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0화
제130장 죽여라 殺
거대한 공동을 넘어 안으로 들어선 곳은 좁은 통로를 중심으로 양옆에 수십 개의 감옥이 있는 공간이었다.
그런 공간에 들어선 마독은 두려움에 몸을 움찔했지만 이내, 티를 내지 않고는 마사의 뒤를 따랐다.
잠시 후.
마사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한 개의 감옥 문을 열었고, 마독 또한 그런 마사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마사는 마독에게 짧은 단검을 건네주었다.
“…….”
그런 단검을 마독은 굳건한 표정으로 받아들였고, 마사는 옆으로 비켜서며 입을 열었다.
“죽여라.”
마독의 귀로 들려오는 싸늘한 마사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마독은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는 두 눈동자로 마사를 돌아보았다.
“이들을 말입니까?”
마독의 앞.
두려움에 질려 전신을 부르르 떨고 있는 여인과, 그런 여인의 품에 안겨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아이가 있었다.
곧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까?
마독을 바라보는 아이의 두 눈에는 아이가 가져야 할 다양한 감정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의 두 눈을 하고 있었다.
해맑게 웃으며 뛰어다녀야 할 어린아이가 말이다.
그 아이의 두 눈빛에 결국 마독은 손에 쥐어진 단검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쨍그랑!
마독의 손에서 떨어진 단검은 바닥으로 떨어져 맑은 소리를 내었고 마독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런 마독의 모습에 마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두려우냐?”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건조한 마사의 목소리에 마독이 다시 마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들이…… 정녕 죄인입니까?”
갱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쓰레기라 해서 용기를 내었던 마독이다.
하지만 그의 눈앞에서 두려움에 질려 있는 여인과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도저히 범죄자들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에 마독이 떨리는 음성으로 묻자 마사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
“도대체, 무슨 죄를 저질렀단 말입니까?”
마사의 대답에 마독이 물었다.
겁에 질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꼭 끌어안고 있는 여인이다.
보기만 해도 눈물겨운 모성애를 지닌 여인이 끔찍한 죄를 저질렀다고?
마독으로서는 믿기지 않았다.
“죄를 지었지. 아주 큰 죄를.”
“무엇입니까?”
“뭐긴, 살인자랑 결혼한 죄지. 저 아이는 살인자를 아비로 둔 죄고.”
“!!”
마사의 무심한 대답에 마독이 두 눈을 크게 떴다.
그에 마사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것이 상관이 있더냐?”
“숙부님! 이들은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방금 내가 죄명을 말하지 않았더냐.”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는 이 상황.
이 상황에 분노한 마독이 두려움도 잊은 채 마사에게 언성을 높였다.
그런 마독의 말에도 불구하고 마사는 여전히 싸늘한 어조로 대답했고 말이다.
“이 여인이 남편에게 살인을 하라고 명령을 하였습니까? 이 아이가 자신의 아버지가 살인자이기에 그의 아이로 태어났겠습니까?”
“…….”
“이들은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죄는 이 여인의 남편이자 아이의 아버지가 지었습니다. 헌데 그런 죄를 어찌 이들에게 묻는단 말입니까!”
“다 끝났느냐?”
팔짱을 낀 채 가만히 마독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마사.
그가 긴 이야기를 끝낸 마독을 보며 물었다.
그에 마독은 인상을 찌푸렸고, 마사는 아무런 감정 없는 눈빛으로 마독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죽이지 않을 것이냐?”
“숙부님! 다시 말하지만 이들은…….”
덥석!
마독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마독은 자신의 목을 움켜쥐는 숙부의 행동에 말을 마저 끝내지 못한 채 괴로운 소리를 내었다.
“컥! 커억!”
유입되지 않는 공기로 인해 마독은 괴로워하며 마사의 손을 떼어내려 발버둥을 쳤다.
그런 마독의 발버둥에도 불구하고 마사는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싸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네가 강해지는 길이다. 이들을 죽이고 사기를 흡수한다면 너는 그 누구보다 빠르게 강해질 수 있다.”
“커억!”
“그런데도 죽이지 않겠다는 말이냐?”
“이…… 커억! 이것을……!”
마사의 손에 조여진 숨통으로 인해 호흡을 하지 못하여 정신이 아득해지려는 그 순간.
마사가 마독의 목을 놓아주었다.
“커헉! 허어억!”
마사의 손에서 숨통이 자유로워지자 마독은 그동안 흡수하지 못했던 산소를 마구 들이켜며 괴로운 소리를 내었고 마사는 그런 마독을 내려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죽여라.”
