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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132화 (132/275)

제132화

제132장 또 동생 弟

“하늘의 아들이시며, 세상 만물의 주인이신 황제 폐하에게 인사드립니다.”

남경의 한 객잔.

호북으로 건너가기 위해 이곳에 머물러 있던 주윤문은 자신을 찾아온 오랜만에 보는 얼굴.

혈영을 보며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가 이곳에는 어쩐 일이더냐.”

무림말살대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한 개인 말살단 抹殺團.

십칠 년 전.

무림말살대계를 세우자마자 가장 먼저 조직한 집단이었다.

수많은 명문가의 무공을 연구하여 파훼하는 법을 가르쳤으며 단원 한 명 한 명이 절정의 고수로 이루어져 있었다.

십칠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황궁에서 수많은 노력과 돈을 쏟아부어 만든 정예 중의 정예.

그들이 바로 말살단이었다.

그곳의 단주이자 자신이 직접 찾아가지 않는 이상은 얼굴 볼 일이 없는 혈영의 등장에 주윤문이 놀란 음성으로 묻자 혈영이 고개를 깊게 숙이며 입을 열었다.

“명하신 대로 사황성과 접촉을 하였으나 천마신교의 소교주와 조우하고 말아 실패하였습니다.”

“…….”

“그자가 주군과 아는 사이라며 직접 보고하라고 하여…….”

자신의 보고에 주윤문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혈영이 송구스럽다는 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에.

“고개를 들라.”

나지막한 주윤문의 목소리가 혈영의 귀로 들려왔다.

분노가 가득 담긴 복잡한 주윤문의 음성.

그 음성에 혈영은 침을 꼴칵 삼키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볼 수 있었다.

분노를 가까스로 참아 내고 있는 주윤문의 얼굴을 말이다.

그에 혈영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자신이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에 다시 이마를 바닥에 찧으며 용서를 구하려던 순간!

“누가…… 사황성과 접촉하라 하였느냐?”

분노가 가득한 주윤문의 음성이 그의 행동을 막아섰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해 떨리기까지 하는 주윤문의 음성에 혈영이 다시 고개를 살짝 숙이며 입을 열었다.

“혹 제가 주군의 명을 잘못 해석하였는지…….”

“누가. 너에게 사황성과 접촉하라 했느냐.”

“예……?”

“후우…….”

멍청한 표정으로 반문하는 혈영의 모습에 주윤문이 크게 호흡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그러고는 다시, 혈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누구에게 그 명령을 전달받았느냐.”

“동창제독 염승에게…….”

콰앙!

혈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주윤문이 주먹을 강하게 내려쳤다.

그에 그의 의자 손잡이가 처참하게 부서졌고, 혈영은 움찔하며 고개를 깊게 숙였다.

만인지상의 주인이자 하늘의 아들인 황제.

주윤문의 몸에서 절대자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기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던 것이다.

그렇게 거친 숨을 내쉬며 분노하던 것도 잠시.

주윤문이 호흡을 고르며 분노를 가라앉혔다.

“그 전에도 염승을 통해 명령을 받았나?”

“그렇습니다.”

주윤문의 물음에 혈영이 대답했다.

그에 주윤문이 이마를 짚었다.

화약 개발에 정신이 팔려 말살단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동창이라는 조직이 제대로 발족하기 전이기에 시간적 여유가 있으며 황궁 제일의 고수라 불리는 이경륭에게도 밀리지 않는 무력을 지닌 염승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헌데 그러한 행동이 이러한 결과를 불러일으키다니…….

생각지도 못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기 때문일까?

주윤문은 이마를 짚으면서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에 혈영은 본능적으로 주윤문과 염승의 사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폐하.”

“그래.”

그런 주윤문을 혈영이 낮은 목소리로 부르자 주윤문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여전히 이마를 짚은 채 말이다.

그에 혈영은 고개를 들어 굳건한 두 눈빛으로 주윤문을 바라보았다.

“제 주군은 폐하이십니다. 폐하가 죽으라면 죽을 것이옵고, 불길에 뛰어들어라 하면 웃으면서 뛰어들 것입니다. 폐하의 명령을 수행하다 다친다면 그것은 명예로운 상처이고, 죽게 된다면 그것은 명예로운 죽음입니다.”

“…….”

“그러니 부디, 저와 단원들을 인형 다루듯 편하게 직접 사용해 주십시오.”

마지막 말을 마친 혈영이 고개를 숙여 이마를 바닥에 대었다.

진심이 가득 담긴 혈영의 말.

그 말에 주윤문은 이마에서 손을 떼었다.

그러고는 자신을 향해 충성을 보이고 있는 신하, 혈영을 바라보았다.

“너에게 못난 모습을 보였구나.”

“당치도 않사옵니다.”

주윤문의 말에 혈영이 절대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그에 주윤문은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부터, 말살달은 염승에게 받은 명령을 모두 나에게 보고하도록. 그 이후의 행동은 보고를 확인한 후 지시하겠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주윤문의 말에 혈영은 고개를 깊게 숙이며 대답했다.

그에 주윤문은 다시 입을 열었다.

“단주.”

“예.”

“다치지 말거라.”

“……?”

갑작스러운 주윤문의 말에 혈영이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무림을 말살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무인이다.

무인에게 상처란 당연한 것.

헌데 다치지 말라니?

“너희는 나의 명령을 따르는 인형이 아니라, 내가 지켜야 할 신하들이다.”

“…….”

“너희들에게 절대 죽으라고 명령하지 않을 것이며, 불길에 뛰어들라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나를 믿고 당당하게 움직이도록 하라.”

“폐하…….”

