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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139화 (139/275)

제139화

제139장 오리고기의 추억 追憶

“어머니!”

사천당가의 정문.

왕일과 위천의 안내를 받고 그곳에 도착한 나는 정문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익숙한 여인의 모습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나의 목소리를 들었을까?

익숙한 여인, 어머니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화악.

‘아…….’

그래, 저 모습이었다.

나를 향해 보여 주는 어머니의 환한 미소, 그 미소에 나는 포근한 감정을 느꼈다.

그에 나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다녀왔습니다.”

어머니의 앞에 도착하여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었다.

“그래, 다친 데는 없지? 어디 아픈 곳은 없고?”

그런 나의 인사에 어머니는 예의 미소로 맞아 주시며 나의 건강부터 걱정하기 시작했다.

솔직하게 이제는 삼황급이 아닌 이상 나를 다치게 할 존재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어머니의 앞에서는 작은 아이였다.

그것이 싫지 않았던 나는 어머니의 걱정에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화답했다.

“네, 그나저나 어머니.”

“그래.”

“손님이 있습니다.”

이어진 나의 말에 어머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나의 존재가 손님이었다.

헌데 또 다른 손님이 있다니?

의문스러운 것이 당연했다.

“새로 사귄 동생과 제 연인이 된 은설이도 함께 왔지만…… 그들은 나중에 인사하시고 우선…….”

의문 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와 두 눈을 마주친 나는 말을 마침과 동시에 옆으로 슬쩍 물러났다.

그러자 어머니의 아름다운 두 눈동자에 한 사내가 투영되었다.

어머니를 바라보며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중년 사내.

바로, 천풍이었다.

“오라버니……?”

믿기지가 않았던 것일까?

어머니가 놀란 표정과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에.

“소화야…….”

천풍 또한 떨리는 음성으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정말 오라버니이십니까?”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만남이기 때문이었을까?

어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그에 천풍은 걸음을 옮겨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스윽.

손을 들어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그동안 오라비의 얼굴도 잊은 것이더냐?”

울음이 섞인 타박.

그 타박에 어머니의 눈에서 한 줄기 물이 흘러내렸다.

뚜욱.

바닥을 향해 떨어진 어머니의 눈물.

그 눈물과 동시에 어머니는 다시 환한 미소를 지으셨고, 이내.

“조금 늙으셨네요.”

반가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천풍에게 장난을 건네었다.

그런 어머니의 장난에 천풍 또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참 보기 좋은 광경이 아닐 수가 없었다.

괜히 코가 시큰해지네.

그렇게 감동스러운 것도 잠시.

저 멀리서부터 강력하고 또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기에 나는 서둘러 기운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콰앙!

거대한 굉음과 먼지바람이 우리를 반겨 주었다.

미리 그의 기운을 파악한 나의 행동으로 인해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아무튼, 갑작스럽게 등장하여 재회를 만끽하고 있던 어머니와 천풍을 갈라놓은 불청객.

“넌, 누구냐.”

바로 천마였다.

금방이라도 찢어 죽여 버릴 듯한 눈빛으로 천마는 천풍을 노려보았다.

진짜, 무서운 두 눈빛이었다.

천마의 눈빛과 음성에 가득 담긴 살기에 나는 그만…….

“풉.”

아…….

웃어 버리고 말았다.

급하게 손을 들어 입을 틀어막기는 했지만 이미 늦어 버린 상태.

천마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애써 웃음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

“숙부님이십니다.”

“숙부……?”

나의 대답에 천마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뭐 그래 봤자 두 눈이 살짝 일그러진 정도지만 말이다.

남들이 보면 표정 변화 없는 차가운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아무튼, 그런 천마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천풍을 스윽 바라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어머니의 오라비, 즉 교주님에게는 처남이 되겠지요.”

“…….”

“이십오 년 만에 동생을 만나 너무나도 기쁜 마음에 호북에서 여기까지 한달음에 달려왔습니다.”

“…….”

“그런 처남의 행동에 뭘 그리 열을 내고 그러십니까? 아, 외간 남자가 어머니의 손을 잡아서?”

