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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135화 (135/275)

제135화

제135장 소문 所聞 (1)

“어? 어…… 안녕…….”

자신의 손을 잡고 반가운 표정으로 마구 흔드는 미공자.

생전 처음 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친우를 만난 듯한 그의 인사에 왕일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엉겁결에 그의 인사를 받아 주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있듯이 멀쩡하고 잘생긴 애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데 어찌 차갑게 대한단 말인가?

“형님에게 이야기 많이 들었어! 너 엄청 똑똑하다며? 사마 형님보다 더 쓸모가 있다 하더라!”

그런 왕일의 엉겁결 인사에도 불구하고 미공자, 위천은 여전히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 위천의 행동과 말투가 부담스러웠지만 그것은 넘어가고, 위천의 입에서 나온 특정 단어에 왕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형님?”

“응!”

왕일의 의문 섞인 물음.

그 물음에 위천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왕일은 당황한 기색을 지우고는 위천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새하얀 피부와 매력적인 눈웃음. 묘하게 어떤 사내와 닮아 있었다.

자신이 진심으로 따르는 의형, 바로 위극신과 말이다.

그제야 위천의 정체를 파악한 왕일은 묘한 표정으로 위천을 바라보았다.

‘닮으면서도 안 닮았네.’

우선, 위극신과 위천의 이목구비는 정말 닮아 있었다.

누가 보아도 형제라 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만큼 달랐다.

이목구비는 닮아 있었으나 분위기가 너무나도 달랐던 것이다.

자신의 의형 위극신은 미소를 지으면 음흉한 속내가 있는…… 그런 느낌이었고 위천의 웃음을 본 순간 그대로 무장해제되어 버릴 정도로 맑았다.

같으면서도 너무나도 다른 웃음에 왕일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적응이 안 되었다.

누가 이 맑은 소년이 위극신의 친동생이라 생각하겠는가?

말도 안 되었다.

그 술 좋아하고 짓궂은……. 크흠.

아무튼, 위천의 정체를 확실하게 파악한 왕일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위천이 잡은 손을 빼내었다.

그러고는 위천을 향해 정중히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반갑습니다, 하오문의 소문주 왕일입니다. 천마신교의 이공자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천마신교의 이공자 위천.

그는 사사로이는 자신의 의형인 위극신의 친동생이지만, 공식적으로 그는 천마의 아들이며, 신교의 이공자이다.

하오문의 소문주인 자신이 한낱 벗으로 대하기에는 너무나도 어려운 상대.

그렇기에 왕일은 예를 갖추어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었다.

“응? 아…….”

그런 왕일의 인사에 위천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실망 어린 표정을 지었다.

움찔.

세상을 다 잃은 듯, 축 늘어진 토끼 같은 위천의 모습에 왕일은 양심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아파 오는 것을 느꼈고 이내 당혹스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공자…….”

“…….”

더욱더 침울해졌다.

왕일의 부름에 위천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두 눈을 내리깔았다.

그래, 이것은 자신이 무작정 잘못한 것이다.

내가 죽일 놈이었다!

그에 왕일은 두 눈을 질끈 감고는 이내 어색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게…… 음…… 안녕, 잘 부탁해.”

“응! 나도 잘 부탁해!”

그가 볼을 긁적이며 친근하게 말을 건네자 세상을 다 잃은 것만 같았던 위천이 그제야 환하게 웃으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이것 참.’

위극신의 동생, 그리고 천마의 아들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모습에 왕일은 괴리감을 느꼈다.

콰앙!

그때.

저 멀리서 거대한 굉음이 들려왔고 서로를 바라보던 위천과 왕일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곳은!”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린 왕일.

그는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는 검은 연기를 발견하고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의형과 사천당가의 은원이 정리가 되고 자주 이곳을 드나들었던 왕일이었기에 연기가 치솟는 방향이 바로, 자신이 가야 할 응접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에 왕일은 황급히 걸음을 옮겼고 위천 또한 그런 왕일의 뒤를 따랐다.

* * *

“노친네 힘도 좋군.”

완전히 무너져 버린 응접실이 위치했던 전각.

