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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153화 (153/275)

제153화

제153장 태진 太進 (2)

“이런 미친!”

스승의 별호와 같은 거 巨 그리고 힘이 강하다 하여 힘 力 이라는 글을 더해 거력도 巨力刀라는 별호로 불리는 민규.

하남성에서 제법 알아주는 고수인 그는 자신의 앞에 서서 도를 막아서고 있는 어린 도사를 바라보았다.

이제 막 십 대 후반으로 보이는 어린 도사.

그에 민규는 내심 그를 무시했지만 이내 그 무시하는 감정은 분노로 그리고 경악으로 바뀌고 말았다.

자신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무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도를 피하지 않고 맞서는 어린 도사.

피를 흘리고, 내상을 입으면서도 절대 물러서지 않는 도사 같지 않은 어린 도사의 모습에 그만 질려 버렸던 것이다.

퉤.

하늘색 바탕인 무당파의 깨끗한 도복은 군데군데가 찢어져 있었으며 그 사이로 피가 스며들어 도복 전체가 피로 젖어 있었다.

거기에다가 피가 섞인 가래침을 내뱉으면서도 살벌한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태진의 모습에 민규는 의문이 들었다.

정말, 자신이 알고 있는 그 명문 무당파의 제자가 맞는지 말이다.

“아직 멀었소.”

그렇게 민규가 태진의 정체에 대해 의심하는 동안. 피를 뱉은 태진이 민규를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오스스!

그런 태진의 미소에 민규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자기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피를 흘리면서 씨익 미소를 지어 보이는 태진의 모습이 기괴했던 것이다.

“제길.”

그런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웠던 걸까?

뒤로 한 걸음 물러섰던 민규가 욕설을 내뱉으며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고는 다시 도를 강하게 쥐었다.

그런 둘의 모습에 의해 시끄럽던 연무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하남성에서 제법 알아주는 고수인 거력도 민규.

그런 민규에게 아직 부족하고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물러서지 않는 무당파의 어린 도사.

이야기를 좋아하는 무림인들에게 있어서 이것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없을 것이다.

그에 이곳을 찾은 관객들은 물론 다른 연무장에서 대련 중이던 무인들까지 민규와 태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뜻하지 않게 수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 민규와 태진.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았고.

타앗!

이내 죽일 듯한 기세로 달려들었다.

* * *

“무당파라…….”

재밌었다.

피를 흘리면서도 미친놈처럼 민규에게 달려드는 태진.

무당파의 도복을 입고 있음에도 마인 같아 보이는 녀석의 모습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너구나.”

그런 녀석의 모습을 보니 누군지 알 것 같았다.

무당파의 어디에도 끼지 못했던 무공만 강한 놈.

사파의 지존이던 자신에게 끝까지 까불면서 대들면서도 뒤에서는 자신을 따르고 좋아했던 외로운 놈.

전생에서의 익숙한 모습이 겹쳐 보이는 태진의 모습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무림맹의 장로들이 모여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끄응…….”

무림맹의 장로들 사이에서 신음을 흘리며 고민 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청수 진인.

그런 청수 진인을 보며 나는 내공을 살짝 끌어 올렸다.

-멈춰야 하겠습니다.-

-…….-

갑작스러운 나의 전음.

그 전음에 청수 진인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에 나는 다시 전음을 보내었다.

-이미 알고 있었습니까?-

흠칫.

씨익.

청수 진인이 흠칫했다.

나의 물음에 흠칫한 청수 진인을 보며 나는 여유로운 어조로 다시 전음을 보내었다.

-알고 있었군요.-

그런 나의 전음에 그제야 청수 진인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저 아이는 본 파의 제자이오.-

-무당파에서 살성 殺性 도 키웁니까?-

청수 진인의 대답에 나는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에.

-……본 파는 저 아이가 이겨 낼 것이라 믿소.-

청수 진인이 답지 않은 대답을 내뱉었다.

재밌었다.

살성을 지닌 무당파의 제자.

그런 제자의 무재가 탐이 나 살성을 이겨 내게 하려는 무당파.

이것 참.

역시 이래야 정파지.

전생에서는 천마신공을 익히지 않아 알지 못했지만 현생에서는 아주 잘 보이고 느껴졌다.

태진의 몸속에 잠들어 있는 무서운 살성의 힘이 말이다.

-보통 살성이 아닌 것 같은데.-

마의 기운의 정점인 천마신공이기에 보이는 살성의 힘.

그런 나의 말에도 청수 진인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에 나는 궁금해졌다.

과연 저들이 태진이 가지고 있는 힘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고 있는지 말이다.

그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나는 자시 전음을 보내었고.

-마천살성 魔天殺性.-

벌떡!

이어진 청수 진인의 반응에 의문을 해소할 수가 있었다.

나의 전음과 동시에 청수 진인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경악 어린 표정은 덤이다.

“사장로……?”

“왜 이러시오?”

그런 청수 진인의 행동에 주변 장로들이 의아해했지만 청수 진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에 나는 다시 전음을 보내었다.

-우선 제자 뺏을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니 걱정 마시고, 대련은 그만두게 하십시오.-

-…….-

-어서요.-

나의 전음에도 불구하고 청수 진인은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고 그에 나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재촉했다.

그에.

-믿어도 되겠소?-

그가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자를 뺏지 않겠다는 나의 말.

그 말을 믿어도 되겠냐는 물음이었다.

그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억지로 뺏어 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지가 오겠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묘한 나의 대답에 청수 진인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아무리 무에 집중한 무인이더라도 정치가 판을 치는 무림맹의 사장로이다.

나의 말뜻에 담긴 속뜻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에 그가 복잡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스윽.

