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146화 (146/275)

제146화

제146장 지랄도 풍년 豊年

아름다운 선율만이 흐르는 연회장.

무림맹의 장로들은 천마신교의 마인들의 눈치를 살피며 술을 가볍게 홀짝였고 마인들은 그런 장로들의 시선을 담담하게 넘기며 술을 마셨다.

“푸하하. 더럽게 재미없구만.”

그런 분위기가 마음에 안 들었을까?

왼쪽 편 세 번째에 앉아 있던 이장로, 권마가 돌연 웃음과 함께 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우뚝.

너무나도 우렁찬 권마의 목소리에 악사들이 화들짝 놀랐기 때문일까?

조용한 연회장을 꾸며 주던 아름다운 선율은 어느덧 멈추어 있었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연회장.

그런 연회장 속에서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권마가 몸을 돌리더니 상석에 앉아 있는 천마를 바라보고는 예를 갖추었다.

“지존이시여! 심심해 죽겠는데 분위기도 띄울 겸 무림맹의 장로들과 겨루어 봐도 되겠소이까!”

권마의 입에서 나온 대련 제안.

그 제안에 고지식한 무림맹의 장로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만약 명문가의 수장이었다면 호탕하다며 그 행동을 칭찬할 것이지만 상대는 마교의 장로인 권마였다.

호탕하다 칭찬하기는커녕 오히려 무례하다고 생각되는 권마의 모습에 모든 장로들의 심기가 불편해졌던 것이다.

그런 장로들의 불편한 기색이 연회장을 가득 메웠다.

하지만 눈치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장로들이 무섭지 않은 것인지 권마는 그런 장로들의 불편한 기색을 가볍게 무시했다.

그러고는 천마를 바라보며 재차 입을 열었다.

“이 식상하고 조용한 분위기에 술만 마셔서 뭐 합니까! 제가 직접 흥을 돋워 보겠습니다. 푸하하!”

연회장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권마의 목소리와 웃음소리.

그 제안에 천마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의자 등받이에서 몸을 떼어 앞으로 기울이며 입을 열었다.

“재미있겠군.”

흥미가 가득한 천마의 목소리.

그 목소리가 연회장에 울려 퍼졌다.

큰 목소리가 아닌 작은 목소리임에도 불구하고 그 말뜻은 연회에 참석한 모든 무인들의 귀에까지 정확하게 전달되었다.

그에 사람들은 놀란 표정으로 천마를 바라보았다.

물론, 천마가 강한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두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감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막연하게 생각해 왔던 천마의 강함이 확연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세간에 알려진 모습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 뛰어난 무위를 보여 주는 천마의 모습에 사람들은 역시 천마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생각했다.

역시 천마신교는 강력한 세력이라고 말이다.

그런 천마의 흥미로운 대답이 곧 허락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권마는 웃으며 자세를 풀었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자신의 맞은편에 위치한 무림맹의 장로들을 바라보았다.

“나의 주먹을 받아 볼 무림맹의 영웅은 계시오?”

솥뚜껑만 한 주먹을 들어 보이며 도발하는 권마.

그래도 제법 예를 갖추는 그의 언행에 장로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마교의 이장로인 권마는 무림에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 인물로서 그에 대한 정보가 적은 상태였다.

그에 장로들은 그에게 호승심을 느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혹여나 권마에게 패배하였을 때 자신이 짊어져야 할 책임이 걱정되어 선뜻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

그렇게 이중적인 마음을 가지며 장로들이 고민을 하자 천진이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장로들이 현재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짐작이 되었기에 그런 장로들이 부끄러웠던 것이다.

순수하게 무를 추구하는 무인이 아닌 정치와 권력에 빠진 늙은 여우가 되어 버린 장로들의 모습에 천진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

그런 천진의 부끄러움에도 불구하고 장로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여전히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자신의 도발에도 주저하며 눈치만 살피는 장로들의 모습에 권마는 눈가를 살짝 찌푸렸다.

제법 한가락 한다는 양반들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무림맹의 장로 자리이다.

헌데 겁을 먹어서 나서지 않는다?

그게 무슨 무인이란 말인가!

이것은 세력을 떠나서 같은 무를 추구하는 무인으로서 상당히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그에 순수하게 분노한 권마가 모욕적인 언사를 뱉으려는 찰나!

“제가 권마 장로의 주먹을 받아 보겠습니다.”

한 사내가 손을 들며 무대 위로 올라섰다.

뚜벅, 뚜벅.

연회장 정중앙에 마련된 넓은 무대.

그곳에 오른 중년 사내의 모습에 권마는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사내를 바라보았다.

“푸하하! 그래! 겁쟁이만 있는 것이 아니었군.”

꿈틀!

권마의 입에서 나온 겁쟁이라는 단어.

그 단어에 가만히 앉아 있던 장로들이 움찔하며 권마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저 노려보기만 할 뿐 앞으로 나서지는 않았다.

그런 장로들의 시선을 가볍게 받아넘긴 권마.

