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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158화 (158/275)

제158화

제158장 뒷수습 收拾

“실로 대단한 경지였도다.”

이른 아침.

아침 운기를 마친 중년 사내, 적화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감탄을 내뱉었다.

나흘 전.

약관을 갓 넘긴 천마신교의 소교주가 보여 주었던 엄청난 신위.

그 신위 한 번에 나가떨어져 스스로의 명예는 땅으로 떨어졌지만 적화는 개의치 않았다.

“대단했어…….”

오히려 그 대단한 공격을 몸으로 직접 겪을 수 있어 영광이었다.

자신이 넘보지도, 감히 상상하지도 못했던 절대의 경지.

그 경지를 조금이나마 엿본 것에 적화는 충분히 만족스러웠고 나흘간의 운기조식과 명상으로 어느 정도의 깨달음과 정리를 마쳤기에 그는 상쾌한 얼굴로 방을 나섰다.

“좋은 아침입니다.”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적화가 앞으로 나서자 마당에서 비질을 하고 있던 어린 제자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었다.

“그래, 아침부터 고생이구나. 명이는 어디 있느냐?”

어린 제자의 맑은 인사에 적화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아 준 다음 자신의 제자, 유명의 행방에 대해 물었다.

소교주와의 비무 이후, 나흘 동안 정리한 지금의 깨달음.

이 깨달음을 자신의 제자에게 조금이라도 전해 주고 싶었기에 아침 비무라도 하기 위해서였다.

움찔.

이른 아침부터 유명을 찾는 적화의 물음에 어린 제자가 눈에 띌 정도로 당혹스러워하며 움찔했다.

그런 제자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린 적화.

그가 의무 어린 어조로 입을 열었다.

“무슨 일 있는 것이냐?”

적화는 자신의 제자, 유명을 아꼈다.

친아들처럼…… 아니, 이미 친아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적화가 이른 아침부터 유명을 찾는 것은 평소에도 늘 있었던 일이었다.

반대로 유명이 적화에게 아침 인사를 하러 찾아오기도 했고 말이다.

평소의 일상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행동을 취하며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어린 제자의 모습은 부자연스러웠고 그에 적화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 적화의 되물음에 어린 제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에 적화는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의 눈치를 살피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는 어린 제자.

갓 십 대를 넘긴 어린 제자가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해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던 것이다.

그에 적화는 어린 제자가 더 이상 당황하지 않도록 질문을 그만두었다.

그 대신.

저벅.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걸음을 옮겼다.

“앗!”

그런 적화의 행동에 어린 제자는 당황해하며 탄성을 내뱉었지만 이내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적화의 뒷모습을 바라보기만 하였다.

잠시 후.

“이 녀석이!”

유명의 침실 앞에 도착한 적화는 문안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기척에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언성을 높였다.

도사에게 있어서 가장 기초적이면서 중요한 것이 바로 성실함이다.

게다가 오늘은 정마대회의 본선!

이 중요한 날 일찍 일어나 몸을 풀지 않고 아직 잠을 청하고 있다니!

스승으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멍청한 행동이었다.

그에 적화는 무서운 표정을 지었고.

스윽.

침실 문을 향해 손을 올렸다.

그리고.

벌컥!

강하게 침실 문을 열었다.

오랜만에 스승으로서의 무서움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던 적화는 방문을 열자마자 동시에 호통을 치려 했지만!

“큭!”

지독한 냄새로 인해 그만 코를 틀어막고 말았다.

유명의 침실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지독한 향기.

그 향기에 적화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이놈이!”

그 향기가 지독한 주향 酒香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대로 大怒 한 표정을 지으며 언성을 높였다.

비단 화산파뿐만이 아니었다.

“이 새끼가!!”

“이 미친놈이!”

무림맹의 귀빈들에게 배정된 수많은 전각.

각 명문가의 사람들이 지내고 있는 전각에서 이와 같은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 * *

“지랄 났네, 지랄 났어.”

