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113화 (113/275)

제113화

제113장 태극검왕 太極劍王 (2)

신선도인 神仙道人.

청수 진인에게 있어서 대사형인 그가 아직 살아 있냐는 질문에 나는 순간 당황해하며 정색을 하고 말았다.

‘이걸 참…….’

신선도인 청학.

그는 나에게 서책의 전달과 태진이라는 아이를 부탁하고는 나의 눈앞에서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그가 걸치고 있던 옷까지 모두가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는 뜻!

그 현상을 직접 보았던 나는 죽었다고 표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웠던 것이다.

만약 죽었다고 하면?

‘시체가 없고.’

유골이라도 무당파에 묻어 줘야 된다며 시체의 위치를 물을 것이고, 먼지가 되어 날아갔다고 하면?

‘시X, 누가 믿냐.’

진짜 누가 믿겠는가?

그에 고민하던 것도 잠시.

“무량수불…….”

나를 바라보며 흠칫한 청수 진인이 갑자기 도호를 읊더니.

“무당파에 돌아가는 대로 참회동 慙悔洞에 들어 스스로를 수양하겠네. 그러니 부디, 후배는 이 못난 선배를 단정 짓지 말고 좋게 생각해 주게.”

갑자기 자기 혼자 급발진해서 괴상한 말을 내뱉었다.

갑자기 참회동?

아니 왜?

그리고 나는 못난 선배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

오히려, 꽤 괜찮은 도사이며 선배라 생각하고 있었다.

헌데 왜 갑자기 자기 입으로 저런 말을 한단 말인가?

그에 결연한 표정을 짓고 잇는 청수 진인을 보며 나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런 나의 격렬한 반응에 왠지 모르겠지만 청수 진인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나는 후배에게 당당해지고 싶네. 꼭 이 못난 모습을 극복하도록 하겠네.”

“아니…….”

“고맙네.”

그래, 포기하자.

득도를 한 듯, 인자한 미소까지 지으며 말하는 청수 진인을 보며 나는 말하기를 포기했다.

그러기를 잠시.

나는 잠깐 다른 길로 빠진 이야기를 원점으로 되돌리기 위해 다시 입을 열었다.

“신선도인 선배님께서는…… 한 줌의 먼지가 되어 바람에 날아가셨습니다.”

“허어! 우화등선을 하셨단 말인가!”

나의 설명에 청수 진인이 두 눈을 크게 뜨며 감탄 어린 어조로 말했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우화등선이고 나발이고.

그런 건 모르겠지만 혼자 착각하니, 잘되었다 싶었던 것이다.

“네, 환한 미소를 지으시며, 홀가분하게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대가 옆을 지켜 준 것인가?”

“부족하지만 그랬습니다.”

청수 진인의 물음에 나는 겸양을 떨며 대답했다.

그에 청수 진인이 손을 뻗어 나의 두 손을 잡았다.

“고맙네!”

오랜 세월 검을 잡아 굳은살이 가득 박인 늙은 두 손.

그 두 손으로 나의 손을 강하게 쥐며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청수 진인을 보며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아닙니다.”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청수 진인을 보니 갑자기 생각났다.

사황이었던 전생의 시절.

나에게 까불고 다니던 어린 장로가 말이다.

그때 그놈이 하도 까불길래 짜증 나서 몇 대 때리기까지 했었다.

나한테 몇 대 맞고, 조용해졌던 놈.

의기소침해진 녀석의 모습에 괜히 미안해져서 술병을 들고 가니 좋다면서 술을 받아 마시고, 다시 까불기 시작했던 놈이 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아마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녀석이 귀여웠고, 녀석 또한 나를 좋아했던 것 같다.

무당파에서 겉도는 녀석을 챙겨 준 것이 나였으며, 녀석 또한 앞에서는 아닌 척하면서 뒤에서 나를 편들어 주던 놈이었으니까 말이다.

‘이름이…… 뭐였지?’

태 뭐시기였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 났다.

아무튼, 전생에서의 인연과 동시에 현생에서 새로 만난 인연에 나는 무당파에 깊은 호감을 느꼈다.

‘소림보다는 무당이지.’

전생에서부터 그랬다.