그가 당당히 앞으로 나선 중년 사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푸하하! 나는 권마 拳魔 구양문이오!”

오대마가 중 한 곳인 구양권가의 가주 구양문.

권마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소개를 하자 상대편의 중년 사내 또한 권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현무단의 단주 제갈훈이라고 하오.”

“제갈?”

“그렇소. 총군사의 동생이오.”

익숙한 성에 권마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제갈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상석에 앉아 나른한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천마를 바라보았다.

“형님의 명예를 찾아야겠소.”

“푸하하!”

총군사인 제갈명의 명예를 되찾겠다는, 천마를 향한 제갈훈의 당당한 선언.

그 선언에 천마는 피식 미소를 지었고 권마는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러고는.

타앗!

쿠웅!

한 번에 뛰어올라 연회장의 무대 정중앙에 내려섰다.

그런 권마의 기세에 움찔한 제갈훈.

그가 왼발을 뒤로 빼며 자세를 갖추었다.

“명예라…… 푸하하. 좋지.”

무대에 올라선 권마.

그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제갈훈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명예를 찾으려면 실력도 있어야 하는 거 알지?”

“어디 가서 무시당할 실력은 아니외다!”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권마의 발언에 제갈훈은 붉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스르릉!

그러고는 검을 뽑아 들었다.

그에 권마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들어와.”

그러고는 한 손을 들어 까딱거리며 제갈훈을 도발했다.

시정잡배와도 같은 도발에 제갈훈은 분노를 느꼈지만 그것을 애써 참아 내며 호흡을 골랐다.

이것 또한 상대방의 유인책.

자신은 그것에 넘어갈 정도로 멍청한 사내가 아니었다.

자그마치 천재 가문인 제갈세가의 직계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제갈훈은 호흡을 골랐고, 그러면서 권마의 빈틈을 찾기 위해 그를 천천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런 제갈훈의 모습에 권마는 인상을 찌푸렸다.

“재미없네.”

남자답게 달려들 생각을 하지 않고 비겁하게 빈틈이나 찾으려는 제갈훈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제갈훈의 행동은 무인으로서 당연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단순 무식한 권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권마는 당당한 제갈훈의 모습에 올랐던 흥미가 빠르게 식는 것을 느꼈다.

“어금니 꽉 깨물어라.”

그에 권마는 이 대련을 빨리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타앗!

권마의 말이 끝나는 순간!

권마의 신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권마의 신형을 놓쳐 버린 제갈훈은 두 눈을 크게 떴고 아차! 하는 순간.

권마의 거대한 신형이 제갈훈의 바로 앞에 나타났다.

그에 제갈훈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한 채 멍하니 권마를 바라보았고.

부웅!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거대한 손바닥을 바라보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

퍼억!

콰앙!

권마의 손바닥 한 방에 제갈훈은 그대로 끈 떨어진 연처럼 힘없이 날아가더니 그대로 연무장 벽에 처박히고 말이다.

파시시.

연무장 벽을 그대로 박살 내 버리고 만 제갈훈의 몸.

그로 인해 일어난 먼지가 잠시 후 가라앉았고. 가라앉은 먼지 사이로 보이는 광경에 이곳에 모여 있던 수많은 사람들은 신음을 흘렸다.

무너져 내린 연무장의 벽 잔해 속.

그곳에는 오른쪽 뺨이 거대하게 부풀어 오른 채 피를 흘리며 기절해버린 제갈훈의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검협 劍俠이라 불리며 중년 세대를 대표하는 고수 중 한 명으로 칠천신군에 가까운 실력을 가진 고수로 알려졌던 제갈훈.

그는 천마신교의 이장로인 권마의 주먹질…… 아니 싸대기 한 방에 기절하고 말았다.

단 한 번에 말이다.

* * *

‘골 때리네.’

눈앞에 펼쳐진 참혹한 광경.

피를 흘리는 제갈훈과 혀를 차며 그런 제갈훈을 바라보고 있는 권마의 모습에 나는 골이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권마 저 양반.

솔직히 앞으로 나설 때부터 불안하기는 했다.

천마신교의 공식 사고뭉치였으니 말이다.

헌데 저렇게 한 방에 기절시켜 버릴 줄은 몰랐다.

뭐 본교에서라면 권마의 행동은 전혀 상관이 없었다.

고수가 하수를 순식간에 제압하는 것은 당연하니 말이다.

하지만 정파인 무림맹에서는?

아니다.

이들은 진정한 고수라면 하수의 검격을 모두 맞아 주면서 빈틈을 고쳐 주는 지도 대련을 하는 것이 고수로서의 행동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정파의 입장에서는 권마의 행동은 상식선에서 벗어난 상태.

장로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했다.

‘귀찮네.’

뭐 솔직히 말하면 무림맹의 입장이고 나발이고 그것은 내 신경이 아니었다.

그저 귀찮아지는 것이 싫을 뿐.

속으로 혀를 한 번 찬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무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오!”