“…….”
“아니면, 네가 나에게 죽을 것이다.”
“!!”
마사의 이어진 말에 마독이 호흡을 몰아쉬면서도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마사를 올려다보았다.
그러고는.
“아…….”
그대로 굳어 버렸다.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마사의 싸늘한 두 눈빛.
그 눈빛과 마주하자 마독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던 것이다.
자신을 죽인다는 마사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말이다.
“마지막으로 말한다, 죽여라.”
그런 마독을 내려다본 마사가 싸늘한 어조로 다시 한번 말했다.
그러고는 마독이 떨어뜨렸던 단검을 그의 앞으로 차 주었다.
챠르르!
복잡한 마독의 심경과는 달리 경쾌한 소리를 내며 마독의 앞에서 헛돌아가는 단검.
마독은 그 단검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이들을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다.
솔직히 죽이기 싫었다.
이런 죄 없는 사람들을 죽여 가면서까지 고수가 되고 싶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또 죽기도 싫었다.
무서웠다.
죽을 때의 고통이 무서웠고, 자신의 의식과 존재가 더 이상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너무나도 두려웠다.
그에 마독은 짧은 시간 동안 속으로 아주 많은 생각을 했다.
이들을 죽여야 할까?
하지만 이들은 죄가 없다.
그러면 내가 죽어야 할까?
죽고 싶지 않았다.
그에 마독이 단검을 내려다보며 선택을 하지 못하자 마사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허리춤에 걸려 있던 그의 애병, 방울이 달린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짤랑!
움찔!
마사의 허리춤에서 뽑혀 나와 맑은 소리를 내는 방울 지팡이.
그 소리에 마독은 움찔하면서 상념에서 벗어났다.
자신을 금방이라도 죽일 듯 노려보며 지팡이를 쥐고 있는 마사의 모습.
그 모습에 마독은 본능적으로 단검을 집어 들었다.
“죽여라.”
그런 마독을 보며 마사는 다시 말했고 마독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휘익!
단검을 강하게 휘둘렀다.
* * *
“멈추시오.”
“비켜라.”
음침한 사가의 정문 앞.
나는 웬 생강시 같은 놈이 나의 앞길을 막자 싸늘한 표정으로 경고했다.
그에.
“꺼져라.”
사내가 허리춤에 손을 얹으며 나에게 경고했다.
피식.
가소로운 사내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고.
콰앙!
손에 들린 뇌선을 휘둘러 사내를 날려 버렸다.
빠각!
쿵!
“깔끔하구만.”
끈 떨어진 연과 같이 사가의 정문으로 날아간 사내의 신형은 그대로 나무로 이루어진 정문을 박살 냈고 부채질 한 번에 사내와 정문을 해결한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뇌선을 펼쳐 살랑살랑 흔들면서 안으로 들어섰다.
그 누구보다 여유롭게 말이다.
“진짜 음침하기 짝이 없구나.”
정문을 박살 내면서 화려하게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나를 반기러 나오지 않았다.
그저 음침한 기운만이 나를 반겨 줄 뿐이었다.
그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린 다음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저 멀리, 느껴지는 인기척의 기운을 향해 말이다.
“호오.”
잠시 후.
나는 사가 가장 안쪽에 위치한 동굴 앞에 도착했다.
인위적으로 만든 동굴이 아닌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동굴이었다.
그에 나는 신기한 표정을 지었고, 이내 안에서 느껴지는 지독한 사기 死氣에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이 새X들…….”
분명 더러운 짓을 하고 있었다.
그에 나는 품속에서 백호대주가 주었던 신호탄을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타앗!
손가락을 가볍게 튕겨 신호탄의 아래에 위치한 끈에 불을 붙였다.
잠시 후.
피유웅!
쾅!
이백이 주었던 신호탄은 하늘로 올라가 일순 주위가 밝아질 정도로 화려한 흔적을 남겼다.
“예쁘네.”
생각보다 예뻤다.
송 왕조 시절.
화약이라는 것을 개발하여 만들었던 신호탄이다.
송 왕조가 망한 이후 화약은 쓸모없이 돈만 축내는 기술로 전락하였지만 지금의 신호탄을 본 내 생각은 달랐다.
이 신호탄을 조금만 더 가꾸면 아름다운 모양이 될 테니 말이다.
“하늘을 수놓는 불, 꽃 모양으로 터지니 불꽃이라 해야겠군.”
머릿속으로 화려한 꽃문양을 만드는 신호탄을 상상하며 혼자 읊조리던 나는 이내 피식 미소를 지었다.
