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138화 (138/275)

제138화

제138장 다시 사천 四川

“자네 그 이야기 들었나?”

명 제국에서 가장 유동 인구가 많은 동정호.

늦은 저녁.

술 한잔 걸쳤는지 얼큰한 얼굴을 한 행장 상인의 물음에 오늘 처음 만나 술친구가 된 동정호의 포목점 사장. 나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이야기?”

“허어, 이 친구 소식이 많이 늦구만그래!”

의문이 가득한 그의 대답에 행장 상인, 나하문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포를 꾸짖었다.

그에 나포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이 친구야. 뭔데 그래?”

자신을 꾸짖으면서까지 소식을 알려 주려는 친우의 행동에 나포가 궁금하다는 어조로 묻자 나하문이 자세를 낮추었다.

그러고는 주변 눈치를 살피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글쎄 무협공자와 천마신교의 소교주 위마참군이 동일 인물이라는 소문 말일세!”

뚝.

주변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말한다고 했지만 이미 술에 얼큰하게 취한 나하문의 목소리는 상당히 컸다.

그렇기에 주점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들었고 거짓말처럼 모두가 하던 이야기를 멈추었다.

순식간에 침묵이 내려앉은 주점 안.

그 주점의 공기를 느낀 나하문은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니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그런 나하문의 모습에 사람들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결국.

“이보게! 내가 술 한잔 살 테니 목 좀 축이고 시원하게 이야기 좀 풀어 보게!”

동정호에서 삼대째 이어져 오고 있어 제법 장사가 잘되는 다루의 주인이자 현 사장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노차가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래! 말해!”

그런 노차의 말에 주변에 있던 상인들이 동조하며 나하문을 다그쳤고 나하문은 어색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자신의 앞에 놓인 고급스러운 술을 보고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한 번 헛기침을 하고는 짐짓 큰 목소리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약 삼십 년 전에 일어났던 정마대전이 끝이 나고, 찾아온 평화. 그로 인해 사라진 무림인들의 기개와 협! 그 삶에 젊은 무인들의 가슴 또한 죽어 가던 지금, 새로운 영웅이 등장했으니!”

행장 상인을 하기 전, 이야기꾼인 아버지를 따라 수많은 모습을 보아 왔던 나하문이 흥미를 돋우며 설명을 시작하자 사람들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나하문에의 말에 집중했다.

그런 사람들의 시선에 씨익 미소를 지은 나하문.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선녀보다 고운 외모를 지닌 한 청년이 나타나 어린 소녀를 구하고 협을 행하였으며 거대한 가문인 사천당가에 굴하지 않는 기개를 보여 주었으니 수많은 사람들은 그를 무협공자 武俠公子라고 칭하였다!”

“맞지!”

“그래! 무림의 영웅이지!”

사람들이 서로 동조하며 이야기를 끌어갈 시간을 주어 흥미를 더욱더 잡아당긴 나하문!

잠시의 시간을 준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헌데 그와 동시에 천마신교의 소교주가 무림에 등장했으니, 처음에는 사람들이 공포에 떨었으나 웬걸? 거짓된 마도를 걷는 이들을 처단한다는 이유로 무림공적을 자그마치 열 명이나 베었으니! 사람들은 그를 위마참군 僞魔斬君이라 부르며 인정했고 기존 육천신군에 포함시켜 젊은 나이에 칠천신군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끄응…….”

“비록 마인이지만…… 뭐 확실히…….”

“그래…… 무림공적을 열 명이나 죽였잖아. 사람들의 목숨을 많이 살렸어.”

“내 친척도 그 덕분에 살았다는군.”

나하문이 잠시 목을 축이는 동안.

사람들은 다시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누었고, 그 대화가 무르익는 순간.

나하문의 입이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그런 무협공자와 위마참군이 등장한 시기가 일정하였으니, 수상함을 느낀 개방은 그것을 조사했고 이내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으니!”

꿀꺽.

나하문의 이어진 설명.

그 설명에 사람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나하문을 가만히 바라보았고, 나하문은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듯 한번 둘러본 다음 다시 입을 열었다.

“무협공자와 위마참군은 동일 인물이었던 것이다!”

“허어…….”

“말세구나.”

나하문의 입에서 나온 진실.

