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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129화 (129/275)

제129화

제129장 거짓 僞

“윽!”

마사의 뒤를 따라 동굴 안으로 들어선 마독과 훈은 코를 덮치는 괴상한 냄새에 신음을 흘리며 코를 감쌌다.

그런 마독과 훈의 신음 소리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사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은 채 안으로 들어섰다.

아무 일도 없는 듯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는 마사의 행동에 마독은 불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마사의 뒤를 따랐다.

호위무사인 훈의 옆에 꼭 붙어서 말이다.

그렇게 걷기를 잠시.

좁은 통로를 지나 거대한 공동이 그들을 맞이하였다.

“와…….”

높은 천장과 드넓은 공동.

그 압도적인 크기에 마독은 감탄을 내뱉었고, 이내 계속 걸음을 옮기는 마사를 발견하고는 후다닥 그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잠시 후.

마사가 거대한 철문의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에 마독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그 철문을 바라보았고 마사는 고개를 돌려 마독과 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마독, 너는 백사문의 소문주다.”

“예!”

마사의 말.

그 말에 마독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백사문의 소문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듯한 마독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인 마사가 이번에는 훈을 바라보았다.

“훈.”

“말씀하십시오.”

“너는, 백사문의 사람이 맞겠지?”

“제 모든 것은 이미 백사문의 것입니다.”

돈이 없어, 죽기 직전이었던 그의 가족들.

그 가족들을 구원해 준 존재가 바로 백사대주 마사이며, 늘 우울하던 그를 구원해 준 이가 백사문의 소문주 마독이다.

이미 훈에게 있어서 백사문은 집이었고 마독은 가족이었다.

그렇기에 훈 또한 마독처럼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대답했다.

그런 훈의 대답에 마사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두 눈에 본 것은 모두 기억에 잊어라. 알겠나?”

“알겠습니다.”

“예!”

마사의 말에 마독과 훈이 힘 있게 대답했다.

그에 마사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쿠궁!

거대한 철로 만들어진 문을 열었다.

마사가 힘 있게 잡아당기자 육중한 철문은 그의 덩치와 맞게 거대한 소리를 내며 열렸고 이윽고.

“!!”

“…….”

마독과 훈은 그대로 두 눈을 크게 뜨며 굳어 버렸다.

“아아…….”

“…….”

끔찍한 악취와 더불어 그들의 귀로 들려오는 고통 가득한 신음 소리.

긴 시간 동안 음식을 섭취하지 못해 앙상하게 뼈가 드러난 모습을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처참한 광경이 그들의 두 눈에 투영되었다.

그에 마독은 뒷걸음질 치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고, 훈은 복잡한 표정으로 마사를 바라보았다.

“놀랐느냐?”

그런 둘의 모습에 마사가 피식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

“지금……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마사의 물음에 마독은 겁에 질린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고, 훈은 떨리는 목소리와 감정을 애써 참으며 마사에게 물었다.

그런 훈의 물음에 마사는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살벌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벅.

그러고는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철컹!

쇠사슬에 걸린, 시체와도 같은 사내의 머리칼을 잡고 위로 들어 올렸다.

그러자 보이는 해골과도 같은 사내의 얼굴.

그런 사내의 얼굴을 보인 마사가 살벌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제물.”

마사의 입에서 나온 짧은 한 단어.

그 짧은 단어에 겁에 질려 있던 마독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고, 훈은 복잡한 표정으로 마사를 바라보았다.

“대주님의 강함은…… 이러한 제물들이 있었기 때문입니까?”

아버지만큼이나 존경하고 진심으로 마사를 따랐던 훈.

그가 배신감 어린 표정을 지으며 마사에게 물었다.

놀람, 부정 등 여러 감정이 담긴 훈의 물음에 마사는 사내의 머리칼을 놓아주었다.

철컹!

그러자 사내의 머리는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고 그와 동시에 사내를 구속하고 있던 쇠사슬이 소리를 내었다.

그렇게 몸을 일으키는 마사를 보며 시선을 떼지 않는 훈.