해가 중천에 도달했을 무렵.

나는 왕일이 가져온 소식에 혀를 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인이라는 것들이 술을 못 이겨서 단체로 술병에 걸려?

게다가 술병으로 인해 대회의 본선을 연기해?

지랄도 이런 지랄이 없었다.

너무나도 어처구니없는 이 상황에 나는 기가 차 헛웃음을 지었다.

“크아아! 시원하다!”

그런 나의 앞.

이 사건의 원인 제공자인 주윤문이 얼큰한 탕을 들이켜고는 시원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해질 정도로 시원한 표정을 짓는 주윤문.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국물이 넘어가냐?”

한심하다는 듯한 나의 물음에.

“해장해야지!”

배알이 없는 것인지 녀석이 특유의 시원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너무나도 당당한 녀석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물론 무인이라면 내공을 이용해 주독을 태우거나 밖으로 내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절정의 경지에 올라선 고수만이 가능한 일.

아직 일류나 이류에 머물러 있는 후기지수들이 행하기에는 제법 어려운 기술이었다.

물론, 나의 앞에 있는 괴물 주윤문은 그런 짓도 안 했고 말이다.

멀쩡하게 탕을 계속해서 들이켜는 녀석을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본선 연기됐다.”

“아 그래?”

나의 말에 마치 남의 일을 이야기하는 듯 대답하는 주윤문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의 대화는 불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소교주님, 일살입니다.”

“아, 아버지가 찾습니까?”

그때.

밖에서 익숙한 기척과 목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물었다.

“네, 맹주실로 바로 오라는 전언입니다.”

“네, 알겠어요.”

일살의 전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다녀와.”

그런 나를 향해 주윤문은 손을 흔들어 보였다.

세상 얄미운 모습에 나는 녀석을 한 번 째려보고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방문을 나섰다.

척!

“소교주님을 뵙습니다!”

“소교주님을 뵙습니다!”

내가 방문을 열고 나서자마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흑천단원들이 나를 향해 예를 갖추었다.

그에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아 준 다음 걸음을 옮겼다.

“나 혼자 간다.”

“아, 네.”

그런 나의 뒤에 따라붙는 마독.

녀석을 향해 내가 말하자 녀석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그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윤문에게 붙어 있어. 아마 어머니가 윤문을 부를 거야. 네가 안내해 주도록 해.”

“알겠습니다.”

“그래, 고맙다.”

나의 부탁에 녀석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에 나는 손을 흔들어 보이며 말한 다음 다시 걸음을 옮겼다.

망할 맹주실을 향해 말이다.

* * *

“어서 오시게.”

“안녕하세요.”

맹주실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반겨 주는 인자한 목소리.

외할아버지면서, 따로 독대를 해 본 적이 없는 맹주, 천진이 나를 반겨 주었고 나는 웃으며 그런 천진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늦었다.”

“죄송합니다.”

역시 저 양반은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었다.

오는 길에 귀여운 꼬마 아이가 보이기에 조금 놀아 주고 왔다.

그러다 보니 조금 늦었고 그것을 콕 짚는 천마를 보며 나는 속으로 구시렁대면서도 겉으로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마치 정말 반성하고 있다는 듯 말이다.

“쯧.”

그런 나의 사과에 천마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찼다.

그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행동으로만 사과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하하, 소교주 안 늦었습니다. 어서 앉으십시오.”

나의 사과가 끝이 나자 가만히 앉아 눈치를 살피던 칠장로 운월이 웃으며 말을 건네었다.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화답해 주었고 이내 비어 있는 나의 자리로 걸음을 옮겨 그곳에 앉았다.

“크흠, 그런 회의를 시작하겠소.”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구석에 가만히 앉아 있던 제갈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입을 열었다.

‘저 양반, 다 나았나 보네.’

천마에게 까불다가 된통 당했던 무림맹의 군사 제갈명.

