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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128화 (128/275)

제128화

제128장 밖에서 따로 出別

‘이거 봐라?’

재미있는 놈이었다.

부성주 권진욱의 최측근인 백사대주를 만나기 위해 이곳에 들른 나는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일전에 객잔에서 마주했던 녀석.

쓰레기인 줄 알았으나 그냥 멍청하고 겁 많은 소년이었던 백사문의 소문주 마독이었다.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호위무사와 대화를 주고받는 녀석.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나는 갑자기 놀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뜬금없이 말이다.

그에 나는 녀석에게 다가갔다.

“소교주님을 뵙습니다.”

그때, 그의 호위무사였던 사내, 훈이 나를 발견하고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고, 이윽고.

움찔!

녀석이 움찔하며 그대로 굳어 버렸다.

재밌었다.

방금까지 헤실헤실 웃고 있던 놈의 나의 등장 하나로 저렇게 굳어 버렸다.

반응이 아주 재미있는 놈.

딱 그런 느낌이었다.

‘술도 잘 마셨으면 좋겠는데…….’

그렇다면 진지하게 나의 수하로 들일 수도 있다.

아니, 들일 것이다. 이렇게 놀리는 맛이 있는 놈을 찾기 힘드니 말이다.

아무튼, 나의 등장에 겁을 먹은 녀석이 버벅대며 괴상한 예법으로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또 보네.”

“예…… 또 봅니다…….”

자신의 물음에 녀석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는지 괴상하게 대답했다.

그런 녀석의 모습이 웃겼던 나는 다시 녀석을 바라보았다.

벌벌 떠는 모습이 조금은 안쓰러웠다.

그런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

왼쪽 팔뚝에서 고통이 느껴졌다.

바로, 그만하라는 서은설의 신호였다.

그에 나는 피식 웃고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입을 열어 이곳에 온 연유를 물었다.

솔직히 아무 생각 없이 물었다.

대충 이 질문 하고 보내야지…….

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헌데 웬걸.

이 멍청한 녀석은 곧이곧대로 전부 말하고 있다.

멍청하게도 말이다.

그에 웃겼던 나는 녀석, 마독을 바라보았다.

“마독이라 했나?”

“예, 교주님!”

“나는 소교주다.”

“아…… 소교주님!”

멍청하다.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말을 고치는 녀석을 보며 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에.

“백사대주가 소협을 어떻게 고수로 만들어 준다던가요?”

옆에 있던 서은설이 나를 대신해서 마독에게 물었다.

상당히 안쓰러웠나 보다.

우리 은설이, 마음도 곱지…….

크흠, 아무튼.

그런 서은설의 물음에 나를 바라보고 있던 마독이 고개를 돌려 서은설을 바라보았다.

화들짝.

그러고는 서은설의 얼굴을 보고 화들짝 놀라더니 이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거 녀석, 솔직한 놈이었다.

얼굴 붉히는 것은 마음에 안 들지만, 뭐 어쩌겠는가. 우리 은설이가 그만큼 아름다운 것이니 말이다.

아무튼. 고개를 숙인 마독이 서은설의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오늘 밤부터 저를 수련시켜 주신다고…….”

“백사문의 소문주라 했나?”

“예.”

이어진 나의 물음에 마독이 다시 대답했다.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말이다.

그런 마독의 대답에 나는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백사문의 최고수는 바로 백사대주 마사이다.

그가 사문의 후계자를 위해 직접 무공을 사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가 봐.”

“그럼, 안녕히 계세요.”

피식.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는 마독을 보며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무슨 애도 아니고.

그런 나의 피식 웃음에 마독은 눈에 띄게 움찔했고 이내 황급히 그의 호위무사와 함께 사라졌다.

그렇게 둘이 사라지고.

“이상하지 않아?”

서은설이 나를 향해 물었다.

무엇이 이상하다는 걸까?

궁금했다.

그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서은설을 바라보았다.

“뭐가?”

