뜨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에 상인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네! 이번 본선을 보기 위해 힘들게 이곳을 찾은 수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성사된 비무라는군!”

“그거 좋은 생각이군! 무림맹에서 그런 기특한 생각을 했단 말인가?”

무림맹의 세력이 없어 사파의 영향이 짙은 운남성.

그곳 출신인 사내가 예상외라는 듯 놀란 음성으로 말하자 상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주변 사람들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아니! 천마신교의 소교주가 관람객들을 위해서 비무를 하자고 직접 건의했다더군! 이장로인 권마는 소교주의 명이니 따른 것이고, 사장로 태극검왕은 소교주의 부탁에 응하여 비무를 수락했다는군!”

“마교의 소교주가?”

“그렇다네!”

“허어…….”

상인의 대답에 사내가 탄식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놀란 음성으로 가만히 중얼거렸다.

“우리들의 입장을 이해해 주는군.”

“그러게 말일세! 사람들이 소교주를 위마참군이라 하며 대협이라 칭할 때 나는 내심 코웃음을 쳤었네, 그 잔혹한 마교인들의 작은 우두머리가 아닌가? 하지만 나는 이번 일로 인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네! 사람들이 칭송하는 진정한 마중협 魔中俠 이 아닌가!”

사내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상인이 다시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상인의 목소리가 제법 컸기에 객점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들었고.

“그렇군.”

“허어, 나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

상인이 아닌 다른 두 명의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상인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렇게 객점 내에서 총 세 명의 사내가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전염병이 전파하듯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감탄을 하며 천마신교 소교주.

위마참군 僞魔斬君 위극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 * *

“삼인성호 三人成虎 라…….”

무림맹 내 천마신교에 마련된 전각.

그곳에 마련된 응접실에서 나는 왕일의 보고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런 나의 중얼거림을 들었을까?

왕일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옛말 틀린 것 하나 없습니다. 이상하게 두 명은 무시가 되지만, 세 명이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되면 그것을 참으로 믿게 되지요.”

“와아.”

“똑똑하네.”

왕일의 대답에 옆에 있던 위천은 감탄을, 마독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런 녀석들의 반응은 일단 접어 두고.

나는 자랑스럽게 미소를 짓고 있는 왕일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야.”

“예?”

나의 부름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왕일.

나는 그런 녀석을 보며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게 거짓이면 나는 사람들 입장을 이해 안 하는 안하무인 인간이네?”

“천마신교의 소교주라면 응당 그래도 되지요.”

갑작스러운 나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왕일 이 녀석은 당황한 기색도 내보이지 않은 채 대답했다.

그에 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본교의 소교주라면 그렇게 피도 눈물도 없어야 하나?”

“천마께서 그러하잖아요.”

제길.

졌다.

왕일의 당당한 대답에 나는 입맛을 다시며 시선을 돌렸다.

“왕일! 그거 본교에 대한 무례한 발언이야!”

“응? 그런가? 천마의 위치라면 당연히 그래도 되는 위치 아니야?”

“어 그러네?”

저 멍청한 녀석.

왕일에게 말려들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내 동생 위천을 보며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홀짝.

실실 웃으면서 술을 홀짝이는 주윤문을 바라보았다.

“너는 왜 여기서 술을 마시냐?”

“너랑 마시려고 왔지.”

“나 바빠.”

“응, 일해. 나는 마실게.”

하아.

왜 내 주변에는 멀쩡한 놈이 없다는 말인가.

실실 웃으며 술잔을 들어 보이는 주윤문을 보며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쉰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

“어디 가십니까?”

“같이 갈까요?”

그런 나의 행동에 모두가 하던 것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다섯 마리 넘어가는 어린 새(?)들과 같은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가로젓고는 입을 열었다.

“자리 빛내러 가야지. 마독 너는 나랑 같이 가자.”

“예 형님!”

“어, 저도……?”

“넌 빠져.”

마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대답하자 옆에 있던 위천이 슬그머니 일어났지만 나는 차가운 표정으로 거절했다.

현재 본선 진출자 대부분이 술병이 나 본선이 미루어진 상태이다.