개인적으로 빡빡한 소림보다는 무당파가 좋았다.

특유의 부드러운 기운도 좋았고 말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나의 목소리에는 호감이 가득 담겨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호감을 느꼈을까?

청수 진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나의 손을 강하게 쥐며 한 번 흔들어 보였다.

이것 참.

알겠으니까, 이제 그만 놓아주었으면 좋겠다.

다 늙은 노인의 뜨거운 눈빛과 손길은 솔직히 그렇게 좋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그렇게 속으로 철없는 생각을 하던 것도 잠시.

청수 진인이 나의 두 손을 놓아주었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굳이 동행해 달라고 부탁도 하지 않겠네, 그리고 적협공자를 함께 기다리겠다는 고집도 부리지 않겠네.”

“…….”

흐음, 말 돌리기를 잘한 것 같았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 청수 진인이 말하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런 나의 모습에 청수 진인이 예의 허허로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호북에서 볼일을 보고 떠나기 전, 무당파에 한번 들러 주겠는가?”

“…….”

“부탁하네.”

반장까지 하며 정중하게 부탁하는 청수 진인의 모습에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볼을 긁적였다.

솔직히 무당파에 딱히 가고 싶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나는 천마신교의 소교주이니까 말이다.

물론 사람들은 무협공자라는 협객으로 알고 있지만, 조만간 밝힐 생각이었다.

왕일의 말에 의하면, 개방에서 의심하기 시작했고, 또 언제까지 정체를 속일 수는 없으니 말이다.

다른 사람들을 통해 알려지는 것보다는 내 입을 통해서 말하는 게 나을 것이다.

그래야 짜잘한 이야기가 흘러나오지 않을 테니 말이다.

아무튼, 괜히 거북스러운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에 청수 진인이 다시 입을 열려던 순간!

나는 품속에서 낡은 서책을 꺼내 들었다.

“이거, 받아 주십시오.”

신선도인이 먼지가 되기 전 나에게 남겨 준 서책.

바로, 신선도인의 모든 심득이 담긴 도학 道學 의 서책이었다.

“선배님……?”

내가 내민 서책을 받을 생각도 하지 않고 가만히 내려다보기만 하는 청수 진인.

그런 진인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에 청수 진인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자네가 직접 가져다주게.”

“예?”

“꼭, 자네가 갖고 와서 대사형의 하나뿐인 제자에게 건네주게.”

“아니 굳이…….”

“부탁하네.”

아니, 이걸 이렇게 해결한다고?

무당파에 안 가겠다고 하니까 직접 가져다 달라고 막무가내로 나오는 청수 진인을 보며 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양반, 좋게 봤는데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다니.

그에 내가 다시 입을 열려고 하자, 청수 진인이 한발 더 빨리 입을 열었다.

“자네가 가져온다면 무당파에서는 자네에게 큰 보답을 할 것이네.”

“아니 굳이…….”

필요 없었다.

“대사형의 모든 심득이 담긴 서책이라면 도학 道學 의 명맥을 이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서책이지.”

“아니 저는…….”

그건 아는데…… 어쩌라고.

“도교의 가르침을 따르는 무당파에서는 그런 서책을 가져다준 자네에게 깊은 감사를 느낄 것이야.”

“아니…….”

무당파에게 감사함을 받고 싶은 생각은 없다.

“특히, 무학에 치우쳐진 지금, 자네가 이 서책을 가져다준다면 장문 사형이 그대를 무당파의 은인으로 생각할 것이네. 명맥이 많이 끊긴 도학을 발전시킬 수 있을 테니 말이야.”

“딱히…….”

“태청단 太淸丹을 줄지도 모르지. 아니, 내가 장문사형에게 강력하게 건의하여 태청단을 받도록 해 주겠네.”

“…….”

그러면 이야기가 다르지.

도저히 말귀가 통하지 않던 청수 진인.

그의 마지막 말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스윽.

그러고는 서책을 품속에 집어넣었다.

태청단 太淸丹.

소림의 대환단 大還丹에 버금가는 최상급의 영약 중 하나이다.

돈 주고도 구하지 못하는 최상급의 영약!