역시나 내 예상대로 이 결과를 가지고 물고 늘어지는 한 장로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저 꽉 막힌 노친네들을 상대하려니 벌써부터 골이 아파 왔다.

“뭐가 문제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권마에게 따지듯 묻던 중년 사내.

그는 상석에서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팽진혁인가.’

하북팽가의 가주이면서 무림맹의 육장로를 맡고 있는 팽진혁.

사내의 정체를 파악한 나는 그 사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천마의 의문 섞인 물음에 움찔한 육장로는 애써 신색을 가다듬었다.

그러고는 천마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손속에 자비가 없었습니다. 응당 고수라면 하수에게 지도를 하며…….”

육장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천마의 싸늘한 목소리가 육장로의 말을 끊었다.

“이것은 결투였다. 죽이지 않으면 된 것 아닌가?”

그에 육장로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나서야겠다.

계속해서 찡찡거리는 육장로의 모습에 천마의 인상이 찌푸려지는 것을 발견한 나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걸음을 옮겨 무대 위에 올라섰다.

“이장로는 그만 물러가세요.”

“푸하하! 알겠소이다, 소교주. 뒷정리 잘 부탁하오.”

저 양반이…….

물러서라는 나의 명에 웃어 보이며 내게 당당하게 뒷정리를 부탁하는 권마.

그의 모습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째려보았다.

그에 권마는 움찔했고 이내 황급히 걸음을 옮겨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런 권마를 보며 나는 속으로 피식 미소를 지었다.

진짜 구양적 그 녀석과 똑같았다.

어린 시절부터 덩치에 맞지 않게 뺀질거리던 녀석.

눈치 없는 것 같으면서도 기가 막히게 눈치가 좋은 녀석을 떠올린 나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녀석은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가출했으면 나를 찾아올 것이지 왜 서역으로 넘어가서는…… 쯧.

잡생각은 여기까지 해야겠다.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던 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며 고개를 내렸다.

그러고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자리에 일어나 있는 육장로를 바라보았다.

“결투 중에 다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어찌 그것을 모르십니까?”

“이곳은 무림맹과 귀교의 화합을 위한 자리요. 그런 자리에서 저런 잔인한 손속이라니! 본 맹에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소이다!”

아깝다.

마교라 했으면 반 죽여 버렸을 텐데 말이다.

흥분을 하면서도 천마가 무서웠을까?

귀교라 칭하며 예를 차리는 육장로의 모습에 나는 진정으로 아쉬움을 느꼈다.

“운이 좋군.”

아, 그 감정을 나만 느낀 것은 아니었나 보다.

상석에서 육장로를 보며 피식 웃는 천마를 보며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하여튼 묘하게 잘 맞는 양반이었다.

아씨, 뭐라는 거야. 저 양반이랑 잘 맞다니.

문득 떠오른 생각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천마 때문에 기분이 나빠졌기 때문일까?

나는 삐딱한 표정으로 육장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소. 그저 내 눈에는 맹의 무사가 한 방에 나가떨어져 가지고 쪽팔려서 소리치는 것 같소만.”

“소교주!”

나의 입에서 나온 비릿한 어조에 육장로는 물론 주변에 있던 모든 장로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언성을 높였다.

좀 전까지 보여 주었던 소극적인 모습과 달리 꽤나 격동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 장로들.

그런 장로들을 보며 나는 눈가를 찌푸렸다.

이 양반들이.

천마나 권마가 말할 때는 실실 눈치나 살피더니 내가 말하니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다렸다는 듯이 까분다.

‘나…… 얕보이는 건가?’

그런 장로들의 행동에 나는 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흘러나왔다.

내가 아직 어려서인지, 아니면 이름값이 낮아서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묘하게 나를 만만하게 보고 행동하는 장로들의 모습에 나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싸늘한 눈빛으로 장로들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꼬우면 덤벼. 내가 상대해 줄 테니까.”

“!!”

“이것은 결투. 절대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안심하고 덤비라고.”

“소교주!”

나의 도발에 장로들 모두가 언성을 높였다.

그에 나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그런 장로들을 둘러보았다.

“무섭나? 약관을 겨우 넘긴 소교주에게 질까 봐?”

“…….”

“무림맹의 장로는 무인이 아니라 권력에 빠진 늙은 여우들이 꿰차는 자리인가 보군.”

비릿한 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쿠웅!

폭발적인 기세를 내뿜는 한 사내가 무대 위에 올라섰다.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바람과도 같은 사내의 기운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곤륜인가?”

본교에게 많은 피해를 입었던 청해성의 곤륜파.

그곳의 도사로 보이는 인물의 등장에 나는 가소롭다는 어조로 물었다.

그에.

“칠장로 운월이라 하오. 유운선검 流雲善劍 이라는 별호를 가지고 있지만 나의 검은 선하지 않소. 그러니 조심해야 할 것이오. 나의 날카로운 검이 그대의 심장을 찌를지도 모르니.”

지랄도 풍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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