여기서 또 다른 참가자인 위천이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비쳐 봐야 좋을 것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리를 마친 나는 방을 나섰고.

“자! 마시자 마셔!”

뒤에서 들려오는 주윤문의 목소리에 몸서리쳤다.

저 망할 놈은 술을 마시기 위해 태어난 놈만 같았다.

나보다 더했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걷기를 잠시.

“은공!”

대련장에 마련된 귀빈실 앞에 도착한 나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헤헤!”

나를 향해 헤실거리는 미소를 짓고 있는 갓 소년의 티를 벗은 청년, 무당파의 제자 태진이 말이다.

“이곳에 들어가려고?”

“아니요. 저는 들어갈 능력이 되지 못해서……. 그저 은공이 보고 싶어서 기다렸습니다.”

이 새X 뭐지…….

당당하게 나를 향해 보고 싶었다며 고백하는 태진을 보며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에.

“형님, 내쫓을까요?”

마독이 앞으로 나와 나를 막아서며 물었다.

그런 믿음직스러운 마독의 모습에.

피식.

나는 웃음이 나왔다.

“이 녀석아 비켜라.”

고작 이류 수준인 녀석이 누굴 막겠다고?

태진.

저 녀석 보기에는 어벙해 보여도 일류의 막바지에 들어선 제법 뛰어난 고수다.

그런 녀석을 마독이 막아선다?

턱도 없는 소리였다.

그런 나의 말에 마독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났다.

흐음…… 조금 심했나?

평소보다 더 시무룩해 보이는 녀석의 모습에 나는 짐짓 당황했지만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나도 모르겠다.

“그래, 봤으니 됐지?”

“네 은공!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십시오!”

“그래.”

태진의 밝은 인사에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야, 가자.”

“예.”

아직도 꽁해 있는 마독의 어깨를 치며 말한 다음 안으로 들어섰다.

“오셨습니까.”

귀빈실 안으로 들어서자 먼저 와 있던 본교의 삼장로, 창마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그에 나 또한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예, 삼장로. 교주님께서는?”

“안 오셨습니다.”

“바쁘지도 않으면서…….”

“지존께서는 바쁘십니다.”

나의 중얼거림을 들었을까?

창마가 특유의 차가운 어조로 대답했다.

거참 이 양반.

세월이 흘러도 변하는 것이 없었다.

뇌옥에 갔다 왔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달라짐이 없는 창마의 모습에 나는 속으로 혀를 한번 차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내가 자리에 앉자 창마 또한 자리에 앉았고 우리는 고개를 돌려 연무장을 바라보았다.

* * *

“푸하하! 그거 아시오? 첫 연회 날. 나는 그대와 싸우고 싶었소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연무장.

그곳에 당당하게 선 거대한 덩치의 권마가 호탕하게 말하자 맞은편에 검을 들고 서 있던 노인, 청수 진인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거 아시오? 그대의 도전에 본 도는 정말 나서고 싶었소.”

“헌데, 왜 나서지 않았소?”

청수 진인의 대답에 권마가 웃음을 멈추고 의문 어린 어조로 물었다.

그에.

“소교주에게 빚이 있기 때문이오.”

“응?”

소교주에게 빚이 있는 것이 자신과 비무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청수 진인의 대답에 말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권마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청수 진인을 바라보았다.

그에.

스르릉.

청수 진인은 검을 뽑았고 이내 자세를 낮추며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곳에서 그대를 이겨 버리면 소교주의 입장이 난처해질 것이니 말이오.”

“엉?”

생각지 못한 청수 진인의 도발.

도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청수 진인의 도발에 권마는 잠깐 멍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푸하하!”

쩌렁쩌렁!

“크윽!”

저 멀리 있던 관람객들이 귀를 막고 인상을 찌푸릴 정도로 큰 목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품속에서 철을 길게 뽑아 엮어 만든 장갑을 꺼내 들어 착용했다.

쿵!

두 장갑을 착용하고 서로의 주먹을 가볍게 맞댄 권마.

그가 제법 매서운 소리를 내뿜으며 청수 진인을 바라보았다.

“들어오시오.”

