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154화 (154/275)

제154화

제154장 예선 끝 終

‘뭐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태진.

그런 녀석의 행동과 모습에 나는 당혹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흥! 나보다 약해 보이는군.’

‘흠. 제법이군.’

‘흥! 나보다 나이가 많으니 강한 것은 당연하지!’

사파의 지존이었던 전생.

이십 대 후반의 나이에 무당제일검이라는 자리에 올라 무림맹을 대표하는 고수 중 한 명이었던 태진.

그는 진짜 이상하게 나한테 계속 깝치던 존재였다.

오죽했으면 무림맹주였던 천진이 나서서 그를 말리기까지 했겠는가?

하지만 녀석은 끝까지 나를 향해 까불었고, 나는 늘 웃으며 녀석을 다독여 주었다.

두 주먹과 발로 말이다.

그러고 보니 그 당시의 태진은 마천살성의 기운을 보이지 않았다.

도맥과 무맥을 동시에 이었던 천재 태진이었으니 아무래도 마천살성의 기운을 도교의 가르침으로 잘 억제하였나 보다.

아무튼, 나에게 그렇게 얻어터지면서도 계속해서 까불던 놈이 순수 그 자체인 위천과 같은 행동으로 나를 바라보니 여간 당혹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내가 계속해서 당혹스러워하자 태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청수 사숙에게 전해 들었습니다. 스승님의 마지막 배웅을 해 주셨다고.”

“그랬지.”

“감사합니다.”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인 나의 대답에 태진이 나의 손을 놓고 뒤로 물러나더니 이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하였다.

전생에서의 싸가지 없던 모습과는 너무 다른 태진의 모습에 나는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애써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는 다시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선배께서는 어린 나이에 입적하여 늘 옆에 있어 주지 못한 것을 슬퍼하셨다.”

“아…….”

두 눈을 감기 바로 전까지 태진을 언급하던 청학.

그의 마지막 모습과 그의 감정을 태진에게 전해 주자 녀석이 탄성을 내뱉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고는 다시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스승님은 편안하게 가셨습니까?”

“그래, 나를 통해 너에게 마지막 유지를 전하게 되어 홀가분해하셨다.”

“감사합니다.”

녀석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고 그에 태진은 다시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품속에서 청학이 나에게 건네었던 서책을 꺼내 들었다.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손을 거쳐 이제는 너덜너덜해져 버린 서책.

그 서책을 건네자 태진은 의문 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에 나는 입을 열었다.

“선배가 부탁하셨던 거다. 너에게 꼭 전해 달라 하였어.”

“아…….”

“어서 받아라.”

나의 설명에 태진은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런 태진의 모습에 나는 어색함을 느꼈기에 인상을 찌푸리며 손에 들린 서책을 내밀어 보였다.

그런 나의 행동에 그제야 태진이 조심스럽게 서책을 받아 들었다.

그러고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눈물을 흘리며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하였다.

거참, 싸가지 없던 녀석이 예의 바르게 구니 참 기분이 묘했다.

그에 어색함을 느낀 나는 몸을 돌렸다.

“간다.”

어서 이곳을 벗어나야겠다.

그렇게 내가 인사를 건네자.

“은공!”

녀석의 입에서 괴상한 단어가 튀어나왔다.

“은공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녀석의 입에서 나온 은공이라는 단어.

그 단어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다시 몸을 돌려 태진을 바라보았다.

“무당파의 제자가 천마신교의 소교주에게 은공이라니? 정신 안 차려?”

“하지만, 은공이 맞지 않으십니까.”

“뭐래.”

“저는 은공이라 부를 것입니다.”

확고한 어조와 태진의 두 눈에 어린 고집을 읽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기를 잠시.

나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태진을 바라보았다.

“그냥 무당파 나오는 것은 어때? 그러면 은공이 아닌, 형님으로도 부를 수 있는데?”

“불가 不可 입니다.”

칼이다.

장난스러운 나의 물음에 태진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

거참, 무슨 농담을 못 하겠다.

칼 같은 녀석의 거절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고는 다시 몸을 돌렸다.