그 진실에 사람들은 탄식을 내뱉었다.

정도의 영웅이며 무림인으로서의 협객과 기개를 보여 준 젊은 고수.

그가 무림맹의 후기지수가 아니라 마교의 소교주라니 너무나도 안타까웠던 것이다.

“이름을 숨기다니…….”

“우리를 갖고 논 것이야.”

“간악한 마교인 같으니라고.”

졸지에는 위마참군인 소교주를 욕하기 시작했다.

그에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포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나하문을 바라보았다.

“왜 위마참군은 자신의 이름을 숨긴 것인가? 그럴 이유가 있나?”

“…….”

정곡을 찌르는 나포의 물음.

그 물음에 사람들은 순식간에 입을 다물었다.

자신들이 생각해도 굳이 이름을 숨길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에 나하문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래! 잘 질문했네! 모두 그거 아는가? 천마가 현재 사천성에 있는 것을.”

“알고 있네!”

나하문의 물음에 다루의 주인, 노차가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에 나하문은 노인인 노차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고는 다시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마교가 사천성에 들어설 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공포에 떨었지만 알고 보니 마교가 그렇게 사악한 집단이 아니었네! 전대 고수인 독황, 당독에게 자신의 아들을 괴롭힌 당사자가 그대냐고 묻고 따지기까지 하였으니!”

“허어…….”

“천마, 그 괴물이?”

나하문의 설명에 사람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리도 아니었다.

모든 사람들은 마인을 피도 눈물도 없는 악마로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 사람들의 반응에 나하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위마참군, 소교주의 중재로 사천당가는 마교의 권위를 세워 주기 위해 표면적으로 봉문을 선언했네!”

“허어!”

“거기에다가!”

“무엇인가?”

언성을 높이며 또다시 시선을 집중시키는 나하문의 행동에 노차가 물었다.

그에 나하문이 입을 열었다.

“무림공적을 죽여 받은 현상금은 사천당가를 통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분배가 되었고, 사천당가는 그런 소교주 위마참군의 협행과 기개에 감탄하여 마교의 친우가 되고자 하였네!”

“허어! 그 악마들의 친우?”

“게 무슨 소리인가!”

나하문의 말에 사람들인 반발하며 소리쳤다.

삼십 년 전 일어났던 정마대전.

그때 있었던 전쟁으로 인해 마교는 최악의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헌데 이제 와서 소교주 하나로 그를 좋게 볼 수 있겠는가?

하지만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듯, 저런 사람도 있었다.

“소교주는 특별하군…….”

“쉽지 않은 협행이야…….”

“말 그대로 마중협 魔中俠 이 아닌가?”

그렇게 주점 안은 나하문의 이야기로 두 개의 파로 나뉘어 대화를 하기 시작했고 나하문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노인, 노차를 바라보았다.

그런 나하문의 시선과 마주친 노차.

씨익.

그가 미소를 지었고, 나하문이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고는 조용히 주점을 나섰다.

아직 그가 가야 할 주점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동정호는 나하문이, 호북성은 나하오. 하남성은 하아님, 개봉에는 하마즘까지!

중원 전역에 위치한 수많은 성에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났고 다음 날.

중원 전역에는 무협공자와 위마참군이 동일인이라는 이야기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위마참군의 협행이 널리 퍼지게 되어 길을 지나던 어린아이까지 알게 되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듯, 단 하루 만에 말이다.

* * *

“무슨 일이랍니까?”

다음 날.

사황성주와 인사를 마치고 사천으로 향하기 위해 밖으로 나선 우리들의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마독이 나를 보며 물었다.

그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몰라?”

나도 모른다는 나의 대답.

그 대답에 마독은 고개를 끄덕였고 천풍과 서은설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따라 걸었다.

나를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과 또 악의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대답은 모른다고 했지만 솔직히 짐작이 갔다.

‘녀석.’

아마 왕일이 꾸민 짓이겠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소문을 내어 사람들의 여론을 만들어 가고 조장하는 것을 즐기는 왕일.

검보다 입이 더 무섭다는 것을 친히 보여 주는 녀석을 떠올리며 나는 속으로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걷기를 잠시.

네 명 중 가장 무위가 약한 마독이 빠른 우리 걸음을 따르기 힘들었는지 거친 호흡을 내쉬며 나를 바라보았다.