“이 모든 일이 끝나면 너희에게 큰 보상과 자유를 줄 것이다. 내 모든 것을 걸고 약조하지.”

감동을 받은 듯 떨리는 혈영의 두 눈을 보며 주윤문은 피식 웃으며 약속했다.

그에.

“황공하옵니다!”

혈영이 큰 목소리로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 * *

“그 녀석은 좀 어떻습니까?”

사황성의 백호대주실.

그곳에 들어선 내가 묻자 일어나 나를 반겨 주던 이백이 볼을 긁적였다.

“뭐, 신입대원으로서 열심히 수련하고 있습니다.”

마독의 증언을 기반으로 수사를 벌인 결과.

백사문이 벌인 끔찍한 모든 죄를 알게 되었고, 백사문은 순식간에 멸문이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무고한 사람들을 죽여 사기를 축적한 모든 인물들이 다시는 빛을 보지 못하도록 사황성 지하 깊은 뇌옥에 갇히게 되었다.

그런 백사문에서 죄가 없는 소수의 인물 중 하나인 마독은 이백의 권유로 백호대원으로 들어갔고, 열심히 수련 중이다.

그의 호위무사였던 훈과 함께 말이다.

“무재는 없지요?”

“예,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나의 물음에 이백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녀석은 제가 데리고 가겠습니다.”

“소교주님이 말입니까?”

“예.”

나의 대답에 이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솔직히 마독은 뭐 하나 뛰어난 것이 없는 겁쟁이였기에 무력대에는 필요 없는 존재였다.

“괜찮으십니까?”

“저는 딱히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훈은…….”

“예. 훈은 사황성에 남아야지요.”

사황성에서도 뛰어난 재능으로 유명했던 무인 훈.

아마 그는 전생에서 마사의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기에 전생의 내가 몰랐었고 말이다.

아무튼, 비교적 젊은 나이에 절정에 오른 고수인 훈은 사황성의 입장에서는 놓치기 아쉬운 고수였다.

그렇기에 나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본교에도 절정의 고수는 많았기에 솔직히 굳이 훈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그에 이백은 안도 어린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편한 대로 하십시오.”

“고맙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나의 감사 인사에 이백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사실, 내가 마독을 거둔다는 것은 이백의 입장에서도 좋을 것이다.

백호대원임에도 이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그저 그런 무인, 게다가 죄인들의 집단인 백사문의 소문주였으며 심지도 약해 백호대의 위상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백의 인성으로는 그런 것을 티 내거나 마독을 차별하는 일은 없을 테지만 말이다.

이백 그는 진국의 사내였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이백과 대화를 마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백호대주실을 벗어났다.

그러고는 대원들의 전용 연무장 중 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수많은 연무장 중 가장 작은 곳에 들어선 나는 볼 수 있었다.

“타앗!”

나름 진지한 표정으로 목검을 휘두르고 있는 마독을 말이다.

진지한 표정과 단단한 기합과는 달리 허술하기 짝이 없는 내려치기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검끝이 흔들렸고, 내려칠 때마다 검의 각도가 죄다 달랐다.

또한 손목의 힘도 약했으며, 왼발을 앞으로 내미는 자세 또한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검 좀 써 본 삼류 왈패와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이었다.

그런 녀석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야.”

“아…… 소교주님!”

나의 부름에 마독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발견했다.

늘 나를 두려워하면서 눈치만 살피던 겁쟁이 마독.

그는 이제 달라졌다.

“언제 오셨습니까?”

강아지가 주인에게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달려와 나에게 호감 어린 눈빛을 보내며 물었다.

불과 며칠 전과 너무나도 달라진 녀석의 모습이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아무튼, 그것은 넘어가고.

그런 녀석을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수련은 잘되나?”

“예!”

나의 물음에 녀석이 힘차게 대답했다.

그에.

“지X.”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헤헤.”

그런 나의 말에 녀석은 배알도 없는지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고 나는 다시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러고는 다시 녀석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랑 함께하겠나?”

“예?”

“나 따라다니겠냐고. 이제 집도 없잖아. 굳이 이곳에 있을 필요가 있나?”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되묻는 녀석을 보며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 나의 설명에 두 눈을 크게 뜬 마독.

녀석이 이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네 주군!”

피식.

주군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기다렸다는 듯이 주군이라 부르는 녀석을 보며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녀석의 이마를 검지로 가볍게 밀며 입을 열었다.

“그냥, 형이라 불러.”

“!!”

이런 나의 말을 생각지도 못했을까?

녀석이 두 눈을 크게 떴다.

그에 나는 또다시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싫냐?”

“좋습니다, 형님!”

그런 나의 물음에 마독은 고개를 강하게 가로저으며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술 사 줄 테니까.”

“아…….”

“술 좀 마시지?”

나의 말에 두 눈을 반짝인 마독.

그런 녀석을 보며 내가 묻자 녀석이 진한 미소를 지었다.

“백은에서 저보다 주량이 강한 사람을 본 적이 없지요.”

알고 있다.

녀석의 소문은 대단했다.

백은의 풍류공자.

백은은 물론 이곳 난주에서까지 유명할 정도로 녀석은 술과 여자를 좋아했다.

그것도 제법 예를 지키며 진정으로 풍류를 즐기면서 말이다.

잘생긴 외모와, 선을 넘지 않는 그의 성격으로 그는 제법 백성들에게 인기가 있었기에 별호도 있었다.

풍류아 風流兒.

무림의 세상과는 전혀 상관없는 별호였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런 녀석을 보며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신세계를 보여 주마.”

“예 형님!”

장난스러운 나의 말에 녀석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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