뭐, 마천살성의 기운을 지니고 있는 존재라면 본교에서 탐낼 인재겠지만…… 굳이?

이미 나라는 뛰어난 인재가 있기에 굳이 무당파와 척을 지면서까지 녀석을 빼 올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전생에서 마천살성의 기운을 잘 억제했던 놈이다.

즉, 미쳐 날뛰어 일반 백석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뜻 이다.

물론 내가 죽은 이후에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가 죽기 전까지는 멀쩡했다.

조금 싸가지가 없었던 것은 빼고 말이다.

그러니 알아서 어련히 잘할 것이다.

그에 나는 미련 없이 걸음을 옮겼고 곧 그 장소를 벗어났다.

* * *

“윤문 승!”

“와아아!!”

예선전의 관람석에 돌아오자마자 들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성이 나를 반겼다.

갑작스럽게 커진 환호성에 나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지으며 서은설의 옆에 앉았다.

“뭐야?”

“왔어?”

영문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의 힘찬 함성 소리.

그에 내가 묻자 서은설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겨 주었다.

그러고는 연무장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저분이 너의 벗이야?”

“응?”

연무장에 마련된 한 무대를 바라보며 서은설이 물었다.

갑작스러운 서은설의 물음에 나는 의문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피식.

피식 웃고 말았다.

왜냐고?

“푸하하! 내가 이겼다!”

세 번째에 위치한 무대.

그곳에서 익숙한 사내가 적색의 검을 들어 보이며 자신의 승리를 자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적협공자! 적협공자!”

그런 사내, 주윤문을 보며 수많은 사람들은 그의 별호를 연호했고 그에 주윤문은 계속해서 웃어 보이며 사람들의 함성 소리에 화답하듯 손과 검을 흔들어 보였다.

사람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것이다.

저 경박스럽게 자축하는 사내가 이 제국의 황제라는 것을 말이다.

“흐음…….”

위엄을 보여야 하는 황제와는 너무나도 멀어 보이는 촐싹거리는 모습.

그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정말, 알다가도 모를 놈이었다.

“저 공자가 너의 벗이니?”

그런 나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어머니가 나를 향해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

그에 나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요?”

저런 촐싹거리는 놈은 제 친구 아니에요.

“그래, 한번 초대하거라. 같이 밥이라도 먹게.”

나의 부정에 어머니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참.

친구 아니래도…….

어머니의 말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연무장에서 내려오는 주윤문을 바라보았다.

“다행이네.”

아무래도 생각 정리를 마쳤나 보다.

아주 긍정적인 방향으로 말이다.

그렇게 주윤문이 대회에 참가하고 나서 약 한 시진을 더 비무를 치러 예선의 첫째 날이 끝이 났다.

그리고 다음 날 둘째 날이 지나고 마지막 날의 예선전이 치러졌다.

물론 위천과 주윤문은 가볍게 예선을 통과하였고 대회에 참가했던 흑천단원들 모두가 합격하여 본선에 진출하게 되었다.

그렇게 삼 일에 걸쳐 예순네 명의 본선 진출자가 결정이 되었고, 본선 진출자들을 위한 연회가 무림맹의 내성에서 펼쳐졌다.

그에 나는 참가자가 아니기에 푹 쉬려고 했지만…….

“형님 정말 같이 안 가실 건가요!”

나의 앞에서 쫑알거리며 울상을 짓는 동생, 위천의 모습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왜 가냐?”

“제가 가잖아요!”

“그래서?”

“은설 누님도 같이 가기로 했어요!”

나의 되물음에 옆에 있던 마독이 대답했다.

그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마독을 바라보았다.

“눈치 안 챙기지?”

“죄송합니다.”

나의 주의에 마독이 찔끔하더니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그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가기 싫었다.

무림맹에 오고 나서 본교의 얼굴로서 이리저리 많이 돌아다녔다.

그렇기에 오늘 밤은 푹 쉬려고 했지만…….

‘하아.’

은설이가 간다면 나도 가야겠지.

그렇게 생각을 마친 나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래 가자.”

“와아!”

“하하.”