“형님…… 조금만…….”

“똑바로 걸어.”

하지만 씨알도 안 먹혔다.

녀석의 약한 목소리에 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고 마독은 울상을 지으면서도 꿋꿋이 나의 뒤를 따랐다.

“극신, 조금 쉬었다 가자.”

그런 마독의 모습이 안쓰러웠을까?

서은설이 마독의 편을 들어 주며 나를 향해 휴식을 권했다.

그에 천풍 또한 마찬가지인 듯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바쁩니다. 그리고 마독. 너 체력 키워야 하니까 허리 펴고 호흡 똑바로 하며 따라와.”

마찬가지로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오랜 시간 동안 수련을 대충 하며 술을 즐겨 왔던 마독이었기에 녀석은 체력이 상당히 부족했다.

또한 무공을 펼치는 데 있어서 중심을 잡아 줄 가장 중요한 하체의 근육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나는 녀석을 향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런 나의 어조에 서은설과 천풍은 입을 다물었고 마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의 말대로 허리를 펴고 호흡을 고르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고 잠시 후.

우리는 산을 넘어 다시 사천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후우…… 또 와 버렸네.”

사천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다시 돌아와 버리고 말았다.

눈앞에 보이는 익숙한 사천성도의 모습에 나는 미소를 지은 것도 잠시.

“형님!”

저 멀리서 나를 바라보며 손을 흔드는 익숙한 얼굴을 발견하고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다다닥!

나의 미소에 어린아이처럼 한달음에 달려온 나의 동생, 위천.

덥석!

녀석이 나의 품에 안겼다.

“녀석아. 다 큰 사내놈이!”

“오랜만이지 않습니까! 봐주십시오!”

나의 품에 안긴 위천.

녀석을 향해 내가 웃으며 타박하듯 말하자 녀석 또한 웃으며 대답했다.

그에 나는 피식 웃고는 녀석의 등을 다독여 주었다.

“이곳까지의 여정은 즐거웠느냐?”

“예! 벗도 사귀었습니다.”

나의 물음에 위천이 대답했다.

그에 위천과 함께 걸어온 왕일.

녀석이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형님.”

“그래, 너도 안기겠느냐?”

고개를 숙여 보이는 녀석을 향해 내가 장난스레 팔을 들어 보이며 말하자 녀석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됩니까?”

“꺼지거라.”

“옙!”

나의 장난스러운 대답에 녀석 또한 장난스레 대답했다.

그렇게 나는 동생들과 대화를 나누었고 잠시 후.

“아아…….”

위천을 바라보며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만 같은 천풍의 모습에 나는 위천을 천풍의 앞으로 이끌었다.

“누구……?”

그런 나의 행동과 자신을 바라보는 천풍의 심상치 않은 표정에 위천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입을 열지 못하는 천풍을 대신하여 내가 입을 열었다.

“숙부님이시다.”

“아……? 어머니의?”

“그래, 어머니가 그리워하시던 오라버니시지. 예를 갖추거라.”

위천의 물음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위천은 어머니를 닮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천풍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숙부님을 뵙습니다! 위천입니다!”

“그래, 반갑구나…….”

위천의 인사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천풍.

그가 다가와 위천의 두 손을 강하게 잡았다.

“닮았구나…… 너무나도 닮았어…….”

나보다 더 어머니를 닮은 위천의 모습.

그 모습을 샅샅이 살펴본 천풍의 말에 위천은 특유의 맑은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숙부님도 어머니와 많이 닮으셨어요!”

“그래…… 그래……. 정말 반갑다.”

“네 숙부님!”

아…… 정말 해롭다.

저 맑은 미소.

보면 볼수록 그동안 내가 잘못했던 일이 떠올라 나를 괴롭혔다.

감히 나 따위가 저 순수한 녀석의 앞에서 숨을 쉬어도 되는 것일까?

해로웠다.

“안 닮았네.”

속으로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던 그때.

서은설이 귓속말로 나를 향해 말했고.

“동감입니다.”

이제 제법 살 만해졌는지 원래의 호흡으로 돌아온 마독이 동의했다.

그에.

“저희 형님이 좀 별종이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왕일이 말을 더했다.

저 자식.

오랜만에 만났더니 조금 까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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