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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126화 (126/275)

제126화

제126장 그럼, 꺼져라 强退

‘내가 왜 몰라봤을까.’

감숙을 향해 방향을 잡은 천풍.

그는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무협공자, 위극신의 얼굴을 떠올리고는 자책 어린 표정을 지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눈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안심시키고 신강이라는 먼 지역으로 훌쩍 떠났던 어린 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한잔하시지요.’

마찬가지로 매력적인 눈웃음을 지으며 자신에게 술 한잔을 권하던 잘생긴 청년의 얼굴이 누이의 얼굴과 겹쳐 투영되었다.

‘그렇게 닮은 것을…….’

닮았다.

아니, 똑같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같은 핏줄인 것이 당연할 정도로 닮은 자신의 누이와, 무협공자는 닮아 있었다.

왜 이것을 몰랐단 말인가?

어린 시절.

무림의 평화라는 명분으로 마교에 팔려 가듯 시집가 버린 어린 누이를 떠올린 천풍의 발걸음은 더욱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부디 그곳에 있거라.’

무협공자의 행방은 알지 못하지만, 위마참군의 행방이라면 알고 있다.

지금 그는 혼인을 위해 감숙의 사황성에 방문한 상태.

천풍은 감숙으로 방향을 잡으면서도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부디, 움직이지 말고 그곳에 가만히 있어 주기를 말이다.

그리고.

‘내 물어볼 것이 아주 많다.’

늘 미안하던 자신의 어린 누이.

천소화가 그곳에서 행복하게 살았는지, 아니면 불행하게 살았는지 상세히 알려 주기를 말이다.

* * *

“어서 오십시오.”

신강과 청해의 접경지.

청해의 입구에 들어선 천마는 자신을 맞이하는 오십여 명의 도사들을 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겁도 없이 우리를 마중 나왔군?”

“겁을 먹을 필요가 있습니까?”

천마의 물음에 도사들의 가장 최선두.

곤륜파의 장문이자 태허검 太墟劍 이라 불리는 운건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에 천마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뒤에는 다른 것 같은데?”

운건의 뒤.

오십여 명의 도사들이 겁에 질린 표정, 또는 도사답지 않게 살기 어린 눈빛으로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에 운건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직, 수양이 부족한 아이들이지요. 천마께서 봐주시지요.”

“내가 왜 봐줘야 하지?”

운건의 말에 천마가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

그에 운건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무림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광랑대, 그리고 흑천단.”

“호오.”

운건의 입에서 나온 말에 천마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 정보는 어떻게 알았을까?

그가 이끌고 온 무력대는 오십 명 전원이 절정 이상의 고수로 이루어진 광랑대와, 열다섯 개의 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조장급 모두가 절정고수인 흑천단이었다.

분명 정파에게 알리지 않은 정보인데 이들이 어떻게 알고 있을까?

혹시 첩자가 있는 것인가?

흥미로웠다.

그에 천마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바라보자 운건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본 파의 제자들을 가장 많이 죽인 곳이 바로 광랑대와 흑천단입니다. 저희가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크큭.”

그랬다.

마정대전 魔正大戰이 일어난 그 당시.

천마신교와 가장 먼저 충돌했던 세력이 바로 청해에 위치한 곤륜파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들이 곤륜파였고, 그로 인해 천마신교에 가장 큰 악감정을 지니고 있는 곳 또한 곤륜파이기도 했다.

아무튼, 뼈 있는 운건의 말에 천마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운건의 뒤.

살기 어린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도사들을 힐끔 보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서, 한번 해보자는 건가?”

천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스윽.

“…….”

우웅!

“푸하하!”

천마를 따라 나선 두 명의 장로, 삼장로 창마와 이장로 권마가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스윽.

그런 장로들의 뒤로 광랑대가 특유의 껄렁한 표정으로 도사들을 노려보았고.

척.

훈련이 잘된 병사들과 같이 날카로운 기세를 내뿜던 흑천단원들이 긴장하며 언제든지 출수가 가능한 자세를 취하였다.

순식간에 전투태세를 취한 천마신교의 일행들.

그런 일행들의 가장 선두.

흑색의 고운 말에 올라타 있는 천마가 다시 운건과 그 뒤, 겁을 집어먹은 도사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자신 있는가?”

“…….”

천마의 물음에 운건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뒤의 도사들까지.

장로들과 광랑대, 그리고 흑천단의 모두에게 그만 기세를 빼앗기고 만 것이다.

그런 곤륜파의 모습에 천마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정색을 하며 운건을 바라보았다.

“그럼, 꺼져라.”

“…….”

천마의 한마디.

그 한마디에 운건이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스윽.

옆으로 물러났다.

장문인인 운건이 옆으로 물러나자 그의 뒤를 따랐던 도사들 또한 옆으로 물러섰고.

“가자.”

천마는 그들이 비킨 길을 따라 여유롭게 말을 몰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첫 번째의 목적지.

사천을 향해 말이다.

* * *

“죄송합니다.”

사황성주의 집무실.

이백에게 뒤처리를 맡긴 백리관이 나를 따로 불렀고, 나는 그의 뒤를 따라 이곳에 들어섰다.

그러고는 곧장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건네었다.

그에.

“하하.”

백리관이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너, 뭐냐?”

“위극신입니다.”

백리관의 물음에 내가 대답했다.

그런 나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백리관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집무실에 마련된 의자에 털썩 앉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걸 내가 모르겠느냐?”

백리관의 물음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백리관의 맞은편에 털썩 앉았다.

“앉으라고 안 했다.”

그런 나의 모습에 백리관이 심술부리듯 말했다.

