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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118화 (118/275)

제118화

제118장 입성 入城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남경에 위치한 황궁.

그곳의 끝자락에 위치한 대장간에 도착한 주윤문은 자신을 향해 예를 차리는 중년 사내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철 내음이 가득한 이곳.

수많은 장인들의 거친 숨결로 인해 뜨거워진 공기를 느끼며 주윤문이 입을 열었다.

“정말 완성한 건가?”

전날 밤.

무림으로 나가기 위해 채비를 하던 주윤문은 드디어 완성되었다는 중년 사내의 소식에 날이 밝자마자 이곳으로 달려왔다.

자신이 그토록 기다리고 있던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주윤문의 기대 가득한 물음에 그 소식을 알린 장인, 조진이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예, 폐하.”

조진의 대답에 주윤문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에 조진은 제자들에게 눈치를 주었고, 이내 어린아이 머리통만 한 물건을 들고 왔다.

“이것이군.”

“그렇사옵니다.”

주윤문에 손에 들린 작은 구체.

그것을 내려다보며 말하자 조진이 고개를 숙였다.

그에 주윤문은 고개를 돌렸고, 이내.

휙!

사람이 없으며 깊은 구덩이가 파여 있는 곳, 조진이 미리 준비해 놓은 지점으로 가볍게 던졌다.

주윤문의 손에서 벗어나 포물선을 그리며 지점 정중앙에 떨어진 작은 구체.

그 구체가 바닥에 닿자마자.

콰앙!

강렬한 폭발음을 내며 주변을 그대로 폭발시켜 버렸다.

뿌연 먼지로 가득해져 앞이 보이지 않자 주윤문은 손을 가볍게 휘둘렀고.

부웅!

그의 손에서 바람이 일어나 뿌옇던 먼지들을 걷어 내었다.

주윤문으로 인해 점점 사라지는 먼지들.

그 먼지들 사이로 보이는 처참한 광경을 보며 주윤문은 진한 미소를 지었다.

“만족스럽구나.”

조진이 준비해 놓은 지점을 중심으로 주변 삼 장(약 9미터) 정도가 초토화된 모습.

그 모습을 보며 주윤문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어느 정도 생산이 가능하지?”

“많은 양의 화약을 압축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모되어 하루에 한 개 정도 가능합니다.”

“생각보다 많구나.”

조진의 대답에 주윤문이 살짝 놀란 음성으로 답했다.

이 정도의 폭발물을 지닌 기물이라면 일류고수들은 물론 절정고수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가 있다.

물론 초절정고수들에게는 어렵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뛰어난 위력을 보이는 이 구체가 하루에 한 개씩 만들어진다고?

제법이 아닌, 엄청난 속도였다.

그런 주윤문의 놀란 음성에 조진은 황송하다는 듯 깊게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모든 것이 황제 폐하의 은덕 덕분이옵니다.”

송 왕조 시절.

화약 火藥 을 연구하고 발전시켰던 집안이었으나, 송 왕조의 멸망 후 대륙은 화약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평생을 화약만 연구했던 조진의 가문은 망하고 말았고, 선조들의 화약 연구 비급과, 선대들이 진 빚만이 집안 대대로 내려오고 있었다.

그런 집안의 장남이었던 조진.

벼랑 끝에 몰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그를 구원해 준 이가 있었으니, 바로 당금의 황제 주윤문이었다.

그는 조진에게 ‘화약은 세상을 정복할 힘이다’라고 말하며 엄청난 돈을 지원해 주었고, 조진은 그런 주윤문의 기대에 힘입어 열심히 연구했고, 결국 완성해 내었다.

진심으로 이 모든 것이 주윤문의 은덕이라 생각하는 조진의 말에 주윤문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준비만 해 놓거라. 아직은 사용할 때가 아니니.”

“알겠습니다.”

“그리고, 입단속을 철저히 시키도록.”

“물론입니다.”

주윤문의 주의에 조진이 고개를 깊게 숙였다.

