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119화 (119/275)

제119화

제119장 메롱 舌出

‘오랜만이구나.’

흑색의 돌로 만들어진 거성 巨城.

사람들이 감숙성이 아닌, 사황성이라고 감숙 지역을 부를 정도로 웅장한 위용을 뽐내는 사황성을 보며 나는 전생의 추억에 젖어 들었다.

‘극신!!’

‘미안! 한잔만 더 하고 올게!’

사황성에서 매일매일 서은설에게 쫓기며 몰래 술을 마시던 나의 모습.

그런 나를 보며 화를 내다가도 결국에는 피식하고 웃고 마는 나의 연인 서은설까지.

전생에서 일상과도 같던 모습이 투영되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조금…… 그리웠다.

“마음에 들어?”

그런 나의 미소를 다르게 파악한 서은설이 기대감 어린 눈빛으로 나를 보며 물었고,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마음에 들다마다.

이곳은 나의 집과도 같은 곳이었는데 말이다.

아무튼, 집에 온 것 같은 푸근한 기분에 미소를 지은 것도 잠시.

“어서 오시오.”

나를 반겨 주는 야비한 인상의 중년 사내를 발견하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거참.

전생의 추억으로 기분이 좋아졌던 이때, 하필 저 인간의 모습이 보이다니, 기분이 더러웠다.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 하지만 나에게는 너무나도 야비한 미소로 무장한 사내가 나의 앞에 멈추어 섰다.

사황성의 부성주이자 전생에서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서 죽여 버렸던 부성주, 사권왕 死拳王 권진욱이 이 사내의 이름이다.

별호에서 알 수 있듯이 칠왕 七王 중 한 명이며, 사파의 이인자이기도 한 사내였다.

그의 등장에 인상을 찌푸린 것도 잠시, 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을 폈다.

그러고는.

“반갑군.”

싸늘한 표정으로 권진욱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동안 내가 무협공자로 살아왔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던데…… 나는 천마신교의 소교주다.

무림공적이 나의 아버지이고, 중원 무림의 평화를 위협하는 절대 악이 바로 우리 집이다.

말하고 나니까 조금 이상하네.

아무튼, 그 뜻은 무엇이겠는가?

‘내 X대로 해도 된다는 거지.’

깽판치고, 망나니짓을 해도 그 누구도 나에게 삿대질을 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마교가 마교했네 하면서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아무튼, 그렇기에 나는 그동안 참아 왔던 나의 망나니스러움을 팍팍 드러내며 대답했고, 그에 권진욱이 움찔했다.

그러고는.

“하하, 부성주인 권진욱이라고 하오.”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한쪽으로 올라간 입꼬리가 떨리는 권진욱을 보니 상당히 열받았나 보다.

아이 고소해라.

그런 권진욱의 모습을 보며 나는 내심 고소를 지었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 않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천마신교의 소교주.”

“본 성은 소교주의 입성을 환영하오.”

“그건 성주에게 들어야겠군.”

성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성주인 양 행동하는 권진욱의 행동.

전생에서도 거슬렸던 그 행동을 보여 주는 권진욱을 보며 나는 싸늘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에.

“…….”

뒤에 있던 사황성의 무인들의 기세가 날카로워졌다.

손님에게 기세를 내뿜는 수하들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있는 권진욱을 보며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수하들을 희생해서 나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려는 야비한 행동이다.

여기서 내가 분노하여 무공을 드러낸다면 어느 정도 파악한 후 자신이 나서서 수하들의 잘못으로 돌리고 넘어가면 될 테니까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자신이 나서지 않는 비열한 모습은 똑같았다.

‘이건 못 참지.’

주도 酒道를 걷는 미남자 美男子 로서 걸려 오는 승부를 피할 수는 없었다.

그에 나는 흔쾌히 어울려 주기로 했다.

우웅!

그동안 무협공자라는 별호 아래에서 계속해서 잠들어 있던 나의 힘.

무림공적을 처치할 때 조금씩 드러냈던 나의 천마신공 天魔神功이 처음으로,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웅!