나의 대답에 위천과 마독은 환호하며 서로의 손바닥을 마주쳤다.

이 자식들이 아주 친해졌다.

그런 둘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벌컥!

그러고는 연회장으로 향하기 위해 방문을 열었다.

그렇게 방문을 열자마자 보였다.

달빛을 받아 매혹적인 자태를 뽐내는 아름다운 여인, 서은설의 모습이 말이다.

그에 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부르려 했지만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에 나는 의문을 느끼며 서은설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에.

“뭐야…….”

나는 보고 말았다.

서은설을 바라보며…… 마치 연인을 그리워하는 듯한 아련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나의 벗.

주윤문을 말이다.

* * *

“잘 챙겼지?”

“예, 주군.”

가벼운 발걸음으로 방을 나선 주윤문.

그가 자신의 옆에 선 혈영을 보며 물었고 혈영은 양손에 가득 들린 술병을 들어 보이며 대답했다.

그에 주윤문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혈영의 양손에 가득 들린 술병.

보기만 해도 마음이 든든해졌기 때문이었다.

“헌데 주군.”

“왜?”

그런 주윤문을 바라보던 혈영이 입을 열었고 주윤문은 혈영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혹 소교주에게 가는 것입니까?”

“맞아.”

“연회장에는……?”

“내가 거길 왜 가.”

혈영의 물음에 주윤문이 짧게 대답했다.

그에 혈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자신의 양손에 가득 들린 술병을 들었다.

“모시겠습니다.”

“그래.”

양손 가득 술병을 집어 들고 앞으로 나서는 혈영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지은 주윤문.

그가 당당하게 앞장서는 혈영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삼엄한 무림맹의 내성을 걷기를 잠시.

“누구십니까?”

둘은 천마신교에 배정된 전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전각의 정문.

한 자루의 검처럼 날카로운 기운을 내뿜는 마인 두 명이 강한 기운을 품고 있는 혈영을 막아서며 물었다.

그에 혈영이 옆으로 살짝 물러나며 입을 열었다.

“나의 주군이 벗을 찾아오셨소이다.”

“음?”

혈영의 대답에 두 명의 마인이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살랑.

자신을 향해 손을 가볍게 흔들어 보이는 젊은 사내가 보였다.

시원한 이목구비와 미소가 매력적인 사내.

바로.

“아, 적협공자셨군요.”

천마신교 소교주의 벗으로 유명한 적협공자 윤문이었다.

예선전에서 그의 모습을 지켜보았고, 또 뛰어난 무공으로 유명해진 주윤문이었기에 마인들은 그를 한 번에 알아보았다.

그에.

“적협공자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정중히 예를 취하며 주윤문을 맞이하였다.

그런 마인들의 정중한 환영에 주윤문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고생이 많아요.”

“감사합니다. 들어가시지요.”

주윤문의 치사에 선임으로 보이는 마인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 다음 뒤로 물러서서 길을 터 주었다.

그에 주윤문이 앞장서서 걸음을 옮겼고 그 뒤로 혈영이 걸음을 옮겼다.

“휘유, 좋네.”

자신에게 배정된 숙소와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전각의 모습에 주윤문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고는 마인이 안내해 준 작은 전각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어서, 자신의 벗과 술 한잔 기울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 마음에 주윤문의 발걸음이 빨라지던 순간!

멈칫.

주윤문은 그대로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그에 뒤따르던 혈영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두 눈을 크게 뜬 주윤문의 모습에 뒤로 물러나 고개를 숙였다.

감정의 동요를 보이는 주군의 모습.

그 모습을 신하 된 자로서 직접적으로 보는 것은 큰 결례였기 때문이다.

“아…….”

그렇게 혈영이 고개를 숙이던 같은 시각.

주윤문의 시선을 느낀 것일까?

걸음을 옮기던 아름다운 여인.

서은설이 고개를 돌렸고 이내 주윤문과 두 눈이 마주쳤다.

그에.

“아스나…….”

주윤문의 입에서 아련한 음성이 흘러나왔고.

뚜욱.

이내 주윤문의 두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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