“…….”

“아주 그냥 질투…….”

스윽!

콰앙!

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나를 향해 날아오는 묵색의 강기를 보며 나는 옆으로 살짝 피했고, 강기는 애꿎은 바닥만 때렸다.

때렸다기보다는 폭발시켜 버린 것이 맞지만 아무튼.

차가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천마를 보며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처남을 넘어서 아들까지 공격하네.”

타앗!

채챙!

역시 우리 부자 父子 는 만나면 주먹이 오고 가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천마는 검을 뽑아 달려들었고, 나 또한 검을 뽑아 들어 그런 천마를 맞이하였다.

그나저나 우리 아버지 많이 약해지셨네.

천마도 이제 늙었나 보다.

쯧.

* * *

“정말 괜찮아요?”

감숙의 사황성.

성주인 백리관의 집무실에 도착한 백리진은 여유롭게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백리관을 보며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에 백리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뭘?”

“은설이요!”

백리관의 반문에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치며 대답한 백리진.

그런 동생의 모습에 백리관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무슨 은설이가 다섯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어.”

“나이만 먹었지 아직 어린아이예요! 그리고 무림이 얼마나 위험한데요!”

백리관의 여유로운 대답에 백리진이 인상을 쓰며 받아쳤다.

그에 백리관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절대 안 위험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곳이 무림이거늘,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요?”

여전히 여유로운 백리관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백리진이 의문 가득한 음성으로 물었다.

그에 백리관은 술잔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돌려 백리진을 바라보았다.

“너는 내가 무림행을 나간다고 하면 걱정되느냐?”

“네, 술 먹고 무슨 사고를 칠 줄 알고요.”

“…….”

백리진의 당연하다는 듯한 대답에 백리관은 잠시 침묵했다.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 백리관의 모습에 백리진은 피식 미소를 지었고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장난이고, 걱정 안 되죠. 누가 패천황을 걱정하겠어요?”

“그렇지?”

“네, 하지만 은설이는…….”

백리관의 물음에 백리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 백리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백리관이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막아섰다.

“……?”

그에 백리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백리관을 바라보았고, 백리관은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극신이가 있잖아.”

“그래 봤자…….”

“나도 장담 못 해.”

“……?”

이어진 백리관의 설명에 백리진은 말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 듯 의문 어린 표정으로 백리관을 바라보았다.

그런 백리진의 시선에 살짝 미소를 지은 백리관.

그가 조금은 허탈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진짜, 늙은이 다 된 건가. 서럽네.”

“오라버니, 설마…….”

“그래, 그 자식 지 아비를 뛰어넘은 지 오래야.”

“…….”

“너도 봤잖아? 사권 권진욱을 제압한 것.”

“그것은 요행…….”

“요행 僥倖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백리진의 대답에 백리관이 피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진지한 두 눈빛으로 다시 백리진을 바라보았다.

“우리쯤 되는 무인들에게는 요행 같은 것들은 통하지 않아. 그저 압도적인 무력 차이로 순식간에 제압을 한 것이야.”

“…….”

“약관을 겨우 넘긴 젊은 녀석이 칠왕 중 한 명이었던 사권을 가볍게 제압한 것이라고.”

“…….”

“그런 녀석과 함께 다니는 무림행이니 그만 걱정하고 돌아가서 발 닦고 잠이나 자.”

이어진 백리관의 말에 백리진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생각에 빠진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이내.

“시간 낭비하고 있었네요.”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에 백리관은 고개를 끄덕였고, 허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젓던 백리진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가냐?”

“발 닦고 자러 가야죠.”

“가고 싶으면 가도 된다.”

“……?”

피식 웃으며 장난스레 대답하는 백리진.

그녀는 이어진 백리관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가고 싶으면 가도 된다니?

무슨 의중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에 백리관은 예의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백리진을 바라보았다.

“천풍, 그자가 마음에 들었던…….”

“아 진짜!”

“푸하하!”

* * *

“많이 약해지셨던데요?”

“죽고 싶나?”

“입 다물죠 뭐.”