어린아이 같은 백리관의 말에 나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다리가 아파서요.”

“아프긴 아프냐?”

“네.”

나의 짧은 대답에 백리관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복잡한 표정으로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다시 묻겠다. 너 뭐냐.”

“위극신입니다. 숙부님의 벗인 천마의 아들이며, 천마신교의 소교주. 아 그리고 무협공자라고도 불립니다.”

“…….”

“아, 은설이의 약혼자…….”

“되었다.”

계속해서 헛소리를 하는 나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백리관이 혀를 한번 차며 말했다.

그에 나는 웃으며 입을 다물었고, 백리관은 복잡한 표정으로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나를 바라보기만 하는 백리관.

그런 스승님의 행동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잘생겼습니까?”

“그래, 짜증 나도록 잘생겼구나.”

나의 물음에 백리관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소리 많이 듣습니다.”

“에휴.”

이제 그만해야겠다.

한숨을 내쉬는 백리관을 보며 나는 입을 다물었다.

“내가 진짜 서러워서…….”

그러고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탁자 밑에서 술병을 꺼내 드는 백리관을 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비상주 非常酒 다.

전생에서 수하들이 짜증 나게 굴거나 일이 잘 안 풀릴 때를 대비하여 늘 준비해 놓았던 비상주.

스승님이 그러는 것을 보고 내가 성주가 되었을 때도 똑같이 비상주를 항상 구비해 놓았었다.

그 익숙하고 그리운 비상주의 등장에 나는 내심 반가운 표정을 지었고.

뽕!

백리관은 그런 비상주를 시원하게 개봉했다.

분명 같은 술인데 소리부터가 달랐다.

“추릅!”

그에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흘릴 뻔했다.

그에 중얼거리던 백리관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피식.

그러고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한잔할 테냐?”

“물론입니다.”

안 주면 삐질 뻔했다.

백리관의 물음에 나는 넙죽 대답했다.

그에 백리관은 피식 웃고는 손을 들었다.

그러자 저 구석에 있던 두 개의 술잔이 날아와 백리관의 손에 쥐어졌다.

허공섭물 虛空攝物.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고수만이 가능한 기술로서, 무식하게 내력을 뽑아내어 외부에 있는 물건을 강하게 잡아당기는 기술이다.

내력 소모가 많아서 잘 사용하지 않는 기술이지만, 때때로 이렇게 보여 주기식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나 이렇게 고수니까 까불지 마라.

약간 이런 느낌.

물론, 초절정을 넘어 화경의 경지에 이른 백리관에게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와아. 멋지십니다.”

그런 기술을 보여 주는 백리관을 보며 내가 짐짓 놀랍다는 표정으로 말하자 백리관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술잔에 술을 따르며 입을 열었다.

“놀리는 거냐?”

“아닙니다.”

“아니기는 개뿔.”

나의 대답에 백리관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술잔을 들었다.

“한 잔 하자.”

“네.”

잔을 내미는 그의 모습에 나는 두 손으로 공손하게 잔을 들어 부딪쳤다.

그러고는 시원하게 들이켰다.

“…….”

맛있었다.

너무나도 황홀한 맛에 나는 잠깐 멍한 표정을 지었다.

피식.

그에 백리관은 피식 미소를 지었고, 그 웃음소리에 나는 정신을 차리고는 술잔을 내려놓았다.

“너, 정말 강하더구나.”

“감사합니다.”

술이 몇 번 더 오가고.

드디어 본론을 꺼내는 백리관이었다.

그의 이야기에 나는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며 대답했다.

그에 백리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언제, 화경의 경지를 넘어선 것이냐.”

“…….”

백리관의 물음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에 백리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녀석은 알고 있느냐?”

“…….”

이번에도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백리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모두 들었다는 듯이 말이다.

그렇게 침묵이 잠시 오갔고.

쪼르르.

백리관이 나의 술잔에 다시 술을 따라 주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잔에 따르고는 잔을 들었다.

“한 잔 하자.”

“예.”

쨍.

그의 권유에 나는 다시 잔을 들었고, 이내 두 개의 잔이 부딪쳤다.

그렇게 나는 또 잔 속의 술을 한 번에 들이켰고.

“잘했다.”

“…….”

이어진 백리관의 말에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에 나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고.

“네가 자랑스럽구나.”

전생에서 나를 향해 지어 주던 푸근한 미소.

그 미소로 나를 바라보는 스승님의 모습에 나는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전생에서 그렇게 듣고 싶었던 이야기…….

그 이야기를 이제야 듣게 되었으니 울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제가 괜히 일을 키운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울컥한 감정을 애써 숨긴 내가 말하자 백리관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런 놈이 한 세력의 부두목을 단칼에 죽였느냐?”

“우리 은설이를 죽이려 한 놈이다 보니 그만…….”

“그래, 그랬겠지.”

나의 대답에 백리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술을 한 모금 더 들이켜고는 입을 열었다.

“걱정 말거라. 부성주인 권진욱의 행동은 비겁했다. 게다가 죄 없는 일반 무인들을 죽이기까지 했지. 이미 사황성의 모든 여론은 ‘잘 죽었다’로 굳어진 상태이다.”

“다행이군요.”

그럴 줄 알았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패도의 길을 걸으며 사파를 통일한 백리관이다.

그런 백리관이 사파의 지존이 되고, 사파의 성격은 바뀌었다.

이전에는 승리를 위해 그 어떠한 수도 서슴없이 저지르는 비겁한 집단이었다면 지금은, 오히려 정파보다 더 체면을 생각하는 상남자들이랄까?

아무튼, 그런 백리관의 말에 나는 겉으로는 다행이라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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