몸을 돌려 연무장을 바라보았다.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짓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알아서 해라.”

고개를 돌려 연무장을 바라보는 나의 귀로 들려오는 천마의 목소리.

그 또한 태진이 지니고 있는 힘을 눈치챘고 그것으로 내가 청수 진인과 전음을 나누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에게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천마의 말에 나는 장난스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일 안 하십니까?”

“닥치도록.”

“넵.”

닥치라면 닥쳐야지.

짜증 섞인 천마의 말에 나는 짧게 대답했다.

그러고는.

“와아!”

대련을 멈춘 무대 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자신보다 강한 무인에게 피를 흘리면서도 끝까지 꿋꿋하게 버틴 무당파의 어린 도사.

사람들은 그런 어린 도사를 향해 큰 환호를 보냈고 어린 도사는 아쉬운 표정으로 민규에게 예를 취했다.

그에 민규 또한 예를 취했다.

처음의 무례한 행동과는 아주 다른 정중한 예를 말이다.

* * *

“또 흥분하였구나.”

대회 참가자들을 위해 마련된 의료원 醫療院.

그곳에서 외상 약을 바르고 내상 약을 먹어 간단하게 치료를 마친 태진은 한적한 곳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부끄럽구나…….”

무당파의 제자로서 순간의 분노를 못 이겨 흥분을 하고 말았던 자신.

그런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던 태진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스승님…….”

어린 시절.

고아였던 자신을 거두어 주었으며 천한 자신에게 글과 무공, 그리고 도리를 알려 주었던 청학.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그의 얼굴을 떠올리며 태진은 매일을 그래 왔듯 오늘도 스승의 품을 그리워했다.

스승님이 계셨다면 분노에 휩싸인 지금의 자신 또한 없었을 것이다.

자신이 기억하는 스승이라면 자신이 화를 다스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을 테니 말이다.

뛰어난 무재와 현명한 머리로 인해 스스로 무공과 도가의 공부를 하고 있지만 태진은 아직 어린 나이.

외롭고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깊게 하게 되자 태진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량수불…….”

그러고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잡념을 털어 내 버리고는 두 눈을 감고 도호를 읊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스승님과 매일 자기 전과 자고 일어나서 읊었던 도호를 말이다.

“괜찮으냐.”

그렇게 도호를 읊던 것도 잠시.

태진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두 눈을 떴다.

“대사형…….”

무당파의 다음 대 장문인으로 내정된 대제자.

그리고 태진에게 있어서 큰숙부와도 같은 태허의 등장에 태진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친 곳은? 아프지 않느냐?”

그런 막내 사제의 모습에 태허는 걱정스러운 어조로 위아래를 살피며 물었다.

그에 태진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바쁘신데 어쩐 일이십니까.”

“아무리 바쁘더라도 사제의 병문안도 오지 못하겠느냐.”

“하하, 부끄럽습니다.”

태허의 대답에 태진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에 태허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오늘 모습 인상적이었다.”

“죄송합니다……. 적당히 물러났어야 하는데.”

오늘 있었던 대련.

그것을 언급하며 태허가 말하자 태진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에 태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태진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입을 열었다.

“무인으로서 끝까지 버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몸을 생각하려무나. 대련은 항상 있다. 그러니 한 번에 모든 것을 걸려고 하지 말도록 해.”

“알겠습니다, 대사형.”

태허의 진지한 충고에 태진 또한 진지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에 태허는 다시 웃어 보이며 태진의 어깨를 다독였다.

“그래, 그럼 나는 가 보마. 조금 더 쉬다 올 것이냐?”

인적이 드문 곳.

쉬기에는 적합한 장소인 이곳을 둘러보며 태허가 묻자 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도호를 읊으며 마음 정리를 하고 돌아가겠습니다.”

“그래, 그러도록 하거라.”

청학의 뒤를 따라 도맥을 이으려 하는 태진.

하지만 그가 지니고 있는 무재가 아쉬워 무맥을 잇기를 바라는 무당파.

복잡한 사연을 지닌 막내 사제를 보며 태허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태허가 사라지고 태진은 다시 도호에 집중하기 위해 자리했다.

하지만.

“안녕?”

뒤이어 들려오는 목소리에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미남자.

생전 처음 보는 잘생긴 미남자의 등장에 화들짝 놀랐지만 이내 태진은 경계 어린 표정으로 사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누구십니까.”

태진의 입에서 나온 경계심 어린 말.

그 말에 사내가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나 몰라?”

“예?”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당당하게 말하는 사내.

그런 사내의 행동에 태진은 순간 벙 찐 표정을 지었다.

세상 어느 누가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저렇게 당당하게 행동한단 말인가?

당혹스러웠다.

그러기를 잠시.

다시 원래의 안색으로 돌아온 태진은 천천히 사내를 살펴보았다.

육 척이 조금 넣는 장신에다가 여인보다 더 고운 머릿결과 피부를 지닌 사내이다.

이목구비는 금방이라도 그림을 찢고 나온 사내처럼 뛰어났으며 눈빛은 깊었고 장난스러운 입매는 매력적이었다.

검은색 바탕의 옷과 회색의 비단 장포를 입은 사내의 모습에 태진은 곧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위마참군!”

“정답.”

바로 천마신교의 소교주, 위마참군 위극신이라는 것을 말이다.

태진의 입에서 나온 별호에 위극신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태진은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위극신을 바라보았다.

“보고 싶었습니다!”

“응?”

갑작스러운 태진의 고백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위극신.

그런 위극신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태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 걸음 더 다가가 위극신의 두 손을 잡기까지 했다.

“정말 보고 싶었습니다!”

“음…… 그……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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