이것은 말 그대로 나의 생각일 뿐.
실제로 그러한 불꽃이 만들어질 리는 없었다.
지금 이 시대에서의 화약은 쓸모없는 기술이니 말이다.
아무튼, 쓸데없는 생각에 나는 피식 웃은 다음 다시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잠시 후.
“흐음…….”
나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철문을 보며 나는 턱을 쓰다듬었다.
수상한 것투성이였다.
안에서 느껴지는 지독한 사기는 물론이고, 자연적인 동굴 안에 마련되어 있는 거대한 철문 또한 수상하다.
통짜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 거대한 덩치와 그에 맞게 두꺼운 두께를 지녔을 것 같은 거대한 철문을 보며 나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고.
채챙!
철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병장기 소리에 씨익 미소를 지었다.
“내분인가?”
이 음침한 곳에서의 전투라.
그에 나는 흥미로운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들려 있던 뇌선을 접어 품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서걱!
허리춤에 있던 검을 빼 들어 그대로 철문을 베어 버렸다.
쿠웅!
콰앙!
거대한 덩치고 두께고.
다 필요 없었다.
나의 검격 한 번에 그 어떠한 것이든 두부처럼 깨끗하게 잘릴 테니 말이다.
깔끔한 나의 검격에 거대한 철문은 말 그대로 반으로 갈라져 버렸다.
그에 나는 아래에 위치하고 있던 철문은 가볍게 밀었고.
쿠웅!
거대한 철문은 뒤로 넘어가 거대한 소리를 내며 나자빠졌다.
그렇게 철문이 사라지자.
“오?”
철문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공동과 그 공동 안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익숙한 인영을 발견하고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네가 싸우고 있냐?”
십여 명의 무사들에게 둘러싸여 다구리당하고 있는 무인.
그는 바로 마독 그 멍청한 놈의 호위무사이자 이백이 한때 탐냈던 뛰어난 무인, 훈이었다.
십여 명의 무인들의 합공에 전신에 피를 흘리면서도 꿋꿋하게 버티는 훈의 모습에 나는 살짝 놀란 음성으로 중얼거렸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다시 검을 들었다.
뭐 어쨌든.
저 상황을 정리하고 훈에게 직접 이 상황을 들으면 이 궁금증은 해결될 테니 말이다.
그에 나는 걸음을 옮겼고.
우웅!
걸음을 옮김과 동시에 나의 몸에서 칠흑과 같은 묵색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멈칫!
그런 나의 기운이 순식간에 드넓은 공동을 가득 채워 장악하였다.
공동 안에서 느껴지는 이질적 기운 때문일까?
한창 전투에 집중하고 있던 훈은 물론 그를 공격하고 있던 무인 모두가 검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에.
저벅.
나는 다시 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챙그랑!
모든 무인들이 검을 떨어뜨렸다.
그에 나는 다시.
저벅.
한 걸음을 옮겼다.
털썩!
이번에는 모두가 양쪽 무릎을 꿇었다.
그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 걸음을 옮겼고.
쿠웅!
모두가 이마를 땅바닥에 처박았다.
절대복종을 뜻하는 오체투지의 행동을 취한 것이었다.
그렇게 그들을 완벽하게 굴복시킨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만약 여기서 한 걸음을 더 옮긴다면 이들은 죽음으로써 나에 대한 존경과 충성을 표현할 테니 말이다.
단 세 번.
그 세 번의 걸음으로 일류 경지의 무인들을 굴복시킨 나의 걸음은 그냥 걸음이 아니다.
천마신공 중 하나의 기술이자 모든 마인들을 굴복시키는 절대자의 걸음.
바로, 천마군림보 天魔君臨步 였다.
정순하고 절대적인 마기로 주변의 모든 것을 장악하여 걸음 한 번 한 번에 모든 존재들을 굴복시키는 절대적인 강함.
내공을 미친 듯이 사용하는 뭐 같은 기술이지만, 절대적인 힘을 보여 주기에는 최고의 기술이었다.
그 기술로 인해 상황을 순식간에 정리한 나는 고개를 돌려 고개를 숙이고 있는 훈을 바라보았다.
“야.”
“예…….”
나의 부름에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대답하는 훈.
나는 그런 훈을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 녀석은 어디 갔냐?”
오늘 저녁에 마사에게 수련을 받으러 간다고 사실대로 전부 고했던 재미있는 놈.
마독이 보이지 않자 나는 녀석에게 그의 행방을 물었다.
이 자식. 벌써부터 괴롭히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