사천당가에 도착한 그날 밤.

여러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 나는 늦은 시각 천마를 찾아왔고, 내가 찾아올 것을 예상하였는지 미리 술상을 준비해 놓은 천마였다.

천마가 따라 준 술잔을 마시며 그를 자극하자 역시 격하게 반응했고 나는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그에 천마는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한 번 노려보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들이켤 뿐이었다.

그렇게 아무 말 하지 않고 달을 바라보며 술잔을 기울이던 것도 잠시.

석 잔의 술을 마신 내가 입을 열었다.

“잘 참으셨습니다.”

사천당가의 봉문으로 모든 것을 정리한 천마.

그의 행동을 언급하며 내가 말하자 천마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뺀질이가 말은 잘하더군.”

“쓸모 있는 녀석이지요.”

천마의 대답에 나는 웃으며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마뇌 녀석이 탐내겠어.”

“천이 녀석 긴장 좀 해야 할 것입니다.”

이어진 천마의 말에 나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차기 군사로서 교육을 받아 온 사마천.

녀석의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왕일의 능력은 뛰어났으니까 말이다.

뭐, 그렇다고 둘이 다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왕일은 정보를 다루어 소문을 조작하고 여론을 조성하는 것을 잘하고, 사마천은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적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천재적인 병법가였으니 말이다.

두 녀석이 본교의 군사가 되는 날이 오면 필시 그때는…….

“대박일 것입니다.”

진짜 대박일 것이다.

진심이 가득 담긴 나의 말에 천마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술잔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너는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느냐?”

“평화요.”

소교주이자 장차 천마가 될 나.

그런 나를 보며 천마가 물었고 나는 조금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

“…….”

그에 우리 둘 사이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고,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천마를 향해 말했다.

“압도적인 무력 아래에 이루어지는 평화. 그것을 원합니다.”

“네 무력이 깨진다면?”

“그때는 제 알 바 아니죠.”

천마의 물음에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그에 천마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무책임하구나.”

“뭐 어떻습니까? 내가 행복하면 그만이지.”

“하여튼 정 없는 새X…….”

“욕은 좀 심하십니다.”

“오랜만에 목 졸리고 싶으냐?”

나의 대답에 천마가 싸늘한 눈으로 나를 보며 물었다.

그에 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제가 아직 다섯 살 어린아이로 보이십니까?”

“나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냐?”

“아직은 아닙니다.”

“많이 컸군.”

“제가 아버지보다 더 큰 지는 좀 되었습니다.”

“망할 놈.”

한마디도 지지 않는 나의 행동에 천마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고 나는 피식 웃고는 천마의 술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그에 천마는 못 이기는 척 나의 잔을 받았고, 이내 우리 둘은 서로 살짝 미소를 지은 채 술잔을 부딪쳤다.

꿀꺽.

그렇게 부딪친 술잔을 기울여 한 번에 들이켰고, 나는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술상이 차리어진 탁자를 가만히 둘러보았다.

“근데, 아버지.”

“왜.”

“왜 안주가 죄다 오리고기입니까?”

오리고기를 먹지 못해 죽은 귀신도 아니고, 죄다 오리고기였다.

오리탕, 볶음, 구이 등등.

오리고기로 가득한 탁자를 내려다보며 내가 묻자 천마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가 좋아하잖아.”

“…….”

어라, 조금 감동이다.

아니, 잠깐만?

그것을 알고 있는 인간이 어린 시절 내가 먹으려던 오리고기를 다 뺏어 먹었다고?

에라이, 이 양반아.

문득 떠오른 옛날 기억.

처음으로 가족끼리 식사를 하였을 때의 기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고, 이내 젓가락을 들어 오리고기를 집었다.

아니, 집으려고 했다.

하지만.

스윽.

천마의 젓가락이 더 빨랐다.

천마의 빠른 젓가락질로 인해 나의 젓가락은 그만 허공을 짚어 버리고 말았다.

그 안쓰러운 젓가락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들었고, 이내 오리고기를 맛있게 먹고 있는 천마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심술쟁이도 저런 심술쟁이가 없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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