“하하, 권마께서 오시오.”

권마의 제안에 청수 진인이 여유로운 미소로 받아쳤다.

그에.

“거절하지 않겠소이다! 푸하하!”

권마가 좋다고 웃으며 달려들었다.

부웅!

거대한 덩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권마의 빠른 속도!

일순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권마의 신형이 곧 청수 진인의 앞에 나타났고.

우웅!

붉은색 기운에 감싸인 권마의 주먹이 청수 진인을 향해 파괴적인 기세로 파고들었다.

“권강!”

그런 권마의 권강에 사람들은 두 눈을 크게 떴다.

초절정을 넘어 화경의 경지에 들어서야 칠왕의 자리에 오를 최소한의 자격이 이루어진다.

그러한 화경의 경지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 바로 강기이며, 권마가 보여 주는 권강은 흐릿하지도 않은 진한 붉은색이었기에 사람들은 권마가 제법 완숙한 화경의 경지에 오른 것을 알 수 있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보기 힘든 화경의 경지.

그런 화경의 고수 두 명이서 서로 맞부딪치는 이 비무를 사람들은 한시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집중했다.

그렇게 파괴적인 강기가 어린 권마의 주먹에 청수 진인의 검이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웅!

“검강이다!”

“와아아아!!”

부드럽게 휘둘러지는 청수 진인의 검에 어린 푸른색의 검강.

그 검강에 사람들은 환호했고 이내 거대한 함성을 지르며 두 절대고수의 비무를 바라보았다.

스윽.

파괴적인 권마의 붉은 권강을 부드럽게 흘려버리는 청수 진인의 푸른 검강.

붉은색과 푸른색의 기운이 각자의 고유한 빛을 자랑하며 강력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부딪쳤고 그 화려한 모습에 사람들은 함성을 내지르는 것도 잊은 채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침묵이 가라앉은 관객석.

그런 관객석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비무에 집중하고 있던 권마는 계속해서 두 주먹을 빠르게 휘둘렀다.

우웅!

우웅!

원래라면 파괴적인 소리를 내며 폭발해야 할 자신의 권강.

그러한 권강이 저 망할 푸른색의 검강에 의해 계속해서 흩어지며 허공에서 사라져 갔다.

그러한 모습에 권마는 답답함을 느꼈고.

우웅!

더욱더 강력한 힘을 내뿜었다.

“와아!”

두 주먹을 넘어 양팔 전체를 감싼 붉은색의 권강.

그 모습에 사람들은 탄성을 내뱉었고.

우웅!

“와아아!”

그에 대응하듯 청수 진인의 검이 휘둘러지며 푸른색의 태극을 그려 내자 다시 거대한 환호성을 내질렀다.

“아플 것이외다.”

“허허, 부드럽게 흘리면 그만인 것을…….”

권마의 도발을 웃으며 받아친 청수 진인.

그런 청수 진인을 보며 권마는 다시 주먹을 들었다.

부웅!

그에 청수 진인은 다시 검을 휘둘렀고.

쿠웅!

더 이상의 빛을 낼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빛을 내는 붉은색과 푸른색의 강기.

그 두 개가 부딪치며 거대한 폭발을 만들었고.

파시식!

그 폭발로 인해 엄청난 먼지가 연무장을 뒤덮었다.

우웅!

잠시 후.

어디에선가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와 먼지를 걷어 내었고 이내.

“와아아!!”

당당하게 서 있는 두 명의 무인을 발견하고는 큰 함성을 내질렀다.

연무장을 뒤덮은 엄청난 환호 소리.

그 환호 소리를 맞으며 권마는 청수 진인을 바라보았다.

“제법이군. 푸하하!”

“그대도.”

호탕한 권마의 말에 청수 진인 또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스윽.

그러고는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에게 예를 갖추며 고개를 숙였다.

이것은 생사결 生死結이 아닌 친선 비무.

이 정도가 딱 적당한 것이었다.

그런 권마와 청수 진인의 모습에.

“와아아아!”

본선의 연기로 인해 시무룩해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뜨거운 가슴으로 거대한 함성과 박수를 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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