마사는 그런 훈의 두 눈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백사문의 전부와 같은 것이 바로 사령술이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불길한 사술이라 불리며 질타를 받던 본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했다. 그러던 중 살아 있는 존재를 제물로 바칠 때 나오는 사기 死氣 가 우리에게 내공과 같은 힘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

“괴롭게 죽을수록 사기는 더욱더 강해지기에, 우리는 이렇게 최악의 상황까지 몰아붙인 다음 죽인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그래, 인간이지.”

마사의 상세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납득할 수 없다는 듯 훈의 목소리는 격양되어 있었다.

그런 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그가 어떠한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짐작이 되었던 마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에 훈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마사를 바라보았다.

그것을 아는 사람이 이런 끔찍한 행동을 하냐는 질책이 담긴 눈빛이었다.

그런 훈의 눈빛에 마사는 고개를 돌려 겁에 질려 있는 멍청한 조카 마독을 바라보았다.

“이들은 모두 범죄자들.”

“…….”

“그것도 사람 한 명은 가볍게 죽인 흉악한 범죄자들이다. 이런 쓰레기들을 제물로 삼으니 서로 좋은 거 아니겠느냐? 그렇지 않느냐?”

마독을 바라보는 마사의 물음.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마독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에 마사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백사문의 소문주가 저렇게 멍청해서야 원…….”

“대주님!”

“너는 조용히 좀 하거라.”

훈의 격양된 목소리에 마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훈을 노려보았다.

그의 눈빛에 담겨 있던 살기에 훈은 흠칫했고, 마사는 다시 고개를 돌려 마독을 바라보았다.

“어떠냐?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 그 두려움을 이겨내 보겠느냐?”

“…….”

“이겨 내지 못한다면…… 너는 쓸모가 없다.”

“…….”

좀 전까지 한없이 부드러웠던 마사의 목소리가 마지막 말을 내뱉을 때는 시리도록 차가워졌다.

그 차가운 목소리에 정신이 차려졌을까?

마독이 고개를 들어 마사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결심 어린 표정을 지어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래.”

마독의 대답에 마사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련님!”

그런 마독의 대답에 훈이 그를 말렸지만 마독은 훈의 부름을 무시하고 앞으로 나섰다.

그러고는 마사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정말…… 이들은 흉악한 범죄자입니까?”

믿어도 되냐는 듯 떨리는 마독의 물음에 마사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확신을 주기 위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살인, 강간 등 짐승만도 못한 죄를 저지른 이들이다.”

마사의 대답에 마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마사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따라오거라.”

“예.”

고개를 돌린 마사가 마독을 향해 말하자 마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기는 마사의 뒤를 따랐다.

“도련님…….”

그런 마독의 뒷모습을 보며 훈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지만 마독은 애써 못 들은 척을 하며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쿠웅!

그렇게 둘은 안쪽 깊숙한 곳에 있던 한 개의 철문을 열었다.

철문은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렸고, 마사와 마독은 이곳에 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안으로 들어섰다.

“…….”

허무한 표정을 짓고 있는 훈을 뒤로한 채 말이다.

쿠웅!

그렇게 마독이 안으로 들어서자 철문은 굳게 닫혔고.

스슥!

십여 명의 무인이 그림자처럼 나타나 훈의 목에 검을 겨누었다.

“…….”

마사가 사라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 자신을 포위하는 무인들.

본문에서 자주 보았던, 익숙한 무인들의 모습에 훈은 가만히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모든 것이 전부 거짓이었구나…….”

자신의 가족을 구해 주었던 은인 마사.

아버지만큼이나 존경했던 그는 사람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는 극악무도한 존재였으며, 함께 수련하고 본문의 인물들을 호위하던 동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모든 것이 거짓이고, 연극이었던 백사문.

그 속에서도 유일하게 빛이 나고 순수했던 마독의 모습을 떠올린 훈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도련님만은…….”

그만은…… 이런 괴물들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에 훈은 허리춤에 걸려 있던 검 손잡이에 손을 얹었고.

채챙!

그를 포위한 무인들을 향해 검을 강하게 휘둘렀다.

* * *

“늦는군.”

마사의 사가 밖.

마사와의 만남을 위해 이곳을 찾은 혈영 血影은 약속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나오지 않는 마사의 행동에 인상을 찌푸렸다.