“저 공자는 소년의 태를 벗은 청년이야. 헌데 지금 가르침을 주다니 이상하지 않아? 명문의 후계자라면 응당 어린 시절부터 지도를 해야 하는데 말이야.”

날카로웠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이상한 점을 파악한 서은설을 보며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백사문의 소문주이다.

자그마치 백사대주인 마사가 속해 있는 곳.

그런 곳의 소문자가 무공이 약한 것부터가 이상했다.

게다가.

‘열여덟이랬나?’

성인이다.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책임을 져야 할 나이.

그 나이에 무공 수련을 도와준다는 것은 확실하게 이상했다.

마사가 바보가 아닌 이상 말이다.

아무튼, 그런 서은설의 지적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몸을 돌렸다.

“응? 어디 가? 백사대주에게 안 가?”

“나중에 가도 될 것 같아서.”

“그래?”

나의 대답에 서은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우리 백사대주.

지금이 아니라 밤에 봐야 할 것 같았다.

밖에서 따로 말이다.

* * *

“후우.”

달빛이 아름다운 밤.

이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던 마독이 깊은 숨을 내쉬며 방을 나섰다.

“어디 가십니까.”

그런 마독을 향해 문밖에 대기하고 있던 훈이 다가와 물었다.

그에 마독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훈을 바라보았다.

“숙부님에게.”

“수련을 하러 가시는군요.”

“응!”

훈의 물음에 마독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훈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따르겠습니다.”

“아니야, 피곤할 텐데 쉬어. 숙부님 만나러 가는 건데 뭐.”

“저는 호위입니다. 당연히 같이 가야지요.”

훈의 대답에 마독이 볼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에 훈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심심하기도 해서입니다.”

“내가 바본 줄 알아?”

“죄송합니다.”

훈의 말에 마독이 신경질을 내자 훈이 급히 사과했다.

그에 마독은 순간 벙 찐 표정을 지었다.

“아니…… 사과까지는…….”

굳이 사과할 필요까지는 없는데 말이다.

그런 훈을 보며 손사래 친 마독이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힘차게 걸음을 옮겼다.

“후후.”

그런 마독의 뒷모습을 바라본 훈.

그가 살짝 웃음을 흘리며 그의 뒤를 따랐다.

난봉꾼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상 그냥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것뿐.

여자를 강제로 취한 적도, 술 취해서 누구 때린 적도 없는. 진정한 풍류공자가 바로 마독이다.

겁도 많은 성격이면서 동시에 착하기도 해서 훈은 그런 마독이 막냇동생 같았기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그런 마독의 뒤를 따랐다.

잠시 후.

마독과 훈은 마사의 사가 앞에 도착했다.

“으스스하네.”

사황성과 백사문의 장원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마사의 사가.

차가운 한기가 들 정도로 을씨년스러운 사가의 모습에 마독이 팔을 쓸었다.

그에 훈이 입을 열었다.

“추우십니까?”

“아니!”

아이에게 묻듯 훈이 묻자 마독이 두 눈을 크게 뜨며 대답했다.

절대 춥지 않다는 듯 말이다.

그에 훈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걸음을 옮겨 사가의 정문을 지키고 있는 수위무사를 바라보았다.

“백사문의 소문주님이시다.”

“…….”

훈의 소개에 고개를 든 수위무사.

움찔.

그 수위무사와 두 눈이 마주친 마독은 그만 움찔하고 말았다.

모든 사람들에게 느껴져야 할 생기.

그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두 눈동자에 그만 겁을 먹고 만 것이다.

꾸벅.

그래도 강시는 아니었는지 마독을 향해 인사를 해 보이는 수위무사.

“응, 고생해요.”

그런 수위무사를 향해 마독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고는 수위무사가 열어 준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섰다.

저벅, 저벅.

안으로 들어서고 잠시 후.

“이상하군요.”

걸음을 옮긴 훈이 주변을 살피며 인상을 찌푸렸다.

“왜……?”