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칠흑색 漆黑色의 기운들.

그 기운이 사황성의 내부를 금방이라도 무너트릴 듯 강맹하게 휘몰아쳤고.

“크어억!”

“커억!”

권진욱의 뒤에 있던 수십여 명의 수하들이 괴로운 소리를 내뱉으며 무릎 꿇었다.

그렇게 모든 수하들을 무릎 꿇린 후, 나는 고개를 돌려 권진욱을 바라보았다.

“약한 것들이 주제를 모르고 감히.”

이렇게나 강한 기운을 내뿜을 줄은 몰랐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권진욱.

그를 보며 나는 고개를 한껏 치켜세우고는 입을 열었다.

“죽여도 할 말 없겠지?”

마치 아랫사람을 대하듯 말이다.

그런 나의 말에 권진욱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예상외의 강함에 당혹스러웠나 보다.

그에 나는 한쪽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그러고는.

“커헉!”

무릎 꿇린 모든 수하들의 머리를 바닥에 처박았다.

가공할 나의 기세에 몸의 통제권을 빼앗겨 그대로 머리가 바닥에 처박힌 사황성의 무인들.

그들을 보며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권진욱을 바라보았다.

“근데 말이야.”

“…….”

나의 말에 긴장 어린 표정을 짓는 권진욱.

나는 그런 권진욱을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수하들의 잘못은, 주인에게 있지 않나?”

“지금…… 나를 도발하는 것이오?”

피식.

권진욱의 되물음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스윽.

그러고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권진욱의 얼굴 앞으로 얼굴을 들이 밀었다.

가까이서 보니 더럽게 못생겼다.

아무튼.

내가 고개를 들이밀자 권진욱은 두 눈에 힘을 주며 나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아니, 그냥 말한 건데.”

쿠웅!

스으으…….

‘제법.’

권진욱의 복부 바로 앞.

나는 나의 주먹을 두 손으로 막아선 권진욱을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왕이라는 별호가 괜히 있는 것은 아니네.”

나의 기습을 막다니 말이다.

무림의 십대고수.

천외천이라 칭해지며 삼황 三皇이라 불리는 세 명의 고수들 다음으로 강한 것으로 평가되는 칠왕 七王.

그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별호를 가볍게 무시하는 나의 발언에 권진욱의 두 눈에 분노가 어리기 시작했다.

그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덤벼, 덤벼 봐.”

천마가 가장 싫어하는 표정과 말투로 마음껏 도발하기 시작했다.

“…….”

오, 제법 참는다.

두 주먹을 부르르 떨면서 참는 권진욱을 보며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 아들 고자.”

“!!”

얼레, 이건 선 넘었나?

아무튼, 권진욱이 아들을 지독하게 아낀다는 사실을 전생을 통해서 알고 있었기에 나는 그의 역린을 건드렸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역린을 건드린 나의 도발에 권진욱의 기세가 폭발하려는 찰나!

“실례합니다, 백사대 白蛇隊의 대주 마사라고 합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한 개의 기운이 들어와 나와 권진욱의 기세를 막아섰다.

제법이다.

물론, 겨우 비집고 들어온 정도지만 어쨌든 나의 힘을 뚫고 들어왔다는 것은 충분히 칭찬할 만했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사령마 死靈魔?”

“영광입니다, 소교주님.”

나의 물음에 백사대주인 마사가 고개를 깊게 숙이며 대답했다.

백사대주 白蛇隊主 사령마 死靈魔.

라마승들과 같이 악귀들을 부리는 고수이며, 사황성의 초고수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전생에서 권진욱을 도와 나에게 까불던 녀석이기도 했고 말이다.

아무튼, 녀석의 등장에 나는 내심 반가웠다.

하지만 겉으로는 표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위극신이다.”

전생에서 아닌 척하면서 계속 까불던 놈, 그래서 대놓고가 아니라 몰래 패고, 죽였던 놈이다.

나름 재미있던 놈.

그런 놈을 보며 내가 자신을 소개하자 녀석이 다시 미소를 지었다.

예의 야비한 미소를 말이다.