수많은 손님들을 응대했던 사천당가의 대표적인 전각은 처참하게 무너져 잔해만이 남았고, 그 잔해 위에 고고한 자세로 서 있던 천마가 맞은편에 있는 당독을 보며 말했다.

그에 맞은편에 있던 당독은 허허로운 눈빛으로 천마를 바라보았다.

“다 늙은 노친네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 힘을 좀 빼고 때리지 그랬나.”

짐짓 약한 척을 하며 엄살을 떠는 당독의 모습에 천마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싸늘한 눈빛으로 당독을 바라보았다.

“역시, 정파는 이래서 싫다니까.”

약 백 년 전.

천마의 선조였던 전전전 대 천마가 중원 무림을 정복할 뻔했던 적이 있었다.

무림의 평화를 위해 뭉쳤던 무림맹은 내부 분열과 천마신교의 막강한 무력으로 인해 무너졌고, 수많은 가문들은 천마신교의 압도적인 강함에 공포에 질려 모두가 무릎을 꿇었다.

그렇게 중원 무림을 모두 지배하기 일보 직전이었던 순간!

정파에서는 갑작스럽게 괴물 같은 고수들이 튀어나왔다.

소림의 전대 고수와 전전 대 고수. 마찬가지로 무당파, 화산파, 종남파. 그리고 오대세가의 원로들까지.

이미 모든 것이 끝났다 생각했던 천마신교는 갑작스러운 절대고수들의 등장에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결국 그렇게 위대한 천마신교의 정벌은 끝이 나 버렸다.

다시 말하지만 천마신교는 강하다. 그것도 아주 지독할 정도로 말이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고 약한 자는 도태되어 죽어 버리는 구조였으니 천마신교가 강한 것은 당연지사.

그렇기에 그들은 압도적으로 강한 힘을 지녔지만 반대로 그들을 지탱해 주고 조언해 줄 선배들이 없었다.

후배들에게 잡아먹혀 모두 죽임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그와 반대로 정파는 스스로가 물러나고 후대에게 모든 것을 물려주는 구조였고, 또 모든 것을 버리고 은거를 해 버리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것을 잘 아는 천마는 전대 고수임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비슷한 위력을 내보이는 당독을 보며 혀를 찼다.

역시 자신은 정파가 싫었다.

괜찮다 싶으면 또 새로운 게 튀어나오고, 완벽하다 싶으면 이상한 놈이 튀어나와 물을 흐린다.

지금의 당독처럼 말이다.

그에 천마는 불편한 눈빛으로 당독을 바라보았고 당독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이곳을 향해 헐레벌떡 뛰어오는 왕일을 발견했다.

“본가의 멸문을 논하기 전에, 우선 이야기부터 해 보지 않겠나?”

“봉문을 거절했지 않나? 그렇다면 남은 것은 오로지 멸문뿐이다.”

당독의 제안에 천마가 싸늘한 어조로 거절했다.

그에 당독은 인상을 찌푸렸고.

“천마시여!”

눈치를 살피던 왕일은 순식간에 어떤 분위기인지 파악하고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어 큰 목소리로 천마를 불렀다.

그에 천마는 고개를 돌려 왕일을 바라보았고, 왕일은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하오문의 소문주 왕일이라 합니다! 부디! 제 이야기를 들어 주시옵소서!”

“내가 왜?”

“저는 무조건 극신 형님의 편입니다! 그러니 한 번만! 제 이야기를 들어 주십시오! 귀교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천마의 싸늘한 물음에 왕일은 주변 사람들의 이목을 신경 쓰지 않고 대답했다.

아직 무림에는 무협공자와 위마참군이 동일인이라는 것이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금 이곳에 모인 사천당가의 수많은 무인들 앞에서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위험했지만 언제일지 모르는 미래보다는 지금 당장의 사천당가가 위험했기에 왕일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사파의 하오문.

그가 절대적으로 마교의 편을 들겠다는 뜻과 같은 말을 하자 천마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아버지!”

왕일의 뒤.

위천이 목소리를 높여 천마를 불렀다.

그에 천마는 고개를 들어 위천을 바라보았고, 위천은 맑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제 친구 이야기 들어 주세요!”

그러고는 긴박한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맑고 고운 목소리로 천마에게 부탁했다.

그에 무인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이내.