그에 훈의 옆에서 바짝 붙어 걷던 마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 마독의 행동에 피식 미소를 지은 훈은 일그러진 마독의 얼굴을 발견하고는 황급히 미소를 지우며 입을 열었다.

“아직 늦은 시각은 아닙니다. 헌데 사람이 보이지 않는군요.”

“그러게……. 괜히 더 오싹하다.”

훈의 말에 마독이 다시 겁먹은 표정을 지으며 동조했다.

마독이 봐도 이상했다.

지금 시각은 술시(오후 6~9시).

아직 잠들 시각은 아니었다.

헌데 사가에 이렇게 사람이 없다고?

이상했다.

그에 의문을 느끼던 것도 잠시.

그 둘은 앞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왔구나.”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반겨 주는 마사.

그런 마사의 등장에 마독은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숙부님을 뵙습니다.”

“그래, 훈 너도 왔구나.”

“오랜만에 뵙습니다, 대주님.”

마독의 인사에 고개를 끄덕인 마사가 눈길을 돌려 훈을 바라보자 훈이 고개를 깊게 숙이며 인사를 건네었다.

본래 백사대의 대원이었던 훈.

그는 대주였던 마사의 권유로 백사문에 들었던 무사였다.

자신의 전 상사이자 가족의 은인이기도 한 마사.

그를 바라보는 훈의 두 눈에는 믿음과 호의가 가득했다.

그것을 느낀 마사는 미소를 지어 보였고, 이내 몸을 돌렸다.

“따라오거라.”

“예.”

“훈아, 너도 따라와도 된다.”

“아닙니다, 이곳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마사의 말에 훈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사는 마독의 숙부.

그가 마독에게 해코지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

마독과 두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어미를 바라보는 아기 양과 같은 두 눈동자.

겁에 질려 흔들리는 두 눈동자에는 눈물마저 고여 있었다.

‘정말 나 버릴 거야?’

마치 그렇게만 말하는 것 같은 마독의 두 눈동자에 훈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피식 미소를 짓고 있는 마사를 바라보았다.

“송구합니다, 따르겠습니다.”

“그래.”

그런 훈의 말에 마사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으로 들어섰다.

그에 마독과 훈 또한 그의 뒤를 따랐다.

잠시 후.

“숙부님……? 이곳이 어디입니까?”

마사의 뒤를 따른 마독은 자신의 눈앞에 위치한 거대한 동굴을 보며 두 눈을 크게 떴다.

그에 마사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내 전용 수련장이다. 이 동굴 때문에 이곳에 따로 사가를 만들었지.”

“특별한 장소인가요?”

마사의 대답에 마독이 다시 물었다.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물음.

그 물음에 마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사령술을 배우기 위해서는 최적의 장소다.”

“사령술!”

마사의 입에서 나온 단어.

사령술 邪靈術.

사령술은 영혼을 부리는 기술로, 신강 아래 지역에 위치한 포달랍궁의 승려들이 사용하는 기술과도 같은 것으로, 무림에서는 사술이라 비난받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그 사술을 극성까지 익힌 무인이 나타났고 사람들은 그때부터 더 이상 사령술을 사술이라 부르지 못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두려움을 담아 그 무인을 이렇게 불렀다.

사령마 邪靈魔 라고 말이다.

이백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사황성 최고의 무인이 됐을 것이라 평가되는 마사를 보며 마독이 두 눈을 반짝였다.

그에 마사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들어가자.”

“예!”

마사의 말에 마독이 힘차게 대답하고는 마사의 뒤를 따랐다.

“훈……?”

그때.

심각한 표정으로 서성이는 훈의 모습에 마독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불렀다.

“아…… 네.”

그에 훈이 정신을 차리고는 마독의 뒤를 따랐다.

평소와는 너무 다른 훈의 모습에 마독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렴 어떤가.

지금 마독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령술이다.

어서 빨리 사령술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던 마독은 서둘러 마사의 뒤를 따랐다.

혹여나 그를 놓칠까 빠른 속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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