그런 영약을 공짜로 준다는 청수 진인의 말에 나는 서책을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은설이에게 줘야지.’

약혼 선물로 태청단 太淸丹.

크으!

이 얼마나 배포가 크고 멋진가?

이미 경지에 오른 나에게는 영약이 딱히 필요하지 않았기에 서은설에게 줄 것이라 생각한 나는 미소를 지으며 청수 진인을 바라보았다.

“하하, 선배님의 부탁이니 무당파에 한번 들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선배님이 말씀하신 대로, 신선도인 선배님의 제자에게 직접 서책을 전하고, 마지막을 상세하게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허허!”

속이 뻔히 보이는 나의 말.

속물적인 나의 모습에 청수 진인이 허허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꼭 와 주시게.”

“네, 꼭 가겠습니다.”

오지 말라고 해도 갈 거다.

태청단을 준다는데 어찌 안 가겠는가?

기필코 가고 말 것이다.

그런 나의 확답에 청수 진인은 미소를 지었고, 나 또한 미소를 지었다.

우웅.

그러고는 모든 소리를 차단했던 기막을 거두어들였다.

우리의 이야기가 모두 끝이 났으니 말이다.

기막이 거두어지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제자들의 숨소리에 청수 진인이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우리는 그만 가 보겠네.”

“네 선배님, 다음에 찾아뵐 때까지 건강하십시오.”

“그 이후에도 건강할 걸세.”

“하하! 네, 그러셔야지요!”

청수 진인의 농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에 청수 진인 또한 미소를 지었고, 이내 몸을 돌렸다.

“가자.”

“네, 각주님.”

청수 진인의 말에 긴장하면서도 나를 계속해서 훔쳐보던 제자들이 각을 잡으며 대답했다.

명문의 제자답게 흐트러짐 없는 제자들의 모습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꾸벅.

그러고는 나와 눈이 마주친 제자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에.

홱.

‘저 새끼가……?’

나와 눈이 마주친 이대제자가 아무런 반응 없이 몸을 홱 하고 돌려 버렸다.

호감 어린 마음에 인사를 건넸더니 무시를 해?

이거 참…… 기분이 더러웠다.

그에 기분이 상한 나는 문제의 제자를 노려보았다.

“허참 사형!”

그때, 옆에 있던 사내가 문제의 제자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사내의 부름에 고개를 돌린 문제의 제자.

그런 제자를 보며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허참…….’

너 이 새끼, 내가 이름 외웠다.

저 자식 기필코 복수할 거다.

내가 속이 좁아서 그런 게 아니다.

저 자식이 무당파의 제자로서 부족한 모습을 보여 주니, 내가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절대, 내가 속이 좁아서가 아니다.

아무튼, 그렇게 무당파의 일행이 떠나갔다.

술에 정신이 팔려 첫 만남이 어긋났지만 다행히 매듭은 잘 맺어졌다.

허참이라는 싸가지 없는 놈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렇게 무당파의 일행이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바라보던 나는 몸을 돌렸다.

저벅.

그러고는 감숙 방향인 갈림길로 걸음을 옮겼다.

길을 잃고 술이 없어서 초조했던 것도 잠시, 무당파의 인원 덕분에 길을 찾았다.

처음 무당파의 모습을 보고 술이 없는 것을 직감하여 실망했던 것도 잠시, 그들 덕에 위치를 알게 되었고 마을 가는 길을 알아냈으니 인생 참 재미있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미소를 지은 것도 잠시, 나는 감숙 방향을 향해 계속 걸음을 옮겼고.

그와 동시에 뒤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기운에 황급히 몸을 틀었다.

푸욱!

아무런 소리도 없이 날아온 화살.

궁술의 경지가 절정에 이른 고수만이 가능하다는 무음시 無音矢가 바닥에 꽂혔다.

화살촉은 물론, 화살의 깃까지 깊게 바닥에 박혀 버린 화살.

너무나도 강력한 힘이 담긴 화살을 보며 나는 굳어진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화살을 날린 존재.

푸른색의 거대한 거궁 巨弓을 바닥에 꽂은 채로 나를 향해 겨누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

“은설?!”

나의 사랑, 나의 전부, 서은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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