“알겠다.”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천마의 모습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피도 눈물도 없어, 제 자식도 한낱 짐승처럼 대한다던 마교.

그들이 정말 이상했다.

* * *

“그것이 사실입니까.”

사황성에 마련된 나의 방.

그곳으로 안내하여 차 대신 술잔을 나눈 나는 천풍의 입에서 나온 말에 굳은 얼굴로 되물었다.

그에 천풍이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못난 모습을 보인 것 같아 부끄럽구나.”

진정으로 부끄럽다는 듯 두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천풍을 보며 나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전생에서, 사황성주가 되었을 때 현 무림맹주인 조부를 만난 적이 있었고 각 세력의 수장답게 대화를 나누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회귀 후 그가 나의 조부인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왜 전생에서는 그가 내게 알은체 하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혼자 결론을 내렸다.

조부인 무림맹주는 우리 어머니와 손자들인 우리를 버렸다고 말이다.

하지만 오늘, 천풍의 이야기로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천진은 우리를 버린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뿐. 그 이유는 바로…….

“정파 이 개자식들이…….”

무림맹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구대문파와 오대세가가 정파 최고의 고수인 무림맹주 천진을 경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림의 평화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나의 조부.

그는 무림의 평화를 위해, 또 더 이상의 생명이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세상에서 가장 아끼던 딸을 천마에게 시집보내었다.

무림의 재녀로서 이름이 드높았던 천소화는 천마에게 시집을 가길 원하지 않았지만 천진은 그녀의 의견을 무시하고 강행했다.

그에 천소화는 천진을 원망했고, 딸의 원망을 들은 그는 그 죄스러움으로 인해 딸에게 연락을 하지 못했다.

그에 천풍이 몰래 연락하려고 했지만 무림맹에서는 내통을 의심하며 그것을 모두 막아섰고, 천풍은 자기들을 위해 희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기적으로 나오는 그들의 행동에 분노해 무림맹의 독립부대인 청룡단의 단주가 되었다.

장로들의 명령이 아닌 맹주만의 명령을 따르는 직속부대의 청룡단 말이다.

아무튼, 모든 이야기를 들은 나는 기분이 더러워졌다.

그리고 죄송스러웠다.

전생에서의 내 조부.

그는 얼마나 괴로웠을까?

모든 것을 포기하고 평화를 위해 악마에게 딸을 보내었다. 그리고 그 딸은 아들의 모습에 절망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외손자는 마교에서 적응을 하지 못하여 사파의 지존이 되었다.

그것을 티 내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했던 조부의 심정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너무나도 죄송스러웠다.

회귀 이후 얼굴도 본 적이 없지만 너무나도 송구스러운 기분에 나는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그에.

스윽.

“네 탓이 아니다. 전부 우리 탓이지.”

나의 마음을 눈치채었는지 천풍이 나의 손을 부드럽게 다독이며 위로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들었고 이내 천풍과 두 눈이 마주쳤다.

진정으로 행복하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는 그의 얼굴에 나는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말았다.

무조건적인 나의 편.

천풍은 무조건적으로 나의 편이 되어 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에 나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숙부.”

“그래.”

“조부님을 뵈러 가야겠습니다.”

“그래, 같이 가자꾸나.”

나의 말에 천풍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나는 다시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 전에.”

“……?”

당장이라도 무림맹으로 가려던 천풍.

그가 이어진 나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고,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사천으로 가시지요.”

“사천?”

“예, 어머니가 그곳에 계십니다. 어머니와 함께 무림맹으로 가 조부님에게 인사드리겠습니다.”

“아아…… 소화가…….”

이어진 나의 말에 천풍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십 년 넘게 보지 못했던 자신의 동생.

그 동생을 볼 수 있다는 사실과 동생이 아버지인 천진을 보러 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어느새 비어 버린 천풍의 술잔에 술을 따랐고, 이내 술잔을 들어 천풍의 잔에 가볍게 부딪쳤다.

쨍!

술잔이 부딪치는 맑고 고운 소리에 천풍은 고개를 들었고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들어 보였다.

그에.

씨익.

천풍 또한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우고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스윽.

그러고는 술잔을 들었고 이내 우리 둘은 술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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