“소교주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조금 더 소교주님과 대화를 나누는 영광을 느끼고 싶으나, 아쉽게도 대전에서 성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시니 이만 들어가시지요.”

아주 혓바닥이 예술이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녀석의 말투.

그 말에 나는 피식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피식.

나를 노려보는 권진욱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에 권진욱이 욱하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스윽.

백사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간절한 눈빛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까득.

그에 권진욱은 이를 한번 갈고는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진짜, 눈빛만으로 사람을 찢어 죽여 버릴 듯한 매서운 눈빛.

그 눈빛에 나는.

‘메롱.’

혀를 한번 내밀고는 사황성의 대전으로 걸음을 옮겼다.

“!!”

뒤에서 분노하는 권진욱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건 가볍게 무시하자.

거참.

오랜만에 사황성에 왔더니 제법 재밌었다.

“왜 그런 거야?”

그렇게 권진욱을 지나쳐 대전으로 걸음을 옮기자 가만히 있던 서은설이 가까이 다가와 물었다.

“까불잖아.”

“부성주님이?”

“응.”

“어떻게 까불었는데?”

나의 대답에 서은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못생긴 얼굴로 어디서 하오체 하고 있어.”

“…….”

“게다가 숙부님도 아니면서 지가 왜 사황성을 대표하는 것처럼 굴어? 지가 성주야 뭐야?”

“…….”

“잔소리하지 마.”

나의 말에 서은설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나는 황급히 입을 열었다.

전생에서는 이런 나의 행동 이후에는 항상 폭탄과도 같은 서은설의 잔소리가 뒤따랐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왜 잔소리를 해?”

나의 예상과 달리 잔소리가 날아오지 않았다.

오히려, 기특하다는 듯 흐뭇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서은설의 모습에 나는 그대로 얼굴을 굳혔다.

“누구냐.”

그러고는 나도 모르게 본심을 꺼내고 말았다.

우리 은설이는 이런 아이가 아니야.

넌 누구냐!

그런 나의 말에 서은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제야 나는 황급히 손사래 치며 입을 열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뭐야.”

싱거운 나의 대답에 픽 웃으며 나의 팔뚝을 가볍게 치는 서은설.

다행이다.

이것은 변하지 않았다.

팔뚝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나는 억지 미소를 지었고, 서은설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한 걸음 앞장섰다.

왜인지 모르게 가벼워 보이는 그녀의 발걸음.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짓고는 서은설의 뒤를 따랐다.

어쨌든 은설의 기분이 좋아 보이니 그거면 되었다.

* * *

“잘 참으셨습니다.”

멀어져 가는 위극신의 뒷모습을 죽일 듯 노려보던 권진욱.

그런 권진욱을 바라보며 마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에 권진욱은 고개를 돌려 마사를 바라보았다.

“저 망할 놈을 계속 그냥 지켜봐야 하나?”

“지금은 몸을 낮출 때입니다. 곧 부성주님이 사파의 지존이 되실 것인데 조금만 지켜보시지요.”

아이를 달래듯 말하는 마사의 간드러진 목소리.

그 목소리에 권진욱은 심호흡을 하고는 분노를 가라앉혔다.

그러고는 다시, 날카로운 눈빛으로 마사를 바라보았다.

“확실하게 준비하도록.”

“물론입니다.”

권진욱의 강한 어조에 마사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그의 대답에 권진욱은 몸을 돌려 신경질적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권진욱이 멀어지고.

마사는 고개를 돌려 신음을 흘리는 사황성의 무인들을 바라보았다.

“쓸모없는 놈들.”

사황성의 무인, 아니.

마사가 대주로 있는 백사대의 대원들은 대주의 힐난 詰難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모두 물러가라!”

그에 마사는 무서운 표정으로 호통을 쳤고, 백사대원들은 힘겹게 일어나 고개를 숙이고는 물러났다.

힘없이 걸음을 옮기는 수하들을 보며 혀를 찬 마사.

그가 그 누구에게도 들리지 못할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역시 천군 天軍에 비하면 쓰레기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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