그에 주윤문은 고개를 돌려 다시 폭발 지점을 한번 바라보고는 이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결과도 확인했으니 다시 돌아가서 떠날 채비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 * *

“진천뢰가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

하북의 끝.

북원의 잔재들과 국경을 접하고 있던 황자징은 염승의 이야기에 가만히 두 눈을 감았다.

“황 노사.”

“말씀하시오.”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황자징의 말에 염승이 특유의 간드러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에.

“동창제독, 말씀 가려 하시오.”

황자징이 두 눈을 뜨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경고했다.

그에 염승이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무엇을 말입니까? 황제 폐하께서 나약해졌다는 것을 말입니까?”

“동창제독!”

선을 넘는 염승의 발언에 황자징은 언성을 높였지만, 염승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대명의 하늘 아래서 제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무림인들, 자신들이 왕인 양 지역을 다스리고, 황궁에서 제정한 법을 따르지 않는 무도한 놈들입니다! 그런 무도한 놈들을 멸한다는 대계로 우리를 설득하고 힘을 모았던 폐하가 지금 이리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가 어찌해야 한단 말입니까?”

분노가 가득한 염승의 절규와도 같은 이야기에 황자징은 다시 두 눈을 감았다.

그에 염승은 심호흡을 하며 분노를 가라앉힌 다음 다시 입을 열었다.

“황 노사. 노사께서 움직여 주십시오.”

“지금, 본인에게 역모라도 저지르란 말이오?”

“그것이 아님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황자징의 말에 염승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그에 황자징은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조금은…… 더 두고 봅시다.”

“…….”

“그동안 앞만 보고 그 어떠한 두려움도 없이 길을 걸어오셨던 분, 폐하께서는 잠깐 길을 잃은 것뿐이오.”

어린 시절.

두 눈에 어린 살기와 독기.

그리고 광기.

자신의 숙부를 단칼에 쳐 내는 과감함과 수하들을 설득해 충성을 받아 내는 부드러움까지.

어린 시절부터 완벽한 제왕상 帝王狀을 보여 주던 존재가 바로 현 황제였다.

어린 시절 자신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던 그 모습.

그 모습을 떠올리며 황자징은 다시 입을 열었다.

“황제 폐하는…… 만인지상의 존재가 되실 분 이오.”

황자징의 입에서 나온 말에는 믿음이 가득했다.

그 누구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믿음.

그 믿음에 동창제독인 염승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 * *

“…….”

한화객잔에 위치한 객실.

그곳에 위치한 동경 銅鏡의 맞은편에 앉은 서은설은 가만히 정면을 바라보았다.

동경 속에 비친 푸른색의 두 눈.

이곳 중원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푸른색의 두 눈이 상당히 이질적이었다.

중원에서 자라 중원인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 서은설.

그녀는 자신의 푸른색 두 눈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스윽.

다시, 동경 앞에 위치한 탁자에 손을 얹었다.

탁자 위에 가지런히 놓인 작은 상자.

그 상자 안에는 천마신교에서 좋은 인연을 맺었던 야율령이 보내 준 선물이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괴롭혀 왔던 푸른색의 두 눈을, 평범한 검은색의 두 눈으로 바꿔 주는 서역의 기물 奇物.

색막안 色膜眼 이라는 이름을 지닌 기물을 손에 쥔 서은설은 반대쪽 손을 들었다.

그러고는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딸깍.

서은설의 손에 의해 열린 상자 뚜껑.

그 뚜껑을 보며 서은설은 고개를 나지막이 끄덕였다.

그래, 자신이 이상한 거다.

그런 자신 때문에 위극신이 피해를 볼 수는 없는 법.

그에 서은설은 투명한 액체 속에 담긴 색안막을 향해 손을 가져갔다.

멈칫.

그렇게 막 색안막을 꺼내려던 찰나.

-네 본모습. 두려워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마.-

그녀의 머릿속으로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 위극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색안막이라는 기물로 자신의 본모습을 가리려고 했던 서은설.