“짜증 나는 녀석.”

비열한 미소를 흘리면서 자신의 눈치를 살피던 마사.

그의 얼굴을 떠올린 혈영이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뭐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던, 황궁의 간신과 같던 그의 모습이 보기 싫었기에 차라리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명령을 수행하는 데 차질은 생기겠지만, 그 짜증 나는 면상을 보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리려던 혈영.

그가 몸을 돌린 바로 그 순간!

“나도, 그 녀석 짜증 나.”

화려한 미남이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혈영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웃으며 그의 말에 동조하는 미남.

그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혈영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에 미남자는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나 말고 다른 손님이 있을 줄은 몰랐네.”

“위마참군인가?”

미남자, 위극신의 말에 혈영이 경계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그에 위극신이 진한 미소를 지었다.

“응, 베일에 휩싸였던 위마참군. 어때? 잘생겼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자연스레 묻는 위극신의 행동.

그 가벼운 행동에도 불구하고 혈영은 경계를 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더욱 경계심을 높이고는 자세를 낮추었다.

금방이라도 검을 출수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혈영의 위협적인 자세에 위극신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너, 어디서 나왔어?”

“…….”

혈영의 살벌한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른 가벼운 물음.

그 물음에 혈영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위극신의 빈틈을 찾기 위해 그를 찬찬히 살필 뿐이었다.

그에 위극신은 다시 입을 열었다.

“어디서 왔냐니까? 무림맹?”

“…….”

“아님 황궁?”

부웅!

채앵!

위극신의 물음이 끝남과 동시.

황궁이라는 단어가 나옴과 동시에 혈영은 붉은색의 손잡이가 인상적인 검을 뽑아 들어 위극신의 빈틈을 향해 휘둘렀다.

하지만.

“후우, 빠르네.”

혈영의 검은 위협적이던 소리와 달리 허무하게 막혀 버리고 말았다.

위극신의 오른손에 들린, 옥색의 섭선.

뇌선에 의해 말이다.

뇌선을 옆으로 비스듬히 세워 혈영의 검을 막아선 위극신은 다시 혈영을 바라보았다.

“우선, 제압하고 물어봐야겠네.”

“절대 원하는 것을 들을 수는 없을 것이다.”

위극신의 물음에 혈영이 대답했다.

그에 위극신은 혈영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그 어떠한 흔들림도 없이 굳건한 혈영의 두 눈빛.

그 눈빛에 위극신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퍼억!

그러고는 혈영의 배를 그대로 걷어찼다.

위극신의 발길질.

그 발길질을 허용하고 만 혈영은 뒷걸음질 쳤고, 이내 복부에서 느껴지는 약한 고통에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눈 아래 전부를 덮고 있는 검은색의 면사로 인해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두 눈동자가 커진 것으로 보아 놀란 것이 확실했다.

그런 혈영의 두 눈동자에 위극신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뇌선을 펼쳐 자신의 얼굴을 향해 가볍게 흔들며 입을 열었다.

“네 주인에게 가.”

“…….”

“그리고 나와 만났다고 해. 그러면 벌은 주지 않을 거야.”

“주군과…… 아는 사이입니까?”

위극신의 확신 어린 말에 복잡한 표정을 지은 혈영.

그가 떨리는 음성으로 위극신에게 물었다.

그에 위극신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응, 그러니 중간 다리 건너지 말고, 바로 네 주군에게 보고해.”

“…….”

“중간 다리 건너지 말고, 직접. 알겠지?”

위극신의 두 번째 강조에 혈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위극신은 뇌선을 다시 모았고, 품속에 집어넣으며 입을 열었다.

“가 봐.”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 준 후 위극신이 말하자 혈영은 복잡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가라니까?”

그런 혈영을 보며 위극신이 다시 말했고 그제야 혈영은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고는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렇게 혈영이 사라지고.

위극신은 혈영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뭘 생각하고 있는 거야.”

자신이 알고 있는 미래는 이미 바뀌었다.

자신이 짐작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 바뀐 미래의 중심에 있는 자신의 벗, 주윤문을 떠올리며 중얼거린 위극신은 다시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저벅.

음침한 기운을 내뿜고 있는 장원.

마사의 사가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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