왼쪽 팔에 하얀 붕대를 감은 것을 빼고는 멀쩡해 보이는 제갈명의 모습에 나는 속으로 고소를 지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오늘 치렀어야 할 대회의 본선을 뜻하지 않게 미루게 되었습니다.”

“크흠.”

“흐음.”

제갈명의 입에서 나온 말에 장로들이 불편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했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래, 다 지네들 제자가 술 처먹고 술병 나서 그런 거다.

그러니 불편할 수밖에.

장로들의 모습에 고소를 짓던 것도 잠시.

나는 다시 제갈명을 바라보았다.

그것을 대신할 대책이 궁금했던 것이다.

그런 나의 시선을 느꼈을까?

제갈명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느끼고 있는바. 그 불만을 잠재울 수 있도록 대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

“하여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뭐야?

이미 어느 정도의 대책을 세워 둔 것이 아니었나?

장로들과 본교의 인물들을 둘러보며 의견을 묻는 제갈명의 모습에 나는 살짝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고로 군사란 차선을 넘어 최소 세 개의 대책을 세워야 했다.

그리고 대회를 계획하였을 때 이러한 일로 연기되었을 때의 대책도 미리 세웠어야 했다.

그것이 군사가 할 일!

헌데, 마땅한 대책도 없이 우리들에게 의견을 묻는다고?

생각지도 못한, 무능하다 못해 멍청해 보이기까지 하는 제갈명의 모습에 나는 나도 모르게 입을 열고 말았다.

“군사께서는 따로 생각한 대책이 없으시오?”

어이가 없다는 나의 의견.

그 의견에 제갈명이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의 고견을 듣고 싶어 먼저 묻게 되었습니다.”

“없다는 거군.”

대책이 없다는 것을 뭐 저리 빙빙 돌리면서 대답하는지 모르겠다.

고견 어쩌고저쩌고 하는 제갈명 모습에 나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말한 다음 가만히 턱을 쓰다듬었다.

제갈명이 얼굴을 붉히며 나를 노려보는 것 같았지만 그것은 가볍게 무시하고 넘어가자.

“혹시 제가 한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허하겠네.”

가만히 턱을 쓰다듬은 것도 잠시.

곧 생각을 정리한 내가 손을 들어 보이며 말하자 상석에 앉아 있던 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나는 고개를 돌려 천진의 옆에 앉아 있는 천마를 바라보았다.

나의 직속상관은 천마.

그의 허락이 최우선이었다.

그런 나의 시선에 천마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바쁩니다.”

“……?”

나의 입에서 나온 바쁘다는 말.

뜬금없는 그 말에 장로들은 물론 본교의 장로들과 무력대주가 나를 의문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 까놓고, 빨리 이야기하고 정리합시다.”

“크흠.”

예의라고는 단 일도 찾아볼 수 없는 나의 언행에 무림맹의 장로들이 불편하다는 표정으로 헛기침을 하였다.

아 물론, 운월 장로와 적화 장로 빼고 말이다.

‘어쩌라고.’

나머지 장로들의 불편함은 가볍게 무시한 나는 여유로운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본 다음 다시 입을 열었다.

“자, 본선 대회가 미루어진 것은 본선 진출자가 모두 술을 겁나게 처먹…… 크흠, 마셔서 술병이 났기 때문입니다.”

“…….”

어이구, 중간에 말실수할 뻔했다.

정곡을 찌르는 나의 말 때문이었을까?

나의 말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애들이 사고 쳤으니 보호자가 책임을 져야지요.”

“……?”

“자, 우리 어린아이들을 대신해서 광대가 되어 화난 인심을 달래 줍시다.”

간단했다.

아이들이 사고를 쳤으면 뒷수습은 부모가 하는 법.

아이들이 볼거리를 제공하지 못한 탓에 사람들이 화가 났으니 부모이자 스승인 그들이 직접 볼거리를 제공하여 화를 가라앉히면 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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