그녀는 머릿속을 울리는 자신의 정인 情人, 위극신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탁.

그러고는 상자를 닫고는 품속에 갈무리하였다.

* * *

“멋지십니다.”

한화객잔의 정문 앞.

나는 나를 향해 빙긋 미소를 짓는 이백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압니다.”

지금 나의 모습은 소문으로 널리 알려진 위마참군의 모습과 같았다.

왕일이 직접 생각해 낸 의복으로, 햇빛에 반짝이는 아름다운 검은빛을 바탕으로 중간중간 금색의 수실로 장식을 한 멋들어진 의복.

평범한 사람이 입었다면 꼴불견이라며 흉을 보았겠지만 나는 달랐다.

왜냐?

“와아…….”

“헐…….”

“미친…….”

나는 무결점, 완벽한 피사체를 지닌 존재였으니 말이다.

멋들어진 나의 모습에 객잔의 앞을 지나던 모든 사람들이 하던 행동들을 멈추고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시선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짓고는 다시 이백을 바라보았다.

“이백도 좀 달라 보입니다?”

새하얀 바탕에 검은색으로 장식을 한 의복을 입은 이백.

날카로운 기세를 내뿜는 고수와도 같은 모습을 보이는 이백을 보며 말하자 그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이백의 뒤를 따라온 대원들, 백호대원들을 슬쩍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쓸 만해 보입니까?”

이백의 물음.

그 물음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몸은 나를 향하고 있지만 두 눈은 밑으로 내리깔아 시선을 낮추고 있는 오십여 명의 백호대원들.

그들 모두가 한곳에 모여 뿜는 기세는 제법 매서웠기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매섭습니다.”

“광랑대 狂狼隊에 비하면 어떻습니까?”

“…….”

이백의 물음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광랑대 狂狼隊.

그곳은 현재 우호법인 광마도, 윤무천이 대주로 있던 곳이었으며, 오십 명의 대원 모두가 절정으로 이루어진 천마신교의 최고 무력대였다.

그곳과 비교하는 이백의 말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그에 이백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더 노력해야겠군요.”

“…….”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색하게 미소를 짓는 이백을 보며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때.

저벅.

때마침 뒤에서 인기척 소리가 들려왔다.

이 어색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인기척에 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렸다.

“아…….”

그리고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저벅, 저벅.

이미 나와 백호대의 등장으로 수많은 인파들이 몰린 한화객잔의 앞.

그곳의 문을 열고 나에게 다가오는 여인의 모습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살랑.

부드러운 바람이 그녀의 고운 머릿결을 흔들었으며.

싱긋.

그녀의 아름다운 푸른색의 두 눈이 나를 향해 접혔다.

“…….”

사황성의 정식 방문을 위해 아름다운 예복을 차려입은 서은설.

저벅.

“나 어때?”

그녀가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의 앞에 멈추어 서서 물었다.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으면서 머릿결을 귀 뒤로 넘기며 묻는 서은설의 모습에 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는 전생에서 나와 그녀의 인연을 맺어 주었던 아름다운 보석.

푸른색의 두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무 아름다워.”

“정말?”

“응. 너밖에 보이지 않아.”

진심이었다.

이 수많은 인파들의 모습과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지금 이 세상에는 서은설 그녀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나의 진심이 느껴진 것일까?

그녀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나를 바라보며 진정으로 행복하다는듯 말이다.

그에, 나 또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미소를 보고 어찌 미소를 안 지을 수 있겠는가?

그렇게 우리 둘이서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자.

“천마신교의 소교주, 위마참군 위극신 대협의 감숙 방문을 환영합니다!”

이백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힘차게 예를 갖추었고.

“환영합니다!”

그의 뒤로 오십여 명의 백호대원 모두가 한쪽 무릎을 꿇고 나를 환영했다.

그렇게.

나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나의 정인과 함께, 백호대의 호위를 받으며 감숙 난주에 위치한 사황성 邪皇城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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